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8. 4. 13:00ㆍBritain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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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슬 쿰을 떠난지 10여분만에 코츠월즈의 마지막 여행지, 여덞번째 마을 라콕 (Lacock)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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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길만 따라 가자 마을 안쪽 라콕사원 (Lacock Abbey)에 도착했다.
동네는 작은데 관광객들이 많이 보였다, 길가에 대형 버스가 서더니 노인분들을 내려 놓는다,
이 마을은 수많은 영화와 TV 프로그램의 배경이 되어서 영국인에겐 꽤 인기있는 관광지였다
폭스 톨벗 (Fox Talbot) 은 케임브리지를 졸업하고 사진기술을 개척한 사람으로 최초의 사진인화소를 설립하였다.
1877년 자신의 저택에서 숨을 거두는데 그 저택이 여기 라콕 애비 (Lacock Abbey) 라서 박물관이 여기에 세워졌다
그런데 입장료가 일인당 £12.5 (22,500원) 이건 좀 심한거 아녀 ?
현주랑 둘이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국립에서 안 받는 입장료를 사립에서 따따블로 챙기고 있었다
우리 같은 사람은 구경도 하기 어려운 사원을 아가씨가 차를 끌고 와 당당히 정문을 열고 들어간다.
다시 닫힌 쇠창살 너머로 그저 부럽게 바라만 보고 있다
잔디정원 한가운데에 누런 라콕사원이 보였다.
13세기에 처음 지을때는 여자수도원 용도였다고 한다.
남동쪽 회랑 (Cloisters) 은 수 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배경이 되어 왔고 최근엔 해리포터를 찍었다.
<인용사진>
길건너 돌담길을 걷다가 공원으로 불쑥 들어왔다
맘껏 뛸 수 있는 잔디밭
그 옆엔 아이들 놀이터
할머니가 손주들을 빙 둘러 앉혀 놓고 먹을 걸 나눠주고 있었다.
하얀 개가 자기도 달라고 낑낑대고 있다
마을만큼 큰 잔디공원. 그 옆에 삼각형의 비원 (Secret garden)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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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원 입구
어느 창고 뒷마당같은데 피크닉 테이블이 몇개 있고 아주 고요했다
빨간 젤리 두개가 하얀 설탕을 묻힌채 테이블에 다소곳이 누워 있다.
누가 놓고 갔을까 ?
차에 가서 먹을 걸 챙겨 와 식탁에 깔았다.
캐슬 쿰에서 산 초코 퍼지.
맛있어서 현주에게 양보했다.
너무 흔해 이젠 신기할 것도 없는 고도비만 여자들 (여성 X )
상대적으로 날씬한 여성들 (여자 X). 참 보기 드물다,
영국인들이야 이 동네 골목골목을 브라운관에서 많이 봤으니까 반갑고 재밌겠지만
우리에겐 그저 관광객들 버글거리고 상업적인 마을로 밖엔 안 보였다
또 다른 골목끝에 씨리악교회 (Cyliac's chu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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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볼일 없는 교회지만,
이래뵈도 찰스 황태자와 카밀라와 유명 공작부인들이 결혼식을 참관하러 여기에 몰려 들기도 했다
1907년 씨리악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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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 차를 세우고, 현주에게 물었다
" 바다 볼래 ? "
" 바다 좋지 ! "
그래서 바다를 찾아 네비와 지도에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데 ... 허걱 !
내 차를 노인분들이 완전 포위해 버렸다
우리가 차를 세우고 있는 곳의 맞은편 골목이 유명한 곳인가 보다
가이드의 긴 설명이 끝나자 사진들을 찍고 수다를 떨며 좀체 떠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차에 꼼짝없이 갇혀 포위망이 느슨해질 때가지 기다려야 했다,
' 님들아 ~ 매너즘요 ! 여기 사람이 갇혔다구요 '
우리는, 보는 여행보다는 체험하는 여행이 더 좋다고 현주랑 맞장구를 치며 라콕과 관광객들에게서 탈출하자 기분이 또 좋아졌다.
M4 고속도로를 타고 서쪽 바다를 향해 신나게 달렸다
브리스톨 (Bristol) 북쪽쯤부터 차가 슬슬 막히기 시작하더니 최악의 정체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옆 차들엔 남자가 타고 있어도 여성운전자가 꽤 보였다. 현주가 미안했는지 자발적으로 내 등을 두드려 주었다,
너무 막혀 시동을 끄고 살짝 눈을 붙였다. Just Married 라고 써 붙인 차도 예외없음 ...
그렇게 정체되도 이상한게...1차선은 텅 비어 있다,
백미러로 뒤를 봐도 1차선을 달리는 차가 전혀 없었다.
뭐 가끔 한대라도 지나갔음 나도 모른척 딸려 갔을텐데 아무도 안 가니 궁금증만 증폭됐다
순대 속처럼 꾸역꾸역 수십분을 그렇게 가다가
드디어 궁금증이 풀렸다.
한 차선을 막는다는 붉은 신호등이 중앙분리대 위에서 깜빡이고 있었고 경찰차가 가로로 삐딱하게 서 있고 바닥엔 차 파편이 흩어져 있었다.
다중 추돌사고.
미국에선 제 3자가 사고 현장을 찍는 것도 불법이라는 말을 들어서 몰래 얼른 찍었다.
사고 현장을 지나자 마자 고속도로답게 차들이 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도 한 순간.
2 마일쯤 달렸을까 ? 차가 또 극심하게 막혔다. 머리위 고가도에도 전시 차량처럼 꼼짝않고 서 있다.
