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17. 14:00ㆍTunisia 2015
잠시후 키 큰 청년이 나타나 반갑게 악수를 청하는데, 얘도 중간책이었다. 튀니지 남자들은 동네에서 한두 다리만 건너면 모두 아는 사이가 된다.
전화를 걸더니 잠시 후 노란 택시가 터미널 방향에서 이쪽 길로 꺾어 들어 오는게 보였다
그런데 요 택시가 오다 말고 멀찌기에서 서 있으니 키 큰 청년이 그리로 가서 한참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지들끼리 모종의 할 말이 많은가 보다. 어짜피 여기 와서 해도 난 못 알아 듣는데, 빙신 !
잠시후 나에게 다가 오길래, 처음 30 부른 식당청년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 쉬니니와 크사르 두 군데 돌아오는데 30 dinar 라고 기사에게 정확하게 말해줘 "
지들끼리 대화 후, 기사가 60 을 달랜단다. 내 그럴 줄 알았다. 안 가 ! 하니 또
지들끼리 대화 후, 한곳만 가는게 30 이니 쉬니니만 가라는 거다. 안 가 ! 하니 또
지들끼리 대화 후, 두 군데 50 으로 가잔다. 안 가 ! 40 으로 해줘 ! 하니 또
지들끼리 대화 후, 40 에 두 군데 가는 걸로 합의를 봤다.
뒷자리에 배낭과 지팡이를 던져 놓고 고물 FIAT 앞자리에 앉았다.
사진을 찍기 위해 조수석 창문 버튼을 누르려는데 나무조각 같은 걸로 막아 놔 버렸다. 운전기사가 자기 쪽에서 창문을 내려 주었다
기사이름은 마흐맷. 이 나라에서 참 흔한 이름이다.
차는 금방 따따윈 시내를 벗어나 온통 누런색 사막으로 들어섰다. 모래만 사막이 아니라 이런 황무지도 사막이다
지금 가는 곳은 쉬니니 (Chenini) 라 부르는 베르베르인 요새마을
아스팔트위에 모래가 깔리면 커브길에선 차가 미끄러지기 쉽상이다.
주의하라는 표지판이 곳곳에 세워져 있었다
경치 좋은 곳에선 잠깐 차를 세우고 사진 찍고 또 출발 !
베르베르인들은 외적의 침입이 가장 무서워 가파른 산위에 큰 마을을 건설했다. 쉬니니가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으로 봐선 그 방식이 수 천년간 유효했던 것 같다. 그러나 현대의 외적은 하늘에서 주파수 타고 내려오기 때문에 산악요새가 아무 쓸모가 없고 오히려 생활만 불편한 꼴이 되었다, 몇년 전 홍수로 마을이 큰 피해를 본 후에 튀니지 정부에서 new chenini 라는 마을을 산 아래에 만들어 이주시켰다,
인도도 넓고 길도 격자형으로 잘 정돈된 뉴 쉬니니를 지나자 마자 택시가 산을 휘감아 오르기 시작했다
한참 엑셀을 밟아 산 중턱 고개를 넘자마자 바로 old chenini 오리지널 쉬니니 마을이 나타났다
도로 한가운데서 베르베르 복장을 한 아저씨가 차를 안내하고
마을 입구로 들어서자 마을 청년이 더 못 올라간다며 안쪽 공터에 주차하라 했다.
택시기사에게 30분만 기다리라 하고 걸어서 마을로 들어가는데, 청년이 ' 지가가 여기 주민인데 집구경 시켜 주겠다 ' ' 기념품 보고 가라 '는 등 귀찮게 따라 붙어 무시하고 그냥 올라갔다
주변 요새마을보다 관광객들이 이 마을을 더 많이 찾아오는 이유는 바로 저 하얀 모스크 때문이다.
카멜레온처럼 암석과 흙색 그대로 마을을 위장해 놓았는데 어느 순간 외세의 침입을 걱정할 일이 없어지자 모스크가 하얘지기 시작했다.
