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2. 26. 11:00ㆍVietnam 2014
아침에 로비로 내려가 달러를 바꿨다, 여직원이 오늘 체크아웃하면 숙소를 어디로 잡았냐고 해서 동쿼이(dong khoi) 로 갈거라고 대충 얼버무렸는데 호텔 이름이 뭐냐 ? 얼마냐 ? 꼬치꼬치 캐묻는다. Secret 이라고 하고 식당으로 내려갔다.
돈을 거머쥐고 엘리베이터로 뛰어 들었는데 안에 있던 백인남자에게 좀 멋쩍어
“ 달러를 베트남돈으로 환전했어요 ” 하니
“ (단위기 크니까) 부자된거 같죠 ? ” 해서 한바탕 웃었다. 오늘은 식당이 거의 꽉 차서 벽보고 아침을 먹어야했다.
방에 올라와 담배 남은 거 두 개 다 펴 버리고 짐 싹 챙겨 나왔다.
사장은 없어서 여직원들 하고만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누고 나왔다.
여섯밤 묵은 숙소에서 직원들과 이렇게 정들어 보기도 첨이다. 시설은 별로지만 직원들은 최고였다.
Go2 사거리를 지나 피닉스25 호텔에 도착했다.
어리버리한 남자애가 리셉션이라고 작은 책상에 앉아 있는데 영어고 예약이고 뭐고 하나도 모르는 것 같았다. 너무 일찍 왔나 걱정하고 있는데 무전기로 주인과 통화한 후에 큰 문제없이 방을 배정 받았다.
역시 엘리베이터 없고 창문 없고 냉장고 없고 개인금고 없고 쾌쾌한 냄새 있고... 싼 비지떡 제대로 골랐다. 내가 원해서 이런 곳을 찾아오긴 했지만 이 방은 좀 심했다. 하루 16 $ 짜리 이런 방들은 한국과 비교해 꼭 싸다고 할 수도 없는거 같다. 그냥 한국으로 치면 역전 여인숙이나 시골 민박집 정도니까. 오히려 시내 고급 호텔들이 한국대비 싸니까 그게 수지맞는 선택이었을까 ?
방문은 활짝 열린 채 베드에 망연자실 걸터앉아 있으니 1층에서 본 남자들이 인사하며 올라간다.
금고도 없어 불안한 맘에 돈은 주머니에 다 쑤셔 넣고 배낭을 옷장 안에 던져 놓고 1층으로 내려왔다. 어리버리에게 ' 아침식사는 어디서 먹느냐 ' 고 물어도 농아처럼 눈만 깜빡거려 포기하려는 찰나 안쪽 살림방에서 한국인같이 생긴 여자가 나와 한 마디 한다
“ 길가에 내일 탁자 내 놓을테니 거기서 먹어 ! "
호텔 1층 전면은 여행사랑 함께 쓰고 있었다. 여직원 셋이 쪼르르 앉아 있었는데 그 중 뚱뚱한 여직원이 도와드릴까요 ? 묻길래
" 택시 대절해 붕따우(vung tau)를 갔다 오면 얼마냐 ? "
어디론가 전화해보더니 190 만동을 부른다. 젤 비싸다. 내 표정을 읽고
" 그럼 버스 타고 가시는건 어떠냐 ? " 고 하길래 얼마냐고 물으니 19 만동이라며 여기서 걸어서 2분 거리에 터미널이 있다고 했다
급 마음이 동해서 19만동 (9,880원) 결재하고 차시간을 물어보니 11시 차가 있다고, 15분전에 여기서 출발할건데 지금 10시 반이니 방에 가서 짐 어쩌구... 하길래 못 알아듣고 재차 물으니 15분 여유시간 있다고 짧게 말해주었다. 그래서
“ 옆에 가서 카페쓰어다 한잔 하고 있을께 ” 했더니 여자애들이 까르르 웃는다. 내 말이 웃긴가 ? 한국말로 “ 왜 ? Why ? " 하니 뚱뚱한 여직원이 한국에서 왔냐고 대뜸 묻는다
옆 Go2에 앉아 호기롭게 " 카페쓰어다 " 를 외쳤는데 웨이터가 못 알아듣고 메뉴판의 주류 쪽을 가르친다.
다시 발음하자 그제서야 메뉴판의 밀크커피를 짚어낸다.
“ OK ! 내가 지난주에도 여기서 똑같은 걸 마셨는데 ” 하며 가격을 보니 5만동 !
