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애완동물거리 Le hong phong

2014. 2. 28. 10:42Vietnam 2014

 

 

 

 

 

한국에서 아침밥을 이렇게 주면 밥상 엎었을텐데 여기선 바케트와 계란후라이도 감지덕지다,

커피포트에 식은 커피가 좀 남아있다. 이걸 먹어야 하나 ?  잠시 후 다행히 어리버리가 새 커피를 내려왔다.

 

 

어제 빨래하다 까진 손가락이 아침까지도 쓰리다.

 

 

   썬그라스 낀 사람에게 썬그라스 사라는 놈,

   떠돌이 외국인에게 복권 사라는 놈

   담배피고 있는 탁자에 와 담배 사라는 놈

   운동화 신은 나에게 신발 닦으라고 하는 놈은 오늘 아침 벌써 3명째다.

이제 이 거리의 주인들도 낯이 익는다. 더 친해지기 전에 떠나야 할 때가 된거 같다

 

 

 

 

 

 

 

한자가 쓰여진 옷을 입은 동양남자가 오토바이를 타고 와 여행사로 쑥 들어갔다

잠시 후 안에서 “ passport ! " 하며 탄식과 웃음이 터져 나왔다.

밖으로 나와 내 탁자 끝에 앉길래 -탁자가 하나밖에 없다- 여권 잃어버렸어요 ? 말을 건네니

복대에서 여권을 꺼내 보이며 놓고 온 줄 알았다고 안도의 숨을 쉰다. JAPAN 글자가 얼핏 보였다. 내가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사람과 똑같이 닮아 아침부터 재수가 없었지만 그게 이 사람의 죄는 아니니까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7년전 이혼하고 자아를 찾아 동남아를 몇 개월째 여행중이라고 한다. 젊게 봤는데 나이가 40이라서 놀랬다. 자유여행이야기, 한국사람이야기, 혼다이야기 등 시간 가는줄 모르고 수다를 떠는데 “ 캄보지아... 빽퍼커스.... ” 이런 발음들이 섞여 있다. 그때마다 Pardon ? 하며 말을 끊고 확인해 보니 cambodia 와 backpackers 였다. 性진국은 아무나 되는게 아니다. 일본어는 발음부터가 기본이 되어있다. 일본인 '류' 와의 우연한 만남이었다

 

 

 

보면 행복해 지는게 뭘까 ? 전쟁기념관이나 역사박물관 가면 웃을 수 있을까 ? 고민하다보니 강아지 고양이 생각이 났다.

여행사 여직원에게 “ Dog, puppy, bird... animal market " 을 물어봤더니 왜 거길 가려고 하냐 ? 살거냐 ? 고 묻는다. 이 여행사 직원들은 참 오지랖 넓다. 그냥 구경하러 간다니까 Thai bins market 을 약도와 함께 그려주었다. 걸어서 10분이라며.

데탐거리에서 반갑게 citi ATM 를 발견했다. 백만동을 찾아보니 한국돈으로 5만원 정도됐다. 원래 10만원정도 찾으려고 했는데 백만동이란 숫자에 착시가 되어 얼떨결에 눌러 버린 것이다. 금액과 상관없이 한번 인출할 때마다 천원 정도의 수수료가 청구되었다.

 

 

베트남의 마지막 밤 숙박지를 어제 검색해 놨었다. 아침에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예약하려고 길건너에서 New sunny hotel을 찾아 두리번거려도 골목 안에 있는지 안 보였다. 가게 아줌마에게 물어보니 맞은편을 손짓하는데 ATM 코너 옆옆건물에 Sunny hotel 글자가 보였다. 다시 건너갔다.

월요일 single room 이 20 $ 라고 했다. 깎아 달랬더니 이게 젤 싼거라며 창문 있는 방이 22 인데 20으로 주겠다고 한다.

창문 필요 없고 booking.com에서 new sunny hotel 을 18 $ 로 알아보고 찾다가 왔다고 재차 부탁하자 18 $ 로 해주었다. 방을 직접 확인해 봤다. 크진 않아도 상당히 깨끗하고 냄새도 안나 맘에 꼭 들었다. 피닉스 호텔이랑 2 $ 차이 나는데 수준은 2백년 차이난다. 직원에게 ‘ 진작 알았음 여기 올껄 ’ 너스레를 떨며 선불을 냈다. 내가 한국인인걸 알았는지 갈 때 “ 감사합니다” 그래서 나도 “고맙습니다” 했다.

 

 

길 건너가 택시를 잡고 시원한 차안에 앉아 “ 가까운 거리여서 미안한데 여기로 가자 ”고 마켓약도를 보여주었다. 한참 들여다보더니 모르겠단다. 황당해서 Go2 앞으로 가서 다른 택시를 잡았다. 다행히 이 기사는 그 마켓을 알고 있었다.

차로 가보니 10분 거리라는데 난 걸어서 두시간 걸릴 정도로 멀었다.

여직원이 적어준대로 thai bins market 라고 써진 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옷가게들을 지나자 육고기의 날것 냄새가 역겹게 풍겨왔다. 푸줏간 정육점마다 붉은 살점들을 척척 내다 걸어놓았다. 안으로 더 진입할 엄두를 못 내고 옆 출구로 나왔다 숨을 참으며.

 

 

 

 

어물전이 시작되었다. 큰 물고기 두 마리가 탈출을 감행하여 바닥으로 떨어졌다. 내가 아줌마에게 바닥을 가르치며 물고기 떨어졌다고 알려줬는데 대수롭지 않다는듯 나에게 ‘ 들어올리라 ' 손짓을 했다.

 

 

 

 

 

 

 

 

조금 더 가니 짓궂은 젊은 아낙들이 ‘ 베트남인 ’ 이냐고 뒤에서 수근 대며 웃었다.

