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9. 18:00ㆍCambodia 2014
안경점에 도착하자마자 다사다난했던 킬링필드의 여정을 상훈이에게 떠벌렸다.
상훈이가 (알았으니까) 점심이나 먹으러 가자고 일어섰다.
저녁밥이 아닌게 다행이다 싶어 얼른 쭐레쭐레 따라 나섰다.
방금 툭툭이 기사는 4 $ 를 받아 갔고 개털린 기사아저씨도 오후에 돈 받으러 온다고 한다. 이래저래 10 $ 이상 들었다.
밥먹으러 들어간 곳은 소반나 쇼핑센터내에 ' Secret Recipe '
난 먼저 화장실을 찾아가 먼지와 땀으로 꼴짝지근한 얼굴을 씻고
맥주빛 찐한 오줌줄기를 내려 보다 오늘 첨 화장실이란 게 생각났다. 하도 땀을 많이 흘려서 ...
화장실에서 나와 식당을 찾아 들어갔더니 승주가 식전에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시원하게 들이키는 맥주 색깔이 유난히 노오~랗게 보였다.
이 삭당은 프놈펜에 지점이 두세개 있는 퓨전음식점
가격은 당연히 한국수준이고, 허겁지겁 먹느라 맛은 잊어 먹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맛있었다.
밥먹고 안경점으로 돌아오는 길.
상훈이가 랜드로버 신형을 보더니 발걸음을 멈추고 찬찬히 살펴보며 ' 돈벌면 이 차를 꼭 사고 싶다 '고 한다
랜드로버는 영국자동차였다. 그러다 독일로, 미국으로, 지금은 인도의 타타자동차로 계속 주인이 바뀌었다. 그만큼 랜드로버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과 구매가 싸늘했다. 제규어나 랜드로버를 사려면 처음부터 두대를 사야 된다는 말이 있다. 툭하면 고장나고 부품조달이 안되니까 한 차에서 부품을 빼 써야 된다는 뚯이다. 사막의 롤스로이스라는 옛 환상을 갖고 차를 샀다가 본사의 브랜드 관리가 전혀 안되니까 한국내 랜드로버 동호회에서 한국판매사에 공식적으로 항의한 일이 엇그제다.
상황은 완벽하게 반전되었다. 벤츠가 흔해지자 희소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슬슬 랜드로버로 옮겨갔다, 렉서스 ES가 강남의 대중차였다면 랜드로버 레인지로버가 지금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아이들 등하교용 차가 되었다.
랜드로버는 원래 offroad용 사륜구동 차량이다. 디펜더는 유럽에서 농부들이 거의 농기계처럼 사용할 정도로 멋보다는 실용적인 차였고 프리랜더나 디스커버리는 1억 미만으로, 레인지로버는 2장은 준비해야 잔돈을 거슬러 받을 정도로 고가 럭셔리 다목적차량(MPV) 이다. 오리사냥개를 집안에서 애완용으로 키우듯 오프로드용 차량을 온로드에서만, 속도도 안나는 차를 과속하는 건 한국만의 특이문화라 생각했다.
그런데 최빈국 수도 프놈펜에 랜드로버가 그것도 디스커버리도 아니고 레인지로버가 한국보다 더 많이 보인다.
놀랍고도 이해가 안되는 나라다
□ □ □
3시 20분
첫날에는 무서워 하던 하나엄마가 허리에 침을 꽂은 채 아주 편안하게 오수(午睡( 에 빠져 들었다,
하나아빠도 피곤했는지 얼굴에 침을 맞고 드르렁대며 단잠을 잔다.
한국에서 준비해 간 낱개포장 알콜솜,
비쌌지만 아주 요긴했다. 집에서 쓰라고 하나엄마한테 한 뭉큼 덜어 주었다.
유침시간 30분을 지켜야 하는데 하도 곤히 자길래 10분이라도 더 자라고 4시에 발침했다.
4시가 넘어가자 벌써 하루가 다 간거 같고, 도시의 Night Life 가 슬슬 기대된다.
하나아빠가 계속 바빠서 하나엄마한테 우리를 맛사지삽에 데려다 주라고 약도를 그려 준다
하나엄마의 운전은 스므스하다고 할순 없고 뭔가 걸리는, 약간 굼뜬, 한 템포 늦는...한마디로 말하면 아직 초보티가 났다.
그 차를 타고 복잡한 시내를 통과하는데...
삼성간판 앞 땅바닥에 한여인이 합장을 하고 앉아 있었다
자세히 보니 아랫입술이 벌에 쏘인 것처럼 심하게 부풀어 있었다
한동안 처다보고 있는데 어린 소녀가 아기를 안고 오더니
조수석 창에 서서 우리의 손만 들여다봤다
돈을 몇 푼 주자 고맙단 말도 없이 무표정하게 돌아갔다. 입술 부푼 할머니랑 힌 팀
그 사이에 한 사내애가 먼지털이개로 앞유리를 닦는 시늉을 했다
하나엄마가 또 돈을 창문 사이로 건네주자 고맙다는 말인지, 뭐라고 한마디 하고 다른 차를 향해 갔다
그 일련의 일들이 벌어지는 한동안 신호등이 계속 빨간 불이더니 돈을 주자마자 불일 없다는 듯 파란 불로 바뀌었다,
누군가 신호등 조작하는거 아녀 ?
멀쩡하게 생긴 건물앞
하얀 헬맷을 쓴 남자가 오토바이를 타고 차도로 내려오는데 그 뒷자리에 빨간 헬맷을 쓴 아줌마가 타고 있었다.
그런데 아줌마가 유리같은 널적한 판넬을 두손으로 잡은 채 아무 의지도 없이 가는게 너무 위험해 보였다.