CR ~ 첫날은 내가 물가를 몰라서 이 돈내고 마셔줬지만 이건 아니다 싶어 언능 일어났다
여행사 앞을 다시 지나가며 나 저쪽으로 간다고 손짓했더니 여직원들이 또 모가 웃긴지 깔깔댄다.
옆 식당은 2만동(1040원). 이게 리얼 카페쓰~어다 !
시계를 보니 45분이 거의 다 되어 가는데도 커피를 안 가져온다.
시간이 없으니 빨리 달라고 해서 빨대로 국물만 쭈욱 빨아먹는데 뚱땡이 여직원이 나와서 눈짓하는게 보였다.
“ 붕따우는 왜 가려고 하냐 ? ”
“ 그러게, 나도 모르겠다 ” 여직원과 이런 저런 얘기하며 걷다보니 터미날이란 곳이 팜능라우 거리에 뿌엉짱(phuong trang)이었다.
여직원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 버스표로 바꿔 왔는데 11만동(5,720원)이 찍혀 있다. 이것들이 수수료로 8만동(4,160원)이나 순식간에 꿀꺽한거네. 내가 버스 타는 것까지 친절하게 확인하고 돌아가는 여직원 수고비라 생각하기로 했다.
버스 안에 자리가 널널해서 아무데나 앉았더니 꼴에 지정 좌석이 있었다.
여기는 있어야 될 건(안전벨트) 없고 없어도 될 건(지정좌석) 있다.
차가 출발하자 잠시 후 생수와 물수건을 하나씩 나눠준다. 써비스 좋은데 ? 이런 건 있으면 탱큐지 ㅋㅋ
어제 갔던 동물원을 지나 사이공강을 건너더니 아파트가 속속 올라오는 신도시를 돌아 호치민 시를 벗어났다.
고속도로에 진입할 때 아래 지도에 녹색램프 하나 만들면 간단할텐데 빨간 노선대로 차를 이리저리 빙빙 돌리고 나서야 올라갈 수 있었다.
그 먼 거리를 돌리는 이유가 분명 있을테지만 난 고개만 절래절래 흔들었다
고속도로 위에서 보이는 풍경은 물과 나무가 풍부한 대지가 지평선 끝까지 계속 되고 있었다
동남아인들은 이 좋은 여건에서도 왜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
두시간을 달린 버스가 휴게소에서 잠시 정차했다
하드(만동 520원)하나 사들고 다시 차에 탔다
이 휴게소의 유니폼 컨셉은 스머프 ㅋㅋ
저 V자 제스쳐를 볼 때마다 난 아슬아슬하다.
손등이 보이게 하면 영국에선 살인사건이 종종 생길 정도로 심한 욕이다.
오묘하다. 하드맛이 방귀맛이다.
먹을수록, 어떻게 방귀를 이렇게 급속냉동시켰을까 ?
차가 국도를 달리자 거리에 한글간판이 뜨문뜨문 보이기 시작했다.
‘ 가라오께' '모정' '서초골’ ...등 호치민 시내도 아니고 이 구석까지 한국인들이 올 일이 무엔가 ?
붕따우가 가까울수록 산도 보이고 공장과 공단도 보이고 호치민보다는 오토바이들이 적었다.
지금 이 시간에 학교를 가는 꼬맹이들은 오후반인가 ? 국민학교 다닐때 오전, 오후반 추억에 잠시 빠져 들었다.
호치민에서 120 여 km를 3시간 달려 드디어 붕따우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자 한 남자가 다가와 어디 가냐고 묻는다. 예수상 보러 간다니까 차에 타라고 승합차를 가르쳤다
“ Free ? " 하니 그렇다고 한다. 이게 왠 떡이냐 싶어 ' 돌아갈 표 좀 끊어 올테니 잠시만 기다려 달라 ' 고 했다
호치민 5시 차표를 끊었다. 물론 차비는 11만동이다.
봉고차에는 나 말고 베트남 커플도 타고 있었다.
시내로 들어가 붕따우 해변으로 나와 다시 골목길에서 두 사람을 내려주고
이제 봉고차는 나 한사람을 위해 해안가를 따라 남쪽으로 내달린다.
해변이 끝나며 탄력으로 언덕을 오르자 오른편 돌산 꼭데기에 허연게 보였다
" 어여 와~ "
예수님이 두 팔 벌려 날 환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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