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8. 4. 09:00ㆍBritain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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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새가 울어댔다
소리만 들어서는 꽤 큰 새 같았고 다양한 톤과 리듬으로 깍깍거렸다, 백악기 익룡 시대인줄...
아침에 일어났는데, 꿈을 꾼건지 진짜 익룡이 날라 다닌건지, 머리가 멍하다,
현주가 등에 올라타더니 내 귀에 대고 뺑덕어멈처럼 웃어댔다.
어젯밤 익룡이 현주인지, 이 소리가 새 소린지 순간 혼란스러웠다,
아침 먹으러 내려 갔는데 역시 메뉴가 어제랑 똑같았다,
영국인들은 참 좋겠다, 매일 아침마다 뭘 요리할까 고민 안해도 되니까
그런데 맛이 다르다, 어제랑
소시지는 짜고 계란찜은 퍽퍽하고 커피는 싱거웠다... 아직도 새 울음소리가 이명처럼 들린다.
외소한 백인할머니 앞 접시엔 곱게 넵킨이 깔려 있고 패스츄리 하나가 올려져 있다.
꼭 깔끔한 일본할머니랑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충 먹고 나오다 로비 소파에 털썩 앉았다.
월요일 아침이라 식당도 로비도 한적하고 여유롭다.
오늘은 좀 멀리 가야 되고, 차도 일찍 빼야되서 서둘러 체크아웃 했다.
한적한 호텔 옆길,
먹이를 물고 가는 일개미처럼 오늘 아침도 큰 트렁크를 끌고 가는 현주
호텔 바로 앞 시내 전경.
왼편 적벽돌 건물은 좀 낡았지만 정성과 돈을 들인 흔적이 보이고, 오른편은 뽀얗지만 자세히 보면 드라이비트와 시멘트로 대충 지어 놨다.
효율성만 앞세운 쓰레기 건물들이 거리에 점점 느는걸 보니 여기 경제 상황도 좋지 않음을 그냥 알겠다.
시내를 금방 벗어나 고속도로를 타고 한참 내려온다
오늘은 코츠월즈의 남쪽 지역으로 이동한다.
일곱번째 찾아가는 마을은 캐슬 쿰 (Castle com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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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th 라는 큰 도시 이정표가 보여 길을 잘못 들었나 걱정을 하는 순간 고속도로를 빠져 나오라는 네비의 신호가 떴다.
시골길은 너무 좁아 마주 오는 차가 보일 때마다 미리 브레이크를 밟으며 조심조심 운전했다
인적없는 갈림길을 만났다.
조그만 표지판에 직진하면 Upper 캐슬콤, 오른편 샛길로 빠지면 캐슬콤 이라고 써 있었다.... 뭔 말이여 ?
일단, 샛길로 빠졌다.
갑자기 급경사의 내리막길이 나타났다. 시커먼 고래 뱃속으로 빨려 들어가는것 같았다
급경사 언덕길이 완만해질 즈음, 집들이 서로 어깨를 붙이고 의지해 있는 동네가 나타났다
아직 이른 오전이라 아침햇살속에 동네가 조용했다,
마을 한가운데 삼거리
삼거리 위쪽에, 14세기에 지어진 마켓 홀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아침 잠 없는 마을 할머니가 돌바닥에 걸터 앉아 뭔가를 하고 있는데 내가 옆에 와 사진을 찍어도 모를 정도로 푹 빠져 있었다
마을 한 가운데에 성 엔드류 교회 (st Andrew's church)
누런 단색의 건물사이에
빨간 식탁보를 깔고 맛있는 케익을 내 놓은 집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It is run on Trust 글자만 더 힘주어 쓴 무인 판매대.
현주가 하나에 £2 (3,600원) 하는 초코퍼지 (Fudge)를 골랐다,
내가 원플러스원 일거라고, 하나 더 집으라고 했는데, 현주가 나즈막히 말했다
" 양.심.을 지키고 싶어 "
동전 두닢을 집어 넣으며 증명사진을 찍어 두었다
피핑탐의 후손인 영국인이니 커튼뒤에 숨어 우리를 내다보며 동전 몇개 떨어지는지 확인할게 분명하니까...
마을 길을 따라 좀 더 내려왔다
가이드북엔 ' 가장 오래된 거리가 보존되어 있는 마을 '이라는데 어떤게 가장 오래된 거리인지 난 잘 모르겠다,
그냥 ' 참 튼튼하게 지었구나 ' 란 생각만 들었다,
오늘같이 화창한 날도 좋지만
단풍이 화려한 가을날이나 흐리고 비오는 날,
해가 저물고 굴뚝에 빵 굽는 연기가 피어 오르는 저녁,
안개가 자욱한 새벽에 오면 캐슬 쿰의 아름다움을 지대로 느낄 수 있을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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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작아 한바퀴 돌아보는데 시간이 별로 안 걸렸다,
나오다 마을 어귀에서 일본인 3명을 봤다. 여기는 대형버스 하나 주차 할 곳이 없어 단체 관광객이 올 만한 곳이 아니니까 우리처럼 자유여행을 다니는거 같았다.
다시 고래뱃속을 거슬러 올라왔다,
우체국마저도 꽃과 벤치로 예쁘게 꾸며놓고 사는 마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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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 에드나 세인트 빈센트 밀레이
철길은 멀리 떨어져 있고
낮에는 사람들 말소리로 시끄럽네.
하지만 온종일 지나가는 기차 하나 없어도
나는 삑삑 기적 소리를 듣는다네.
밤새 지나가는 기차 하나 없네.
물론 밤은 잠을 자고 꿈을 꾸기 위하여 있는 것이지.
하지만 나는 하늘로 오르는 빨간 재를 보며
기관차의 증기 뿜는 소리를 듣는다네.
나는 내가 사귀는 친구들과
내가 알지도 못할 더 좋은 친구들 생각에 가슴이 뜨거워지네.
하지만 어떤 기차든 오기만 하면 나는 타리라.
어디로 가는 기차든 상관없다네.
Travel - Edna St.Vincent Millay
The railroad track is miles away,
And the day is loud with voices speaking,
Yet there isn't a train goes by all day
But I hear its whistle shrieking.
All night there isn't a train goes by,
Though the night is still for sleep and dreaming,
But I see its cinders red on the sky,
And hear its engine streaming.
My heart is warm with the friend I make,
And better friends I'll not be knowing,
Yet there isn't a train I wouldn't take,
No matter where it's g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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