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12. 23:30ㆍCambodia 2014
밀림속을 누비던 툭툭이들도 다 사라져버린 호젓한 숲길을 달려
다시 거대도시 앙코르톰으로 들어왔다
코끼리테라스앞 넓은 광장에는 -왕만 없다 뿐이지.천년전에 그랬던 것처럼- 국가적인 명절 쫄쯔남을 즐기려 나온 백성들로 올해도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저 테라스 위에 당당하게 서서 광장을 내려다 보고 있노라면
자야바르만 7세가 된 기분이겠는걸 !
숲속과 길가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사람들이 뭘 먹고 있나 유심히 보니 의외로 먹거리들이 다양치 않았다.
노점상들이 펼쳐 놓고 파는 것도 역시 종류도 비슷비슷하고 옹색했다.
이런 대목이면 한국에선 보따리상부터 대형 포장마차까지,
달고나부터 BBQ까지,
때타올부터 정수기 렌탈까지 ...
그러나 캄보디아인들의 얼굴엔 집단최면이라도 걸린 듯 앙코르의 미소가 가득했다.
그들이 빈곤하다고 내가 걱정할 처지가 전혀 아니였다,
연무에 가려져 더 신비로운 바이욘 사원을 돌아
앙코르톰 남쪽문을 향해 나간다.
쫄쯔남을 즐기러 들어오는 캄보다이인들과 관광을 끝내고 나가는 외국인들이 파고다 아래 조그만 틈 틈바구니에서 지대로 엉켜버렸다.
앙코르톰을 빠져나와 앙코르왓으로 가는 길에는 유명한 프놈바켕 (바켕산)이 있다.
고도는 별로 높지 않지만 일대에서 유일한 산인 그 곳에 오르면 ...
붉은 석양을 배경으로 녹색 밀림이 지평선 끝까지 깔려 있고 앙코르 사원의 뽀족탑들이 숲을 뚫고 삐죽삐쭉 솟아있다.
그 장관을 보기 위해 오늘도 수백명이 일몰시간에 맞춰 어슬렁거리고 있다.
차안에서 승주랑 연정이가 여행업계의 판도라 항아리를 깨 버렸다
외국에서 여행가이드를 하려면 관광지 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역사, 문화까지도 다 공부해야 한다.
쇼핑이 잘 터져주는 팀을 볼 줄 아는 능력과 행운이 따라줘야 하고 패가 나쁜 팀은 신참에게 얼른 넘겨줘야 한다. 여행팀내에서 누가 실세인지 총무인지 빨리 파악할수록 헛발질할 확률이 줄어든다. 첫 쇼핑이 안 나왔다고 실망하고 성질 부리면 안된다 막판에 대박 날 수 있다, 10 $ 짜리 툭툭이를 30 $ 에 팔아야 그나마 일당이라도 챙겨 집에 갈 수 있다.
한국에서 단체 팀은 하나투어 48 % 모두투어 20여 % 노란풍선이 세번째고 나머지는 군소업체들이 나눠 먹는 형상이다.
그러나보디 군소업체는 자체상품을 갖고 있지 않고 손님을 모집해 대형여행사에 팔아 넘기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대형여행사에선 랜드여행사와 상생해야 하는데 옵션이었던 툭툭이마저 페키지에 포함시켜 현지가이드 몫까지 가져가 버린다. 또한 랜드여행사 관할인 현지 식당에서 직접 뒷돈까지 받아 챙기는 양아치 짓을 하고 있었다. .
단체팀중에는 특정여행사만 선호하는 매니아가 있다,. 그런 팀에게는 자긍심을 일으키는 맨트만 가끔 해줘도 충분하다.
싸게 모집한 팀일수록 컴플레인이 많다. 술반입이 안되는 현지식당에서 몰래 가져온 술 먹다가 싸우는 경우도 있고 4명 밥상에서 부부가 계란말이 4개를 자기들끼리만 다 먹어버려 다른 사람들이 이 부부랑 동석하기를 꺼리는 진상도 있고, 아침부터 밤까지 술만 먹는 팀도 있다. 쇼핑가서 본인만 안 사면 되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비싸다느니 아는 체를 해서 깽판을 치는 사람도 있다.
여행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그동안 엄청 부러웠었는데 실상을 들어보니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렸다
지상의 인간만사는 이렇게 지저분한데
그런 건 아랑곳없이
천상엔 눈부신 뭉개구름의 향연이 펼쳐졌다.
앙코르의 석양은 유난히 계란노른자처럼 탐스럽다. Sunny side up 을 보니 갑자기 배가 고파졌다.
" 야 ! 짬뽕 국물에 고량주 어때 ? "
" 콜 ~ 콜 ! "
염전에 빠졌다 나온 처지라 호텔에 들어오자마자 먼저 욕실을 차지해버렸다
센물에 간신히 샤워를 마치고 나왔더니 승주가 호스 끝을 붙잡고 욕실로 뛰쳐 들어갔다
그 순간 승주와 후배들이 이번 여행에서 날 얼마나 배려했는지 깨달았다.
당장 오늘만 해도, 승주와 연정이는 앙코르를 몇번이나 가봤는데 날 위해 느린 걸음에 불평 한마디 없이 또 동행해준 것이다
새옷으로 갈아 입고 1시간만에 밖으로 나와 보니 벌써 사방이 어두워졌다,
저녁을 먹으로 간 뒷골목은 가로등마저 없어 깜깜했다
한국식 중화요리를 먹으러 간 곳은 진짜로 진짜루 !
프런트에선 주인아줌마가 한국어교본을 펴놓고 캄보디아 청년을 가르치고 있고
냥이 두마리는 시원한 식당 바닥에 배 깔고 널부러져 있다.
2008년 1월 기준 캄보디아에 총 3000여명의 교포가 있고 그 중 씨엠립에 900여명이 살고 있다. 한때는 천명을 넘길 때도 있었는데 경기영향으로 2013년에는 700명까지 줄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낮에 승주가 잠깐 이야기를 한 사람을 진짜루에서 우연하게 만났다.
씨엠립에서 김경준형님을 만날 확율은 7만분의 1. ∵ 씨엠립시의 인구가 7만이니까
승주가 반갑다고 자연스럽게 합석해서 술 한잔을 따라 드리고 있다,
Angkor 란 이름아래 my country my beer 라고 써 있지만 사실 호주 기술로 만들어졌다.
한국맥주보다 1도 정도 알콜도수가 높아 내 입맛엔 잘 맛았다. 이로서 이번 여행내내 매일 밤 술을 먹는 기록도 생겼다.
4명의 식사자리에서 나는 거의 교집합이 없다보니 대화에 끼지 못하고 듣기만 했다
좁은 교민사회에서 인심, 알력, 관계, 서열등의 이야기가 주로 나왔다. 한국에서 사회생활 인간관계에 염증을 느낀 승주가 도피 차 캅보디아에 살아볼까 하던데 내가 볼때는 이 곳이 오히려 더 힘들거 같다. 실지로 이 지역사회에서 신뢰를 잃어 조용히 짐 싸 호주로 간 사람도 있다능
경준형님이 술 한잔 산다고 모두 2차를 데리고 갔다.
한국인이 하는 술집인데 엄청 크고 이방저방 손님들도 많았다,
한국노래도 부르고 양주를 부어라 마셔라 하다보니 캄보디아에서의 마지막 밤이 쎄끈하게 지나가고 있다
11시 반
세명 다 알딸달하게 취했는데 대리운전이 없다보니 경준형님 벤츠 S-class 를 타고 씨엠립의 밤거리를 붕붕 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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