속도가 나서 역풍을 맞으면 ... 상상만 해도 염통이 쫄깃거렷다.
이번에 간 맛사지샵은 어제 간 곳과 천지차이였다,
입구에서 열쇠를 받아 개인사물함에 옷을 탈의하고 샤워, 냉온탕, 스팀사우나까지 다 사용할 수 있다,
가격이 꽤 비싼데도 현지인들이 아주 많이 보였다.
태국, 필리핀, 베트남등의 가난한 국가에서 고급문화인 맛사지가 모든 소득계층에서 이렇게 성황인 이유가 궁금하다
사우나가 끝나자 맛사지홀로 안내되었다.
넓고 쾌적한 공간에 수십개의 안락의자가 놓여 있고 유니폼을 입은 맛사지사들이 한사람씩 붙어 있었다.
시스탬도 체계적이고, 맛사지사의 스킬이 역시 달다.
전면에 틀어놓은 TV를 보는둥 마는둥 나른하고 몽롱하게 널부러져 있는데, 맛사지사가 한국드라마 나온다고 손짓을 한다.
그 계기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캄보디아 말 몇개를 우리에게 알려주는 중에 ' 깜부지아 '란 발음이 들렸다. 지난번 베트남에서 만난 일본인이 캄보디아를 깜보지아라 그래서 性진국이라고 놀렸던 기억이 불연듯 났다. 맛사지사에게 자세히 확인해보니 이 나라 이름이 원래 ' 깜부지아' 다. 서양애들이 대충 듣고 편의상 '캄보디아' 라고 한 것이었다. 베트남을 ' 비엣남 ' 이라 부르는 거랑 같은 상황이었다. 비로소 일본 친구 Ryu 에 대한 오해를 풀수 있었다,
맛사지가 끝나자 확인후 사인하라고 뭔 종이를 내미는데 거기에 시간과 가격이 적혀 있고 아래에 팁을 쓰는 란이 있었다,
그렇게 들이미니 팁을 안줄 수가 없었다, 시스템이 너무 앞서 간다.
끝나는 시간에 맞춰 상훈이가 벌써 와 있다
◈ ◈ ◈
상훈이를 따라 나갔는데 주차요원이 우리를 보고 롤스로이스 차 문을 열어 주려고 했다.
그 옆에 낡은 도요타 차에 올라타려니 괜히 쪽팔렸다. 상훈이가 차를 빼며 재치있는 주차요원에게 팁을 건네주었다.
자세히 못봐서 기종이 팬텀인지 고스트인지 확실진 않는데 국내에서 판매가가 6~7억 하는 펜텀일 확율이 높다.
프놈펜 시내에서 오너드리븐 할리는 없을거구, 쇼퍼드리븐이라면 역시 펜텀이다.
도대체 이 나라에서 어떤 사람이 롤스로이스를 타는 걸까 ?
맛사지에, 롤스로이스에, 기사딸린 승용차를 타고 거리로 나온
황제... 이젠 만찬을 즐기러 간다.
상훈이와 승주가 강추하는 중국식당.
사거리에 주차하고 안으로 들어갔는데 오늘따라 단체손님이 꽉 차 양계장처럼 시끄러웠다.
안쪽에 빈자리가 있긴 한데 이런 분위기에선 식사대접 못하겠다고 상훈이가 다른 곳으로 가자고 한다.,
어디로 갈까 고민하는 사이 차는 벌써 평양 대동강가에 다달았다.
이거 모가지를 칠 수도 없고 ... 이왕 왔으니-마지못해- 올라가 볼까 ?
오늘 우리의 담당 서버는 뉴 페이스 진향동무.
야심차게 시킨 수제비는 좀 달고
새료리 참치대가리는 중화요리 스타일로 조리되어 나왔다.
혹시 주방에 조선족 아줌마가 있냐고 물어보니 전혀 아니고 모두 북한사람이라고 한다.
대가리인지 몸통살인지 마이 퍽퍽하다.
어제 못 본 공연을 볼 수 있겠다 싶어 많이 기데헸는데 막상 유치원 학예회와 대학 졸업발표회 중간수준이다.
가장 거슬렸던 건 공연 막판에 여성동무가 부른 중국노래였다.
손님 대부분이 남한사람이고 중국인은 올 일이 없다고 들었는데 중국노래에 중국풍 음식이라니 !
대동강식당에 다시 올 이유가 없어졌다.
공연도 항시 있는게 아니라 손님이 적거나 단골손님만 있으면 안 하는데 오늘은 내가 와서 엿부러 해줬다나 ?
공연이 끝나자 어제의 여동무들이 또 우리 자리로 모여들어 10시까지 웃고 떠들며 놀았다.
나중에 정신을 차려보니 넓은 홀에 우리만 남았기에 미안해서 얼른 일어났다.
술 한잔 하러 간 가라오케 사장이 충청도 사람이어서 반갑다고 주거니 받거니 하다보니...
낮에는 슬펐는데
밤에는 술 펐다.
참고로 프놈펜 노래방기기에 캄보디아 노래는 없다. (곡이나 장비면에서 그) 수준이 안되는거 같았다.
늦은 밤.
침대에 눕자 시나브로 권태기 + 향수가 찾아왔다.
한국에 가고 싶다...
집에 가고 싶다.... ZZZ...
'Cambodia 2014'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 비록 적이지만... (0) | 2014.04.10 |
---|---|
9> 어여 수질검사하러 갑시다 (0) | 2014.04.10 |
7> 아~ 툭툭이 ! (0) | 2014.04.09 |
6> 살려고 태어났다 Born to be alive ! (0) | 2014.04.09 |
5> 죽어야 졸업하는 여고 (0) | 2014.04.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