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외계행성 마을

2015. 1. 17. 22:00Tunisia 2015

 

 

 

 

두번째 가는 곳은 크사르 울레드 술탄 (Ksar ouled soltane) 이라고 이름도 긴 마을이다.

어짜피 쉬니니에서 크사르 울레드로 가려면 따따윈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 따따윈 남쪽 변두리에 베르베르 아저씨를 내려주고 우리는 그대로 방향을 틀었다

 

남쪽으로 내려 갈수록 인가가 드물어지고 거친 대자연이 고스란히 다가왔다

 

 

 

 

이런 사막에서 양들도 배고프긴 마찬가지다. 양이 버텨낼수 있는 마지막 경계선으로 보인다 

 

중간에 한 마을을 주마간산으로 지나치는데...

이 상황에선 역사이야기를 조금 해야 될 것 같다. 튀니지 땅의 원래 주인은 베르베르인 (Berbers)이었다. 그 어원은 라틴어에서 ' 로마세계 밖에 사는 문명화 되지 않은 사람 ' 이란 뜻이라 한다. 이 땅의 역사 이래로 베르베르인들은 페니키아, 로마, 반달, 아랍, 스페인, 터키, 프랑스 등의 민족에게 침략과 정복을 당해 왔고 지금은 척박한 사막으로 내몰린채 튀니지 인구의 1~2 % 로만 숨을 헐떡이며 살고 있는 것이다.

내가 수시로 흉봤던 튀니지 중북부의 백수 청년, 중년 마초들은 양반이었다. 최소한 그들은 카페라도 들어갈 여력은 되어 보였고 아랍인이었다.

그러나 지금 내 눈앞엔 노인부터 청년에 이르는 베르베르인들이 담요같은 망토를 뒤집어 쓰고 맨바닥에 널부러져 있거나 골목에서 떨고 있고, 담벼락에 기대 있고 흙더미 위에 반쯤 누운채 햇볕을 쬐고 있는 게 여기저기서 보였다. 한결같이 무기력하고 넋이 나가 있었다

달리는 차 안이라, 또 대놓고 찍기도 미안하고, 나를 빤히 처다봐서 사진을 맘껏 찍을 수가 없었다,

 

 

 

 

마을을 지나자 다시 황무지가 계속 되었다.

이런 환경에선 도무지 답이 없다.

여기 모여 사는 베르베르인들에게 미래는 희망의 의미가 아니다. 그저 막막한 현실의 연장일 뿐이었다

 

 

 

 

 

마침내 이정표가 보인다

 

 

 

 

민둥산을 힘겹게 오르자 그 정상에 옹기종기 집 몇채가 모여 있었다

 

 

 

조그만 로터리를 지나 골목 앞에 차를 세우더니, 기사가 앞유리 너머를 가리켰다.

기대에 부풀어 걸음을 재촉했다,

 

드디어 크사르 울레드 술탄에 도착했다,

   15세기에 건설된 역사적인 유적,

   튀니지 지폐에도 등장 하는 곳

   스타워즈 외계행성 마을의 배경이 된 곳,  스타워즈 의상이 여기 베르베르인들 전통복장에서 착안 됐고...

이런 곳에 입장료가 없다는게 이상할 정도로 아무 제지가 없다, 심지어 직원도 관광객도 없다

 

 

 

 

 

 

 

안채가 또 있었다, 그 대문 안마당에서 한 남자가 서성이다 날 보더니 사라졌다,

이끌리듯 안으로 들어갔다,

 

안채는 넓은 안마당을 중심으로 사방이 기괴한 건물로 둘러싸여 있다,

Ksar 은 곡물창고의 뜻도 있다, Ouled 는 마을, Soltane 은 다 알듯이 술탄이다, 아랍의 왕,

즉 이 건물의 용도는 어렵게 수확한 것들을 적에게 뺏기지 않으려고 산위에 지어 놓은 곡물저장 창고다, 이러한 Ksar 가 유독 따따윈 주변에 많이 널려 있다,

 

 

 

 

문이 없는 방으로 들어가 보았다, 쓰레기만 널려 있었다,

 

 

또 다른 방은 꽤 깨끗하고 가구도 있길래 기웃거리니 안에 누가 있다,

들어 오시라해 가보니 아까 사라진 젊은 남자였다, 튀니스에 가서 미술을 공부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관광객들에게 그림을 그려 팔아 생계를 꾸리는 26세의 젊은이였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배낭여행자에게 그림은 부담스런 짐이기에 그림 덕담만 해주고 나왔다,

 

<인용사진>

 

 

 

계단을 기어 올라 지붕위에 섰다,

언덕 아래 계곡과 사막으로 난 길. 그 너머 뒷산까지 선명하게 보였다,

나무가 없으니 숲이 없어 사람들의 움직임이 그대로 노출되고, 맞은편 인가에 대화소리가 아주 가깝게 들렸다

순간 나는 이 천혜의 요새위에 서서 식량을 노리는 도적들을 감시하는 베르베르인이 되었다.

