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13. 18:00ㆍTunisia 2015
부두 끝은 로터리와 닿아 있고 로터리는 메디나와 닿아 있고 여기서부터 도시의 중앙통은 시작된다
고급 대리석으로 마감한 으리으리한 은행건물을 경찰들이 삼엄하게 지키고 있다. 가급적 눈길을 피하며 그 앞을 슬금슬금 기어간다,
메디나 초입까지 넓은 광장이 조성되어 있다
나도 저 낙타 앉아 보고 싶은데 꼬맹이가 지 낙타인양 내려 올 줄 모른다.
한참 기다리다 포기하고 그랑 모스크로 향했다
모스크 앞마당 분수대로 다가가자 한 남자가 천천히 와 앉으라고 친절을 베풀었다
친절맨이 옆에 앉아 ' 어느 나라에서 왔냐 ' 고 묻는다. 맞춰 보라고 하니 못 맞추고 뻘소리를 한다. 그래서
" 내가 여기 와서 머리 잘라서 그렇지만, 길다 생각하고 한번 맞춰 봐 "
했는데 묻는 말에 대답은 안 하고 또 뻘소리 동문서답이다
" 내가 요 아래에서 이발소를 하는데, 머리 얼마 줬냐 ? "
5 dinar 주고 깎았다고 그리고 한국인이라고 말해주자
" 한국인 사람 좋다.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 줘 선물을 주고 싶다 " 면서 조그만 목걸이를 하나 주는 것이다.
" 손바닥 문양이 행운의 상징이다. 부인에게 주라. 애 있냐 ? 그럼 하나 더 가져라 "
내가 하나면 됐다고 더 안 받자
" 저쪽에 뭐 같이 보러 가자 " 고 해서 No ! 했더니
" 혹시 잔돈 있냐 ? "
" 없다 "
" 조금도 없냐 ? "
" 없다 "
그제서야 이 친절맨의 정체를 눈치챘다, 갑자기 목걸이가 싸구려 중국제로 보여 돌려주자 두 말 않고 받아 사라졌다,
모스크 들어갈 수 있냐니, 티켓 사야 된다고 문닫은 가판대를 가리킬 때 이상하긴 했다,
그때 눈치 챘어야 하는데... 나도 참 순진해.
그랑모스크 마당 깊숙히 리밧 (Ribat) 이 자리하고 있다
아랫 골목을 뚫고 나오자
메디나 성벽과 마주했다
리밧 성벽과 메디나 성벽 사잇길을 올라가는데 아랍 여인이 날 스치고 지나가다 뒤돌아 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되게 이뻐서 나도 미소로 답례했다
그 여인이 두어번 더 뒤돌아 보다 나와 눈이 마주쳤지만 아쉽게도 이내 성문밖으로 사라졌다,
수스의 여인들은 이방인을 설레이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아랍 여인에게 홀린 길
우와 ~시장이다.
성문 밖에서 하얀 가운을 입고 후리카세를 파는 아저씨 발견
0.5 짜리 동전 하나 (300 원)를 꺼내 쥐고 아저씨에게 다가가 -수천개는 먹어 본 양- 자연스럽게 하나를 샀다, 이 맛있는 걸 서서 먹는 건 후리카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수레 뒤에 빈 의자가 있는데 담배파는 아저씨 (빨간 모자, 검은 츄리닝) 가 거기 앉으라고 양보했다
하우아리아에서 첨 먹어 본 맛 그대로다. 조금씩 아껴 먹었다.
후리카세가 잘 팔리고 있었는데, 한 남자가 깎았는지 아저씨가 욱하고 성질을 내며 성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구석에 앉아 있으니 낮은 곳이 보인다.
건너편 수레 아래 조용히 앉아 있는 귀여운 꼬맹이와 털보 아빠가 눈에 들어왔다
아빠가 아이에게 후리카세를 조금씩 뜯어 먹이고 있었다
하필 내가 왜 여길 앉았을까 ?
눈 앞에 신세계가 펼쳐 졌다, 순식간에 뇌하수체에서 니코틴이 툭툭 흘러 내린다.
이후에 발생한 일들은 내 의지.. 금연. .랑..무관,, 절대..하다.
