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2. 25. 10:00ㆍVietnam 2014
복도에서 들려오는 소음에 좀 일찍 잠을 깼다.
지난 밤 양치 다 하고도 충동적으로 담배를 피우고 잤는데 오늘 아침만 해도 벌써 재떨이에 구겨진 담배꽁초가 두 개나 된다. 여기 온지 7일만에 세갑을 피운 꼴이다. 평소 한달에 한갑도 안 피는 흡연량이 폭발적으로 늘어 온통 너구리굴을 만드는 이유가 뭘까 ? 담배를 들고 생각해보니 ... 공허한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것 같다. 안되겠다 싶어 담배를 두고 나오기로 했다.
침대에 벌렁 누워 내일 옮길 호텔을 찾아보다 Go2 옆에 피닉스호텔을 조식포함 3박에 48 $ 로 예약했다. 여기가 66 $ 주고 있었으니 더 깎아봤자 48 $ 까지는 안될꺼구 가깝고 싼거 잘 구했다 싶었다.
숙소도 정했겠다 가벼운 마음으로 식당에 내려갔다. 오늘 조식은 쌀국수가 다시 등장했다.
대충 먹고 올라와 호텔 후기를 읽어보니 ' 새벽 5시까지 시끄럽고, 창문도 없다 ' 고 해서 얼른 취소하려고 들어가니 페널티가 17 $ 이나 됐다. 그냥 소음엔 단련됐으니 3일 그까이꺼 참아보지 뭐.
붕따우(vung tau)에 거대 예수상이 있었다. 리우데자네이루 정도는 아니지만 예수상 어깨까지 올라갈 수 있는 거대 크기였다.
로비로 가서 붕따우 예수상을 물어보니 사장이 거기 계단도 많고 위험하다고 극구 말린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아 못 올라가더라도 근처는 가보려고 배편을 물어봤다. 여직원이 여기저기 전화해보더니 배가 운항을 안한다는 것이다. 운항회사가 3개나 되고 하루에도 십여편의 배가 들락거리는데 말이 되냐고 하니 회사를 알려 달라고 한다. 방에 와서 아까 봤던 자료를 찾아보는데 검색하다 포기. 여기서 택시를 빌려 봉따우 예수상까지만 갔다 오는데 80여불을 얘기한다. 비싸서 알았다고 하고 내려왔다
오늘은 호치민 페키지 투어에 빠지지 않는 중앙우체국과 성당이나 둘러봐야겠다. 별로 내키진 않지만 사람들이 많이 가는 이유가 있겠지 자위를 하며...
호텔 앞에서 택시를 잡아 old central post office 를 가자고 했다. 가는 차안에서 택시기사에게 붕따우 대절을 물어봤다. 회사랑 통화를 하더니 210만동을 불렀다. 너무 비싸 쪽지를 내려놓았더니 또 통화해보고 180만동을 부른다. 호텔에서 부른 가격보다 비쌌다. 나중에 내릴 때는 전화번호까지 적어주었다.
택시비가 41,000동 (2,132원)이 나왔다, 만동짜리 세장주고 천동을 줬더니 내가 잘 모르는 줄 알고 만동을 한 장 더 달라고 한다. 잔돈으로 챙겨주려고 순서를 바꿌더니 이 기사 당황했네 !
이문열 원작 영화에 한 장면이 떠 올랐다. 안성기가 서울 시내에 밤거리에서 택시를 잡는다. 택시가 서서 조수석 창문을 열자 안성기가
" 아저씨, 지금 몇시나 됐어요 ? "
기사가 열 받아 쌍욕을 해주고 가버리자 안성기가 뒤에 대고
" 타고 물어보나, 물어보고 타나 같은거 아닌가 ? "
여행자거리에서 행상들이 쟁반에 들고 다니던게 뭔가 궁금했었는데... 입체카드였다.
베트남 남부 메콩델타의 고지도 아래에 앉아 쉬고 있는 각국의 관광객들.
월드 타임존은 서울이 도쿄랑 같아서 통상적으로 도쿄를 적어놓는데 여긴 당당히 서울을 붙여 놓았다.
서울,서울,서울,,,,계속 보고 있으니 점점 발음이 낯설게 느껴진다...서울...
우체국 한가운데 명당과 양 복도를 기념품 상점들이 다 차지하고 우편업무는 더 깊숙한 곳에 있었다. 그마저도 여행사 부스를 끼고... 주객이 전도된 거 아닌가 싶은데 여기 방문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우편보다는 구경꾼이란걸 생각하면 그게 도이모이정책인가 하다가도 여기만큼은 자본주의에 오염되지 않았음 좋겠다 아쉬움이 생겼다.
프랑스애들(틴틴)이야 베트남이 한때 자기꺼 여서 관심을 갖는건 이해하지만
베트남애들은 이런 걸 걸어 놓고 싶을까 ? 일본 사꾸라들이 한국땅을 유람하는 그림을 서울 한복판에서 기념품으로 팔고 있는 꼴인데...
아까 기념품코너에서 영어로 호치민을 소개한 책을 펼치게 되었다. 그런데 내용이 좀 이상했다. 호치민의 부정적인 면과 비꼬는 내용들이 적혀 있어서 저자를 보니 외국인이었다. 베트남 야들이 개념정리가 아직 미흡혀~
그 모자를 보는 순간 척수를 따라서 번개불이 번쩍하는 짜릿함을 느꼈다.
대구빡앞에 새빨간 천, 그 위에 큼지막한 별. 내 속에 잠재된 반골(反骨)기질에 확 불이 붙었다.
얼굴이야 어짜피 다 타버린 거, 이제와서 모자 하나 쓴들 뭔 소용이 있으랴. 특정대상도 없이 막연한 반항심으로 그 모자를 푹 눌러쓰고 15만동 (7,800원)을 주섬주섬 꺼내 줬다.
세상에 이쁘게 보이고, 잘나 보이고, 있어 보이고 ... 그런 거에 무관심 하다보니
불쑥불쑥 더 추한 모습으로 세상앞에 당당해지고 싶은 때가 있다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었다.
역시 이런 곳은 내 취향이 아니라며 뒤도 안 돌아보고 우체국을 나왔다.
인도차이나의 땡볕이 내 머리위로 내려 꽃히다 베트남국기 반골모자에 완벽 차단되어 사방팔방 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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