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예수상을 오르며 만난 천사들

2014. 2. 26. 14:00Vietnam 2014

 

 

 

 

 

산모퉁이를 돌자마자 차는 서고,

내려주는 곳이 목적지가 되는건

무임승차 여행자의 숙명이거늘...

군말없이 내리며 고개 드니 산꼭데기는 까마득한데,

고개 돌려 뒤를 보니 봉고차는 벌써 가뿔~고 없네.     <붕따우 타령>

 

 

손님 기다리는 택시기사에게 올라가자고 했더니... 걸어가란다.

손님 기다리는 오토바이 기사에게 올라가자고 했더니 ...걸어가든지, 아님 등대산도 여기랑 비슷하니까 거기를 가자고 한다.

싫다고 했더니 그냥 시내 내려가 1시간 오토바이 투어나 하자 ? 고 꼬신다.

붕따우가 3종 세트로 날 븅신 만드는 구나 !

 

 

승질나서 대꾸도 안하고 정문으로 들어가 계단을 오르기 시작하는데 오토바이 기사가 뒤쫓아와 “ 타고 올라가자 ”고 한다.

뒤도 안 돌아보고 한마디 했다. NO !

애시당초 예수상까지는 길이 없다는 걸 이미 눈치챘는데 그 사이 북악스카이웨이라도 깔았냐 ?

 

 

 

 

매점쪽으로 올라가다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중년남자 셋을 만났다. 방향을 물어보니 이 길만 따라가면 된다고 한다. 얼마나 걸리나요 ?

“ 우리 걸음으론 10분 정도 걸리는데... 구백여 계단이라고 합니다 ”

“ 터미널까지 택시비는 얼마나 줘야 해요 ? ”

“ 못해도 10만동은 줘야합니다 ”

 

 

 

 

 

 

 

 

 

 

 

 

 

 

 

 

 

 

 

 

 

 

 

 

 

 

 

 

 

 

 

 

잠시 말이 없었던건 올라오느라 숨이차서 ㅋㅋ

계단 중간중간 쉼터와 석고상이 있었다.

 

 

꽤 올라와 숨이 꼴깍꼴깍하는데 눈부신 백의의 천사들이 나팔과 하프를 연주해 주었다.

그 소리가 귀에 쟁쟁해서, 내가 계단을 오르다 결국 승천한 줄 알았다

 

 

이 길이 오토바이가 올라가려던 샛길인가 ?

자갈이 깔려 급경사에선 상당히 위험하겠다. 그리고 막말로 그 오토바이가 날 으슥한 데로 싣고가 고려장 안한단 보장도 없고...

 

 

또 한참 올라가니 일직선으로 뻗은 까마득한 계단이 나타났다.

 

 

탱볕에 서서 숨을 고르고 있는데 베트남 청년이 올라오더니 안 가고 내 주변을 서성거린다. 혹시 소매치긴가 싶어 덜컥 겁이 났다.

갑자기 불끈 쥔 주먹이 날라 와서... 몸을 돌려.. 피하며...딱 ! 보니 물병이다.

반쯤 남은 물병. 

지금은 땀을 너무 많이 흘려 독극물이라도 감사히 받았을 것이다. 필요한건 한병이지만 한 모금만 마시고 다시 돌려주었다. 말이 안 통하는 이방인에게 먹던 거라도 내미는 그의 맘에 감동해 얼굴에 뜨거운 땀이 흘러 내렸다

고마워 기념사진이라도 찍고 싶다고 했더니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길래 두 번 찍었다

 

 

 

 

먼저 가라고 손짓하고

직선계단만 하나하나 넘버링 해가며 올라가니 114개다.

 

 

 

 

 

 

 

 

 

 

 

 

중간쉼터에 청소아줌마가 날 보더니 뭐라고 하는데 의미상 ' 그늘진 의자에 가서 앉아 쉬라 ' 는 뜻인거 같다

 

 

이제 예수상이 정면으로 보이는 곳까지는 왔다.

