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까우먹 한그릇 잡숴봐 !

2014. 2. 24. 17:00Vietnam 2014

 

 

 

 

 

시내에 Live Music bar로 갈까 ? 근처에서 가볍게 저녁을 먹을까 ?  -지금 이순간엔 가장 중대한- 고민을 하며 공원을 나와 오른편으로 무작정 걸어간다.

고급식당을 지나 학교도 보이고 노상카페와 그냥 카페, 반미집이 이어지다가  

 

 

 

 

 

 

 

 

한 집에서 발걸움을 멈췄다.

간판도 없고 실내는 하얀 타일과 페인트로 마감한 다소 썰렁한 분위기, 뭐하는 집이지 ?

 

 

내가 두리번거리자 찬장 뒤에 서 있던 여자가 들어오라고 손짓한다.

안으로 들어가 “ Pho ? noddle ? " 하니 없다고 한다. 대신 죽 같은게 보이고 접시에 댕그러니 월남쌈 두개가 놓여있는게 전부였다.

   파는 거야 ?  자기네 먹으려고 만든 거야 ?

공원 나올 때 좀 춥더니 김이 모락모락 나는 죽을 보자 몸이 따뜻하게 녹는 것 같았다. 죽 한 그릇과, 월남쌈 하나를 손짓하고 자리에 앉았다.

물 좀 달라고 했더니 컵에 얼음을 담아 베트남 티를 따라 주었다. 얼른 마시고 일어나 한 컵을 더 갖다 마셨다. 물 인심이 후해 일단 맘에 들었다.

 

 

잠시 후 월남쌈과 땅콩소스 두 종류가 써빙되었다. 롤안에 고기와 새우가 들어있는데 단돈 5,000동 (260원)이다.

 

 

죽을 가져왔는데 신선한 숙주와 빵, 마른 오징어와 선지까지 들어있었다,. 18,000동 (936원)

한 숟갈 떠먹자 마자 숟갈을 내려 놓지 못하고 이어서 더 떠 먹었다. 혀에 착착 감겼다,

죽이지만 씹을 건더기도 있고 영양가도 높고 배도 부르고 맛도 죽여줬다.

 

 

 

 

가게 안으로 아가씨가 꼬맹이 둘을 데리고 들어왔다. 아가씨에게 영어할 수 있냐고 물으니 주인여자를 부른다.

죽 이름을 물어보자 “ 베트남식 ? 영어 ? ” 묻길래 영어라고 했더니 컴 앞에 앉아 구글번역기를 돌리는 것이다.

잠시 후 가져온 종이에는 ‘ 건조오징어죽’ 이라고 적혀 있었다.

베트남 이름을 물어보니 “까우먹 (Chao Muc) ” 이라고 한다.

 

 

그 후 바쁘게 종종대는 주인여자와 틈틈이 대화를 나눴다.

말이 안통하는 외국에선 눈치 코치가 예민해지니 그녀가 귀찮아 하면 금방 알았을 텐데, 미안한 표정으로 잠시 기다리시라고 하며 적극적으로 대화를 하고 싶어했다

 

 

주인여자 이름은 흥 (lan Huong).

베트남내에 한국회사에서 chips account 일을 했고 지금도 저녁때 집에 들어가서 그 일을 계속 한다고 한다. 여기 식당은 2개월전 오픈했는데 하루 40~50명 정도 손님이 온다고 한다. 외국인은 프랑스와 일본인등이 많이 왔고 손님들이 먹고 맛있다고 해주면 그게 즐겁다고 한다. 여자가 밝고 적극적이어서 내가 봐도 식당이 잘 될거 같았다

 

 

 

 

 

 

외부간판과 메뉴가 없어 식당인 줄 몰랐다고 했더니 입간판을 내놓으면 경찰이 가져간다고 한다. 아까 들어온 아가씨가 여동생이고 2살 4살의 사내애가 있었다.

주인여자는 내가 들어올 때 한눈에 한국인인줄 알았다고 한다.

한국,중국,일본인을 어떻게 구분하냐고 물으니 알 수는 있는데 설명이 어렵다고 한다.

내가 종이에 얼굴을 그리니 웃겨 죽는다. ' 일본인은 얼굴이 갸름하고 중국인은 통통하고...그럼 한국인은 handsome 하냐 ' 고 하니 맞장구를 친다.

 

 

 

 

계속 앉아서 더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는데 사적인 대화들이 오가는거 같아서 ' 길 건너가 사진 찍어야 겠다' 고 하며 일어났다.

총 twenty-two 라고 하며 23,000동(1,196원)으로 계산한다. 그게 맞다.

귀국 전에 꼭 또 오시라고 인사를 한다. 오토바이가 도도히 흐르는 강을 건너가 식당 사진을 찍었다.

아래 사진에 파란 차양이 쳐진 밝은 집.

 

 

택시를 잡으려고 다시 동물원앞 광장으로 나왔다.

고급식당 앞으로 검은색 제네시스가 들어오고 양복을 입은 동양신사들이 내린다. 멋져 보였다.

 

 

택시 창밖으론 Kumho asiana plaza 등 한국 기업들이 많이 보였다.

 

 

 

 

사이공 강변엔 오늘도 디너 크루즈선이 화려하게 꾸미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Majestic 호텔에 도착했다.

42,000동 (2,184원)이 나와서 5만동 냈더니 택시가사가 2천동 있냐고 물으며 만동을 거슬러 준다.

재밌는 기사양반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