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세상에서 가장 짜릿한 미로게임

2015. 1. 20. 18:00Tunisia 2015

 

 

 

 

그로부터 몇 분후 반갑게도 노란택시가 골목에서 쏙 나타났다. 차가 동물원 마당을 넓게 돌아 내 앞에 서더니 택시기사가 내렸다. 왜 내리지 ?  빼 놓았던 택시마크를 차 지붕위에 다시 끼우는 것이다,

시간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잠시 택시가 아닌 척 달려 왔을 장면을 떠올리니 우습고 고마웠다

 

"  medina musee ! "

가는 내내 미터기를 안 켜서 ' 얼마를 줘야하나 ?  얼마를 달래려나 ?  Call 을 했으니 더 줘야하나 ? " 별별 고민을 다 하는 사이 

 

 

어제 화려한 전등을 걸쳤던 탑앞에 도착했다.

갈때 나왔던 요금대로, 주머니에서 3 dinar (1,800 원) 를 꺼내 줬더니 별말없이 받고 떠났다. 

내가 참 짜고 야박한 인간이란 걸 인생 반 넘겨서야 자각하고 있다

 

메디나 (구시가지)는 토주르 지도의 동남쪽을 넓게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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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동사니를 파는 가게 앞에 알록달록한 팽이가 내 발길을 붙잡는다. 유년시절의 추억에 빠져 있는데 가게 흑인 청년이 나와 봤다.

' 있다 올께 ' 하며 박물관 가는 길만 물어 봤다

 

 

 

쭈욱 마을 안길을 따라가자, 박물관은, 오른편 토굴같은 곳으로 들어가라고 화살표 간판이 붙어 있다,

그땐 몰랐다, 이 곳이 미로의 출발지점인줄

 

굴 같은 메디나 성벽을 지나

 

 

 

 

 

 

박물관에 도착은 했는데, 박물관 이라기보단 골목 안에 있는 여느 가정집 같았다.

기웃거리는 나를 보고 여직원인듯한 아줌마가 나와 ' Now open, Come in ' 하는데 차 한잔하고 오겠다고 그냥 지나처 베르베르 카페를 찾아갔다

 

 

 

노란 벽돌로 만든 이 문양이 토주르 메디나만의 특징이라고 한다

 

또 다른 터널을 빠져 나오자 앞마당에 카펫등을 내놓은 기념품점이 나타났다

 

히잡을 두른 두 여인이 마네킹처럼 앉아 뭘 골똘히 보고 있다

 

벽에 걸린 특산품을 구경하는데 가게에서 아저씨가 나와 내 옆에 달라붙어 귀찮게 했다,

커피 마시고 오겠다고 했더니 자기네 건물 옥상에 카페가 있다고 하는데 바로 거기가 내가 찾던 베르베르 카페였다,

메디나에서 가장 전망이 좋다는...

 

 

옥상위를 근사하게 꾸며 카페로 만들어 놓았다

 

 

 

 

 

 

카페라떼와 생수 한벙 주문했더니 달디단 다과를 써비스로 내 왔다.

봉투에 든건 오아시스에서 주워 온 과자

 

 

 

Wi-Fi 도 잘 터져 오래간만에 한국에 아이들과 수다 떨며 오후 시간을 보냈다

2시쯤 되자 추워져서 일어나려고 할때 쯤 현주가 학교모임 끝나고 돌아왔다

 

이번엔 현주 붙들고 객지의 외로움을 달래려고 실내로 들어와 자리를 찾는다.

반대편 옥상에서 바라본 메디나 풍경 

 

 

 

카페에 동네 청년들이 놀러왔다.

옥상에 말리고 있는게 모냐고 물어보니, 좋은 거니까 먹어보라고 하나 집어준다. 올리브 말린 거였는데 좀 짜다,  

 

 

 

높은 곳에서 보니 야자나무 숲이 오아시스를 이뤄 토주르를 소금호수로부터 보호해 주고 있었다.