모자 벗고 인사하며 ‘ 코리안 ’ 이라고 하고 지나치자 뒤에서 또 웃으며 뒷담화가 풍년이다.

 

 

 

 

 

 

 

 

 

 

넓지 않은 시장을 한바퀴 돌아봤는데 강아지 콧구멍도 구경 못했다

허탈하게 시장 입구로 나오다 사탕수수 쥬스를 짜주는 포장마차가 보여 한잔 달라고 하고 뒤에 가서 앉았다.

 

 

쥬스 만드는 걸 가만히 보니 calamansi 보다는 크고 레몬보다는 작은 과일을 반 잘라 사탕수수대속에 넣고 함께 짜주었다.

그냥 사탕수수만 짜는게 아니였다. 새콤달콤한 맛의 비법이 따로 있었다.

 

 

 

좀 쉬며 시원한 쥬스를 마시니 땀이 가신다.

팍치냄새가 좀 나긴 하지만 다시 시장 안으로 들어가 쌀국수나 한그릇 먹고 갈까 ?

 

 

 

 

 

 

 

 

30대쯤 되는 남자가 장바구니에 사탕수수대를 가득 담아와 기계에 넣고 열심히 짜고 있다. 사탕수수대를 접고 접어 압착기계에 넣으면 사방으로 즙이 튀고 손도 찌꺼기 투성이가 된다. 압착기계에 사탕수수대가 끼어서 기계가 멈추면 모터를 역회전시켜 빼내고 다시 집어넣기를 반복한다. 그렇게 해서 한컵의 사탕수수 쥬스가 만들어진다.

남자가 일손을 멈추고 나에게 어디서 왔냐고 묻는다. 한국인데 혹시 영어 할 줄 아냐고 물으니 조금 한단다.

개, 강아지, 새들 보고 싶어 호텔에서 물어보니 여길 적어줘서 왔다니까 그 남자가

“ 여긴 없다. 여긴 dead bird (쌩닭 ? ) 같은 것만 있다 ” 고 한다. 그럼 alive는 어디가면 볼수 있나 ? 아까 나 쥬스 짜주던 여자랑-아마 부인-얘기하더니 Le hong phong road 라고 적어줬다.

 

 

그러면서 옆에 서 있는 할아버지가 길을 아니까 바이시클을 타고 가란다. 얼마냐고 물으니 할아버지랑 베트남말로 얘기한 후에 종이에 한자로 去回라고 써서 내밀었다. 내가 No 하니까 또 얘기하더니 3만동이라고 한다.

택시로 가면 얼마나 들까 ? 비싸 6만동 들어... . 그래서 할아버지에게 2만동으로 가자했더니 안된단다. 나 돈없다 2만동으로 해달라고 거듭 조르자 OK

남자가 자기는 중국출신이라 한자를 안다고 나에게도 한자를 아냐고 물어봤다. 학교에서 배웠다고 얘기해줬다. 베트남이나 필리핀에선 한자를 읽고 쓸 수 있다고 하면 지식층으로 인식한다.

출발하려고 사탕수수 쥬스 값을 물어보니 six @#$ 라고 하는데 얼핏 듣기로 6만동이라는 거 같았다. 놀라서 ‘ 모야, 이거 졸지에 바가지 쓰는건가 ? ’ 하는 표정을 지으니 한자로 六千(420원)이라고 또 종이에 써줬다. 한번 더 놀랐다. ‘그리 싸 ? ’

 

 

할아버지 오토바이 뒤에 타고 번화가의 반대방향으로 한동안 달렸다.

 

 

 

 

왼편의 분홍섹 도로가 애완동물거리. 오른편의 빨간별은 타이빈시장. 파란별은 내 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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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리부터 들렸다. 그 다음에 개들이 짖는 소리도 들렸다.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내리며 빳빳한 1 $ 를 내밀자 할아버지 얼굴도 흥분의 용광로가 되었다.

 

 

이쪽편은 개 고양이가, 길건너엔 새종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원숭이가 주먹만해서 새끼인줄 알았는데 꼬추가 ...헐 ~

 

 

 

 

 

 

 

 

 

 

 

 

 

 

 

 

렉서스를 몰고 온 여자 둘이 강아지를 사려고 이 가게 저 가게 다니는데 나랑 동선이 같아서 몇 번 마주쳤다.

호치민에서 저 차 몰고 다닐 정도면 꽤 부자일텐데...

 

 

 

 

도마뱀과 뱀까지 있었다

 

 

 

 

 

 

 

 

 

 

 

 

 

 

 

 

 

 

 

 

내가 새들을 구경하고 있으니 점원 아가씨가 나와서 앵무새 새끼에게 손가락을 물리고 장난을 쳤다

아가씨가 너무 예뻐서 새는 안보이고 아가씨만 봤다.

 

 

 

 

 

 

 

 

 

 

 

 

 

 

 

 

 

 

 

 

 

 

 

 

 

 

 

 

 

 

 

 

길거리 시계수리 판매방.

 

 

면역력이 약한 강아지에게 사람 손을 빨리는게 해롭다는건 알지만 달리 줄게 없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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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식당에 안과 골목까지 손님이 가득했다. 나도 배가 고파져서 찬장에서 고기 두 종류를 골라서 자리에 앉았다. 국도 나오고 후식으로 바나나까지... 왜 이리 베트남은 아무 식당이나 아무 음식이나 다 맛있는 걸까 ? 전지전능의 MSG 만 아니길 !

45,000동 (2,340원)

 

 

 

 

 

 

 

 

 

 

 

 

 

 

 

강아지와 새들과 맛있는 음식에 행복한 미소가 떠날 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