 

 

 

 

계단을 내려 오는데 또 다른 남자가 인사를 하며 친근하게 다가 왔다,

옷을 말숙하게 입었다 했더니 이 사람도 방을 하나 차지하고 그림을 파는 사람이었다,

아래 모서리에 있는 1층 방

 

구름에 가려진 태양이 끝내 서쪽 땅으로 떨어지고 있어서 나도 슬슬 나왔다

 

동네 사람들이 험악한 얼굴로 날 빤히 처다봐도,

아직 돈을 못 받은 택시기사가 그 자리에 꼼짝 않고 차를 대고 있어서 든든했다

 

 

택시를 대절한지 어언 두시간이 다 되어 간다.

곡물이 온전한 걸 확인했으니 이제 시내로 돌아가자 , 마흐~맷 !

 

 

 

귀가를 재촉하는 택시앞에 갑자기 느릿느릿한 트럭이 알짱거리며 나타났다,

외국인이 택시 타고 추월하는 것도 미안한 일이라 짐칸에 탄 젊은 애들에게 손인사를 했더니 날 보는 눈이 한결 부드러워지며 반갑게 인사를 한다

 

 

 

 

 

 

6시를 넘겨 따따윈 시내에 도착했다. 

아까 택시 탔던 그 장소에 정확히 내려주길래 빳빳한 돈 40 dinar (24,000 원)을 내주자 기사얼굴에 화색이 돈다,

고맙단 인사가 자동으로 튀어 나오고 차안에 배낭을 챙겨주며 칙사대접을 해주었다

 

따따윈에서 서쪽은 쉬니니, 남쪽은 크사르 울레드 술탄

 

혼자 택시를 전세 내 다니는 호사를 누렸더니 돈봉투가 홀쭉해졌다.

뭐 잠만 자고 나오면 되니까 Hamza 호텔로 올라갔다. 다행히 주인남자가 있어서 방을 좀 보여 달라고 했다. 달팽이계단을 올라가 3층. 방이 좀 후지고 욕실은 두방이 공동으로 쓰라고 하지만 다행히 Wi-Fi 가 잘 터진다.

복도로 나와 빳빳한 지폐 두장을 내밀자 안된다며 25 를 부른다. 낮에 나한테 30 이라고 했었다,

2층으로 다시 내려와 숙박계를 쓴 후에 내가 23 dinar (13,800 원)로 해 달라자 어쩔수 없다는 듯 O.K 했다

오후 내내 마신게 없어서 갈증이 났다. 넉살좋게 " 물좀 먹을수 있어요 ? " 했더니 프런트 안쪽에서 먹던 생수병을 건네준다. 벌컥 벌컥 들이키고 돌려주자 그냥 가져 가란다

 

방으로 올라 왔다. 주인 남자에게 얻은 생수

 

방에 와 추워 떨면서 현주에게 안부 전하고

온수는 제대로 나오나 걱정하며 샤워실 가서, 씻고 양말 주섬주섬 빨아 널고 약간 체기가 있어서 이불속에 폭 들어 왔다

 

8시쯤, 배도 고프고 해서 밖으로 나왔다.

밖에 나와 서성이던 주인 남자가 늦은 밤엔 정문을 잠근다고 여는 방법을 알려준다, 금방 올거라고 하고 아까 점심 사먹은 식당으로 갔다.

 

식당 청년이 오늘 여행 어땠냐고 궁금해해서 오늘 찍은 사진 보여주고

 

샤와르마를 하나 만들어 달라고 했다.  2 dinar (1,200 원)

 

샤와르마 (Shawarma)는 믈라위나 짜파티같은 밀가루 랩에 여러 재료를 넣어 둘둘 말아 먹는 요리다,

맥도날드의 스낵랩 같은건데 더 푸짐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싸고 맛있어 이번 여행내내 엄청 먹고 다녔다.

 

앉아서 먹으라고 의자를 하나 내오는데 추워서 영~

그냥 싸달라고 해서 가져왔다

 

 

숙소 1층에 구멍가게가 아직도 문을 안 닫았길래, 군것질 거리로 과자와 초코바와 음료수를 집어 드니 3 dinar (1,800 원)

비닐봉지를 흔들어 대며 3층 방으로 올라와 무아지경으로 먹었다,

그리해도 방은 여전히 춥고, TV는 재미없고, 투숙객은 혼자고, 밤은 길고 ...

 

오늘 이동 루트

 

 

오늘 지출  :  택시         2.1

                  루아지      8

                  커피         0.6

                  택시         3

                  점심         2.8

                  택시대절  40.0

                  숙박        23.0

                  저녁식사   5.0               합  84.5  dinar  (50,70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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