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23. 16:00ㆍTunisia 2015
자칭 '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 ' 라는 곳을 여행갔다가 도로위에서 운전수끼리 화끈한 육박전을 본 이후로,
하필 무슬림의 4대 성지, 아프리카 이슬람 문화의 본산이라고 칭송받는 카이로우안에서 오래간만에 길거리 싸움을 목도했다. 사실 이건 싸움이라고도 할수 없는 일방적인 패륜이다. 골목안에서 젊은 청년이 아저씨 멱살을 잡고 발을 걸어 넘어뜨리려 하고, 청년의 애인인듯한 여자가 말리고 있었다.
튀니지를 3/4 바퀴 돌면서도 첨보는 광경이라 내 심장이 벌렁거렸다
튀니지의 전통빵인 따부나를 잔뜩 쌓아놓고 파는 노점상을 지나자마자 루아지 터미널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후 기사에게 10 dinar 지폐를 냈는데 잔돈 바꾸러 가 함흥차사다.
같이 타고 온 남자에게 요금을 물어보니 7 dinar 라고 했다. 잠시 후 기사가 와서 거스름돈을 2.8 만 주길래, 같이 타고 온 남자에게 손가락을 펴가며 다시 물으니 7.2 dinar (4,320 원)가 맞았다
파란선은 지금껏 이동루트, 빨간선은 오늘 이동루트
다음에 이동할 엘케프 차편을 알아본 후 큰 길로 나오다 구내식당들이 쪼르르 붙어 있는 한곳을 들어갔다.
" 케모니아 ? " ( 肝이 들어있는 얼큰한 찌개종류 돼요 ? )
" 위 (Oui) " ( 예 )
안에 자리가 없어 밖에 내놓은 지저분한 의자에 앉았다.
식탁보라고 흰 종이를 깔더니 앞에 남자가 먹고 있는 것과 똑같은 음식을 한 접시 가져 왔다. 난 뜨거운 스프같은 걸 원했는데 이건 기름이 많고 그리 따뜻한 요리도 아니였다. 실망스럽지만 함께 나온 빵을 뜯어 찍어 먹어보니 담백하니 나름 맛이 있었다.
튀니지 대부분 지역은 바게트가 주로 나오는데 여기와 북서부지역은 이렇게 생긴 따부나빵을 주식으로 만들어 먹고 있다.
소시지, 감자튀김에 소금을 살짝 뿌려 나왔다. 짭짤하니 먹을만 했다.
시장기를 반찬 삼아 그릇을 싹 비웠다.
소스접시가 바닥을 보이고 빵은 남아있는 걸 본 식당 청년이, 내가 ' 함둘레 (배부르다) ' 라고 했는데도 소스를 조금 더 퍼다 주었다.
음료수 포함 총 5 dinar (3,000 원)
청년이 싹싹해서, 영어 할줄 아냐고 물으니 못한다고 한다. 그래도 물어 보았다 ' 메디나 근처에 싼 숙소 있냐 ' 고
아저씨랑 옆칸 아줌마랑 청년이랑 셋이 내 말을 한참 해석, 상의 하더니 청년이 나에게 따라 오라며 앞장 선다.
택시를 잡아 주려는줄 알았는데 로터리 근처의 어느 가게로 가더니 주인 아저씨에게 날 소개시켜 주었다.
아저씨는 딸로 보이는 아가씨에게 키를 주며 우리를 인계했다.
이번엔 아가씨를 따라 갔더니 호텔이라고 쓴 간판아래 계단을 올라 2층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그제서야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됐다.
그런데 방을 보니 거의 고시원 수준이다. 지금까지 잔 방중 가장 작은 방이었고 당연히 욕실도 공용. 가격은 15 dinar.
자학하는 것도 아니고 이건 좀 심하다 싶어 Wi-Fi 안되는 걸 핑게로 도로 내려왔다.
식당청년에게 ' 고맙지만 메디나로 가야겠다 ' 고 했더니 여기서 택시 잡으라고 친절하게 알려주며 돌아갔다
10분쯤 후 택시를 세워 기사에게 말했다
" 영어 할 줄 알아요 ? 메디나 근처에 싼 호텔로 갑시다 "
" 그렇다면 SABRA 지 ! " 하며 출발한다
갑자기 오토바이가 택시 앞으로 치고 나와 기사에게 항의의 손짓을 하다 갔다. (사진 왼편에 짤린 오토바이)
시내로 들어가는 길. 파란 신호에도 앞차들이 움직이질 않자 택시기사가 중앙선을 넘어 앞질러 갔다. 그런데 신호등 바로 앞에서 운전수와 도로를 건너던 남자가 차를 세워 놓은 채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열받은 택시기사가 그들 옆에 차를 대고 또 모라 욕하고... (사진 오른편 르노차)
카이로우안에 좀 다를 줄 알았더니 오히려 다른 곳보다 더 심했다.
드디어 메디나 성벽이 보이고 조금 더 들어가 hotel SABRA 앞에 도착했다. 택시비 1.35 dinar (810 원) 정확히 동전으로 정산해주고 내렸다.
