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깡패경찰

2015. 1. 14. 18:00Tunisia 2015

 

 

 

 

먹고 살겠다고, 점심거리 비닐봉지를 덜렁 대며 시장 안쪽 2층 구석방까지 용케 찾아왔다

경대에 앉아 쫘악 펼쳐 놓고 뭐부터 먹어볼까 ? 바게트빵과 음료수 두개, 둥근 빵까지 중단없이 달리다 어느 순간 딱 막히고 식도에서 역류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남은 빵쪼가리를 다시 종이로 둘둘 말아 비닐봉지에 묶어 놨다.

아무리 진수성찬도 옆에서 이바구 (이야기 방언)도 까주고 해야 더 맛있는 건데...

 

장기투숙 자취생인양 속옷 다 빨아 널고, 문 활짝 열어 놓고 오후를 느긋하게 즐겨본다. 이 순간에도 한정된 돈과 시간은 아깝게 버려진다는 강박관념은 아직도 좀 남아있지만 ...

베란다에는 강렬한 오후의 햇빛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는데 그늘진 방은 썰렁하다. 몸이 식어 춥길래 3시쯤 이불속에 잠깐 들어갔다, 

 

어디선가 싸우는 소리, 윗층에서 탁자 끄는 소리에 잠이 깼다, 10여분 단잠에 몸이 가뿐하다.

팬티는 빨았으니까 노 팬티로 나가볼까 ?  참, 하나 더 있지 !

오후 출근하는 것처럼 다시 방을 나선다. 복도는 아직도 낯설다

 

방에서 나오자 마자 소변이 마렵다, 로비에 앉아 카톡방에 접속해보니 현주가 밤인사를 하고 갔다. 5분만 빨랐어도 ...아깝네.

정보 좀 찾아보고 화장실을 물어 찾아가는데 역시 또 미로다. 

메디나호텔 문 앞에는 항상 두 남자가 앉아 있다,  시샤 빨고 있는 아저씨와 조끼 입은 웨이터.

 

모스크 성벽을 따라 항구쪽으로 내려가는데 제복인양 가죽잠바로 통일한 사복경찰들이 우르르 나를 스쳐 지나간다.

오후에도 수스의 메디나는 활기가 넘쳤다

<인용사진>

 

 

유모차만한 구루마를 끌고 다니며 茶를 파는 아저씨 발견

민트차 달라니까 Green ?  Red ? 묻길래. " Red !  Combien ? (꽁비앵-얼마) " 하며 1 짜리 동전을 내밀었다.

넙죽 받으며 한손으로 가로선을 긋는 동작을 한다. 

' 됐다는 뜻인가 ? 이 놈도 거져 먹으려는거 아냐 ? ' 약간 불쾌해져 다시 가격을 물었다, 또 다시 허공을 긋는 시늉을 하며 그제서야 한마디 한다

"  Half ! "

내 앞에 손님이 홀라당 마시고 더 따라 달라고 하자 서로 웃으며 보충해 주었다

 

내 잔에 2/3만 따라 주길래 더 따르라고 했더니 주전자 바닥을 긁어 4/5 정도 채워줬다.

미적거리며 잔돈을 내주는데 0.1 짜리 4개만 주는거다. " 하나 더 줘 ! " 했더니 내 어깨를 툭치고 웃으며 뭐라 하고 간다.

조금 더 따라 준 값이라 생각하고 나도 이내 달달한 민트차에 녹아 버렸다.   민트차 4/5컵   0.6 dinar (360 원)

 

인파에 채이지 않게 성벽 아래 돌기둥으로 얼른 피신해 차를 즐긴다. 

경찰 한명이 앉으려다가 내가 먼저 앉자 돌아서서 노점상의 의자를 거의 뺏다시피 가져가 앉았다,

 

 

경찰들이 메니다 입구 4거리에 개폼을 잡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인상을 쓰며 건들건들 모여 있다,

그러다 좀 불량스럽게 생긴 사람들을 세워 신분증 조회를 했다. 졸지에 뭔 범죄자인양 잡히게 된 사람들의 얼굴에 불만이 가득했지만 어느 하나 경찰과 눈을 마주치고 따지는 사람이 없었다.

 

동네 양아치 깡패수준의 경찰을 몰래 찍다 딱 걸렸다, 

짐짓 아닌 척 딴청을 피워 넘어갔지만 그 순간엔 심박수가 상한가를 쳤다,

 

내 앞에선 땅콩 아몬드등을 설탕에 쪼려 파는 노점상이 있었다,

사진을 찍었더니 사진값 1 dinar 를 달라고 어린 녀석이 뻔뻔하게 손을 내밀었다. 개무시하고 솜사탕 노점상 옆으로 지나갔다. 솜사탕이 핑크색이다

 

도도히 흐르는 강물처럼 인파가 밀려, 잠시 서서 구경하기도 힘들었다,

 

 

옷과 신발과 장신구와 야채 식료품등 없는거 없이 다 있고,

시대의 유물이 된 유선전화기부터 리모컨, 폰 베터리등... 한국에선 아무도 찾지 않을 것 같은 물건들이 여기선 시장 한가운데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었다

 

 

 

 

시장이 끝나는 지점에서 골목이 직각으로 껶이며 거대한 성벽을 타게 되었다. 

