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11. 21:00ㆍCambodia 2014
키가 훤칠하고 잘 생긴 남자가 차에서 내려 서슴없이 짐을 트렁크에 싣는다.
얘가 승주가 말한 13기 정박사 연정이구나.
고교시절.
후배들을 소 닭보듯 하고 다녔다.
졸업후 27년만에 수원도 아닌 먼 타국 캄보디아에서 바로 아랫기수의 후배들을 만나고 있다.
단지 고등학교 선배라는 이유만으로 상훈이와 연정이는 귀한 시간, 차량, 호의를 무조건적으로 주고 있고 난 초면의 중년사내들에게 반말을 툭툭 던지고 있다.
대학교.
예과 2학년 올라갈 때 유신고 출신이 예과 1학년으로 입학했다는 소식을 듣고 엄청 신이 났었다.
신입생 환영회날 그 후배를 쓰다듬어 주다가 내 고등학교 2년 선배란 걸 알고 황급히 손을 거뒀는데 내가 나이로는 한살이 많다는 걸 알고 그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든 개족보.
그때 본과 형이 던진 " 고등학교 졸업년도로 해라 ! " 는 솔로몬왕의 지혜로운 말씀에 모든게 깨끗히 정리되었다
학창시절 선후배중 가장 무심하면서도 가장 엄격한 것이 고교동문이 아닐까 싶다
소가 드디어 닭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연정이 차를 타고 승주가 예약했다는 호텔을 찾아간다.
그런데 씨엠립 주민이고 여행가이드도 해봤던 연정이가 그 호텔 이름을 첨 듣는다고 한다. 씨엠립에 도착하자마자 일이 계속 꼬이는구만 !
연정이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한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 바이욘의 미소' '앙코르의 미소' 라는 자야바르만 7세의 거대한 두상이 호텔 앞마당에 고이 모셔져 있다.
잠시 후 연정이가 이 호텔이 맞다고 으시대며 나왔다.
호텔의 주인이 바뀌며 상호도 바뀌는 과도기였었다.
승주가 이번엔 예약 바우쳐가 없어졌다고 로비에 앉아 가방속 옷가지까지 다 뒤지고 있다.
오늘 승주가 모자를 잃어버렸다고 하더니 그속에 뇌까지 들어있었나 보네.
프런트 직원이 캄보디아 비자로 도배된 승주의 여권을 보며 웃음이 터졌다.
객실과 욕실은 고급스러워 좋은데 ...
샤워기 밑에서 몇 번을 씻어도 비눗기가 미끄덩거린다. 이건 뭐 대단한 경수다 !
캄보디아의 물은 석회질과 철분이 많은데다 수도 정화시설이 좋지 않다고 한다. 그래도 프놈펜에선 못 느꼈는데 씨엠립은 수도꼭지에서 쏟아진다고 다 수돗물은 아닌가보다
침대에 누워보지도 못하고 샤워만 대충하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연정이가 서두르는 걸 보니 오늘 밤 스케줄이 빵빵한가보네 !
씨엠립은 캄보디아에서 가장 잘 사는 도시라는 말마따나 도로는 넓고 거리는 께끗하고 상점도 수준이 높았다.
그러나 이렇게 깨끗하게 조성된 것도 몇 년이 안됐다
저녁 메뉴는 태국음식이다.
코리아타운이 서서히 형성되고 있는 평양랭면집 뒷길로 들어간다. 한적한 거리 양편으로 신식저택들이 넓은 대지를 차지한 채 들어서 있다.
이런 곳에 있는 태국 레스토랑이 꽤 근사할 거 같은 설레임에 숨가쁠 때쯤, 점점 주택가가 어두워지며 비포장길이 시작되었다.
약간 겁이 났지만 뭐 고급 레스토랑은 숨어 있나 보다 했다.
어느 집 앞마당으로 불쑥 차가 들어간다.
연정이가 혼자 내리며 잠시 차 안에 있으라고 하는데 어두워지는 밤하늘에 불꺼진 집은 약간 으스스하기까지 했다.
한참 있다가 연정이가 두 손으로 왠 짐을 들고와 차에 싣더니 왔던 길을 돌아 나왔다
또 다시 씨엠립시내
길거리포장마차 옆에 차를 대놓고 또 어디론가 사라진 연정이
우리 차 주변으로 캄보디아 젊은애들이 할일없이 어슬렁거리고 있다.
하이에나가 시시탐탐 노리는 사파리에 온 것 같아 차 밖으로 나가기가 겁났다
저기가 ' 평양랭면관 ' 이라며 승주가 길 건너 식당을 알려준다.
