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17. 11:30ㆍTunisia 2015
이 집에서 더 묵으려 해도 담요에 쩌든 발냄새와 코고는 소리를 더이상 버텨낼 재간이 없다, 이제껏 에이썸이 발 닦는 꼴을 못 봤다.
어제 거의 두시에 잠들었는데 아침 일찍 잠이 깼다,
8시 반쯤 퓌다가 방문을 조용히 열어보고 다시 닫는 것 같았다. 에이썸은 일어날 기미가 안 보여 9시쯤 먼저 일어나 배낭을 정리하는데 아빠가 바게트빵과 야채를 한 상자 안고 집으로 들어 오셨다.
거실에 있는 나를 보시곤 외마디 소리와 몸짓으로, 화장실 쓰고 부엌 개수대에서 씻으라고 하셨다,
개수대에서 양치를 하는데...
' 커피 ? '
물으시며 부엌바닥에 손수 아침상을 차리셨다. 부엌이 샤워실도 되고 식당도 되는구나
우유를 따끈하게 데워 주시고
" 퓌다는 어디 갔어요 ? "
" 엉, 시내 나갔어 "
아~ 그래서 아침에 방문을 열어보고 갔구나.
바게트 빵에 버터를 발라 주셨다
내 우유엔 설탕 한 스푼, 아저씨는 삽으로 퍼 아주 달게 드신다. 설탕 탄 우유 진짜 오래간만에 먹어본다. 내 잔이 비자마자 많이 먹으라고 우유를 더 데워 주셨다. 계속 나에게 말씀을 하시는데 뭔 말인지 알 수가 없어 그냥 미소로 대답했다, 어제 카메라로 찍은 동영상을 보여 달래서 같이 보며 웃었다. 한국 돌아가면 동영상과 사진을 전송해 달라고 하신다.
아침도 달달하게 먹었겠다, 이제 별로 할일도 없고 떠날 때가 된거 같다
어제, 에어썸이 나를 시내 루아지 터미널까지 태워다 주기로 해서 아빠랑 내가 깨웠는데, 못 일어나고 이불속에서 뭉기적거리기만 한다. 어제 늦게 자더라니... 일어나길 기다렸다간 나도 졸릴거 같아 배낭을 들쳐 업고 간다고 나오자 그냥 누운채 작별인사를 한다,
옆방 하이파에게도 인사를 하러 갔더니 어두운 방에서 부시시 일어나 대문까지 배웅을 나왔다, 추우니까 얼른 들어가라고 손짓하고 돌아서자 아빠가 따라 나선다.
왜 그러셨는지 모르겠다, 갑자기 나에게 담배를 권하셨다. 불을 붙여준 담배를 한모금 깊이 빨았다. 독하다
그 순간 허전한 마음, 서운한 마음, 또 안도감이 뒤섞여 기분이 멜랑꼬리해졌다.
여기 있는 내내 나에게 참 잘해줬지만 맘 한 구석에 억류되어 있다는 불안감이 있었나보다, 이제 또 다시 자유로와졌으니 맘이 후련하다. 그런데도 더 낯선 곳으로 혼자 떠난다는 허전함도 분명 있었다,
골목에 서서 담배를 반 피우다 땅바닥에 던져 버렸다,
작은 골목길을 나오자 오른편 길끝 하얀 담장아래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는게 보였다,
이 작은 동네에 아침부터 무슨 일인가 싶어 아부드마지드에게 물어보았더니 책에 뭘 쓰는 시늉을 한다. 학교란 말인가 보다
재대로 인사도 못한 리하브가 생각났다.
마을 어귀까지 나왔다
아브드마지드와 사진을 찍고 있자니 택시가 지나간다
루아지 터미널 가자니 U-turn 을 하지 않고 동네끝까지 가서 큰 길로 들어섰다.
요금이 조금 더 나오긴 하겠지만 그 정도쯤이야...
루아지 터미널은 가베스 초입에 있어서 금방 도착했다. 2.18 나왔는데 기사가 2.1 dinar (1,260 원) 만 받았다
튀니지에서 루아지로 이동하려면 가급적 오전에 움직여야 한다. 오후에는 승객이 적어 차편이 확 줄어 들기 때문이다.
무거운 짐을 들고 사람들이 터미널에 속속 모여 들고 있었다
터미널 입구부터 기사들에게 ' 따따윈 '을 외치는데 한결같이 자꾸 안쪽으로 손짓했다,
긴 터미널 안쪽에 매표소가 있었다, 좀 큰 도시는 표를 구매해야 루아지를 탈 수 있나보다.