일종의 그린벨트, 방풍림 같은 역활이다

 

이게 사막의 장미 (Sand rose) 라는 것인데 여수엑스포때 튀니지관에서 전시해 놓았을 정도로 튀니지의 특산품이다

사라하 사막 땅속 1~2 m 깊이에서 채취한다.

관광객들에게 비싼 값에 팔고 또 팔리지만, 솔직히 내 눈엔 그만큼의 값어치가 있어 보이진 않았다. 거져 줘도 싫다

 

실내로 들어와 따뜻한 자리를 잡고 현주랑 회포를 푸는데

 

아가씨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오늘 카페 남자애들이랑 짝 맞춰 놀껀가 보다. 청춘이 좋을 때다.

카페 남자 직원이 ' 자기 여친 이쁘다 '고 자랑하며 인사를 시킨다.

"  그래 이쁘네 !   담배나 하나 줘봐 "

"  건강에 안 좋은데 ... 여기요 "

 

내가 카톡하고 있으니 옆에 와 앉더니, 사막에서 멋지게 폼 잡고 찍은 사진을 보여주고, 자기 깨진 아이폰이랑 내 공기계 노트2 랑 바꾸자고 하고, 페이스북 주소 교환하자고 하며 말을 시핀다.

현주 잘 시간 되서 나도 커피 2.5  생수 1.0 = 3.5 dinar (2,100 원) 계산해 주고 나왔다 

 

밖으로 나가는 계단이 기념품점 2층과 1층을 거치게끔 되어 있다. 그런데 매장에 손님이 하나도 없어 실내 조명을 다 꺼놓았다, 카페도 몇시간 앉아 있는 내내 손님 하나 없었다.

아까 아저씨가 몇번이나 옥상 찻집까지 올라와, Wool festival 하니 싸니까 보고 가라고 애가 닳았었다. 부담스러워 몰래 나가려는데 밖에서 소리를 듣고 들어와 물건을 보라고 날 안으로 데리고 들어간다. 매장 불을 켜고 베르베르인이 만들었다는 금은 장신구등을 보여 주는데... 난 여행자라서 이런거 필요 없다. 옷도 그렇고,.. 돈도 없다고 하자 실망하는 눈치다.

"  왜 이리 손님이 없냐, 겨울이라 그런가 ? "  하니 그렇다고 하며 목소리가 힘이 없다.

"  메디나 어디로 둘러 보는게 좋으냐 ? " 니 앞 골목길을 가리킨다,

"  내일 또 와 커피 마실께 "  거짓말이라도 해 주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동굴처럼 어두운 골목길. 뛰어 넘긴 너무 높은 담

골목길 중간에 남자 혼자 앉아 있음 돌아갈 수도 없고 

구석엔 지린내가 풀풀 나고

갑자기 튀어나와 내 옆을 바싹 스쳐가는 오토바이 ... 혼자 여행온 걸 처음으로 후회했다

 

꼬불꼬불 골목길에서 방향 감각을 상실했다 ... 결국 길을 잃어 버렸고 미로게임이 시작됐다.  겁이 덜컥 났다

 

환한 빛을 따라가니... 어멈 ! 막힌 길이다. 메디나란 미로속에 갇혀 버렸다

 

녹색 대문에서 한 남자가 뛰쳐 나오더니 벽이랑 대화하고 있다 ... 길을 잃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이 미친 놈과 맞닥뜨리는 것이다.  

 

투명인간이 짜고 있는 베틀이 무서워 공황 상테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지금껏 경험해본 미로게임중 가장 짜릿하고 두렵고 어려운 미로게임이다

 

어느 골목끝에서 차들이 지나 다니는게 보였다. 

마침내 이 미로에 출구가 보인다고 생각하니 안심이 되어 좀 쉬었다 갔다.