' 평양친선관 '이라는 북한식당이 근처에 또 있다고 한다
승주가 몇년 전 일화를 들려주었다
태국가이드일을 하는 남한청년이 손님들을 이끌고 이 평양랭면관에 자주 오다가 여기서 일하는 북한아가씨와 눈이 맞았다.
화장품도 사다주며 몰래 사랑을 키우더니 어느날 둘이 사랑을 찾아 제 3국으로 도망을 갔다.
엄격한 감시하에서 교재도 쉽지 않은데 어떻게 그런 일이 생길 수 있었는지 북한 직원들도 황당해 했다고 한다.
여기 일하는 아가씨들은 출신성분이 좋다보니 북한에서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인민무력부 정찰총국에서 끝끝내 그 아가씨를 찾아 본국으로 압송했다.
그 이후 한동안 식당이 문을 닫았다가 다시 열었는데 때마침 천안함 침몰, 연평도 폭격등으로 한국여행사들이 북한음식점 불매운동을 벌이게 된다.
문 열자마자 장사가 너무 안되자 북한 식당 운영자가 한국여행사들을 캄보디아 경찰에 고소하게 되고...
<인용사진>
가게에서 점원이 얼음과 음료수등을 들고 와 차 트렁크에 싣는다.
다시 차를 끌고 드디어 식당에 도착했다.
Thai Thai restaurant
주차할 곳이 없자 연정이가 자연스럽게 골목으로 들어가 컴컴한 뒷마당에 차를 대고 뒷문으로 주방을 통해 홀로 들어왔다.
한 덩치씩 하는 한국남자들이 거침없이 들어오자 종업원들도 좀 황당한 표정들이다.
이 동네 수준으론 높지만 우리 눈엔 그저 그런 식당.
유일한 손님인 우리 뒷자리도 한국인이었다
맥주를 나눠 마시며,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를 깬다는데, 남자 셋도 충분히 뚝배기 정도는 뽀갤 기세로 떠들어댔다.
저녁식사를 끝내고 한잔 더 하러 차에 폴짝 올라탔다
시내엔 ‘ 쫄츠남 ’ 을 축하하는 프랭카드와 루미나리에(luminarie) 가 화려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태국, 미안마, 라오스, 캄보디아등은 음력 양력설 말고 쫄츠남이라는 또 하나의 설날이 있다.
‘쫄’ 은 들어가다 ‘츠남’ 은 해,연도를 뜻하는데 4월 15일경은 일년 중 가장 더운 기간이자 건기에서 우기로 넘어가는 시기라고 한다.
안젤리나 X리가 매일 저녁때 왔다는 카페가 근처에 있는데, 주인놈이 한국인을 무시하고 X라 싸가지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연정이가 우리를 데리고 카페.
쫄츠남 연등과 트리전구가 동남아시아의 밤 분위기와 나름 잘 어울렸다.
야외 자리에 앉아 시원한 맥주를 홀짝거리며
씨엠립의 밤거리 구경을 한다,
척 봐도 한국인인 사람들이 삼삼오오 지나간다.
밤에 이 거리에 나와 음료수나 맥주 한잔 하고 들어가는 것도 단체에게 수십불짜리 관광코스라고 한다.
저녁식사후 프로그램이 없다보니 야간투어가 랜드사 가이드들의 짭짤한 수입원이다
슬슬 더워져서 선풍기가 매달린 안쪽 자리로 옮겼다
승주가 연정이를 정박사, 정박사 하는 이유를 알았다
대학원 나와 정식 학위를 받은 박사님인줄 알았는데 ... 허걱 ! 여자박사였다.
스맛폰을 들고 위쳇(wechat)이란 어플을 작동하자 반경 몇 미터내에 걸들의 접속상황이 실시간으로 떴다.
프로필 사진을 보고 그 중에 몇명에게 뻐꾸기를 날리는 우리의 정박사 !
잠시 후
fresh한 여대생 두명이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났다
'Cambodia 2014' 카테고리의 다른 글
16> 우유의 바다를 휘저어라 (0) | 2014.04.12 |
---|---|
15> 앙코르왓을 위한 오백년의 연습 (0) | 2014.04.12 |
13> from 프놈펜 to 씨엠립 : 2-2 (0) | 2014.04.11 |
12> from 포놈펜 to 씨엠립 : 2-1 (0) | 2014.04.11 |
11> 임금님 발 (0) | 2014.04.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