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2. 25. 21:00ㆍVietnam 2014
호텔 일층이 명품매장으로 다 도배되어 입구를 찾을 수가 없을 지경이다
인도 벤치에 앉아 이 몰골로 저 명품 호텔을 어찌 당당하게 들어갈 수 있을까 심기를 가다듬고 있었다.
한 소녀가 소쿠리를 이고 와 내 옆 자리에 내려 놓더니 신문지를 살짝 젖히며 나에게 수줍은 미소를 날렸다. 그 안에는 먹음직스러운 찹쌀도너츠가 막 품던 새알처럼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 얼마 ? "
" 5천동 (260원) ! "
어떨지 모르니 많이 살 수도 없어서
" 하나 ~ "
한국 것보다 좀 덜 달고 기름기가 부족하고 껍질이 두껍고 담백하고 약간 질기고 ...한 마디로 맛이 없다 !
명품매장앞 거리는 재활용쓰레기 줍는 아줌마가 접수했다.
휘황찬란한 로비로 들어서면 촌놈처럼 두리번 거리지 말고 목표물을 재빠르게 파악해 자연스럽게 직행해야 한다.
그래서 화장실로 직행했다.
로마 네로황제 목욕탕보다 더 럭셔리한 ' gentleman' 에서 물 튀기며 세수하고 손수건을 빠느라 꾸무럭거리고 있는데 청소 아줌마가 자꾸 문을 열고 기웃거린다. 무단침입한 노숙자로 몰릴 거 같아 얼른 나왔다.
호텔은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 꽤 컸다. 가운데에 넓은 중정을 갖춘 사각형의 구조였다
그곳에서 뭔 무대설치를 하고 있길래 여기서 Live music band 가 연주하나 들여다 보니 이 Vertical garden 에서 25~27일간 패션쇼가 열린다고 써 있었다.
로비 커피숍 직원에게 5층 Rooftop bar 밴드공연시간을 몰어보니 7시라서 올라갔는데 실제로는 그 시간부터 음악을 틀어주기 시작했고 Live music은 8시반이 되서야 시작됐다
Rooftop garden bar : rexhotelvietnam.com 141 DL nguyen Hue
자리에 앉자마자 새장모양의 전등에 일제히 불이 켜졌다.
옥상이라 밤바람이 제법 쎄게 불어 추웠다.
생수 큰거랑 저녁식사를 하나 시켰다.
메뉴판에서 영어부분만 읽다가 morning glory 란 말이 이뻐서 뭔지도 모르고 주문했다
※ 귀국해서 water morning glory 를 사전으로 찾아보니 공심채라는 채소였다.
잠시 후 먹음직스러운 닭도리탕과 밥이 써빙 되었다.
탁자에 내려 놓으려는 찰나 뒤따라 온 웨이터가 착오라며 접시를 뺏어 옆 자리 손님에게 갖다 주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에게 ' 밥을 좀 드릴까요 ? ' 해서 그러라고 했다. 조금 있다가 내가 시킨 거라고 내려놓는데 웨이터가 밥을 권한 이유를 알았다. 뭔 시금치같은 나물볶음만 한 접시 수북이 나온 것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헛웃음만 나왔다.
웃지마여~ 나 베지테리언이야 !
손도 못대고 있으니 이어서 조그만 공기밥 하나를 엎어서 가지고 왔다. 웨이터의 쎈스에 망신은 면했다.
맛은 있었다
거의 다 먹고 이제 마지막 한가다락만 남았다. 이 숟갈만 성공하면 난 저녁메뉴를 실수로 시킨게 아니고 즐긴거야 !
순간 접시에서 뭔가 반짝거렸다.
그걸 보는 순간 머리속에서 " 심봤다 “ 란 단어가 젤 먼저 떠올랐다.,
가까이 들여다 보니 철수세미 조각이었다.
저쪽에 서 있는 여직원을 손짓하며 부르니 아까 밥 갖다 준 쎈스쟁이 웨이터가 왔다.
“ 맛은 있는데 ...이게 뭐냐, iron 이다. metal 이다 ”
“ 죄송합니다. 이 음식 값은 안 받고...마실 걸 드릴까요 ? 드링크 값만 받겠습니다 ” 하며 접시를 얼른 치웠다
화가 안 풀린 표정으로 접시를 다시 달라고 해서 사진을 찍자, 더 기가 죽은 목소리로
“ ... 과일 좀 드릴까요 ? ” 한다.
웨이터가 돌아간 후 생각할수록 소름이 끼쳤다. 철수세미 끝이 상당히 날카롭게 보이던데...
잠시 후 예쁘게 깎은 과일을 한 접시 내려 놓길래
“ 내가 만약 이걸 삼켰으면 .... ” 하자 내 말도 안 끝났는데 자동으로 이어 받는다
“ Very danger ! "
그 정도면 기합이 좀 든거 같아서 다음부턴 주의하라고 하고, 돈을 하나도 안내기도 뭐해 saigon 333 맥주를 주문했다
8시부터 무대 준비하고 8시 반에 공연이 시작되었다.
5인조 어쿠스틱 밴드는 주로 감미로운 경음악을 연주했다.
Bar 가 너무 넓어서 집중력이 떨어지고, 쌀쌀한 밤바람과 각자 목적이 다른 만남 (비즈니스, 연인, 노인단체, 배낭여행자 등)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해 흥이 안 났다.
난간에 기대 번잡한 로터리를 내려다보았다.
아래인 규칙도 질서도 배려도 없고 오로지 개인의 순간적인 판단과 요행만이 난무하는 교통지옥이
위에는 백인과 영어로 유창하게 사업이야기를 나누는 베트남의 젊은 신흥부자들이...
난 호치민의 아래와 윗세상의 틈에 끼어 충혈된 눈만 껌뻑거렸다.
밤이 깊어 갈수록 호치민은 점점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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