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임금님 발

2014. 4. 10. 21:00Cambodia 2014

 

 

 

 

 

점심 먹으러 가는 차안에서 상훈이가 툭툭이 이야기를 해줬다

' 오토바이 하나 사고 뒤에 짐칸 만들어 다는게 한 250만원 든다. 

  어제 기사처럼 바가지 씌울려고만 안하면 손님은 많으니까 그 툭툭이 하나로 한 가족이 생계를 꾸려간다 ...'

베트남에선 씨클로가 오토바이에게 완전히 밀려났지만 그 오토바이도 비나선같은 택시에게 자리를 내줄 날이 머지 않아 보였다.

여기 캄보디아에서 툭툭이가 얼마나 오랫동안 운송수단으로 버틸 수 있을까 ?

어딜가나 Grassroots 들의 삶이 녹녹치 않구나 싶다.

 

 

이번 여행에선 골고루 먹어 보기로 했으니까 점심 메뉴는 인도식 카레로 정했다.

 

 

 

 

 

 

 

 

건들건들한 인도 웨이터들.

딱히 불천절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친절한 건 또 아닌, 몬가 좀 기분이 나쁜, 그렇다고 대놓고 따지기도 모한,

 

 

실내가 좀 더워서 선풍기를 틀어 달라고 했다,

 

 

 

 

수원 삼성전자에 인도인이 꽤 되나보다. 주변에 인도식당들이 내가 아는 것만 3개나 된다.

국물요리가 별로 없고 소스가 진해서 자주 즐기진 않는데 따뜻한 난으로 카레를 싸 먹으면 그게 또 별미다.

그 맛이 프놈펜에서도 똑같다. 꼭 무슨 프렌차이즈처럼... 

 

 

 

 

식사가 끝나자 웨이터가 전통문양으로 장식된 쟁반을 가져와 내려 놓는다.

그 위엔 정교한 문양의 금색 보석함과 원통 세개가 놓여 있었다.

뭐지 ?

보석함을 열자 청구서가 나왔고 원통 안엔 이쑤시개가 들어 있었다.

 

 

이 삭당은 실내금연이여서

문밖에 나와 한대 빨고 차에 올라탔다.

 

 

 

밥 먹고 났더니 식곤증이 밀려 온다. 어짜피 더워서 일할 엄두도 안 날거구,

"  여긴 씨에스타 같은거 없냐 ? "

여긴 그런거 없고 대신에 점심시간이 한국처럼 1시간이 아니라 2시간반~3시간이나 된다고 한다.

일반인 월급 100 $ 받는데 프놈펜에선 물가가 비싸 점심을 사먹을 수가 없다. 하긴 방금전 우리 먹은 것도 수십달러 나왔으니까...

그래서 안경점에 근무하는 직원도 점심때 집에 가서 밥 먹고 살짝 자고 나온다고 한다.

 

 

호치민에선 파리바게트가 잘 나가던데, 프놈펜에서 뚜레주르가 성공했다고 한다

단, 여기 뚜레주르는 한국 뚜레주르에 로열티 내고 상표만 사용하는 캄보디아 자본 회사라는 거.

 

 

뒷 번호판도 없이 도로를 버젓히 운행하는 차량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황당해서 물어봤더니, 뒷 유리창을 가르친다. 초보운전이라고 쓴 것처럼 A4용지 만한 종이가 붙어있다.

임시 운행증.

 

 

 

밥만 먹고 다시 안경점에 돌아왔다.

상훈이 내외 치료를 해줘야 하는데 하나아빠가 계속 바빠서 하나엄마만 2층에서 침을 맞았다. 허리가 많이 나아졌다고 한다.

30분 유침시간 동안에 시원한 방바닥에 잠깐 누웠다가 나도 스르르 잠이 들었다.

 

 

 

▶    ▶    ▶

 

 

 

또 맛사지를 받으러 가자고 한다

특별히 한 것도 없이 먹고 자고 맛사지까지 받으려니 썩 내키진 않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미리 프놈펜 관광지 공부를 해 왔으면 좋았을텐데... 천국도 슬슬 따분해지기 시작한다.

 

 

안경점 근처를 뒤져도 적당한 곳이 없다.

승주가 숙소 뒤에서 한 군데를 본거 같다고 해서 찾아갔다. 

가격은 1시간에 4 $ 인데 첫날 간 곳보다 더 허름하고 음침해서 퇴폐적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특수맛사지까지는 필요 없고...

다른 맛사지삽을 찾아 흘러흘러 가다보니 한국대사관 앞까지 왔다.

 

 

그 맞은편 국민은행

 

 

그 바로 옆에 lucky foot massage 御足

 

 

임금님 귀는 들어봤어도 임금님 발 ?

낯설다.

 

 

써비스 음료수를 한잔씩 받고 맛사지가 시작됐는데, 임금님 발이 그냥 쓴게 아니였다

왠 나무 들통같은 곳에 뜨거운 물을 받아와 발을 담그게 했다. 온 몸의 피가 발로 몰려 노폐물이 싹 빠져 나가는 것처럼 몸이 노곤노곤해진다.

1시간 반동안 나는 발만 집중적으로 맛사지 해달라고 했다.

