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천사들의 집

2015. 1. 15. 18:00Tunisia 2015

 

 

 

 

엄마가 중간에 차를 세워 달래서 우리 셋만 내렸다,

기사가 뒷자리에서 옷가지등이 담긴 짐을 내려 놓고 가베스 시내방향으로 작살맞은 뱀처럼 사라졌다,

 

주변을 둘러보니 동네는 안 보이고 깜깜한 허허벌판에 불을 밝힌 차들만 로터리를 바삐 돌아 나갔다.

가베스가 집이라고 하더니 아닌가 ?  여기서도 더 들어가야 하는 건가 ? 

낯선 곳에 서 있으니 잠시 잊었던 두려움이 다시 밀려왔다

 

엄마가 택시를 잡아 짐을 다시 싣은 후 가로등만 켜진 대로를 한참 들어가자, 오른편으로 집들이 바싹바싹 붙은 정겨운 동네가 나타났다,

가베스의 세니니 마을이었다,

마을 안쪽 고만고만한 집앞에 다다랐다. 택시비 1.35 dinar (810 원)은 내가 계산했다

 

발이 처져 있는 열린 문으로 들어 가려 하니 그쪽이 아니라며 옆 대문을 열고 들어가신다

컴컴한 통로를 지나 뒷채가 식구들의 집이었다,

첫번째 칸은 거실, 두번째 칸은 여자들 방, 세번째 칸은 부엌이다. 그 뒤로 손바닥 만한 뒤켵을 화장실과 창고가 나눠쓰고 있다

여긴 거실

 

안으로 들어가자 여동생이 나와 수줍게 인사를 한다

거실 소파 한쪽에 코란이 펼쳐져 있었다, 부모님이 읽으시냐고 물으니 가끔은 그러신다는 걸로 봐서 장식용, 기도용인거 같았다,

 

엄마가 ' 부르독 ' 이라는 죽 같은걸 한컵 갖다 주셨다, 달착지근한 미숫가루 맛이다,

 

큰 플라스틱 통에 담긴 과자도 먹어 보라고 뚜껑을 열어 놓으셨다. 식구들의 소박한 군것질거리가 들어 있었다

 

엄마 이름은 퓌다 아라뵈 (Fodha)

 

조금 있으려니 엄마의 사랑하는 아들 에이썸 (Issam) 과 친구 무함매드 (가죽잠바)가 와서 인사를 나눴다

 

현주가 만약을 위해 가져가라고 해 1회용 침과 개별포장된 알콜솜을 조금 챙겨 왔었다

내가 의사란 말을 듣고 무함매드가 견갑골이 아프다고 물어 봤다. 말 나온 김에 옷 벗고 엎드리라 해서 침을 놔 줬다.

 

친구가 대수롭지 않게 침을 맞는 것을 보고 안심이 된 에이썸이 자기도 어깨 아프다고 해서 앉혀 놓고 시술.

그 덩치에 침이 무서워 바짝 긴장했다,

 

여동생 리하브 (Rihab) 는 16살 고등학생이다,

 

나를 초대한 아가씨는 스무살의 하이파 (Haifa)

하이파가 엄마도 봐 달라는데 첫날부터 옷을 벗길 수도 없어 리하브에게 안마 방법을 알려주고 매일 해드려야 낫는다고 협박을 했다.

엄마는 막내딸에게 안마를 받는 걸 어색해 하면서도 행복해 보였다,

 

하이파와 리하브 자매. 엄마 퓌다와 오빠 에이썸

 

 

9시쯤 되자 아빠가 일 끝나고 귀가 하셨다, 아브드마지드 히미데트 (ABDMagid Hmidette)

집안에 산적같은 놈이 들어와 있어 놀라셨는지 표정이 굳으셨다,

 

퓌디가 뚝딱 저녁을 만들어 왔다,

퇴근한 아빠랑 같이 먹는 건 줄 알았는데 에이썸과 나만을 위한 상이었다, 아빠는 벌써 드시고 오셨다고.

 

뻥튀기 같이 생긴 것이 ' 마카로니제리아 ' 고

이름 모를 스튜와 올리브와 닷트가 한 접시 나왔다. 그리고 비싼 콜라 한병

 

에이썸이 깔고 앉은 통엔 주식인 바게트빵이 들어 있었다. 그걸 스튜에 찍어 먹는 것이다,

 

배도 고프고, 입맛에도 맞고, 예의상 좀 오버해서 ... 배 부르게 아주 맛있게 먹었다

 

달콤한 차까지 한잔 더 달래서 마셨는데 그 이후로도 계속 먹을 걸 가져 오셨다,

접시에 담긴 콩같은 것이 담백한 맛의 '홍썽라베스 '라고 불리는 과자다.

나도 배낭에서 먹다 남은 과자를 꺼내 놓았다,

 

달콤한 바클라바 (Baklava) 도 한 덩어리 나만 주시고

 

' 제리맛바다 ' 라는 무슨 씨종류와

 

' 슝공 ' 이라고 부르는 껌까지...

 

슝공하나는 너무 귀여워 나중에 먹으려고 챙겨놨다

 

하이파가 나 여행하는 동안 얼마 썼냐고 묻길래, 여덞밤 자는 동안 한 500 dinar 썼나 ? 했더니 놀라며

"  5,000 dinar 가 아니구 ?  왜 그러구 다녀~ ? "

 

에이썸은 고등학교 졸업후 1년간 경비쪽 일 한 후에 지금 3년째 백수라고 한다,

하이파가 오빠 취직자리좀 알아봐 달라고 이메일 (issamhmidet@hotmil.com) 을 적어주었다.

에이썸에게 무슨 일을 하고 싶냐고 물으니 호텔에서 악기 연주 하는 엔터테이너가 되고 싶다고 한다. 가족간의 사랑이 느껴지는 단란한 가정이다. 이런 사람들을 의심한게 속으로 미안했다

 

아부드마지드가 화로를 가져와 거실이 금방 온화해졌다

난 어디서 자는건가 궁금했는데 에이썸과 나만 이 거실에서 자는 것이었다.

 

자기전에 씻으려고 했더니 10시 넘으면 단수된다고 해서 소변 보고 생수로 양치만 해야했다.

식구들도 다 자러 가고 거실에 둘만 남았다. 에이썸이 코란 읽어주는 TV 채널을 틀어 놓았다,

그는 아랍어, 불어, 독일어를 하고 난 영어와 한국어, 언어의 교집합은 전혀 없지만 오직 애정과 신뢰의 힘으로 참 많은 이야기를 했다. 튀니지 민심이 스팍스를 기준으로 남북으로 나뉜다는 것과 현정부에 대한 불만과 권력층의 비리, 같은 글자를 사용하고 코란을 읽으면서도 아랍의 공공의 적이 된 이스라엘 놈들 이야기등을 나누며 그에게서 어찌 할 수 없는 현실의 벽과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퓌다가 잠자리를 봐주고 갔다,

두꺼운 모직이불을 5개 (10겹)으로 덮고 누우니 하나도 안 추운데 이불을 들썩일 때마다 발꼬랑내가 풀풀났다, 냄새를 안 맡으려고 숨을 작게 쉬며 이불의 무게에 눌려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에이썸의 코고는 소라가 규칙적으로 들려왔다,

 

 

오늘 여정

 

 

오늘 지출  :  택시                        1.0

                  루아지 (에젬행)         4.75

                  점심                        9.0

                  루아지 (스파스행)      4.5

                  루아지 (가베스행)    10.0

                  택시                        1.35                  합   30.6  dinar  (18,36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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