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9. 12:30ㆍCambodia 2014
툴슬렝 감옥에 수감되었던 만칠천여명의 양민 대다수는 인적 드문 들판으로 실려가 처형되었다.
killing field 로...
폴폿의 크메르루주는 양민들을 킬링필드로 끌고 갔고,
상훈의 조카는 우리들을 킬링필드로 모셔 간다.
□ □ □
상훈이가 조카에게 툭툭이를 싸게 하나 불러오라고 했는데 기사가 $20 를 부르자 매몰차게 보내버렸다.
물가를 모르는 우리는 그저 눈치만 보고 있고...
다른 툭툭이를 불러왔는데 이 기사는 딱 절반인 $10을 불렀다. 어제 왕궁에서 킬링필드 가는 툭툭이가 $16 였으니 이 가격이 적정가인가 보다.
상훈이는 자기가 모시고 가야 되는데 미안하다고, 묵직한 보온병과 물티슈가 든 가방 두개를 준비해주고
우리 에스코트 하라고 바쁜 조카까지 딸려 보냈다.
툭툭이가 출발해 모퉁이를 돌자마자 조카 입이 양 귀에 걸렸다.
조카가 툭툭이 기사랑 말을 주고 받는 모습을 보니 엄청 안심이 되었다
정작 문제는, 조카가 우리랑 말이 안통한다는 거.
러시아 친선병원을 지나
길가에 툭툭이를 잠시 세우더니 조카가 마스크를 사왔다,
조카와의 소통은 단순하고 조용해서 좋았다.
그저 서로 살짝 웃어주면 OK !
동남아 조직원 되는 거, 참~ 쉽죠. 잉~
찌그러진 모자아래 검은 색안경, 마스크면 끝 !
완벽한 2인조 무장강도로 돌변했다. 이제 털기만 하면 돼.
갑자기 샛길로 빠졌는데 대로보다 더 번잡했다.
군청색 폐수 냇가를 건너 마을 안으로 깊숙히 들어갔다
유명한 킬링필드 가는 길 치곤 너무 좁아 대형 관광버스가 다닐 수나 있을까 ? 갑자기 의문이 생겼다
" 여기 오는 여행사 프로그램이 없어 아예 ! " 승주가 우문현답을 해주었다
그래서 한번 인터넷에서 검색해 봤다.
하루 죙일 찾으면 툴슬렝과 킬링필드 프로그램이 왜 없겠냐마는 대충 보니 씨엠립의 앙코르 여정이 대부분이었고 그나마 프놈펜이 있으면 베트남과 함게 묶여 있는 수박 겉햛기었다.
킬링필드 학살 관광코스가 인기가 없는 이유가, 내가 모르는 이유가 나름 있겠지 싶다
번잡한 시내를 지나자
건물들이 드문드문 해지고 신작로가 더 넓어졌다.
프놈펜 외곽인데 갑자기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것도 젊은 아가씨들만...
주변에 공장이 많고 지금 막 점심시간이라 여공들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길끝에서 후끈한 먼지바람이 강하게 불어 온다.
선글라스로 가렸어도 눈을 제대로 뜰 수 없고 마스크를 했어도 짧은 숨 쉬기도 가쁘다.
온 몸 구멍이란 구멍엔 다 먼지가 박히는 느낌이다
프놈펜 시내에서 신기하게 본 것 중 하나.
손수레 위에 손톱만한 민물조개를 잔뜩 깔아놓고 팔고 있었다. 어떤 건 빨간 양념도 뿌려져 있었다.
이 땡볕 먼지구댕이 속에서 신선도가 심히 걱정스럽긴 한데 현지인들이 그만큼 찾는거 보니 맛있긴 한가보다.
지금은 저 광경이 신기하게 보이지만 나 어릴적 옷핀으로 다슬기 속 파먹던 시절이 그리 오래 되진 않았다.
이런 여건속에서도 꿋꿋하게 길거리에서 점심을 먹는 사람들
먼지는 나지만 도로 포장은 되어 있었는데 그나마 그것도 끝나 버리고 이상한 길이 시작됐다.
길 양편은 맨땅이고 가운데에 콘크리트 뚝이 있다. 턱이 높아 차나 오토바이가 넘나들 수도 없다
이 도로가 살인도로라 한다.
밤중엔 오토바이들이 화물차에 끼어 많이 죽는다능...
길이 얼마나 패였는지
천하의 지바겐 (G-wagon /Benz)도 이 길 한번 들어오면 쇽업소버 (Shock absorber) 걸레 될듯 !
단체 관광버스가 킬링필드를 안 가려는 이유 중에 하나가 될거 같다.
지금도 이런데 우기에는 우짤껴 ?
웅장한 입구에 바리케이트에 경비까지 갖춘 부자들의 고급 빌라 앞을 지나가며 한 경제학자의 주장이 생각났다.
부와 재화가 개개인에게 축적되고 국가는 가난한 경우와
개인의 부를 국가가 세금으로 거둬 사회기반시설에 쓰는 경우. 어느 것이 더 바람직한가 ?
단기적으론 전자가 개인에게 이득이지만 장기적으론 후자가 개인에게 더 이득이었다
캄보디아에서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어 도로를 포장 하고, 고속도로를 만들고, 수도정화시설을 개선한다면...
차도 덜 고장나고 연비도 좋아지고 질병도 덜 걸릴 것이다.
그렇게 필요없는 지출이 줄게 되니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이 부자가 된다는 논리다.
