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어여 수질검사하러 갑시다

2014. 4. 10. 09:43Cambodia 2014

 

 

 

 

 

 

잘 수 있을 만큼 푹 자고 일어난 아침.

창가 소파에 앉아 프놈펜 시내를 내려다본다.

 

 

언덕을 파란 잔디로 덮은 스타디움이 멀리 보이고

고만고만한 건물위에 새치처럼 고층건물이 삐져 나온 스카이 라인.

땅바닥만 기어 다닐때 눈에 거슬리던 쓰레기 골목길, 판자집, 냄새나는 또랑등이 안 보이니 도시가 훨씬 근사하다.

이래서 사람들이 고위층에 올라가려고 기를 쓰는구나. 

 

열린 창문으로 시원한 아침바람이 불어와 어젯밤의 nostalgia를 싸악 쓸어가 버렸다.

 

 

 

 

 

 

 

도대체 얼마나 맛이 없길래 승주랑 상훈이가 돈 내고도 조식을 마다하는지 꼭 알아봐야겠다.

식당은 10층인데 엘리베이터가 9층까지만 운행했다. 아찔한 외부 계단을 한층 올라가자 곧바로 식당입구다.

 

꽤 넓은 식당에 딱 한 테이블명만 앉아 있고, 종업원도 안 보였다

그냥 먹으면 안될거 같아 직원을 찾아 안쪽으로 들어가니, 일하던 여종업원이 내 투숙여부도 묻지 않고 식사하시라고 손짓을 한다.

 

한바퀴 돌며 먹을 만한 걸 담아본 게 이게 다다. 말라 비틀어져 혀에 기별도 안가게 생겼다.

   상훈이가 매일 쌀국수집으로 끌고 가는 심정을,

   그 많은 투숙객들이 아침을 굶는 이유를 이제 알거 같다.

식당에 사람이라도 많아 서로 먹을려고 달려들면 없던 입맛도 좀 났을텐데... 

  

먼저 온 세사람도 머리박고 꾸준히 접시를 비우고는 있는데 막 ' 맛있어 죽겠다 ! ' 는 표정은 아니였다.

쥬스나 한잔 더 할까 하다가 아줌마가 또 접시를 채우느라 꾸물거리서 그냥 내려왔다. 정황상 중국인

 

 

 

이젠 뭐 서로 묻지도 않고 해장하러 삼일째 거기로 갔다.

 

오늘은 빨간 국물이 얼큰해 보이는 쌀국수로 시켜보니 호치민에서 먹어본 족발 쌀국수였다.

양도 맛은 베트남 勝 !

 

음식값이 싸지도 않다. 한 3~4 $ 는 하는거 같은데...요 며칠 보니 장사가 꽤 된다.

아줌마가 돈을 아무렇지도 않게 뭉치로 흔들고 다니며 한국인의 유일한 자존심을 pho 국물에 말아드시고 계셨다.

 

상훈이가 그러는데 세계경제가 안 좋아도 대만이나 동남아시아의 서민들은 별로 영향을 안 받는다고 한다. 집에서 요리를 안 하고 이런데 와서 사 먹기 때문에 기본적인 돈이 돌고 돈다는 것이다.

이게 바로 동네상권의 저력이구나.

한국은 인터넷쇼핑물에, 대형마트에, 외제차에, 해외여행에, 프랜차이즈에... 이미 국제 상권의 식민지화가 되버렸는데 !

로버트 프랭크의「부자아빠의 몰락」책이 갑자기 생각났다.

 

세 남자가 밥숟가락 놓자마자,

어제 물 좋다는 커피숍에 수질검사하러 가자고 일어났

 

커피숍 앞 몬테소리 국제학교가 이 동네 수준을 알려주고 있었다.

 

 

 

 

 

 

 

상훈이가 안에 들어갔다 오더니 오늘은 물 다 빠졌다는 말에

갑자기 다리힘이 풀려 바로 앞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전세계적으로 동일한 커피값, 동일한 커피맛, 동일한 서비스 ...익숙함, 편안함을 느끼며 커피를 마시는데 뭔가 2 % 부족하다.

뭐지 ?    색다름이 없다.

 

베트남은 까페쓰어다라는 걸출한 커피로 하이랜드나 쯩응우엔 같은 세련된 프랜차이즈를 키워냈고,

터키는 지금은 비록 커피잔 엎어 점이나 보고 있지만 옛날엔 유럽에 카페문화를 전파해 줬고

한국은 커피믹스 하나로 온 국민을 당뇨병 환자로 만들고 의료보험 재정을 붉게 물들이는데

캄보디아까지 와서 이탈리아 커피머신 꼭지나 핥고 있음 되것씨유 ? 

 

물 좋다는 커피숍에 와서

헛물만 키고 일어났다.

 

승주가 *관장 홍삼 산다고 해서 시내를 뒤졌다

 

 

어렵게 찾아놓고비싸다고 그냥 빈손으로 나왔다.

 

난 커피가 좋은데 승주는 홍삼이 더 좋은가보다.

역시 바꼈어 직업이...

 

*관장 앞에 노상 오토바이 수리점

 

한국에선 공식적으로 자취를 감춘 세녹스를 여기서 만나니 은근 반가웠다.,

시내에 주유소도 많은데 이런데서 병으로 사서 넣는 이유가 뭔지 상훈이에게 물어봤더니... 싸댄다.

그런데 연비가 안 좋아 사실은 더 비싼 거라능.

 

안경점으로 오는 차안에서 삼만냥이 전화를 또 했다.

한참 통화 후 전화를 끊더니 승주랑 상훈이가

" 삼만냥이랑 얘기를 하고 나면 뭔 말을 했는지 기억이 안나. 하도 횡설수설해서..."

 

 

A를 얘기해서 A" 를 말하면, 뜸금없이 B를 꺼내고, 그래서 B" 를 얘기하면 C로 넘어가고 ...

고도의 화술인지 정신병인지 연구대상이다. 역시 수의학적으루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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