브리스톨 서쪽으로 도는 M5 고속도로로 바꿔 타도 상태는 여전했다.
세번강 항구에선 엄청나게 많은 수입차들이 도로에 풀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길 옆으로 Service 라고 쓴 휴게소 표지판이 보였다.
현주도 화장실 가고 싶다길래 고속도로에서 차를 뺐다. 여기도 상황은 마찬가지. 휴게소 입구부터 차가 막혀 있다.
잔디화단 위로 올라간 차. 척 봐도 빈 자리가 없을 주차장과 빙빙 도는 차량들,
언덕 위까지 기어 올라간 사람들. 차 문을 열고 탈진한 듯 앉아 있는 사람들 ... 들어서자마자 질려서 출구부터 찾았다.
" 차 안에 잠깐 있을 테니 화장실 갔다 와 "
현주에게 말했더니, 이런 상황이면 여자 화장실도 줄이 엄청 길거라고 그냥 가자고 해서 더 짜증이 났다
스타벅스도 화중지병
영국인들은 휴가를 휴게소로 오나 ?
남쪽 바다로 바캉스 떠나는 건가 ?
뭔 축제가 있나 ?
난 이럴 시간이 없는데,,, 하나라도 더 봐야 하는데 ...
출구라고 별 수 있을까 ... 들어오기도 힘들었지만 나가는 것도 쉽지 않다.
휴게소 한쪽 구석에 주유소가 보였다. 거기 화장실이라도 들어가야 될 정도로 나도 급했다.
직원 주차구역 딱하나 빈 자리에 얼른 세우고 건물 뒤쪽으로 화장실을 찾아 갔는데 없다. 빙 돌아 앞으로 와서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다.
남자 화장실 소변기앞
옆에 서 함께 소시지를 흔드는 백인에게 묻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았다
" 도대체 이 우라질노무 길은 왜 이리 막히는 거요 ? " 라고...
화장실에서 몇 갤련을 내려 놓은 후 편의점에서 현주랑 다시 만나자 짜증낸게 머슥해졌다
" 커피나 마실래 ? "
" 좋아 "
" 차에 가서 동전 주머니좀 가져와 "
COSTA 커피 자판기에서 카페라떼 大자로 £2.99 (5,382원) 하나 뽑아 설탕까지 과감히 털어 넣고 마시니 몸과 맘이 달달하게 행복해졌다
동전으로만 간신히 £3 를 만들어 캐셔 아줌마에게 쥐어주자 1 penny를 거슬러 주었다.
동전으로만 내는 놈이나 샘이 확실한 여장부나 ...
차로 돌아와 다시 고속도로로 진입하자 마자 둘이 동시에 신음소리를 냈다.
눈에 보이는 도로 끝까지 꽉 막혀 있었다.
그래도 뺄거 빼고 넣을 거 넣었더니 아까보단 참을 만 하다.
현주는 커피가 맛있으면서도 날 위해 양보해줬다.
버리기 아까울 정도로 컵이 튼튼하고 예쁘다
영국인들은 차선을 좀체로 바꾸지 않는거 같다.
옆 차선은 그나마 좀 원활한데 아무도 끼어들지 않았다. 딱 한번 차선을 바꿔본 내가 눈치 보일 정도였다.
' 객실에서 담배피면 벌금 £100. 남의 개인주차장에 차 세우면 벌금 £50 ' 등의 문구를 영국와서 많이 봤다
그런 말도 안되고 실효성도 의심스러운 벌금 남발에 대해 영국인들이 별 불만이 없는걸 보면 노예근성이 좀 있는거 같다고 했더니 현주는 그게 선진 시민의식이라고 주장했다. 불만이 있어도 자신의 명예를 위해 지킨다는 것이다.
예상치 못한 현주의 반박에 찍소리도 못하고 바로 꼬리 내리는 내가 진정한 노예였다.
달팽이처럼 기어가다보니 역시 또 사고가 나 있었다
이번엔 꽤 큰 사고였나보다. 최소 4대 이상의 차가 많이 부서져 있었다.
차 밖으로 꺼내 놓은 짐들을 보니 맘이 짠했다. 좀 젠틀하게 운전하지 ...
남쪽으로 내려가는 차선은 이제 뻥 뚫렸다.
30 여km 남은 목적지까지 거리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엔 브리스톨로 올라오는 차들이 극심하게 정체되어 있었다
그 정체구간이 수 km 이상되서 불쌍할 정도였다
녹색의 산과 들판
푸른 하늘과 수평선... 드디어 바다가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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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온통 햇빛만 가득하다면 - 헨리 밴 다이크
하늘에 온통 햇빛만 가득하다면
우리 얼굴은
시원한 빗줄기를 한 번 더
느끼길 원할 겁니다
세상에 늘 음악 소리만 들린다면
우리 마음은
끝없이 이어지는 노래 사이사이
달콤한 침묵이 흐르기를 갈망할 겁니다
삶이 언제나 즐겁기만 하다면
우리 영혼은
차라리 슬픔의 고요한 품 속
허탈한 웃음에서 휴식을 찾을 겁니다
If All the Skies Were Sunshine - Henry Van Dyke
If all the skies were sunshine
Our faces would be fain
To feel once more upon them
The cooling splash of rain
If all the world were music
Our hearts would often long
For one sweet strain of silence,
To break the endless song
If life were always merry
Our souls would seek relief
And rest from weary laughter
in the quiet arms of gri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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