이 호텔은 한국에서 자료 조사할때 본 기억이 난다. 메디나와 가장 가까워 자유여행자에겐 최고의 위치였다.
호텔문을 열고 들어가자 프런트는 비어었고 옆 조그만 공간 붙박이 긴의자에 노인 둘만 담배를 물고 앉아 있었다.
이름만 호텔이지 내부는 여자아이 소꼽놀이장 같았다
내가 낯선 상황에 머뭇거리자 ' 주인이 기도가서 15분 후에 돌아오니 여기 앉으라 ' 고 한 노인이 자리를 권했다. 다행히 영어를 꽤 해서 옆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내 직업을 묻길래 의사라고 했더니 옆 노인에게 통역을 해준다.
내가 노인 나이를 묻다가 " 잠깐... 62 ? " 했더니 63 이라고 한다. 실제로는 산수연(팔순잔치) 치룬지도 꽤 되신거 같으신데...
" 았싸 ! " 내가 맞췄다는 듯 환호성을 지르자 노인도 즐거워하며 옆 노인에게 실황중계를 한다. " 내가 의사라서 좀 알죠 ~ " 너스레를 떨었다.
이번엔 노인이 내 나이를 물으며 " Fourty ... ? " " up ~ " " seven ? " " eight ! " 이번엔 자기가 맞췄다고 즐거워 하길래 " 그래 You도 의사다 " 라고 해줬다. 서로 칭찬 보시를 아끼지 않았다,
나에게 담배를 하나 권하는데 마침 머리위로 금연마크가 보였다. 튀니지에도 이 마크가 있었구나.
내가 그걸 보고 주저하자 괜찮다고 해서 건방지게 어른앞에서 맞담배질을 했다.
" 한국 가면 작고 얇은 휴대폰을 보내라 " 며 잠깐 나갔다 오더니 쪽지를 내민다. 호텔옆 탁탁 카페 주소와 이름이 적혀 있었다.
" 비싸요. 한국것은 4G LTE 라 여기 TT(튀니지 텔레콤) 2G 랑은 안 맞아요 " 해도 괜찮단다.
호구조사를 하길래 가족사진을 보여 줬더니 다음에 오면 메디나 안에 있는 자기 집에서 재워주겠다고 한다.
내 주소를 적어달래서 e-mail 을 적어 줬더니 그것말고 진찌 집주소를 적어달랜다. 담배랑 뭘 보내겠다고 ...
카펫을 보러 가자느니, 자기 입고 있는 베르베르 망토를 사라고 해서 ' 옷 무겁다 ' 고 해도 가볍다며 벗어서 들어보라고 하고...
' 있다 주인오면 호텔비나 좀 깎아 주라고 해주세요 ' 했더니 Fixed price 라며 ' 카펫 사면 그건 깎아주겠다 '고 한다. 벽에 걸린 숙박요금이 14, 16 뭐 이런 게 써 있는걸 보니 안 깎아도 될 거 같긴하다.
한참을 노망난 노인에게 붙들려 되도 않는 소리를 듣고 있으려니 위층에서 할머니가 내려 오신다. 얼굴이 하얗다못해 한 꺼플 벗긴 것처럼 선홍빛이다.
나에게 방키 두개를 주며 보고 오라고 해서 위층에 올라가 확인해 봤다. 방에 샤워칸이 있는 5호실로 정했다. 20 dinar. 이틀 쓸테니 깎아 달라고 했더니 대답을 회피하신다. 1층으로 내려오니 마침 주인장이 기도 끝내고 돌아오셨다. 숙박계부터 내밀길래 얼마냐고 물으니 2박에 36 dinar (21,600 원) 부른다. 35 로 해달라니 이빨도 안 들어간다.
잔돈 받아 2층 방에 올라와 짐을 풀었다,
창문은 고정시켜 놔 그 좋다는 메디나 전망을 볼수가 없고, 할머니가 올라와 화장실은 별도로 있다 해서 복도로 나가보니 변기커버가 없다. 토주르에서 볼일을 봤던가 ? 수비틀라에서 이틀 묵을 때도 간 기억이 없고 벌써 며칠을 못 본건데 여기 이틀 묵는것까지 예상하면 최소 5일을 ... 굶지는 않는데도 먹는게 다 산화,연소 돼버렸는지 아님 커버없는 변기에 빠질까 무서워 쏙 들어간 건지. 배변욕구가 아예 없다.
곧바로 내려가면 또 탁탁 노인에게 붙들릴 거 같아 밍크담요를 덮고 살짝 잠이 들었다.
폰 음악이 시끄러울까봐 신경쓰여 제대로 잠도 못 자고 대충 일어났다.
1층으로 내려오니 다행히 주인과 다른 노인만 계셨다.
Wi-Fi 되는 커피숍을 물어 찾아갔다. 근처였다
써빙맨에게 민트차 값을 물어보니 0.4 dinar (240 원).
계산대 남자가 어디서 왔냐고 묻길래 한국이라고 하자 " 한국, 일본 좋아. 중국은 X ! " 튀니지 와서 첨 듣는 소리다. 그만큼 이 도시에 관광, 여행객들이 많이 오는구나.
