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오사마 VerSus 오바마

2015. 1. 24. 10:00Tunisia 2015

 

 

 

 

꿈은 담요의 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가 ?

부드럽고 따뜻하게 잠자리에 들었더니 아스라한 그리움과 아쉬움과 약간의 추위속에 잠이 깼다. 시계를 보니 고작 12시.

이후로 수면과 각성을 짬짬이 반복하다 새벽 7시에 알람 끄고 본격적으로 잠이 들었다

... 재만이가 독일 스탠포드 대학 히브리어과를 졸업하고 한양건설 전무가 되었대서 엄청 부러워하고 또 그동안 폭삭 늙은게 안타깝고...

졸가리도 안 맞는 꿈을 꾸다 깨보니 7 :40분

 

세수하고 밥 먹으러 갔는데 식당이라고 알려준 곳은 불이 꺼져 있고 조용해서 1층까지 내려갔다.

프런트에 있던 젊은 남자가 2층으로 올라오자 마침 주인 할머니도 나오셔서 식당 불을 켜고, 남자는 TV를 틀어 놓고 간다.

 

뚝딱 아침상을 차려오며 ' #@& 할때 인터폰을 하라 ' 는데 대충 알아듣고 고개를 끄떡였다.

 

바게트에 잼을 덕지덕지 처바르고 있는데 할머니가 다시 나타나 카이로우안의 명소가 찍힌 줄줄이 엽서를 늘어트리며 뭐라고 설명을 한다.

여기 가보라는 건가 ?  나 주려는 건가 ? 귀를 쫑끗 듣고 있는 중에 two dinar 라는 단어가 들렸다,

' 안산다' 고 했더니 깔끔하게 ' 알았다' 고 하고 나간다. 깬다 깨 !

 

그 사이 아랍 남자 둘이 들어와 식사를 하며 말없이 채널을 돌린다.

Osama bin Laden !  진행자가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오사마 빈 라덴의 일대기를 재조명하는 다큐멘터리를 같이 보게 되었다. 빈라덴을 사살하는 실황 중계에 열광하는 미국인들의 모습도 보이고 Osama 와 Obama 얼굴도 같이 나왔다.

아랍인들이 아는 오사마 빈 라덴은 사우디의 부유한 명문가 집 아들로 태어나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과 사우디아라비아를 소련과 미국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평생을 바친 -나보다 얼굴이 더 잘 생긴-영웅이다. 김좌진, 안중근을 한국에선 장군과 의사로 생각하지만 일본에선 테러리스트, 암살자일 뿐이듯 한국인은 지금껏 미국이 쓰는 역사서만 읽은 꼴이다.

순간 머리속에서 전광석화가 번쩍했다.

난 튀니지 관광지를 떠도는 여행자가 아니고 어느새 이 사람들 삶 속에 빠져 버렸구나. 껍데기는 한국인이지만 속은 튀니지 생활자 란 느낌.

아랍인의, 튀니지인의 생각과 생활을 좀 더 알고 싶다는 의욕이 아침부터 샘솟고 에너지가 충만했다.

 

할머니는 어제도 오늘도 하얀 가운을 입은채 청소가 한창이다.

저 정도로 열심히 쓸고 닦아도 소파위엔 부스러기, 탁자는 삭고, 바닥은 흙이 버석거렸다.

 

 

방에 와 의욕적으로 중무장을 하고 1층으로 내려왔다.

멀티 콘셋

 

살건 없지만 마트 구경을 하고 싶어 프런트에 할아버지들에게 빅마켓, 월마트, 까르푸 등을 물어봤다. 근데 까르푸를 카페트 ? 로 알아들었다. 말이 안 통하자 종이를 주더니 적어보란다. 빌딩을 그리고 Carrefour 라고 쓰자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한쪽 귀퉁이에 약도를 그려주고 800 m 가면 된다고 한다.

 

호텔 밖으로 나왔는데 어제 노망난 노인 Habib 가 추운데도 문옆에 앉아 있다. 꼭 날 기다린 것처럼...

날 보자 반가워하며 카펫을 보러 가잔다, 어제 메디나에 질려 버려 꽁짜로 집에서 재워준대도 몸서리 처지는데...

' Wi-Fi 해야 된다 ' 고 둘러대고 얼른 카페로 도망갔다.

 

9시가 조금 넘었는데도 카페안엔 벌써 수십명의 남자들이 앉아 있다.

 

차 주문하고 5 dinar 짜리 동전을 내니 정확히 4.6 dinar 를 거슬러주고 차와 물한잔을 함께 가져다 주었다. 써비스 굿 !

 

수원과 오산에 안부를 전하는데 옆에 할아버지가 내 손목시계를 가리키길래 손가락으로 9:32 분 알려주다가 아예 일어나 시계를 직접 보여주었다.

 

역시 담배 연기에 더 이상 버티지를 못하고 일어났다.

 

카페 앞에서 택시를 잡아 타고 " Bassin des aglabites 가자 " 고 했다.

택시는 어제 걸은 성벽을 따라 카스바를 거쳐 신시가지를 지나 닫힌 정문앞에서 좌회전하여 빙 돌아 또 다른 입구를 통해 안마당에 까지 들어가 주었다. 1.3 dinar (780 원)

택시 안 타고 그냥 걸어 왔으면 엄청 고생 했을 듯.

