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나무그늘아래... Fine art museum

2014. 2. 27. 10:00Vietnam 2014

 

 

 

 

 

Go2의 2층 무도장과 내방 사이엔 벽 하나만 있을 뿐이다.

옆방에선 댄스곡에 난리부르스를 치는데 10m도 안 떨어진 이 방에서 잠이 든다는게 인간적으로 가능한 일이던가 ?

드럼통에 가둬 놓고 두드리는 것 같다.

매트리스와 욕실에서 풍기는 쾌쾌한 곰팡이 냄새도 죽을 맛이다. 환풍기를 틀면 좀 낫긴 한데 그 팬 돌아가는 소리도 장난이 아니여서 자다 말고 껐다,켰다를 반복했다. 설상가상 모기 한 마리까지 들어왔길래 이놈을 잡아보려고 한밤중에 불을 다 켜놓기도 하고... 돈 몇푼 아낄려다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밤새 뒤척이다 댄스곡이 자장가로 들릴때쯤 잠이 들었다. 그 시각이 대략 4시 반 

 

 

잠이 깼다. 창문 하나 없으니 깜깜하다. 어제 밤 소음과 극적으로 대비되는 이 적막함. 이번엔 독방에 수감된거 같다.

몇 신지나 알자고 더듬더듬 시계를 보니 8시.

 

 

 

옷 대충 끼워 걸치고 1층으로 탈출했다.

어제 그 어리버리한 젊은애가 의자에 앉아 헤드폰을 끼고 머리를 끄떡이고 있다. 여행사 여직원이 악을 쓰자 그제야 날 보고 자리를 비켜준다.

“ 아침 줘 ”

 

 

부스스한 모습으로 비몽사몽 앉아 있으니 젊은 애가 아침식사라고 가져온 건

딱딱한 바게트빵과 식용유에 버무린 계란후라이 두 개와 기름이 붕붕 뜬 커피 !

끈적거리는 소스통과 너저분한 탁자, 땟국물 의자, 떡진 머리.... 영낙없는 그지다. Just enough beggar !

 

 

 

 

쓴 커피부터 한잔 위장에 들이붓자 카페인이 온 몸에 퍼져 거리가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

“ 반꾀이롱꽈이 ”

베트남 첫날 자전거 뒤 스피커에서 울리던 뜻 모를 소리의 정체를 알았다. 바게트 빵장수였다.

프랑스는 베트남을 100년 넘게 식민지로 삼았다. 미쉐린은 고무농장에서 베트남 사람의 고혈을 빨아먹고 바게트빵만 내려놓고 튀었다.

베트남 제일의 도시 Ho Chi Minh은 40년 전만해도 이름이 Saigon이었다. 원래 호치민은 프랑스와의 전투에서 승리한 베트남의 민족영웅 이름이다.  베트남 정부는 싸이공을 호치민으로 전격 개명해 보렀다.

배트남엔 유독히 프랑스 관광객들이 많은데 그들이 한사코 호치민을 사이공으로 부르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여행사직원에게 달랏(Dalat) 3일 투어 가격을 물어보니 119 $ 를 부른다. 알았다고 일정표만 받아왔다.

나갈 채비를 하고 내려오다 호텔여주인을 만났다,

어젯밤 시끄러워 한숨도 못잤다고 했더니 인터넷 자기네 호텔평에 그런게 적혀 있는데 못 봤냐고 미안해 하면서도 어쩔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신카페쪽으로 내려가다 아오자이를 입고 데탐거리를 활보하는 서양여자를 봤다.

늘씬한 키, 볼룸있는 몸매에 뭔들 안 어울리겠냐만 그 모습에 시선이 끌림은 어쩔 수 없었다. 이건 베트남 여인들에 대한 모독이야 !

 

 

오늘도 신카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순서를 기다린 후에 달랏 3일 투어 가격을 물어보니 80.4 $

좀 깎아 달라고 하자 컴퓨터를 들여다 보더니 별말없이 72 $ 라고 써서 내민다. 우리 호텔 로비에 여행사는 진짜 바가지다..

 

 

일정표를 꺼내 보여주는데 한국말로 번역된 것이었다.

“ 내가 한국인인줄 어찌 알았어 ? ” 했더니

“ 아냐 ? ” 하며 도로 집어넣으려고 한다.

투어를 결정하자 별도의 수납창구를 알려주고 영수증과 티켓등을 체계적으로 챙겨 주었다. 신카페가 몇년사이에 이렇게 성장한 이유를 알거 같다. 베트남에서 이런 시스템이면 성공은 당연하다

 

 

 

 

 

 

3월 스케줄 확정되니 기분이 더 좋아졌다. 길건너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내가 길을 알려주며 미술관에 무사히 도착했다.

 

 

 

 

Fine art museum : 97 A pho duc chinh 9 nguyen thai binh Q1

입장료 만동(520원)

미술관은 두개의 큰 건물로 되어 있고 본관부터 들어갔다.

 

 

 

 

 

 

로비 안쪽에 구닥다리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일반인은 사용을 금하는데 나만 특별히 그걸 타보는 특혜를 누렸다. 

