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고물이 골동품으로, 골동품이 신제품으로 !

2014. 2. 27. 17:00Vietnam 2014

 

 

 

 

 

미술관 여직원에게 ' 근처에 골동품(antique)거리가 있다던데 어딘지 아냐 ? ' 고 물어보았다.

길건너 왠 고물상 같은 집을 가르킨다.

 

 

아래 지도에 분홍색 칠한 거리가 골동품점이 밀집한 Le cong kieu

파란색 ☆ 는 미술관

<클릭하면 확대됨>

 

 

' 골동품점 물어 봤더니 고물상을 알려주냐 ! ' 며 투덜투덜 건너간다.

그런데 그 고물상이 가까이 다가갈수록 점점 골동품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반가운 마음에 카메라를 들자 길거리에 앉아 있던 남자가 사진 찍지 말라고 한다.

 

 

그 집을 끼고 오른편으로 꺾어지자 분위기가 완전 달라진다.

조용하고 깨끗하고 발코니에 활짝 핀 꽃들까지 지대로의 고풍스런 골동품거리다. 고물도 꽁끼우거리에 갖다놓으면 골동품 된다.

 

 

 

 

옛 카메라와 렌즈를 구경하다가 먼지끼고 찌그러진 구소련제 렌즈 가격을 물어보니 20만동을 불렀다.

이거 하나 팔면 최소 10배는 남기겠구나.

 

 

 

 

 

 

 

 

한적한 골목 중간에 인력시장이라도 선것처럼 오토바이와 사람들이 잔뜩 몰려 있었다..

 

 

초등학교였다.

사람마저도 골동품만 있던 거리에 신제품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수많은 인파속에서 용케 혈육을 찾은 애들과 학부모가 짝을 맞쳐 속속 거리를 빠져 나가고

 

 

아직 짝이 안 온 아이들은 강아지처럼 팬스안에 앉아 있었다

아까 골목초입에 바리케이트를 쳐 놓고 자동차통행을 금지시켰던데 이래서 그랬구나.

 

 

학교 앞에서 절임배추를 파는 할머니 옆에 앉아 하교 풍경을 눈에 담았다.

 

 

 

 

 

 

 

 

 

 

왠 돼지같은 남자가 아까부터 소리를 꽥꽥 지르나 했더니 선생님이었다. 베트남어가 크게 말하면 싸우는 것처럼 들렸다.

 

 

 

 

 

 

 

 

 

 

교문앞이 어느정도 정리가 되길래 할머니에게 인사하고 거리를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랑은 많이 다른 상가집 풍경.

 

 

 

 

 

 

 

 

거리끝에서 뒤를 돌아보니 그 많던 학생들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또 다시 조용해졌다.

돼지선생님이 바리케이트를 수거해가고 있다.

 

 

 

 

넓은 인도에서는 오토바이 수리공이 바쁘게 기름밥을 먹고 있고,

과일을 골고루 조금씩 잘라 싣고 어디론가 팔러 가는 할머니도 보였다.

 

 

 

 

  

 

 

 

 

 

 

무작정 걷다보니 모스크앞에 노점식당이 눈에 띄었다.

칼 가는 노인과 나무아래에 화로를 놓고 뭔가를 굽는 사람. 앉을뱅이 의자에 옹기종기 앉아있는 사람들...

그 정겨운 풍경 속으로 들어가봤다.

 

 

 

 

 

 

뻘건 닭발이 화로위에서 맛있는 냄새를 풍기며 구워지고 있었다. 

얼마냐고 물으니 15,000동(780원)

 

 

한 접시 달라고 하고 담장아래로 가서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군침을 흘리고 있다.

 

 

 

 

 

 

 

 

잠시 후 닭 한마리를  아니 닭발 두 개만 가져왔다. 나 어렸을땐 닭이 발이 4개인 줄 알았다능

젓가락을 달라고 했더니 옆 가게 가서 가져다 주며 먹기좋게 가위로 툭툭 잘라주기까지 했다.

닭발 굽는 청년이 옷차림이나 헤어스타일은 건달인데 하는 행동은 한없이 유(柔)했다.

 

 

닭발은 나에게 특별한 존재다.

내가 국민학교도 들어가기 전 어릴때 우리집은 대폿집을 했다. 그 당시 막걸리의 최고 안주는 닭발이었다. 빨간 다라이에 노란 닭발 수백개가 담겨 있는 광경은 결코 아름답지 않았지만 그 다음날엔 엄마가 맛있게 쪄주신 닭발바닥 살을 한웅큼 뜯을 수 있었다 

그리고 10 여년을 잊고 살다가 대학교 시험기간에 현주랑 포장마차에 들어갔다 우연히 닭발을 다시 만났다. 내가 대학생이 되는 동안 닭발도 먹기좋게 뼈가 발리는 환골탈태의 진화가 되어 있었다, 연탄불에 살짝 태워서 양념과 야채와 버무려 나온 닭발을 그날 밤 격하게 사랑해 주었다.

그런데 오늘 '유붕이 자원방래하니 불역낙호(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아 ! ' 아니겠는가

추억을 씹다보니 내 친구는 어느새 뼈만 남았다.

 

 

땅바닥에 복권이 떨어져 있어 자세히 살펴 볼 수 있었다.

베트남 거리엔 복권장사가 유난히 많았다. 물론 그만큼 팔린다는 얘기니까.

한장에 만동 (520원) 인거 같았고 1등 당첨금이 우리나라 돈으로 1억 가까이 됐다.

거리를 두리번 거렸다. 오늘따라 복권 장사들이 다 어디간겨 ? 

 

 

수레옆에서 믹서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슬러시인가 ?

 

뭐냐고 물으니, 쭈욱 세워진 병을 하나 들어 보이는데, 모닝(monin-프랑스 시럽)이었다.

나도 하나 !

 

 

구석에서 뭔 가스통을 꺼내더니 모닝을 갈아 놓은 컵 위에 생크림을 듬뿍 얹어서 내주는 것이다.

난 평소 생크림을 싫어한다. 그런데 이 낡고 지저분한 길거리 식당에서 없는 장비가 없고 못 만드는 식음료가 없다는 거에 감탄하며 이날은 달콤한 생크림을 맘껏 즐겼다

 

 

커피원두를 버터로 볶거나,

커피에 달콤한 연유를 붓고,

쌀국수와 월남쌈, 분차와 반미 그리고 노점상 칵테일까지 베트남사람들의 독특한 음식문화가 존경스러워졌다.

 

총 35,000동(1,820원)으로 그들의 일상과 나의 옛 추억 여행을 하고 왔다

 

 

숯덩어리를 땅바닥에 던져 잘게 부순다음 맨손으로 긁어 화로 불을 키우던 건달 같은 청년이, 내가 차도로 가서 서 있자 길 건널거냐고 묻는다.

"  아니. 택시 ! " 

길 건널꺼면 도와주려고 그러는거 같았다. 베트남에 오기 전 나와 그들 사이에 있었던 건 오해였음을 이제서야 깨달았다.

 

 

택시기사에게 번지수를 보여주자 말없이 퇴근길 러쉬아워 속으로 나를 끌고 사라졌다.

 

 

 

 

 

 

 

 

 

 

 

어두워지자 호치민이 황금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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