인적이 드물어 다시 발길을 돌렸다

 

올라오다 본 과일노점상에게 딸기 한 소쿠리를 물어보니 5 dinar

부담스러워 바나나 작은 뭉치를 물어보니 모라고 하는데 말 자체에서 퉁명스러움이 느껴져 영 재수가 없다,

 

 

인도턱에 앉아 있는데, 노점상들이 우르르 시장끝으로 몰려가며 불안한 눈빛으로 자꾸 뒤를 돌아본다

 

아까 경찰차가 그 좁은 길을 무자비하게 밀고 들어가더니 길 좁다고 단속을 하나보다,

어느 나라나 공권력은 가난한 자 위에 군림한다

 

 

불쑥 카메라 앵글속에 소녀가 뛰어 들었다,

 

나에게 모라모라 말을 하는데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어 사진을 찍어 보여 줬더니

 

이번엔 친구를 데려와 포즈를 잡는다,

 

사진을 보여주니 또 모라모라 해서 옆에 앉혀 놓고 셀카를 찍었다,

 

 

"  엄마 어딨냐 ? "

물으니까 근처를 가리키더니 엄마한테 쪼르르 뛰어갔다,

 

성문 밖에 과일가게가 보여서 빠져 나왔다. 이쪽은 시가지 대로랑 나란히 주차장만 있었다

 

오렌지를 만지작 거리자 주인아저씨가 맛있다고 한다, ' 그렇지 이렇게 좀 붙임성이 있어야지... '

사과하나 오렌지 하나 달랑 2 dinar (1,200 원) 어치 샀지만 끝까지 친절했다,

 

 

계단을 내려가면 항구

 

그 계단위에서 젊은 애가 생선 몇마리 놓고 ' 떨이 ! 떨이 ! ' 외치고 있고

볼품없지만 그거라도 군침을 흘리며 남자들이 둘러 싸고 있었다,

 

다시 성안으로 들어오는 길.

뭔 열대과일 같은게 있어 쪼그려 앉아 보니 거북이었다, 지나가던 아저씨가 " 그기 바다에서 딥따 커져 ~ " 설명을 한다.

 

 

그 옆에는 카멜레온이 시커멓게 질린 채 철망을 두 손으로 단단히 잡고 있었다

 

 

일어나다 과일봉지가 지팡이에 걸려 휘청하며 그대로 고목처럼 넘어질 뻔 했다,

 

다시 초입 사거리로 내려오는데 노점상들이 다 쫓겨난 골목에 손님들마저 휭해졌다.

어제 후리카세를 팔던 아저씨가 오늘도 하얀 가운을 입고 함지박을 들고 지나간다. 발걸음이 경쾌한 걸 보니 다 팔았나보다

확실히 저녁때가 되니 노점상들이 파는 품목이 순식간에 음식종류로 바뀌었다

봉고차 뒤에 달콤한 조각케익을 싣고 와 파는 아저씨, 사람들이 한 조각씩 잘 사먹는다,

 

그 옆에는 와리바시 (와르바시)같이 생긴 과자만 전문으로 하는 아줌마가 있었다,

몇 개씩을 봉지에 담아 파는데 퍽퍽할 것도 같고 싱거울 것도 같고 ... 하나만 달라며 동전을 내미니 0.1 하나 (60원) 를 집어간다.

 

내가 여기 물가를 너무 무시하나 ?  너무 싸서 돈이 돈 같지가 않고 꼭 강탈해 먹는거 같아 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담배처럼 입에 물고 모스크 앞마당에 와 화단턱에 종이 깔고 앉아 먹어 봤다,

의외로 퍽퍽하지도 않고 짭짤하니 고소했다

 

 

아잔소리에 남자들이 그랑 모스크로 하나 둘 몰려들었다,

할 일이 없으니 노인정처럼 모이고, 하루에도 몇번씩 만나고, 그러다 인연을 맺고, 함께 늙어가며 친하게 지내는 것,

그것이 모스크고 이슬람종교고 아랍사회다,  이들에게 종교는 사회활동이고 생활 자체라는게 느껴진다. 내가 무신론자이거나 다른 종교를 믿는다고 하면 이 동네에 이 직장에 제대로 의지해 살 수 있겠는가 ? 그런 종교를 조롱하고 무시하니 수니파니 알카에다, 텔레반, IS등을 만들어 죽어라고 싸우는 것이다

 

난 오히려 이들의 삶이 더 행복해 보였다,

교회 도산이 속출하는 영국이나, 인간관계가 왜곡된 한국이나, 군중속에 외로움을 호소하는 일본이나 잘 산다고 뻐기지만 진정한 인생의 즐거움은 바로 이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기도시간이 상당히 짧다,