<인용사진>
밑에서 올려다보면 잘 안 보이지만 이 사진에선 마을의 위용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인용사진>
지지배 둘이 날 스쳐간다. 카메라를 들자 ' No photo ! ' 하길래 놀라서 얼른 주머니에 집어 넣었다
마을 사진을 찍고 있는데, 한참 올라가던 지지배 한명이 갑자기 몸을 돌리며 표독스럽게 소리쳤다 ' No photo ! "
유인X 의 명언 ' 찍지마 씨X, 성질뻗쳐서 정말 ! " 이 번역할 필요없이 강렬하게 들려왔다.
반자동으로 내 입에서도 육두문자가 튀어 나왔다
빙빙 돌아 올라가는 길을 가로질러 위아래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지름길도 만들어져 있었고 아직까지 원형 그대로 남아 있었다
택시가 기다리고 있어, 대충 보고 내려오는데, 꼬맹이가 담뒤에 숨어 시커먼 얼굴만 내밀었다
다른 녀석도 살짝 보고 숨었다.
피부색이 북부 튀니지의 아랍인보다는 더 검었다
내려오며 아이들 노는 모습을 멀리서 찍자 사내애들이 막 도망가고 여자애들은 소리를 질러댔다
튀니지에 오기 전 듣기로도, 또 와서 보니 튀니지인들이 사진 찍히는 걸 즐기던데 이 마을에서는 카메라에 거부정도가 아니라 혐오수준으로 반응했다
천천히 내려오는데 한 남자가 노새를 타고 올라온다, 내가 멈춰서 잠바 주머니에 손을 올리자 날 똑바로 처다보며 " No photo ! " 라고 했다,
그가 노새를 묶어놓고 집안에 들어갈 때까지 그 자리에 박히듯 서서 감탄했다,
이 남자는 내주머니 속도 투시할 수 있는 초능력을 갖고 있어 !
고양이들까지도 카메라를 들면 총이라도 본듯 그냥 줄행랑이다.
나 하나 사라지니 동네는 다시 평화로워졌다,
요새 마을은 눈에 안 들어오고 기분만 상해 내려 왔더니 푹 쉬고 있던 택시 기사가 놀라 후다닥 일어났다,
갑시다 ! 마흐맷
택시를 돌려 내려 오는데 아까 베르베르 복장을 한 아저씨가 다가와 뭐라고 애원을 했다,
기사가 " 따따윈 시내까지 좀 태워다 달라는데요 ? " 이 마을 사람들에게 빈정이 상한 상태지만 매몰차게 그냥 가기도 뭐해 그냥 고개만 끄떡였더니 뒷자리에 냉큼 올라탔다.
미안했던지 뒷자리에서 " 이건 학교다.... 저기선 스타워즈 영화를 찍었다 " 하며 차비 대신 가이드 설명을 하는데, 내 반응이 시끈둥하자 자기들끼리 아랍어로 대화를 하며 내려간다. 참고로 이 마을의 베르베르인은 베르베르어를 사용한다,
등뒤로는 험준한 돌산이, 눈앞으로는 거친 광야가 ... 쉬니니 마을은 그 경계선에 숨어 있다
내가 셀카를 찍은 후 뒤에 탄 아저씨를 찍자
" 한장 찍었네... 두장 찍었네 " X소리를 해서 모른 척 X무시했다.
다른 상황이었음 분명 사진값을 요구하거나 못 찍게 헸을 것이 뻔하다. 오기로 찍어 버렸다
택시는 산을 내려와 뉴 쉬니니를 횡하고 지나쳐 따따윈을 향해 달린다.
미터기로 왔어도 꽤 나올만한 거리였다
주변으로 탁상지 (卓上地) 가 많이 보인다. 수만년 전엔 저 위가 땅바닥이었을텐데 ...
따따윈에서 쉬니니 루트
'Tunisia 2015' 카테고리의 다른 글
29> 세상끝으로 (0) | 2015.01.18 |
---|---|
28> 외계행성 마을 (0) | 2015.01.17 |
26> 개미지옥 (0) | 2015.01.17 |
25> 일인을 위한 합주단 (0) | 2015.01.16 |
24> 부엌에서,,, (0) | 2015.0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