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Live music - Majestic M bar

2014. 2. 24. 20:30Vietnam 2014

 

 

 

Dong Khoi 가 시작되는 1번지. 사이공강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차한 호텔 마제스틱 (Majestic)

 

오래 됐다는 것은 낡고 촌스러운 것, 흉가가 되고 결국엔 흔적도 없이 헐려버리게 되는 것.

오래 됐다는 것이 전통이 되고 자랑거리가 되려면 더 새로워지려는 노력과 선견지명이 있어야 되는 것.

이 호텔이 지금까지도 오성장군 호치민 최고의 호텔로 여겨지는 비법을 엿보기 위해 호텔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거대한 신축호텔이나 글로벌 체인호텔보다 이 호텔평이 좋은 이유중에 하나를 발견했다.

로비 한쪽에 안내판을 들여다 보는데 Bar 도 몇개, cafe 도 몇개, club, restaurant 까지 ... 객실 이외의 부대시설들이 상당히 많았다. 난 어디로 가야 되는건가 목이 꺾일 정도로 처다보고 있으려니 여직원이 다가와 조용한 목소리로 안내를 해준다.

왼쪽으로 돌아, 커피숍을 지나, 부티크 샵 끝으로 가면 레스토랑이 보이는데 들어가지 말고 입구 피아노에서 우측으로 보면 복도가 있습니다. 그 안 으로 들어가면 엘리베이터가 있으니 그걸 타고 8층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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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커피숍을 지나

 

어찌 어찌 엘리베이터를 탔다. 내가 가려는 Bar 안내판이 있어 자세히 읽어보니 하필 월요일만 공연이 없었다. 오늘이 먼데인데 ~

  

8층에서 내리자마자 설상가상 ' 오늘 7시 반까지 행사 때문에 입장이 안된다' 는 안내판이 서 있었다.

어짜피 여기까지 올라왔으니 확인이나 해보자고 안으로 들어가자 문앞에 웨이터가 마중을 나온다.

" 오늘 월요일이지만 밴드공연이 있다. 대신 7시반이 아니라 8시반에 입장이 가능하다 " 는 뜻밖의 희소식을 알려준다.

 

1층 로비 라운지에 내려와 메뉴중 제일 싼 치즈케익을 시키며 이런 곳에 척척 들어오는 일본, 서양 투숙객들을 부러운 눈으로 처다 보았다. 비록 묵을 처지는 안되지만 투숙객 마냥 편안한 의자에 앉아 럭셔리한 호텔 분위기를 고스란히 즐겼다,   

 

' 진열장에 치즈케익 하나 떠다주면 되는 걸 모이리 시간이 오래 걸리나 ? ' 하는 순간 내 테이블에 이것이 써빙되었다

먹기 아까울 정도로 예쁘고 고급스럽게 장식된 치즈케익.

새로운 음식과 데코레이션, 뛰어난 요리사 ... 이 호텔이 최고인 또 하나의 이유를 찾은 것 같다.

 

웨이터에게 펜과 메모지를 빌리고 나중에 봉투까지 얻었다.

한국 코메디언 박준형 닮은 웨이터가 내 테이블 주변을 자꾸 어슬렁 거리길래 신경이 쓰여 웃으며 “ Why ? " 했더니 계면쩍게 미안하다고 해서 좀 친해졌다.

 

계산서를 받아 보니 세금까지 포함해 좀 비싸긴 했다.

“ 담배 피우고 올 테니까 치우지 말라 ” 고 하고 계단을 내려가는데 그 웨이터가 부축해 주려고 다가왔다.

“ 얼굴이 참 친근하다. 한국인 닮았다 ” 고 했더니 탱큐 ! 한다

실내는 에어컨을 세게 틀어 춥고, 담배 피러 나간 바깥은 강바람이 쌀쌀했다.  내일부턴 저녁 나들이는 두터운 옷을 준비해야 할거 같다.

 

 

어느덧 두시간도 훌떡 지나 8시 30분이 됐다

8층 M-bar 에 올라갔더니 도로변쪽 테이블은 다 차있고 오른편 사이드 자리만 두 테이블이 비어 있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오른편 자리가 더 전망이 좋은 명당이었다는 거.

왜냐하면 도로변은 강 건너 눈부신 광고판만 보이고 그 뒤로 컴컴한 벌판인데 내가 앉은 오른편은 시내 빌딩숲도 함께 보였다

 

 

아주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은 이 정도 높이가 참 좋은 거 같다.

도시의 소음도 적당히 차단되고 현장감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산 미구엘 맥주 한병 13만동(6,760원) 시켰더니 큰 글라스에 직접 따라주고 간간한 볶음땅콩까지 갖다 주었다.

담배도 필 수 있고 ㅋㅋ

웨이터의 써비스에서 격이 느껴졌다.

 

사이공강은 하류쪽에서 깊이 휘어져 바다로 흘러간다. 일직선이었다면 덜 예뻤을 거 같다.

인생도 항상 탄탄대로라면 얼마나 싱거울까 ' 굴곡진 인생' 의 의미를 이 강에서 배운다.

강바람을 맞으며 즐기는 맥주 한잔과 담배 한 개피... 천국이 되는데 이 이상 뭐가 더 필요할까 ?

 

 

 

 

9시쯤 밴드공연이 시작됐다. Instrument 로 두곡 정도 연주하더니 이어서 남녀가수가 올라와 90년대 후반 팝송들을 불러주었다.

너무 올드하거나 최신곡도 아니고 너무 무겁거나 느리거나 슬프거나 시끄러운 음악이 아니여서 선곡이 맘에 들었다,

 

 

 

 

연주솜씨도 영어도, 무대메너, 가창력까지 흠 잡을 데가 없었다. 

호치민에서 10 여개의 뮤직밴드를 봤는데 이 팀이 개인적으론 최고였다.

이런 고급 호텔 무대에 서려면 저 정도는 되어야 하는구나 ! 열심히 박수 처 호응해줬다.

 

중년 백인부부가 왔다가 그냥 나간다. 아줌마가 나랑 눈이 마주치자 ‘ 좀 시끄럽죠 ? ’ 하며 흉을 봤다

 

 

가볍고 경쾌한 곡이 계속되자 동서양 중장년 손님들이 흥에 겨워 춤을 췄다. 그 광경도 또 하나의 볼거리였다능

다음엔 현주랑 함께 와서 꼭 춤을 춰야지 ! 

 

9시 50분쯤 휴식시간에 계산하고 나와 택시를 잡아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32,000 동 (1,664원)

택시비가 많이 나오진 않았지만 좀 돌아가는 거 같았다. 내가 길눈이 밝아서 지난번 탄 씨클로나 나중에 버스노선을 잘 기억한다.

차안에서 미터기를 돌려도 바가지를 씌우려면 별 방법이 많구나 싶다.

우측 보라색 별이 호텔 마제스틱. 좌측 빨간 별이 내 숙소.  빨간 화살표가 택시 노선. 보라색 화살표로 가야 맞다.

<클릭하면 확대됨>

 

 

팜능라우 거리에서 내려 숙소 골목으로 들어가다 Huong vy 식당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잠자긴 이르고 약간 출출해서 영혼이 따뜻해지는 닭고기 쌀국수 (48,000동 2,496원)를 한 그릇 주문했다

 

 

 

 

 

매일 아침마다 오늘은 뭘 할까 고민하고, 그냥 조기 귀국이나 해버릴까 하다가도

막상 이 시간에 하루를 돌아보면 너무 재밌어 몸서리가 처진다.

오늘도 끝내준 하루였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