그런데 어느 창구로 가야 되지, 왼쪽 ? 오른쪽 ? 안내판에 아랍글자는 온통 용트림하는 지렁이로만 보였다
근처 남자에게 물어 왼편 창구로 다가가자 유리창에 다행히 익숙한 글자가 붙어 있다, TATAOUINE 8.000
전산 발권된 표도 역시 아랍글자
표는 끊었지만 다시 정류장으로 나와 따따윈 가는 루아지를 물어물어 찾아갔다
이걸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따따윈行 루아지가 방금 만차되서 떠나고 내가 새 차에 첫 손님이 되었다,
맘에 드는 자리를 골라 앉을 순 있지만 나머지 7명이 언제 다 찰지 기약은 없다.
까짓거, 가장 명당자리인 조수석에 앉았다
차가 출발하는 요건인 8명이 채워지는 데에 딱 15분이면 충분했다.
승객인지 기사인지 직원인지 구분을 할수 없는 남자 무리를 지나 우리 차가 드디어 가베스를 빠져 나간다,. 새로운 곳에 대한 설레임에 마음이 들뜨기 시작했다
안녕 하이파 가족들 !
그들은 이 곳 가베스보다, 튀니지보다 더 크게 내 인생의 추억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느린 구루마가 앞길을 가로막아도 우린 달린다.
외곽으로 나오자 또 쓰레기밭이 한동안 계속 됐다.
유년시절을 쓰레기 하치장에서 빈병을 주우며 보냈기에 나에겐 오히려 추억을 떠올리는 오브제였다
길가에 간이 주유소
낙타가 매어 있는건...
낙타 고기를 판다는 정육점 간판 같은 거
자유여행자마저도 들를 이유가 전혀 없는 평범한 소도시들을 루아지는 무심히 지나간다
차안에선 장송곡 같은 음악만 계속 나온다.
창밖 구경하느라 초롱초롱하던 눈도 촛점을 잃고 안검하수에 시달리다 깜빡 잠이 들어 버렸다
튀니스와 대도시에서는 대부분의 차들이 프랑스 브랜드였다. 푸조, 르노, 씨트로앵 등,,,
그런데 남부로 내려오니 현대 버스와 현대차 엠블런스. 그랜져, 그리고 아래 사진의 쌍용 신형 코란도등의 국산차들이 많이 보인다
한시간 이상을 달리자 주변 풍경이 확연히 달라졌다,
광활하고 거칠고 인적 없는 모노톤의 사막이 계속 되었다. 가끔 눈에 띄는 사람들도 망토를 뒤집어 쓴 베르베르인들이거나 흑인들이었다
북아프리카 아랍인들의 생활 반경이 딱 여기까지 인것 같다, 이 이남으로는 아랍인들의 기호와 체력으론 살아가기 힘든 자연환경이다, 서서히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수염 기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젠 제법 승질난 복어가 되버렸다
가는 내내 길옆으론 낙타나 양을 묶어놓고, 양고기를 걸어놓고, 고기를 굽고 있는 식당들이 많았다
그 참기 힘든 냄새에 렌터카였으면 분명히 차를 세웠을 것이다. 사막에서 불어오는 모래먼지가 씹히더라도 난 양고기 구이를 맛있게 뜯었을 것이다, 루아치 창가에 붙어 침만 꼴깍 삼켰다
이 길에서 또 하나 많이 보이는 것이 국경수비대였다,
경찰하고는 또 다른데 군복을 입고 기관총을 끼고 몇 십미터 전에 도로에 과속방지턱을 만들어 놓고 지나가는 차들을 검문하고 있다. 리비아 알제리등에서 밀입국하는 사람들을 잡으려는 것 같았다,
기사가 운전하면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2시간을 넘게 달리고 있으니 그럴만도 하겠다 싶었지만 ' 이건 좀 아니지 않나 ? ' 말은 못 하고 창문만 살짝 열었다.
그런데 기사가 차를 길옆으로 댔다,
사람들이 모두 내리길래 나도 따라내려 뻣뻣한 도가니를 피며 주변을 살펴 보았다
루아지는 한대도 안 보이지만 노란 택시들이 모여 있는 걸 보니 여기가 따따윈이 맞긴 맞나보다,
어디로 가야 될지 아무 계획이 없었기에, 일단 택시들이 서 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적응하기 힘든 낯선 풍경이 눈앞에 전개됐다,
썰렁한 터미널,
사자우리에 잘못 뛰어든 강아지마냥 어찌할 바를 모르고 두리번 거리다가 ...
다리 꼬고 팔짱 끼고 모여계신 사자님들 앞에 제발로 다가갔다.
다행히 젊은 남자가 영어를 좀 구사했다.
다음에 가려는 곳의 차편을 물어보니 ' Douz 도 Matmata 도 모두 Gabes 로 올라가서 루아지를 갈아 타야 된다 ' 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했다,
여기서 다른 도시로 이동하려면 두시간 넘게 지금 온 길을 다시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 가베스로 가면 하이파네 식구들을 마주칠 것 같은, 그래서 그럴 줄 알았다는 비웃음을 받을 것 같은, 다시 발꼬랑내 나는 이불을 덮어야 할 것 같은 근거없는 걱정부터 떠올랐다.
