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인간과 자연의 콜라보레이션, 따프롬

2014. 4. 12. 17:00Cambodia 2014

 

 

 

 

 

이 정도로는 거들떠도 안 본다는 둣 무심하게  

따께오(Ta keo) 사원을 돌아 정글속로 들어갔다

 

 

 

 

 

 

길이나 이정표 하나 없는 이 밀림속에서 팔백년 이상 묻혀 있던 앙코르 유적을 230개나 찾아냈다는 것도 참 대단한 일이다.

그런데 연정이 이야기로는 최근에 인공위성으로 또 다른 거대한 유적지군를 발견했다고 한다. 이것도 개발되면 제 2의 앙코르 붐이 일거라는데, 캄보디아인들은 뭔 복인지...조상 잘 둬 돈을 긁고 있구만.

 

 

 

 

잠시후 따프롬 (Ta Prohm)에 도착했다.

1186년 자야바르만 7세가 어머니에게 봉헌한 불교사원. 가로 세로 600 X 1000m 나 되는 대형사원으로 앙코르왓의 절반크기다..

거대한 나무들이 사원을 감싸고 있는 자연과 인간이 합작한 예술의 극치라능

 

 

예전엔 입구 바로 앞으로 찻길이 나 있어서 주차장에서 나오는 차와 얽히고 정신이 없었는데

이번엔 우회도로를 만들고 주차장을 멀리 빼놔서 사원의 격이 한결 높아진 느낌이다

 

 

여기도 자야바르만의 얼굴이 새겨져 있었는데

돌틈이 어긋난게 따프롬의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입구부터 사원건물까지는 거대한 나무들이 양 옆으로 거인처람 서 있었다. 그 사이를 걷고 있자니 내 자신이 작은 미물처럼 느껴지는 효과가 있었다.

늦은 오후라 관광객들이 거의 없었다

 

 

 

 

거대한 스펑나무 (Spung tree 원래는 Kapok tree) 가 슬그머니 담을 넘다가 딱 걸렸다

 

 

 

 

 

 

 

 

 

 

 

나무가 돌틈사이로 손가락을 끼어넣어 탑을 무너뜨리고 있었다,

 

이번 여행중에 승주가 맘에 안 들었던 유일한 순간.

스펑나무에 X침을 놓는 포즈를 취하라고, 그것도 외국인들이 다 지켜보고 있는데 ... 뭔 추태냐

마지못해 하긴 했는데 내내 손에서 냄새났다능...

 

 

 

 

 

 

 

 

얼굴은 벌겋게 타고 온몸은 땀범벅인데 승주가 유명한 나무라며 사진을 찍어주었다.

곧바로 대기하고 있던 관광객들이 자리를 비켜달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자기네들도 사진을 찍는다고...

차분히 감상할 여유는 유명관광지에선 사치다. 

 

승주가 돌문 안으로 들어가 가슴을 두드려 보라고 한다.

천정이 뚫려 있어서 말소리는 전혀 울림이 없는데 둥둥 가슴을 두드리는 소리가 어둡고 조그만 방안에 가득 찼다. 

이 방이 자야바르만 7세가 어머니가 그리울 때마다 들어와 가슴을 치며 울던 통곡의 방이라고 하는데 이름도 잘 짓고...

 

 

스펑나무는 수분을 많이 필요로 한다.

우기에는 많은 수분을 머금어 부풀어 있다가 건기에는 쪼그라 들기를 반복하다보니 틈새가 점점 벌어지게 된다

 

안젤리나 X리가 여기서 툼레이더 (2001) 영화를 찍어 따프롬이 사람들에게 유명해진 건 사실이지만

유부녀 졸리와 따프롬중 어느게 더 위대한지는 딱 백년만 지나보면 확실하게 알 것이다. 

 

 

 

 

 

사원내부는 사람이 다닐 정도만 정리를 해놨고

곳곳이 무너진 상태 그대로 속수무책이었다.

 

 

중앙성소의 사방벽은 머리위까지 구멍이 일렬로 뚫려 있다.

원래 이 구멍마다 보석들이 다 박혀 있어서 천정에서 빛이 들어오면 찬란했다고 하는데, 어느 책에서는 이 구멍들의 용도가 내부를 장식하기 위한 조각들을 걸거나 붙이기 위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써 있다.

 

 

 

 

 

 

이 사원의 복원은 인도에서 맡고 있는데 

한눈에 봐도 유치원생 찰흙놀이 한 것처럼 조잡하고 심지어 돌이킬 수 없게 훼손해 놓은 것도 보인다

이 사원만큼은 자연에 맡겨 놓는게 더 나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대한 개미굴을 멀찌기 떨어져 바라보며 쉬고 있었다,

 

귀여운 극동아시아 아가씨 한명과 서양인 노부부가 늦은 시간임에도 따프롬을 구경하러 숲길을 걸어오고 있다

우리를 스치고 지나갈 때 세 남자의 눈길이 이쁜 아가씨에게 꽃혀서 따라가다가 ... 허걱 !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

힢 안쪽 회음부 주변이 손바닥만하게 빨간물이 들어 있었다. 그것도 하필 하얀 바지인데...

생리중.

 

 

 

 

♠    ♠    ♠

 

 

 

마침내 앙코르사원의 유명한 삼총사 앙코르왓과 바이욘과 따프롬을 다 정복했다.

힘은 들었지만 그 뿌듯함과 희열에 살짝 전율도 느껴졌다.

 

저무는 해를 바라보며 숲길 500 m 를 씩씩하게 걸어 나간다.

 

 

연정이가 건네주는 생수는 냉장고에서 막 꺼낸 것처럼 차가웠다

 

 

 

허연 이끼가 낀 따프롬의 돌은 또 영겁의 시간을 떠 받칠 것이고

앙코르 이전부터 이곳의 주인인 숲은 나 하나 품는 건 일도 아니라는 듯

... 한 줄기 저녁바람이 불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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