할머니 곰방대에 낀 찐득한 타르맛을 알아버린 중학생, 30 여년전의 내가 갑자기 튀어 나왓다
일단 수 많은 담배중에 비닐이 벗겨진 담배갑에서 시선이 멈췄다. 직감적으로 까치담배가 추론됐다,
" 한 개피도 팔아요 ? " 중독자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아저씨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담배갑을 열어 하나를 꺼내준다. 주머니의 동전을 다 꺼내 진상하듯 아저씨 눈앞에 내보이자 느긋하게 뒤적여 0.1 (60 원) 동전 하나만 집어갔다, 가격마저 참신했다
아저씨가 빌려준 라이타를 끼고 담배에 그려진 아랍글자를 자세히 들여다 봤다
" 크.리.스.탈~!"
어저씨가 그 글자가 크리스탈이라고 담배갑을 들어 보여줬다.
약간 쎄긴 한데 맛있다. 베트남 짝퉁 담배보단 덜 독했다
꼬맹이가 와서 까치담배 두개피를 사간다.
내 담배연기가 빨리 없어지라고 손을 휘젓다가 ' 참 ! 여긴 튀니지지 ! ' 하고 맘 편히 품어댔다
구석에 앉아 필터끝까지 담배를 빨아 대는 동양인 중독자를 사람들이 신기한 듯 한번씩 처다보며 간다.
나도 내가 신기한데 그들 눈엔 오죽할까 ...
엄청 많던 사람들이 6시를 기점으로 다 버스정류장으로 몰려가고, 상인들도 철시준비를 한다
도성안으로 들어왔다, 여기도 가판을 걷고 있었다
길이 좁아지는 골목에 신식 카페가 있고 남자들이 밖에 쭈르르 나와 있다,
그들 사이에 끼어 성벽에 걸터 앉아 카페에 뭐 먹을 거 있나 들여다 보다 남자들과 말을 섞게 되었다
유람선 이야기가 나와서 조금전 15 dinar 주고 탔다니까 말문이 막힌다는 표정들이다
한 남자가 " 오늘이 축제 마지막 날이다 ! " 그래서 솔깃해 무슨 축제냐고 물으니 " 보석 "
이 시끼도 같은 부류구만 !
" 잘 생겼는데, 여자친구 안 필요해 ? " 에.앵 ? 놀라서 다시 묻자, 지들끼리 웃으며
" 저쪽가면 위스키 한잔 사주고 여자 100 $. 이쁘다. 한국여자는 작은데 여긴 길고 이쁘다 "
어떤 놈은 마리화나도 있다고 귀뜸했다. 이 시끼는 더한 부류구만 !
리밧입구쪽으로 돌아 나왔다
이슬람 수도원을 지으며 로마시대 기둥을 뽑아와 문을 장식 했다,
지금의 ' 수스 ' 이전에 로마시대와 그 전의 카르타고 시절에도 여기엔 다른 이름의 도시가 번성했다는 걸 알 수 있다
변변한 화장실이 없어서 그렇겠지만 길거리에서 애들은 Free 방뇨
골목을 꺾어 내려오자 기념품점 옆에 간판도 없는 식당이 보였다
문옆에 붙은 메뉴판을 한참 들여다 봐도 아는 음식이 쿠스쿠스 (Couscous) 밖에 없어 그거 달라고 하고 안으로 들어왔다
' 불이 더 환하면 음식도 맛있어 보여 장사가 더 잘 될텐데요 ' 란 충고를 해주고 싶을 정도로 식당안이 캄캄했다
머리위 브라운관 TV 정지화면에선 코란 암송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얹혀 나온 고기도 맛있고 깔아 놓은 밥도 부드러운데 양이 많아 남겨야 했다
다른 테이블에 아랍인 부부는 나보다 늦게와 나보다 먼저 나갔다, 그만큼 빨리 많이 먹어서 놀랬다
나중에 옆 테이블에 젊은 애들 세명이 와서 레블랩비를 딱 한 그릇만 시켰다, 바게트빵을 열심히 찢어 넣길래 " 레블랩비 ? " 라고 말을 붙였다.
그들 테이블엔 물병이 있어서 주인남자에게 나도 물좀 달라고 했다
잠시 후 소주 댓병만한 병에 물을 갖다 주며 뭐라고 하길래 혹시 돈 내라는 말인가 싶어 다시 물어봤다
" Not mineral water ! " 라는 영어였다,
그 얘기를 들으니 물이 더 미적지근하고 약간 찝찔하게도 느껴졌다. 이 물 먹는다고 배탈은 안 나겠지 ?