차선 구분이 없어 오고 가는 차와 오토바이가 지멋대로 뒤섞였다.
길이 하도 험해서 더는 안되겠는지
기사아저씨가 특툭이를 시골길로 끌고 들어가 대로와 평행하게 한참을 달린다.
승주가 다 왔다고 손짓하는 곳, 숲 한가운데에 뾰족 탑이 보였다
킬링필드는 특정한 곳을 지칭하는게 아니라 캄보디아 전역에서 발견된 집단학살지를 통칭하는 말이다.
여기는 프놈펜 시내에서 15 km 남동쪽 청아익 (Choeung Ek 쯔응 아익)지역의 킬링필드, 대량학살센터다
<클릭하면 확대됨>
툭툭이가 우리를 정문에 내려주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조카가 기사아저씨에게 명함을 받아 챙긴다.
외국인만 입장료를 내야 한다. 거금 $6.
헤드폰을 끼고 오디오가이드 번호만 따라간다.
3. 어둡고 침울한 수용소
양민들은 한밤중에 트럭에 실려와 이 들판 수용소에 감금됐다,
외부로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게 수용소 벽은 이중으로 지어졌다.
7. 희생자 450명의 집단 매장지
이런 매장지가 주변에 널렸다.
이 지역은 지금도 땅을 파면 희생자들의 유골과 옷가지가 발견된다고 한다.
14. 희생자들의 의복들
수감자들의 옷에서 악취가 나니까 처음엔 세탁을 했지만 나중엔 DDT를 뿌려댔다.
15. 킬링 트리
아기들은 다리를 잡고 나무에 후려쳐서 죽였다,
그 나무가 이 나무다.
Killing tree against which executioners beat children
수많은 참배객들이 팔찌나 헤어밴드등을 걸어 놓고 갔다
나무를 자세히 보면 치아와 뼈 조각이 박혀 있는걸 찾을 수 있다고 한다.
16. 희생자들의 유골과 치아
가족중에 한 사람이라도 죽으면 원한을 품을까봐 가족전체를 몰살시켰고,
나중에는 크메르 루주 군대내에서도 자기네끼리 반역자로 몰아 죽였다
17. 마법의 나무
분위기랑 안 어울리게 왠 마법 ? magic tree ?
오디오북의 17번을 누르자 헤드폰에서 왠 군가가 흘러나왔다.
한밤중에 이 나무에 매달린 확성기에서 혁명가와 선동연설이 갑자기 터져 나온다.
그 소리는 수용소 전체를 돌아 주변 숲과 들판으로 울려 퍼졌다.
혹시 주변을 지나는 사람이나 마을에선 크메르 루주 혁명군의 의식고양을 위한 회의와 교육으로 생각했다,
교묘한 위장이었다.
들판에 군가가 울려퍼지면 그 순간 살육의 킬링필드가 된다.
노래를 틀어놓고 한 사람씩 끌어내 죽였다. 총살이 아니라 찌르고 자르고 때리고 던지고...미친듯이
죽어가며 지르는 비명과 처절한 절규는 그 노래속에 묻혔갔다.
나는 고등학교 3년 내내 기숙사 생활을 했다.
새벽 6시 복도 스피커에서 시끄럽게 기상음악이 흘러나오면 겨울이건 여름이긴 잠이 덜 깬채 좀비처럼 운동장으로 나가 단체 체조를 해야 한다. 게으름 피우면 부사감의 큐대 춤이 시작됐다
3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Born to be alive 팝송만 나오면 귀를 막고 심한 거부반응을 보인다.
곤히 잠든 수감자들이 한밤중에 이 노래를 들으면 얼마나 공포스러웠을까...
팔에 소름이 확 돋아 헤드폰을 벗어버렸다.
훗날 이 지역은 나비가 그렇게 많았다고 한다.
" ... 영혼이 날아다는다는 거여 ... "
나무그늘에 앉아 좀 쉬어간다.
상훈이가 챙겨준 보온병에 얼음이 거의 그대로 남아 있어 뱃속까지 차가웠다. 그 즐거움마저 여기선 죄스러웠다,
승주가 대학생들 앞에서 캄보디아 킬링필드 여행 코스를 설명하는 중에 한 대학생이 그러더란다
" 남 뼈다귀 보러 거길 왜 갑니까 ? "
그 학생 말도 맞다. 비싼 돈 냇으니 천년의 신비니, 7대 불가사의니 하는 앙코르를 봐야지. 동남아 사람 죽은게 나랑 뭔 상관인가.
행동하는 정의, 승주가 승질이 나서
" 여러분들의 한순간에 판단과 결정이 이 나라를 지옥으로 만들수도 있고 천당으로도 만들 수 있습니다. 한 정치인의 잘못된 판단은 국민의 1/3을 살해했으며 사람들은 이유도 모른채 죽임을 당했습니다 ... "
18. 위령탑
팔천여명의 유골이 전시되어 있다.
들어가고 싶은데 신발을 벗어야 되서 아쉽게 머리만 조아렸다
공손하게 두 손을 합장한 승주를 보니
' 여기서 태어났음 넌 폴폿이 됐을거 ' 란 악담을 취소해야 되겠다.
영화 ' 킬링필드 (The killing fields 1984) ' 의 줄거리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솔직히 영화를 봤는지조차 확실치 않다.
그러나 이젠 평생 잊지 못할 거 같다. 마음으로 봤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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