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Live music - Bui

2014. 2. 27. 23:00Vietnam 2014

 

 

 

 

 

 

택시기사가 정확히 그 지점에서 내리기 좋게 차까지 돌려주었다.

Bui (보이)  39/2 pham ngoc thach

 

 

 

 

 

입구 안쪽으로 좁다란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자 젊은 남자가 문 앞에 서 있다.

나중에 알아보니 assistant manager 란 직함을 가진 떤(Tan)이었다.

 

 

오늘 Live music 하는 걸 확인하고 계단으로 올라가려니 Bar 는 반지하로 내려가라고 한다.

 

 

 

 

어두컴컴한 입구를 열고 들어가자 분위기가 이상했다.

손님은 없고 여자들만 모여 잡담을 하고 있다. 무대랑 가까운 곳 소파에 앉았더니 잠시 후 떤이 와서 준비가 안됐으니 밖에서 기다리라고 한다.

 

 

최소한 두 시간을 어디서 기다리겠는가...

맥주 한병 주문하며 여기서 기다리게 해달라고 뭉기적거렸더니 곤란한 표정으로 돌아가 직원들과 상의하는것 같았다.

잠시 후 맥주 한병을 가져왔다.

 

 

 

 

 

 

담배도 한갑 사서 피우며 떤과 호치민 Live music band 와 Bar 이야기를 나눴다.

밖에는 공연시작이 8시반이라 써 있는데 옛날 거구 지금은 9시 반이라고 알려준다.

 

 

 

 

 

 

홀에 있던 여자들이 한둘씩 사라지더니 위층에서 섹시한 숙녀가 되어 내려온다

아~ 그래서 나한테 나가있으라고 한거구나. 근데 분위기가 좀 이상야릇하다 여기.

 

 

떤이 8시쯤에 한국어 잘한다고 아가씨 하나를 내 옆자리에 앉혀줬다.

대학교 졸업후 여기 출근한지 1주일 됐다는 아이유 닮은 아가씨였다. 이름은 킴(kim)

한잔 사달라고 해서 그러마 했더니 보드카 칵테일을 시켰다. 지금까지 다녔던 live music bar들은 아가씨가 옆에 앉는 경우가 없었는데 주로 무슨 일을 하냐고 물으니 프로모션이라고 한다. 가게 매상 올려 주는거지 뭐.

손님들 대부분이 외국인이고 베트남손님은 10여 % 되는데 자꾸 만지고 못 하게 하면 가라고 성질내서 가게입장에선 별로 안 좋아한단다.

그런 애기를 하다보니 맥주와 칵테일이 벌써 바닥을 보였다. 프로모션 잘 하는데 !

 

 

9시쯤 되자 손님들이 속속 자리를 채우기 시작한다.

젊은 부부가 애를 데리고 와서 내 옆자리에 앉더니 비싼 양주를 병째 주문했다. 여자는 임신해서 배가 불룩했다. 애 혼자 놀으라고 노트북을 켜 주고있다. 여긴 담배도 피고 술도 먹고 음악도 시끄러운데 어떻게 저런 애를 데리고 들어올 수 있냐고 놀라자 여기선 자연스러운 거라며 애에겐 콜라같은 걸 시켜준다고 한다.

 

 

 

 

9시 반에 공연이 시작됐다

 

 

내가 하지 말라고 말렸는데도 kim이 장난처럼 나를 위해 Nobody 를 신청해 버렸다

괜히 밴드와 손님들에게 주목만 끌고...

 

 

술 한잔도 들어가고 나중엔 나도 기분이 좋아져서 여성 싱어에게 Just the way you are 곡을 신청했다

“ 남자싱어에게 부르게 할까요 ? ” 하길래 싫다고 했더니, " 목이 쉬어서..." 라고 여운을 남겼다.

나중에 노래를 들으니 그 이유를 알거 같다. 내가 원했던건 40년된 옛 노래였고 그들이 불러준 건 4년된 Bruno mars 곡이었다.

이런데서 창피 안 당하려면 팝송 몇 개쯤은 외우고 다녀야 할 거같다.

 

 

여기 무대는 탁 트인 넓은 공간인데 반해 청중 손님들이 있는 곳은 낮은 천장에 벽으로 막혀 있어 소리가 울리고 반향음이 심했다.

그러다 보니 howling 이 생기고 그걸 피하기 위해 곡이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덕분에 공연 열기는 후끈 달아올랐지만 !

 

 

 

 

 

슬그머니 자리를 비웠던 Kim 이 오다 다른 테이블로 불려가 열심히 프로모션을 하고 있다. 가끔 고개 돌려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길래 괜찮다고 손짓해줬다.

잠시 후 양주 한잔을 가져와 내 앞에 내려 놓더니 고개를 숙이며 계속 미안하다고 한다. 난 정말 괜찮았고 오히려 술값 덜 들어 다행이었는데...  어린 나이에도 매너가 있어 답례로 양주를 원샷했다.

 

 

숙소의 밤이 너무 공포스러워 오늘은 늦게 늦게 들어가자고 개기다 11시 40분에 일어났다.

일부러 떤을 불러 계산서를 받아보니 727,000동(37,804원)이나 나왔다. 지금까지 쓴 식음료중엔 가장 큰 액수였다. 좀 깎아달랬더니 자기가 그럴 권한이 없다고 다음번에 오시면 잘 해드리겠다며 푼돈까지 정확히 받았다. 이 시끼 넌 이제부터 떤이 아니라 떵이다 !

 

 

길가에 택시 두 대가 술취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뒷차는 vinasun이고 앞차는 saigon 브랜드였다. 내가 뒷차를 탄다니까 앞차 운전수가 와서 뒷차를 운전했다. 내가 술이 취해서 잘못 봤나 ? 

오면서 기사랑 얘기를 나눴다. 택시기사는 영어 몇 개만 알면 된다며 “ where ? how much ? Bum-Bum 150 $ ! " 한다.

붐붐이 뭐냐니 아가씨랑 그거 하는 거라고 한다. 나도 두 손바닥을 붙이고 삑삑 소리를 내며 함께 웃었다.

양주 한잔에 개가 되는구나 !

오는 길에 밤거리는 무서우리만큼 조용한데 데탐과 부이비엔 거리로 들어서자 불야성이다.

 

 

 

12시 정각에 호텔문을 막 닫고 있길래 비집고 들어갔다. 밤늦게 와서 죄송하다고 하니 괜찮다고 이제 제 일인데요 하며 대문은 닫아놓지만 잠그진 않으니까 걱정 말라고 한다.

방에 들어왔다. 쿵쿵 음악은 오늘도 여전하지만 어제 한번 자봤다고 쾨쾨한 냄새가 덜 느껴진다. 코가 먼저 적응이 됐나보다.

쭈구려 앉아 빨래를 하고 났더니 손이 쓰라립다. 오늘 낮부터 빨래를 많이 해 손가락 피부가 훌러덩 벗겨져 피가 나고 있었다. 

처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