여기도 아까 박물관 들어올 때처럼 골목끝이 어두컴컴한 성벽 터널이었다.

내가 터널에 거의 다다를 무렵 굴 안에 모여 있던 동네 건달들 중 한명이 나를 힐끗 보더니 길 가운데를 막듯 다가왔다.

"  OO dinars... XX dinars ... " 낮은 목소리로 돈을 요구했다,  속으론 겁이 났지만, 한국말로 일갈했다

"  없어, 이 개 X까 ! "

시선은 환한 터널 밖으로 고정한채 지팡이를 딱딱거리며 얼른 터널을 빠져 나왔다 

 

큰길로 나오자 안도의 숨이 나왔다.  드디어 미로게임이 끝났다.

건달들 보란듯이 서서 유유히 카메라를 꺼내 미나렛 사진을 한방 찍고 souk 쪽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떼었다

 

통행량이 좀 있는 큰 길로 나왔어도 길가에 남자들이 모여 있으면 아직도 좀 쭈뻣해졌다,

 

통로 양편에 번듯한 상가가 붙어 있는 시장에 들어서자 비로소 맘이 놓여 기둥뒤 의자에 앉아 한참 숨을 돌렸다

 

옥색 미나렛을 꽂은 모스크 앞에서 어제 전인권 아저씨를 또 만났다.

날 보자 반갑게 다가와 악수를 나누고 ... 200 dinar 을 부르는 거다, 사륜차량 투어 비용을 더 깎아 주겠다는 것이다.

' 난 80 을 생각한다, 인원 모이면 연락하라 ' 는 말만 해주고 헤어졌다. 골목안으로 사라지는 아저씨 뒷모습을 보며 영원히 다시 만날 일이 없겠단 예감이 들었다.

 

한 식당을 들어갔는데 케익 종류를 파는 파티세리 (patisserie)였다.

식사거리가 없어서 미안하다며 주인 남자가 내 국적을 묻더니 자기네 점포에 와 줘서 고맙다는 말을 했다.

 

어제 오븐구이 통닭집으로 갔다.

 

가게 안쪽은 식당이었다, 한 테이블에서 남자 다섯이 바게트 빵을 Ojja 같은 거에 찍어 먹고 있길래 그 음식이 모냐고 물으니 ' 케모니아 ' 라고 합창한다. 통로에 앉아 있던 남자가 의자를 비켜 줘 안쪽으로 들어가 벽을 등지고 앉았다. 웨이터 아저씨에게 나도 케모니아 달라고 주문하고 화장실에 갔다

 

그런데 탁자 위에 그대로 놓고 온 카메라가 갑자기 걱정됐다. 얼른 털고 나와 보니 옆 테이블에 세명의 새 손님이 앉아 있는데 내 카메라는 무사했다,

잠시후 음식이 나왔는데 먹어보니 간(肝)을 썰어 끓인 스튜같은 음식이었다. 다섯명 테이블의 남자들에게 맛있다고 미소를 지어 주었다.

따뜻하고 얼큰하고 간간하고... 어느새 빈 접시만 !

 

배는 약간 부른데 얼큰해서 식욕이 막 땡겼다,

홀에 가서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하나 꺼내며 웨이터 아저씨에게 메뉴판에 있는 타진, 브릭을 주문하니 안된다고 한다. 차선으로 주문한 오믈렛도 맛이 환상적이다, 안에 참치가 들어가 부드럽고 고소했다. 아저씨에게 숟갈 다시 달라고 하면서 아랍어를 한마디 해줬다

"  함둘레~ "  (함두렐레 : 배 불러~!)

 

그릇이 비자마자 아저씨가 얼른 치워 버리고, Wi-Fi 도 안 되서 고만 일어났다

10 dinar 를 주니 1.2 를 더 달란다.  쩝 ! 음식값은 싸진 않다.  케모니아 + 오믈렛 + 음료수 = 11.2 dinar (6,720 원)

 

길 건너에 카페가 보였다. 컬러플한 플라스틱 의자가 안 어울리는 카페.