1층은 이 시간에도 한창 일할 청장년들이 빈틈 없이 앉아 TV로 핸드볼 경기나 올려다 보며 담배를 피워대고 있었다. 뉴질랜드, 호주에선 사람이 없어 난리구 여기는 일 없어 난리구... 써빙맨이 2층에 자리 있다고 해서 올라갔다. 구석에 기타연습 하는 애들 두세명 보이고 텅 비었는데 책걸상이 무슨 학교에 온줄 알았다... 써빙맨이 차를 가지고 올라왔다. 다녀본 카페중 민트차가 가장 맛있고 싸고 양도 많았다.
Wi-Fi 가 살짝 되다 말아 집에 보이스톡하다 끊어졌다. 더 있고 싶어도 지저분하고 담배연기 때문에 그냥 내려왔다. 베트남 여행할 때는 중간중간 카페에 앉아 시원한 카페쓰어다 마시며 재충전하곤 했는데 여기서는 그럴수가 없으니 여정이 더 힘들다. 외국인 전용 금연카페 차리면 잘 될거같다.
거리로 나왔는데 먼지바람과 매연이 장난 아니다.
구멍가게에 들어가 음료수 한병 (570 원)사서 그 자리에서 다 마셔 버리고 지도를 보여주며 La Rosa 모스크를 물어봤는데 이 동네사람들도 모르는 곳이다.
운동겸 시간 떼울겸 메디나 성벽을 따라 가봤다.
" 씨X 이건 여행도 아녀 ~ "
성 바깥 동네는 여기저기 공사중이고 쓰레기가 쌓여 있고 먼지 모래바람이 강해서 도저히 걸을 수가 없다. 길거리에 서서 눈감고 고개 돌리기를 수십번 하다보니 짜증이 다 났다. 고양이 새끼는 대놓고 똥질이고, 성곽은 보수중이고 제대로 된게 없다.
영어로 말 걸어 오는 남자는 다 가이드한다 하고 필요 이상의 친절과 참견등.
나노 반도체 집적회로 시대에 라디오 기판같은거 들고 가는 남자. 한국의 70년대가 궁금하면 여기 와라
아무리 일이 없어도, 가난하다 해도 이리 지저분하게 살까 ?
아름다운 자연과 풍부한 문화유산을 물려받은 지금 세대가 제대로 관리를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직간접 흡연으로 거의 한 보루양의 니코틴이 몸안에 축적된 거 같다. 내 호흡기가 제대로 유지하고 있는게 신기할 정도다.
이 나라 단어중 자주 쓰는 어떤거 하나는 여자가 발음할때 꾸지람을 하는 것처럼 들리거나, 짜증을 내는 것처럼 들리는게 있다. 길가다 그런 소리가 들리면 놀라서 처다보곤 했다.
다시 성문안으로 들어와 메디다를 걷는다.
보잘게 없다, 상품은 단조롭고 구식이고 구간도 짧고 골목은 파헤쳐져 있고 사람들은 지 멋대로 좁은 골목을 휘젖고 다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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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광등 켜진 이발소
메디나를 관통해 나와 길거리에서 샤와르마 2 dinar (1,200 원) 주문.
묻길래 한국인이라고 하니 North, south 를 굳이 더 묻는다. 여기오는 한국인은 거의 다 South 라고 설명해줬다.
불판위에는 바람에 날린 모래와 먼지가 허옇다.
나중에 샤와르마를 먹을때 모래가 씹혔다
맞은편 과일가게에서 오렌지 3개 1.9 dinar (1,140 원)
숙소 옆 가게에서 생수 댓병 0.7 dinar (420 원) 샀다, 물값은 싸다
해가 지자 바람이 더 거세게 불어왔다
지도에 빨간 별표가 숙소, 빨간 선은 오후에 걸어 다닌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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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거 주렁주렁 들고 방에 와 오늘 뒤집어 쓴 먼지를 다 씻어내고 또 빨래. 밤에 시간이 남아도니 한국에서보다 더 자주 옷을 빨아 입는것 같다.
여기 할머니가 깔끔한지 베갯잎도 깨끗하고 수건도 두장 있고 밍크이불도 부드럽고 깨끗하다.
밍크이불을 쓰다듬고 있으려니 이 이불 하나로 고등학교 3년 내내 기숙사 생활을 버티던 기억이 난다.
가볍고 순면이고 나노섬유고 항균이고 아무리 요즘 이불이 잘 나와도 난 밍크이불이 지금도 젤 좋다.
밤에 로비나 카페가서 일기를 쓰고 싶어도 지저분하고 담배 연기때문에 방에만 박혀 있다
9: 24분 밖에서 차들이 크락숀을 울리고 난리다. 핸드볼 경기를 이겼나 ?
오늘 지출 : 요구르트 0.9
티 0.6
루아지 7.2
점심 5
택시 1.35
숙박 -2일 36.0
티 0.4
음료수 0.95
샤와르마 2
과일 1.9
물 0.7 합 57 dinar (34,20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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