44> 자마평원의 한니발

2015. 1. 25. 09:00Tunisia 2015

 

 

 

 

 

밍크이불을 반 접어 그 사이에 낑겨 잤더니 춥진 않았는데 발이 계속 꿈틀거려 잠을 약간 설쳤다.

생체시계는 벌써 아침이라는데 창문을 두꺼운 커튼으로 막아 놔서 방은 계속 한밤중이다. 복도에서 사람소리가 들려 몸을 일으켰다.

언제라도 어디서라도 어제도 변함없는 아침 메뉴를 앞에 놓고 백개가 넘는 아랍 TV 채널을 돌리고 있다.

뭐 하나도 제대로 못보고 아침시간이 지나버렸다

 

옥상전망이 좋다는 할아버지 말이 기억 나 윗층으로 올라갔다. 이 복도 저 복도 다 다녀봐도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찾을수가 없다. 여러개 문중에 객실문과 색깔이 약간 다른 문을 열어보니 올라가는 계단이 나왔다. 문을 잠글까봐 살짝 열어놓은채 계단을 올라갔다,

호텔 사브라는 2층부터 중정이 있는 꽤 큰 건물이었다.

옥상에 올라가니 메디나와 성벽이 환히 보이는게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이른 아침이라 거리는 한산하고 회색 먹구름 아래 모래색의 수천년된 고도가 서서히 잠을 깨고 있었다 

 

 

불안해서 사진 두장만 얼른 찍고 계단을 내려왔다. 열어놨던 문이 닫혀 있다. 밀어봤지만 역시나 누군가 단단히 잠궈놓고 가버렸다,

3층엔 인기척도 없던데 이렇게 갇혀 버리는거 아닌가 싶어 덜컥 겁이 났다, 폰도 없고 얇은 츄리닝만 하나 입었는데...

철문을 주먹으로 계속 두드렸다.

쾅쾅 !! .. 쾅쾅 !! ...쾅쾅쾅 !!

한 5분쯤 지났을까. 누군가 문을 열어주는데... 할머니다.  미안하다며, 몰랐다고

방에 와 얼른 짐을 챙겨 나왔다.

니트모자가 알레르기를 일으켜 이마가 우둘두둘 뻣뻣해졌다.  두건을 쓰고 그 위에 니트모자를 덮어 썼다,

 

카페에 다시 들려 차 한잔하며 한국에 안부를 전했다. 살아 있고 오늘은 어디로 갈 예정이라고...

카페 직원들이 나 또 왔다고 ' 코리아 ~ ' 하며 반갑게 아는 체를 한다, 정들자 이별이네.

 

 

 

 

카페 앞에서 택시를 하나 잡았는데 할아버지 기사가 내리고 조수석에 남자가 운전대를 잡았다. 교대근무인가보다. 그거 타고 루아지 터미널 가자고 했다.

 

 

 

가는 내내 기사가 아랍어로 계속 말을 거는데 그냥 들어주며 갔다.

일요일 아침이라 그런가 거리가 한산하다

 

 

 

터미널 도착 1.9 dinar (1,140 원) 나와 2 dinar 냈더니 잔돈을 안 준다.

안 내리고 한국말로 " 100 원 ! " 하며 손을 내미니 새끼손톱만한 0.02 짜리 동전만 골라 5개를 건네준다. 

내가 십원단위를 신경써 주고 받던 적이 국민학교 이후로 언제였던가. 중학교만 되도 100원 단위로 올라갔고 엇그제 한국에 있을때만 해도 길바닥에 떨어진 10원짜리는 허리 굽히기도 귀찮았는데... 60원을 받아쥐고 세상을 다 M&A 한듯 뿌듯하다

 

담안으로 들어가 담뒤에 모여 있던 남자들에게 " Le kef ' 를 물어보는데 네댓명의 남자들 중 하나도 알아듣는 사람이 없다, 혹시나 싶어 " El kef " 라고 해도 모르겠다고 적어보란다. 배낭을 내려 지도를 꺼내 보이자 그제야 알겠다는듯 어디가서 바꿔타야 된다고 한다. 그들이 짚어주는 곳은 르케프와 카이로우안 중간에 있는 마크타르 (Makthar) 였다.

내가 한국인이라는게 그리 웃기는 일인가 ?  남자들이 내 국적을 듣더니 아주 신이 났다,

그들이 알려주는 루아지를 탔다. 다행히 금방 정원이 차서 출발했다.

 

카이로우안 변두리 길옆에 나무로 얽키설키 엮은 판자집이 듬성듬성 보였다.

지나가는 차들에게 간단한 요깃거리를 팔고 있었다. 한국의 60년대를 보고 싶으면 여기로 오라

 

 

 

 

 

날이 잔뜩 흐리다,

새들이 올리브나무를 떼로 옮겨 다니며 한 그루씩 털고 있다.

 

주유소 들려 Gasolio 급유. 1 L에 1.25 dinar (750 원)

 

 

 

 

 

 

 

 

 

가는 중간중간 사람이 내리고 타고 ...

여기 한국인 탔다고 기사가 얘기 해줘 눈인사하고... 승객들 연령대를 대충 보니 내가 평균이다. 튀니지 자유여행은 내 나이가 가장 적당한거 같다. 위아래로 이무럽게 어울릴 수 있으니까

 

 

염소와 양과 목동이 중앙선을 넘은채 바쁠거 없다는 듯 몰려가고 있다

 

 

 

 

가축들도 도로를 따라 이동하는게 편하긴 마찬가진가 보다

 

 

 

 

 

 

튀니지는 도로 이정표를 시멘트로 만든게 많았다.