기사에게 5분만 기다려 달라고 했는데 못 알아듣고 나가서 안 돌아왔다.

<인용사진>

 

' 아글라브 저수조 ' 라고 불리는 Bassin des aglabites

아글라브 왕조가 9세기에 카이로우안 시민들의 안정된 식수공급을 위해 36 km 떨어진 산에서 수로로 물을 끌어와 6천만 리터를 저장해 놓았다.

저수조는 눈사람모양으로 크고 작은 두 원이 붙어 있었는데 생각보다 꽤 컸다.

 

 

 

 

 

 

입장료도 없고 동네 사람들도 그냥 지나다니고...

관광버스가 하나 들어오더니 동양인들이 우르르 내렸다. 맨 앞사람이 저수조를 돌자 그를 따라 모든 사람들이 한바퀴 돌고 사진찍고 신발을 털고 차에 올라타고 획 가버렸다. 총 10분 남짓. 신발 터는 걸로 봐서는 일본인인듯.

 

 

옛날엔 왕이 한여름에 더위를 피할수 있게 수조 한가운데에 정자를 만들어 놓았다 한다

 

 

 

두 저수조가 저 통로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동네 사내녀석 네댓명이 함석지붕위에 올라가 뚝딱거리며 뭘 뜯다가 누가 오자 도둑고양이처럼 우르르 도망갔다. 난 처음엔 무슨 공사현장인줄 알았다.

 

 

다소 썰렁한 저수조에 한동안 앉아 있다가 나왔다

택시를 타고 그랑 모스크 가자니 '그랑 모스키 ? '하며 출발.

 

생선굽는 냄새가 맛있게 나는 식당들을 지나 조금 더 가서 그랑모스크에 도착했다. 

0.95 dinar (570 원) 나와 1 dinar 동전 주고 내리는데 구태여 0.05 를 거슬러 준다.

 

메디나 지도를 보고 있으니 이남자 저남자 다가와 호객을 한다

 

 

한 젊은녀석은 나를 계속 따라오며 말을 시피더니 나중엔 자기 음경을 잡으며 좋은데 가자고 한다.

' 난 이제 늙어 필요없으니 24살, 젊은 니가 가라 ' 하고 내 갈길 가는데 큰길에서 관광버스가 서양노인들을 쏟아내자 뒤도 안 돌아보고 그리로 달려갔다.

 

 

 

그랑 모스크 내부로 들어가려는데 입구에서 입장료로 10 dinar 나 달래서 사진만 살짝 찍고 도로 나왔다.

 

 

<인용사진>

 

 

 

 

 

 

 

이슬람의 4대 성지가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 메디나 그리고 에루살렘 나머지 하나가 여기 카이로우완의 그랑 모스크다,

그런데 4번째 성지가 어디선 다마스쿠스라고도 하고 이스탄불이라고도 하니까 신빙성은 떨어지지만 여하튼 마그레브라고 불리는 북아프리카에서 카이로우완은 가장 성스러운 도시임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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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성지의 위용을 느끼며 한바퀴 돌아 나오는데 동양아가씨 둘이 내려오는게 보였다. 동양인이 너무 반가워 어디서 왔냐고 말이라도 붙여 보려고 서서 기다리니 가까워질수록 들리는 모국어

내가 말을 걸자, 아가씨들이 ' 아랍인이 한국말도 잘하네 ? ' 란 표정을 짓더니, 내 덥수룩한 몰골과 국산 츄리닝을 보고 " 여기 사세요 ? " 대뜸 첫마디가 그거였다. 아~ 난 이제 한국인도 아랍인도 아닌 어중간한 주변인이 되어 버렸구나 !

더 이상 말 섞어봤자 자존심 상처만 받을 거 같아 각자 제갈길 갔다

 

 

 

 

 

 

 

 

 

성밖 화단에 앉아 있다가 바람과 햇볕을 피해 성벽안으로 들어갔다

 

고양이가 문앞에 앉아 햇볕을 쪼이며 졸고 있다. 쓰레기 비닐이 바람에 날려 면상을 쳐도 아랑곳 않고 고대로 있길래

"  잠이 오냐 ? " 했더니 게슴츠레 실눈으로 힐끗 보고 ' 그냥 가라 ' 는듯 다시 고개 박고 오수에 빠진다,

고양이에게 까지 무시 당하고 먼지만 풀썩이며 걸어 내려왔다.

 

 

 

 

 

 

 

카메라속에 메디나 지도를 확대해보며 Mosque of the three doors 를 찾아갔다.

말발굽모양의 문이 세개 있다고 해서 붙여진 건데 내 눈엔 뭐 별스럽게 보이진 않았다. 솔직히 스페인과 터키를 여행한 후엔 이런 정도는 성에 차지도 않는다, 

 

 

 

 

사원 앞에 카펫집 남자와 옷가게 여자가 물 뿌리고 쓸고 문앞에 수건까지 깔아봐도, 모래먼지를 잔뜩 움켜진 바람이 골목을 휘돌아 가게안으로 잔인하게 들이닥치는 데는 속수무책이었다

 

 

 

 

Souk 를 지나와 골목에서 쉬고 있는데 앞 상점 남자가 인사를 하며 다가와 카펫구경을 권했디.

얼버무리지 않고 단호하게 " 나는 카펫 안 좋아해 ! " 해 버렸다. 그게 호상간에 일찍 속편한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저수조와 그랑모스크와 메디나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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