장애인 되니 좋은 점도 있구나

 

 

 

 

 

 

 

 

 

 

 

 

 

 

 

 

 

 

이 건물은 화교상인의 개인저택이었다고 한다. 그 당시의 부의 정도를 알거 같다.

 

 

 

 

 

 

 

 

 

 

 

 

 

 

실내라 습도가 높아서 그런 건지 어제 잠을 못 자서 그런 건지... 땀이 줄줄 흐르고 몸이 축축 늘어진다. 

 

 

 

 

 

 

 

 

 

 

 

 

 

 

 

 

 

 

 

 

 

 

 

 

 

 

 

 

 

 

 

 

 

 

 

 

 

 

 

 

 

 

3층에서 2층으로 내려왔는데 엘리베이터 앞을 긴 벤치로 막아놔 문이 안 열렸다.

마침 엘리베이터 앞을 지나가던 백인여인이 그걸 보고 주저없이 달려들어 무거운 벤치를 치우려고 했다. 경비가 와서 같이 옮겨주었다

베트남 와서 느낀 건데 서양여자들이 참 독립적이고 적극적인거 같다. 

 

 

중정 벤치에 앉아 내가 백년전의 화상 집주인이 된 상상을 하며 봄바람을 쏘이고 있는데 뭔가 투툭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바닥에 떨어진 걸 집어보니 첨보는 요상한 모양이었다, 모냐 넌 ?  먹는 거냐 ?

 

 

개인화랑과 작업실을 기웃거리며 남쪽 문을 통해 중정을 빠져나왔다.

 

 

 

 

 

 

 

 

 

아까 표 끊고 입장한 곳은 북쪽이지만 원래 이 저택의 정문은 남쪽이다. 도로가 생기면서 부자연스럽지만 북쪽이 정문처럼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저택의 풍채를 제대로 느낄려면 그래서 남쪽에서 바라봐야 한다

 

 

남문 바깥쪽에도 개인화랑들이 몇몇 문을 열고 있었는데 미술관에 관람객이 없다보니 여기도 한산했다

 

 

 

야외엔 쯩응우옌(Trung nguyen) 커피숍이 입점해 있었다. 시내에서 많이 보이던 브랜드커피숍이다.

그늘을 찾아 미술관 옆으로 돌아가자 파라솔과 의자가 평화로운 오후 풍경을 그리고 있다. 비쌀까봐 안 시킬려고 안쪽으로 깊숙이 앉아 쉬고 있는데 고동색 앞치마를 걸친 직원이 귀신같이 나타나 얼음물 한컵과 메뉴판을 내려 놓는다. 얼음물이 고마워 메뉴판을 펼쳐보니 식사종류도 있었다. 국수(63,000동)과 카페쓰어다(4만동)을 주문했다

 

 

 

 

 

 

 

 

 

 

커피용기인 pin에 제대로 격식을 갖춘 커피가 나왔다. 우유가 안 보이길래 커피안에 우유(쓰어)있냐고 물어 봤는데 말이 안 통했다.

국수와 -고기가 듬뿍 담긴- 국물이 따로 나왔다. 들어간 고기값만 해도 한국에선 이 가격 이상 나올듯.

 

 

 

 

밖에서 싼 거 사먹으려고 했는데 오히려 탁월한 선택이었다.

부실한 아침밥에 허기졌던 몸이 금방 회복되었다. 배부르니 슬슬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계산부터 해주려고 직원을 불렀더니 one hundred three 라고 하는데 돈을 주려다가 정확하게 확인을 하는게 좋을거 같아 check 를 가져오라고 시켰다. 계산서에 103 (5,356원)이라고 적혀있는데 아까는 내가 얼핏 130으로 착각했다. check를 check 해보길 다행이다.

 

음식값도 저렴하고 계산도 깔끔하게 잘 했으니 이제 파라솔아래 숨기만 하면 된다.

의자 두 개 붙이고 다리 쭉 뻗고 잠이 들었다.

 

요추뼈가 뒤로 튕겨져 나갈 거 같은 불편함에 잠이 깼다.

여직원에게 쿠션좀 달라며 손짓으로 공중에 네모를 그렸더니 물수건을 가져왔다.

입모양을 보라며 쿠.션. 이렇게 발음해줬다. 알아 들었다는듯 가더니 걸레를 가져왔다.

다시 설명했더니 이번엔 없다고 한다.

그래서 척추뼈를 활처럼 굽혀 다시 잠을 청했다.

 

 깨보니 1시간이 통째로 시계에서 사라져 버렸다

 

 

 

별관 가서 느릿느릿 구경하고 손수건 빨래만 하다 나왔다.

 

 

 

 

 

 

 

몇시간째 여기 있는데 본관이건 별관이건 관람객들이 거의 없다.

예술에 문외한인 내가 봐도 소장하고 싶은 게 거의 없을 정도로 작품성이 떨어진다.

 

 

 

 

수준을 따지지 않고

인도차이나 반도의 땡볕을 피해 한나절 잘 먹고 잘 쉬고 싶으면 여기도 썩 좋은 대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