르케프는 어디선 ' Le kef ' 로 어디선 ' El kef ' 로 혼용되고 있다,

 

거의 두시간을 달려 마크타르에 도착했다.

마을은 900 m 산 꼭데기에 있었다. 따따윈의 세니니마을처럼 마트타르는 동쪽의 대평원과 서쪽의 산악지역 경계에 위치해 있다.

비가 흩뿌렸는지 땅이 젖어 있고, 주민들은 겨울 산바람에 잔뜩 웅크린채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내려서 10 dinar 지폐를 냈다. 기사 표정이 0.몇초간 이상해지더니 잔돈으로 1 dinar 를 내준다.

9 dinar (5,400 원)면 좀 비싼데 ?

 

르케프 가는 르와지가 옆에서 대기하고 있어 간단히 옮겨 타면 되었다. 사실 터미널이랄 것도 없이 길옆 공터에 차 두세대가 끝이다.

차안에 배낭 던져 놓고 근처 식당에 들어갔다.

 

안쪽 어두침침한 bar 에 가서 차 한잔 원삿 0.4 dinar (240 원)

 

뒷곁 화장실 갔다 와보니 루아지에 시동을 걸고 있다. 바로 출발하는지 알고 얼른 올라 탔는데 나 포함 5명.

차창엔 검은 커튼을 치고 장송곡 같은 코란 독경을 틀어놓았다, 승객들은 모자나 스카프를 뒤집어 쓴채 묵묵히 차가 출발하기만 기다리고 있다.

딱 영구차 분위기다.

 

앞에 남자에게 카이로우안 ↔ 마크타르 요금을 물어보았더니 7 dinar 라고 한다.

아까 기사눈빛이 어찌 좀 이상하다 싶더라니, 인상은 선해 가지고 2 dinar 를 띵겨 먹었네. 이런 가이사이까이

여기서 르케프까지는 4.5 dinar (2,700 원) 라고 미리 확인해 뒀다.

 

 

한참을 기다리다 6명만 태우고 기사가 차를 출발시킨다.

그냥 가나 했더니 공원을 돌아 맞은편 길에서 한명, 시내에서 한명 더 채우고 드디어 르케프를 향해 출발했다.

 

 

창밖만 보며 가는데 옆에 탄 남학생이 뜸금없이 자기 이름 ' ANIS ' 를 일본어로 적어 달라고 한다.

대충 아는 히라가나 몇자 적어주려다가 ' 나 한국인이야 ' 했더니 한국글자로 적어 달랜다.

아까 탄 루아지 아저씨도 구취가 장난 아니었고 야도 입에서 암모니아 냄새가 난다. 이젠 누가 말 거는 것도 귀찮은데 e-mail, 전화번호등을 열심히 물어온다. 자기 폰으로 같이 셀카도 찍었다.

 

르케프 가는 길은 초록의 목초지가 끝없이 펼쳐져 풍요로워 보였다. 이 곳이 자마평원이다.

로마와 카르타고가 붙은 포에니 전쟁.  제 2차 포에니전쟁에서 둘이 사이좋게 주거나 받거니 했는데...

카르타고 명장 한니발은 적지인 이탈리아 본토 칸나에 (Cannae)에서 로마군에게 스트레이트를 날렸고,

로마장군 스키피오는 역시 적지인 여기 튀니지 자마 (Zama)평원에서 한니발에게 어퍼컷을 먹였다. 

 

 

 

 

 

 

 

다행히 학생은 르케프 가는 중간에 SERS 라는 마을 학교앞에서 내렸다. 

주말에 집에 갔다가 일요일인 오늘 바리바리 싸들고 기숙사로 복귀중.

 

남학생이 내리고 시골 아저씨가 허연 자루를 두덩어리나 싣고 탔는데

 

 

중간에 경찰 검문에 그게 딱 걸렸다.

아저씨가 멎적은 표정으로 경찰들에게 악수를 청하며 신분증을 꺼내는데, 여권이다. 튀니지인이 아니고 근처의 외국인이었다,

한참 조사후 무사히 다시 타고 출발. 자루속에 든건 폭발물이 아니라 숯이었다,

기사랑 아저씨랑 한 여자가 불쾌감을 떨치기 위해 가벼운 농담을 주고 받았다.

 

 

기사가 차를 다시 세웠다.

고등학생쯤 되는 남자애가 내렸는데 바로 출발을 안하길래 무슨 일인가 했더니 잠시후 남자애가 다시 열심히 달려와 타자 출발했다,

볼일 급하다니 내려주고 기다려 준 것이었다. 변비인 나도 기다려 줄래나 ?

 

산위가 평평한 고원같이 생긴게 희미하게 보였다.

혹시 저곳이 주그르타 테이블 (Table de Jugurtha) 는 아닐지...

 

 

드디어 산비탈에 세워진 르케프가 보인다.

 

 

시내로 들어가는 길은 패이고 꼬불꼬불하고 쓰레기가 쌓여 있고... 

 

 

르케프 루아지 터미널에 도착했다. 경사가 가파른 비탈길에 루아지가 섰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강한 바람과 비탈 때문에 몸이 크게 휘청했다,

 

 

오늘은 튀니스로 안 들어가고 튀니지 북서쪽 내륙으로 깊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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