계단을 올라가다 서서 올려다보니 왠 바퀴벌레가 예수님 어깨에 올라 타서 손을 흔드는 것이다.

" CR ~ 천국이 가까운가 별게 다 보이네 " 하며 눈을 비비고 촛점을 맞춰보니, 물병을 건네준 베트남 청년이 나에게 손을 흔드는 거 였다

나도 반가워 바퀴벌레에게 아니 그 청년에게 양손을 격하게 흔들어 주었다.

 

 

 

 

 

 

 

 

예수상 기단까지 올라왔다.

기단 뒤로 돌아가니 예수상을 오르는 입구가 보이는데 그 옆에 푯말에 신발과 모자를 벗으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베트남 청년이 마중하러 내려 왔길래 신발 벗고 올라 가는게 불편하다고 말하자 입구에 있던 무섭게 생긴 관리인이 단호하게 안된다고 말하며 베트남 청년에게 ' 아는 사람이냐 ' 고 묻는 것 같았다. 여기까지 왔는데 예수상을 안 올라가 보고 내려가기는 싫어서 쭈구려 앉아 신발과 지팡이와 모자를 한곳에 다소곳이 모아놓고 거의 기다시피 계단을 올라갔다.

 

 

 

 

 

 

 

 

계단이 너무 좁아 교행할때는 벽에 붙으며 간신히 끝까지 올라갔다.

 

 

 

 

힘들게 올라간 만큼 그곳에서 보이는 풍경은 감동이었다.

푸른 바다와 그림 같은 섬과 붕따우의 시가지 그리고 해변과 파도...

 

 

 

 

 

 

 

 

 

 

내가 올라왔던 해안도로가 까마득하게 보였다

 

 

어깨끝에는 사람들이 팔위로 올라가지 못하게 못판을 깔아놨는데 못에 찔려 죽으나 떨어져 죽으나 고통은 비슷할 거 같다.

더 있고 싶어도 고소공포증으로 하지가 후달려서 얼른 사진만 찍고 내려왔다.

 

 

 

 

 

 

거의 누워서 내려오니 양발은 지멋대로 돌아가고 바지는 올라가고 손바닥은 시커매지고...기분은 최고고 !

 

 

 

 

다시 기단입구로 나오자 관리인이 누그러진 표정으로 내 모자를 집어 머리에 푹 씌워주었다.

그때 팔다리가 길쭉한 서양여자가 들어가려고 하자 관리인 표정이 딱딱해지며 옷차림이 단정치 못하니 돌아가라고 매정하게 손짓했다.

백인이건 누구건 기도 안 죽고 똑같은 규칙을 적용하는 멋진 놈 !

 

 

 

 

올라갈때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는데 내려갈때는 단체도 만나고 많은 사람들과 마주쳤다

여자애가 앞서가며 주먹을 불끈 쥐고 파이팅 하는 손짓도 해주고. 동남아 아줌마는 ' 혼자 왔냐, 대단하다 '고 칭찬도 해줬다

올라갈때는 1시간 반정도 걸렸는데 내려올때는 확실히 덜 힘들다.

 

 

온 몸에 땀이 났으니,,, 바지 뒷주머니에 돈 봉투가 홈싹 젖어 걸레가 됐다.

 

 

멀리 보면 아찔아찔한데 바로 앞 계단만 보고 내려오니 어느덧 거의 다 내려왔다

철재난간이 햇볕에 달궈져 있어 오른손으로 불쏘시개를 쥐는 것 같았다. 

 

 

 

 

 

 

매점 뒤 화장실에서 세수하고 거울을 보니

점심도 못 먹고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탈수와 탈진으로 해골이 되아부렸다,  

 

 

 

 

 

 

 

 

드디어 도로가 보이는 곳까지 무사히 내려왔다.

아까 그 오토바이 기사가 날 발견하고 마당 안까지 마중나오며 장하다고 칭찬을 한다.