나오며 음식값 얼마냐고 물어보니 쿠스쿠스 6.5 + 환타 0.5 = 7 dinar (4,200 원) 라고 또박또박 영어로 말했다
덩치는 곰처럼 큰데 목소리는 간들어졌다
오른편으론 숙소 정면이 보이지만
좀 더 돌아 댕기다 들어 가려고 그랑 모스크 앞마당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늘은 아직도 퍼런 기가 남아 있는데 낮은 곳은 벌써 어둑어둑해졌다
저녁 기도시간인지 사람들이 조그만 입구로 뻘려 들어 갔다
터키에선 여자들의 상업행위를 거의 볼 수 없었는데
여기선 남자들 만의 신성한 모스크앞에서 아줌마들이 장사를 하고 있었다
조금 더 항구쪽으로 내려오자 삼거리 광장 한켠에 카페가 있고 남자들이 밖에까지 빼곡히 앉아 있었다
맨 앞 테이블이 비었길래 바로 뒷 테이블 두 남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앉았다
웨이터가 쾌활하게 주문을 받는다
" 커피 ? 밀크커피 ? "
" 오~ 예 ! 얼마 ? "
" 3 dinar ! "
엥 ? 0.5~1 정도 예상했는데... 비싸다고 했더니 그냥 가버렸다.
뒷자리 남자들이 차를 마시고 있길래 얼마냐고 물으니 0.4 (240 원) 이라며 0.1 짜리 동전을 보여줬다.
다시 돌아온 웨이터에게 뒷사람과 같은 걸로 한잔 달라며 1 짜리 동전을 건넸다.
한참 있다가 Mint tea 라며 한잔을 놓고 가는 걸 불러 " 잔돈은 ? " 하니 모르는 척 딴청을 피며 자리를 피했다
뒷 사람들을 돌아보며 황당하다는 제스쳐를 했더니 그들도 어쩔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주었다
민트티가 따뜻하고 달콤했지만 괘씸해 벼르던 차에, 근처로 또 오길래 웨이터에게 잔돈 달라고 하니 깜빡 잊었다는 듯 0.4 를 거슬러 주고 갔다
0.2 를 더 받아야 하는데 그건 포기했다.
민트티 0.6 dinar (360 원)
어둠이 짙어지자 주변 가게들이 문을 닫고 카페 손님들도 급격히 줄어 들었다. 나도 더 이상 못 버티고 일어났다
숙소로 향하는 골목길은 음침하기가 악마의 목구멍 같다
초입에 샌드위치 집 불이 아직 켜 있길래 청년에게 ' 문 닫았냐 ? ' 고 물어보니 아니라고 한다. 긴밤 야식거리라도 사 가려고 하나 달라고 했더니 No ! 안된다고 한다. 장난의 답례로 팔을 툭 쳤다
내일 10시에 문 연다고 해서 발길을 돌렸다
호텔 로비에 앉아 집에 카톡을 보냈다.
갈증이 나서 Bistro / Bar 라고 써 있는 안쪽 어두운 복도로 들어 갔는데 ...
담배연기가 자욱한 너구리굴 속에서 남자들이 TV 앞, 바텐더 앞에 옹기종기 모여 술잔을 들고 있었다, 음주가 금기된 이슬람 사회도 알게 모르게 다 숨어서 즐기고 있더라능...
바텐더에게 오렌지 쥬스 있냐고 물으니 없다더니 잠시 로비에서 기다리시라고 한다.
한참있다 어찌 어찌 만들어 온건 고마운데 미적지근하다. 얼음 물어보니 그것도 없고... 가격은 4 dinar (2,400 원) 좀 비싸긴 해도 너무 갈증나 사진 찍을 겨를도 없이 마셔 버렸다.
방으로 올라오는데 복도가 껌껌하고 무섭다. 투숙객 기척이 전혀 없다,
방에 페인트 냄새가 나지만 추워서 문을 열어 놓을 수도 없고, 혹시나 만져본 라지에타는 역시나 차디 차다.
TV 도 없고 Wi-Fi 도 안되고, 그저 이불 속에 누워 일기쓰는 일 밖엔 ...
튀니지 호텔은 구분이 쉽다.
고급 6만원짜리 호텔에서, Wi-Fi 가 빠지면 3만원짜리고, TV 가 빠지면 2만원짜리고, 샤워기에서 찬물만 나오면 만원짜리다.
오늘 지출 : 함마멧 택시 4.0
루아지 6.0
택시 1.7
숙박 -2일 62.0
유람선 15.0
팁 1.0
빵 0.5
까치담배 0.1
저녁밥 7.0
민트 차 0.6
쥬스 4.0 합 101.9 dinar (61,14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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