강력한 카페인이 필요하다. 정신이 멍하다.
터미널 옆 복도 카페로 들어서니 손님은 없고 중년남자가 주방을 등지고 서 있다. 커피를 주문했는데 하필 찐한 에스프레소를 짜 줘다. 0.6 dinar (360 원) 그 잔을 들고 밖으로 나가 천막 아래 야외탁자에 앉았다. 오늘따라 주변에 아무도 없다
설탕도 없이 쓰디쓴 진액을 원샷하자 머리속이 환해지며 그 순간 개미지옥이 생각났다,
모래구덩이를 파 놓고 무서운 갈고리를 숨긴채 개미가 빠지기만 기다리는... 난 사하라라는 모래구덩이에 이미 빠져 버린 개미고, 따따윈은 개미지옥이었다.
카페안으로 들어오다 아까 영어를 잘하던 남자를 다시 만났다.
이왕 신세 진 김에, 시내 호텔을 물어봤더니 3개 있단다. 젤 싼 곳을 다시 물어, 불러주는 발음을 중얼거리며 터머널 밖으로 나갔다.
터미널 앞에 대기중인 택시에게 가서 호텔이름을 똑같이 발음했다.
기사가 여기는 다 장거리 뛰는 택시라며 맨 뒤에 세워져 있는 빈 택시에 타라고 한다. 그러면서 다른 차에 앉아 있는 기사를 불렀다.
마지못한 표정으로 남자가 나왔다. 여기는 택시도 니 차, 내 차 개념이 없나보다.
미터기를 안 켜고 시내로 들어가길래 기본요금이나 나오겠지 ...했다.
호텔 앞에 도착. 1 dinar 를 내밀자 ' 트르뭐...디나르 ? ' 하길래 5 를 냈더니 2 만 거슬러 주는 것이다. 그거 조금 와 놓고 3 dinar (1,800 원)를 받다니. 개X끼 !
로비를 찾아 La Gazelle (영양) 호텔 안마당으로 들어간다. 왼편 넓은 창안으론 대낮부터 남자들이 bar 에 가득하다. 프런트에서 노인장에게 문의했다. 1박에 40 dinar. 주변 관광지 두군데 도는 대절택시는 70~80 을 불러 재낀다. Wi-Fi 도 된다길래 방에 무슨 금테를 둘렀나 한번 보자고 했다. 방에선 Wi-Fi 가 안 잡혀 복도에 나오니 잡히다 안잡히다 한다. 그래서 더 마음이 떴다.
로비로 다시 나왔는데 여긴 잘 잡혔다. 얼른 가족에게 안부 전하고, 노인장에겐 점심 먹고 오겠다 하고 나왔다.
아까 또 다른 호텔 간판을 본 거 같아 찾아갔다,
돌출간판들 틈바구니에서 Hotel HAMZA 란 손바닥만한 간판이 얼굴을 삐쭉 내밀고 있었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 2층 프런트에서 몇번 불러 봐도 조용하다. Wi-Fi 도 안 뜨고... 화장실만 빌려 쓰고 내려왔다.
함자호텔 앞길에서 청년들과 인사를 나눈 후 대절택시비를 물어보니 3 dinar 라고 하는 놈부터 100 까지 중구난방이다. 중년남자가 끼어 들어 호텔 아침식사, Wi-Fi 포함 1박이 30 이고 택시대절은 60 이라고 한다, 알고보니 함자호텔 주인이었다, La Gazelle 보단 내려갔지만 아직도 터무니 없는 가격대다.
점심이나 먹고 알아보려고 처음 호텔을 지나 조금 더 내려오자 마침 식당이 하나 있다
청년들이 활기차게 운영하는 모습이 여기 따따윈 분위기랑 너무 달라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참치샌드위치 되냐고 하니 당연하다는듯이 신나게 만든다. 2 dinar 에 음료수 한병까지 해서 2.8 dinar (1,680 원)
역시 튀니지에서 참치 샌드위치는 기본 이상의 맛을 보장한다, 입이 찢어져라 먹고 난 후에
대절택시 얼마냐 ? 물어보니 30 을 부른다.
옮다구나 싶어, 차 있는 친구 있음 불러라 그 돈 줄께 !
그랬더니 여기저기 전화를 해본다,
청년주인이, 내 카메라를 이리 저리 만저보며 사진도 찍어 보더니, 얼마냐고 묻는다
중고로 700 dinar 줬다고 말해 줬는데 딴 놈이 또 관심을 보이며 똑같은 질문을 한다,
의외로 일이 잘 풀릴 거 같은 예감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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