 

 

이렇게 몇달 발 맛사지를 받으면 내 왼발도 혈액순환이 잘 되어 근육도 붙고 힘이 많이 생길거 같은 희망에 벅차 올랐다, 다리가 정상으로 회복될 쯤엔 맛사지에 가산이 다 탕진되어, 리어카 끌고 배추장사 다녀야 될거 같다. 튼튼해진 왼발로... 

 

 

맞은편 안마의자에선 서양인 신사가 혼자 맛사지를 받고 가고..

남자들이 몇명 맛사지를 받고 있는데 전화통화 내용이 내 귀에 들리는거 보니 한국인이다

어제 맛사지숍보다 수준이 더 높은 곳인가보다. 

기대수준은 점점 올라가고 지갑은 빠르게 얇아진다.

 

 

승주가 맛사지 받는 동안 살짝 자다 일어나더니, 머리가 획획 잘 도나보다.

CAT (케터필러) 포크레인, 중고, 부품, 국산 신형, 연비, 수리비, 우기철에, 장비대여 ... 사업 구상을 열심히 하고 잇다.  

 

 

여기서 대우 받는 인력들이 외대 태국어과나 베트남어과 출신들이라고 한다. 나도 그런 곳을 나왔으면 지금쯤 인생의 다른 길을 가고 있겠지 ?

 

 

음료수 한잔 더 달라고 해서 마시며 안락의자에 편하게 앉아 있으니 상훈이가 일보고 돌아왔다.

15 $ 에 팁 1 $ 씩 내고 개운하게 밖으로 나왔다,.

 

 

 

어제 그냥 나온 중국식당에 저녁을 먹으로 갔다

 

 

상훈이가 단골이라 2층 별실로 안내되어 주인남자가 주문을 받아갔다 

 

 

 

 

 

소홍루 (小紅樓) 메뉴판

뒷면에 한국음식과 한글이름이 있었다.

... 고추창오직어볶음, 애호박선, 상국수, 홍국수, 김치복음밥...

외대 캄보디아어과 출신들이 할일이 참 많구나 !

 

 

 

찡따오 (Tsingtao) 맥주를 비우며...

 

 

한국은 술집과 밥집의 구분이 있지만

중국은 술과 음식이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 중국 호텔에 酒店이라고 써 있는 걸 많이 볼수 있는데 식사를 하며 술을 즐기는 문화다

긴 식사시간 내내 도수가 높은 술을 간간히 마시다 보니 기분 좋게 취하고 금방 께고 떠들고 밥먹고 술도 한 종류만 갖다 놓고 마신다. 또한 오랜 전통을 이어오는 양조장에서 좋은 술이 많이 만들어져서 숙취도 적다고 한다. 그래서 중국 길거리에서 술에 취해 토하고 행패부리는 사람을 보기가 쉽지 않다.

반면 한국은 먹을 쌀마저도 없던 어려운 시절을 겪다보니 전통주의 맥이 끊어졌다. 경제개발을 하는 시기에 만들어진 소주의 주 목적은 싼 값에 빨리 먹고 빨리 취하고 빨리 풀으라고 것이다. 당연히 폭탄주, 숙취, 주폭과 음주운전등의 사회문제를 일으킬 수 밖에 없었다. 이제는 한국도 먹고 살만 하니까 술의 명예를 회복시켜 주고 즐기는 문화로 넘어가야 되지 않을까 ? 

 

 

얼음위에 랩을 씌우고 신선한 생새우를 깔았다,

와사비를 풀은 간장에 찍어 시원한 맥주 한잔에 한 마리씩 먹었다

새우 대가리는 바싹하게 튀겨 시원한 맥주 한 모금에 하나씩 씹었다.

천국이 다시 흥겨워졌다. 

 

 

 

 

그렇게 세남자가 탁자를 돌리며 9시 넘어까지 수다를 떨었다

 

 

 

70년대엔 동양의 파리라고 불릴 정도로 프놈펜이 잘 나갈 때가 있었다,

지금은 시 인구가 300만이나 되지만 호치민에 비하면 초라할 정도로 문화공연이 없다. 한나라의 수도치곤 덩치만 크지 볼게 없다.

그러니 밤에 할게 없다

뉴욕은 공연만 다루는 거리 무가지가 책 한권 정도로 두툼하고, 

런던은 실험극과 플린지(Fringe-비주류))공연부터 퓨전과 -오페라의 유령,맘마미아등의- 세계적인 뮤지컬이,

하다못해 호치민까지도 고유의 문화를 고집하고 발젼시켜 가는데

프놈펜은 어두워지면 술과 맛사지로 몰릴 수 밖에...

한국인이 캄보디아에 사업하러 많이 들어가던데 문화쪽으로 눈을 돌려보면 돈이 좀 될거 같다.

 

 

우리도 여기 실정에 맞춰 길거리에서 맥주 사가지고 숙소로 직행 

 

 

 

 

 

 

 

 

호텔에 들어와 하나아빠는 낮에 못 맞은 침을 놔줬더니 코를 골고 잔다.

 

 

승주는 내일 일찍 일어나야 된다고 일찌감치 침대에 누워 등 돌렸고, 상훈이는 TV 보다가 집에 갔다.

 

 

나 없는 동안 부모님 두분이 병원에서 링거 맞으시는 카톡 사진이 올라왔다.

나만 없으면 꼭 일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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