밖에 의자에 앉아 Wi-Fi 를 잡으려는데 주인인 듯한 남자가 나와 퉁명스럽게 모라고 한다. 그래서 Wi-Fi, internet 되냐고 하니 No.

두 말 않고 일어나 어제 갔던 카페로 향했다. 도로에 매연도 심한데 카페 담배연기 생각하니 갑자기 가기가 싫어졌다. 거의 다와서 발길을 돌렸다, 그리 늦은 시간도 아닌데 어제 구멍가게들이 문을 다 닫았다, 기도시간인가 ?

 

오다가 전자오락실이 보여 불쑥 들어갔다,

 

어릴적 추억을 떠올렸다.

동네 아저씨들이 전자오락에 심취했다

 

어제 콜라 산 가게로 다시 갈까 하다가 그냥 방으로 들어왔다.

아침에 널어 놓은 빨래가 다 말랐다. 이로써 이번 여행에 가져온 옷들을 한번씩 다 빤 셈이다,

먼지와 소음과 매연이 쏟아지는 창문을 다 닫고 초저녁 잠을 살짝 잤다,

 

일기를 쓰는데 에미레이트 승무원에게 얻은 볼펜이 다 닳았다. 옷을 다시 입고 10 dinar 한장과 잔돈을 가지고 나왔다.

밤 8시, 가게들은 다 문닫고 거리는 껌껌해졌지만 귀중품을 안 가지고 나와서 별로 겁날 것도 없다

 

 

 

Souk 쪽으로 내려가니 어제 콜라 산 구멍가게가 아직도 환하게 불을 켜 놓았고 내가 찾던 볼펜도 꾸러미로 걸려 있었다.

다 닳은 볼펜을 꺼내 보이며 볼펜 달라고 손짓하고, 환타 한병 사고 ' 얼마 ? ' 좀 계산하더니 1.2 dinar 를 부른다.

동전까지 탈탈 털어도 1.1 dinar (660 원) 밖에 안된다, 그걸 다 털어주며 ' 0.1 은 내일 갖다줄께 ' 하니 어쩔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떡인다.

 

원래 음료수를 두개 사서 바바리 아저씨랑 나눠 먹으려고 했는데, 하나 살 돈도 안 되니... 호텔 앞 담벼락에 기대 환타 한캔을 벌컥벌컥 마셨다. 혼자 몰래 먹으니 더 시원하다

 

호텔 2층으로 올라오니 어두운 로비 소파에서 두 남자가 TV 를 보고 있다. 바바리 아저씨는 퇴근 하셨는지 안 보이고 다 모르는 사람들이다, 음료수 두개 못 산게 다행이다.

나도 뒷자리에 앉아 TV 를 시청했다, 잠시 후 앞에 아저씨가 채널을 바꾸려다 말고 날 처다본다, 어깨를 으쓱해줬다. 그런데 점점 TV 속에 빠져 버렸다. 뻔한 멜로 드라마였는데 이스탄불을 배경으로 촬영 영상미가 수준급이었고 해석은 안되도 줄거리는 대충 알수 있었다,

 

 

 

내일은 일찍 일어나야 되서 9시쯤 방으로 들어왔다

 

나가서 사온 중국제 볼펜

 

이번 여행에도 짱이가 빌려준 전자시계 

 

침대 머리맡에 놓아둔 스맛폰이 바닥으로 떨어져 시껍했는데 다행히 멀쩡하다,

공기계라도 이거 없으면 전혀 집과 연락을 못하는데... 최소 생필품만 갖고 다니니 하나라도 잘못되면 큰일이다

 

 

 

오늘 지출  :   택시      3

                    입장료   5

                    택시      3

                    커피      2.5

                    생수      1.0

                    저녁    11.2

                    볼펜      1.1                   합  26.8 dinar  (16,08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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