벌써 사람들이 나와서 신발을 고쳐 매고 있다

 

사람들이 분주히 오가는 길 너머에 환하게 불이 켜진 구멍가게가 보였다,

음료수를 살까 해서 갔다가, 여기 와 생수를 마신 기억이 없어 물 탯병과 배쥬스 하나를 샀다, 가격을 물어보니 호호할배가 모라 하는데 내가 못 알아듣자 옆에 남자 손님이 1.5 dinar (900 원) 이라고 알려줬다. 말이 안 통해도 다 먹고 살게 되나보다

 

할배가 산수연 (80세 잔치)한지도 꽤 오래 되신거 같은데 정정하게 혼자 장사를 하고 계셨다,

근력으로 봐서 꽤 장수하실거 같은데... 근데 이렇게 벌어 언제 쓸 시간이 있으시려나 ?

 

 

6시가 되자 하늘에 푸른 빛이 감돌고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 사이로 찬 바람이 스쳐간다

 

그때 한 아줌마가 소쿠리를 들고 와 여기저기 적당한 곳을 두리번 거리다 자리를 잡았다,

 

몸매는 이미 절구통이 되버렸지만 젊을때 미모가 아직은 얼굴에 남아 있었다

 

뭘 파나 가보니 짜파티같은 밀가루 부침개 였다,

얼마 ?  0.5 짜리 동전을 하나 보여준다, 비닐봉지에 받아 들었는데 아직도 따뜻히다, ' 이거 이름이 모예요 ? ' 물어봐도 동전만 보여주며 뭐라 하는데 말이 안 통해 오해 하는거 같아 그냥 내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따뜻할 때 찢어 먹어봤다,

살짝 향기도 있고 기름도 약간 손에 묻어 나고, 고소하고 쫄깃하고 담백하다, 거기다가 점점 뱃고래가 작아지는 나에겐 한끼 요깃거리로 딱 좋은 사이즈다,

 

의외로 지나가는 청년이나 여자들도 한장씩 잘 사간다.

 

한장에 300 원짜리 저거 팔아 얼마나 벌까 ? 도대체 이 나라의 물가는 너무 가혹한 거 아닌가 ?

이 따듯한 사회가 오래 보존되기를 아줌마 뒤에서 조용히 기원했다

 

 

이 나라 와 커피와 민트티, 달착지근한 쥬스등으로만 수분을 보충했으니 제대로 될 리가 있나, 생수를 따서 벌컥벌컥 마셨다

저녁의 낭만을 즐기려 해도 춥고 무섭고 처량해 보여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 먹을 걸 바리바리 싸들고 골목으로 들어갔다,

낮에 샌드위치집 총각과 인사를 나누고 호텔로 들어왔다,

 

 

아래 지도는 수스 메디나 골목길인데 분홍선은 오전, 파란선은 오후 루트

<클릭하면 확대됨>

 

 

이 시간에도 물담배 아저씨와 웨이터가 마네킹처럼 호텔앞을 지키고 있다, 로비에 밴 냄새가 뭔가 했더니 바로 저 물담배 시샤의 고유 냄새였다,

 

로비에 앉아 메니저에게 밀가루부침을 보여 주며 이름을 물어보았다, 밀레위 (Mlewi)

중년남자들이 또 Bistro 로 몰려간다.

가족들에게 카톡 안부 전하고 쥬스랑 밀레위를 씹어 먹으며 억지로 앉아 있는다. 위층을 바라보니 방에 들어가기가 죽는 것보다 더 싫다. 썰렁한 방에 들어가 앉아 있으면 정신분열증에 걸릴거 같다.

 

7시까지 버티다 방에 들어 오긴 했는데 씻기도 춥고 곧바로 베란다로 나갔다, 그런데 옆방에 불이 켜져 있다, 누군가 옆에 있다고 생각하니 한결 기분이 나아졌다. 틀어놓은 스맛폰 음악 소리가 옆방에 방해될까 신경은 쓰였지만 의지가 된다.

옷 벗을 생각을 못하고, 계속 욕구불만으로 먹어대고, 남은 지폐를 세고, 한장씩 엇갈려 뒤집어 놓고, 수염을 만지고, 거울보고 볼에 바람 넣고.... 그래도 8시 30분.

세상에 가장 무서운 형벌은 외로움과 무료함이란걸 절실하게 느낀다,

 

아무리 물가가 싸고 음식이 입에 맞아도 한국에 가고 싶다, 여행이 반도 안 지났는데 가능하다면 일정 단축해 돌아가고 싶다. 이번 여행의 최대의 난제다,

 

 

오늘 지출   :  수첩       0.78

                   점심       4.7

                   민트 차   0.6

                   과일       2

                   막대과자 0.1

                   음료수    1.5

                   밀레위    0.5               합 10.18 dinar  (6,108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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