"  터미널까지 얼마 ? "

"  5만동 "

"  돈 없다 깍아주라 "

"  10km가 넘는데 "

"  ... "

"  4만동 (2,080원) "

기사가 오토바이를 마당까지 끌고 들어와 헬맷 매 주는데 한국아줌마 둘이 근처에 앉아 있다가 내가 한국인인걸 우찌 알고 말을 건다

어디서 왔냐...호치민.. 수원... 버스타고....대단하다...얼마나 깍았냐... ㅋㅋ 만동 (520원)

 

 

기사 뒤에 타서 어깨 한번 주물러주고, 핼멧아래 머리 긁길래 내가 손가락 넣어서 한번 더 긁어주니 웃는다.

자고로 사람이나 원숭이나 털 골라 이 잡아주면 다 풀어짐

기사아저씨가 " 택시는 10만동이다. 더 싸게 가는거다 " 라고 공치사를 하는데 내 눈엔 푸른 바다가 가득했다.

 

 

꽤 멀다. 이렇게 멀었나 ?  불안불안하더니 급기야 중앙선을 넘어 좌회전하여 들어간 곳은 팬스로 막힌 인적없는 공터다.

겁이 덜컥 나서 처분만 기다리고 있는데

기사아저씨가 다음 길인가 ? 오토바이 돌리길래 고마워 어깨 한번 더 주물러 줬다

다행이 진짜 터미널에 도착했다.

 

 

오토바이가 터미널 주차장으로 들어가려는데 입구에서 경비가 2천동(104원)씩 통행료를 받고 있었다,

나한테 달라길래 " 그냥 여기 내려서 걸어갈래 "

신권 2 $ 주니 좋아서 “ 안냐세요 ” 어줍잖은 한국말이 막 튀어 나온다. 

 

 

입구에서 음료수 12,000동 (624원)하나 사서 수액과 당분을 체내에 긴급공수하니 두 눈동자가 제 자리로 돌아온다.

비닐봉투 하나 달래서 돈 둘둘 말아 주머니에 넣고

 

 

 

 

 

 

 

 

 

 

뿌엉짱 사무실에 도착. 제시간에 버스표로 바꿀수 있었다.

 

 

 

 

5시 차는 5시에 출발이 아니라 5시에 버스를 끌어다 놓는 것이었다. 10여분 후 출발.

나눠준 물 마시고 컨디션 회복을 위해 억지로 눈을 감고 1시간 정도 기절해 버렸다

 

 

눈을 떴을 땐

해는 벌써 져서 어두워졌고,  군청색 하늘을 배경으로 검은 숲이 귀신머리처럼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갑자기 혼자라는 외로움과 막연한 두려움이 가슴을 답답하게 채워온다

 

 

휴게소에 잠시 정차했는데 그 시간 시골도로 휴게소도 적막하긴 마찬가지였다.

한 바퀴 돌아봐도 반미를 안 팔아 팬케익 같은 것만 사서 차에 올랐다 25,000동 (1,300원)

 

 

 

 

 

 

 

 

 

 

 

 

한두개 먹다 목이 막혀 차장에게 물 한병을 더 얻어 꾸역꾸역 허기진 배를 채웠다

그래도 더 안 넘어가 몇 개는 남았다.

이래서 혼자 여행은 안 오려고 했는데...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빠져 나오자마자 차가 갓길에 섰다.

차장과 운전수가 선반에서 먹을 걸 꺼내 내리더니 정차되어 있던 경찰차에게 갖다 주고 다시 출발했다.

 

 

 

 

 

 

오토바이떼도 반갑다. 호치민에 도착했다.

 

 

 

 

대원 깐따빌레.

고급 아파트

 

 

롯데리아.

 

 

팜능라우 거리로 들어섰다. 

 

 

 

내 기분이 Lonely planet 에서 crazy buffalo 로 돌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