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호치민에서 가장 조용한 곳...Zoo

2014. 2. 24. 12:00Vietnam 2014

 

 

 

 

 

집에 돌아온 것처럼 푹 잤다. 그새 호치민이 제 2의 고향이 된 건가 ?

8시 조금 넘어 식당으로 내려가다 불현듯 ' 이 호텔은 남자들만 묵나 ? ' 란 생각이 들었다. 문을 여는 순간 아가씨가 넷이나 보여 눈이 번쩍 떠졌다. 이럴 줄 알았음 머리라도 감고 오는 건데... 어제 샤워후 그대로 잤더니 베트남 헤어스타일이 되버렸다. 이럴땐 베트남사람인 것처럼 행동해야 돼.

오랜만에 본 호텔직원이 반갑다고 환히 웃길래 말없이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3일 만에 왔더니 식당 배열이 좀 바뀌었다. 생수도 쌀국수도 없어지고 대신 볶음밥이 있었다. 오늘 쌀국수 없냐고 남자직원에게 물어보니 그

렇단다. 매일 보이던 동양인 할아버지와 첨 보는 두 청년이 일본말을 주고받고 있다. 저 할아버지가 일본인 장기투숙객이었구나.,,

 

 

쌀국수가 못내 아쉬워 주방구멍에 고개 들이밀고 아줌마에게 “pho ? ' 물어보니 없다고 한다.

배부르게 먹고 바나나 하나 들고 계단으로 올라왔다.

 

 

가족과 카톡으로 안부 전한 다음에 오늘 뭘 할까 검색해 보았다. 공연, 동물원...묘책이 없어 애꿋은 담배만 두 대나 피우고 주섬주섬 나갈 채비를 했다. 손바닥만한 로비에는 오늘도 여행자들로 분주하다. 프런트옆에 손님 쓰라고 놓인 컴에서 문화공연을 검색해봐도 마땅한게 없다. 마침 투어 여직원이 장보고 들어와 헬맷을 벗고 있었다, 바쁜거 끝나기만 기다렸다가 호치민에서 콘서트나 오페라, 갤러리 등을 물어보니 오페라하우스에서 매일 열린다는 AO show 티켓을 보여주며 비싸다는 말을 덧붙였다. 가격을 보니 백만동(52,400원)이 넘었다. 모야...배낭여행자에겐 1주일치 밥값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코끼리나 보러 가자

 

 

호텔직원에게 동물원까지 차비를 물어보니 4~5 $ 수준인데 택시나 오토바이나 씨클로나 가격이 비슷하다고 해서 택시를 불러 달라고 했다.

1층에 내려와 흡연중 택시하나가 들어왔다. 동물원 가는 가격을 물어보니 미터기를 바라보며 머뭇거린다. 못 미더워서 그냥 보내고 다음 택시에 올라탔다. 차안에 요금보는 법이 한국말로 적혀있어서 몇번 숙독했다. 동물원에 도착했을 때 75,000 동 (3,900원), 여직원이 말한 금액과 비슷하다. 역시 Vinasun택시는 믿을만한거 같다.

 

 

 

 

 

 

 

 

 

 

일본이 조선왕조를 능멸하기 위해 창경궁을 동물원으로 개조한 창경원.

호치민 동물원 입구에 서자 칼라와 훅백의 영상이 교차되며 그 창경원 생각이 갑자기 났다. 1890~1920년대의 한국 근대사를 내가 너무 편애하긴 한다 

 

 

 

 

 

매표소 앞에서 약간 머뭇거렸다. 요금이 4,000동 8,000동(416원) 두 종류인데 베트남어로만 써 있었다. 엽서를 파는 행상아줌마가 4,000동은 꼬맹이라고 키 작은 손짓을 한다.

고맙긴 한데 엽서는 안 사줬다. 들어가며 한국아가씨 3명을 봤다.

반갑긴 한데 아는첸 안 해줬다.

 

 

 

 

입구 왼편의 역사박물관은 문이 닫혔는지 사람들이 돌아 나오길래 오른편 사찰로 올라가봤다.

 

 

 

 

 

 

 

 

 

 

 

 

향내는 은은한데 부처상은 안 보여서 좀 낯설다.

 

 

아오자이를 예쁘게 입은 아가씨가 친구랑 사진촬영을 나왔다. 전통복장을 사랑하는 맘이 느껴져 보기 좋았다.

 

 

 

 

 

 

 

 

 

 

 

 

 

 

강한 볕에 땀을 찔찔 흘리고 얼굴을 골고루 태워가며 천천히 걸어 다녔다

동물원이라기보단 오래된 거목과 정원이 아름다운 Botanic garden 이다. 

번잡한 호치민 안에 있다고 믿기 힘들 정도로 고요하고 낭만적인 Secret garden 이다.

 

 

 

 

 

 

 

 

 

 

 

 

 

 

 

 

 

 

빈 동물우리도 많았고 그나마 있는 동물을 보려면 아크릴판에 빛이 반사되어 CR~ 욕이 절로 나왔다.

 

 

모퉁이를 돌자 호수가 시원하게 눈앞에 나타났다.

나무그늘 아래에선 평일인데도 가족들이 음식을 싸와서 행복한 점심을 먹고 있었다,

꼬맹이들이 동물 구경은 안하고 나를 구경하러 왔길래 " 어여 가서 밥먹어 ~ " 한국말로 해주고 얼른 자리를 피했다

 

 

 

 

 

 

 

 

 

 

 

 

 

 

인적이 드문 오솔길 안쪽에 조그만 매점.

중년남자 넷이 손바닥만한 의자에 쪼그려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다. 반미(Banh mi)가 보여 침을 꼴깍 삼키며 주문을 했다. 가격은 15,000동 (780원) 동일한데 두 종류다. 이럴 때가 젤 곤욕스럽다. 아가씨가 답답한지 계란을 가르치길래 Yes 했더니 바게트 배를 가르고 오이와 토마토를 썰어 넣고 계란을 부칠 준비를 한다. 내가 계속 서서 보고 있으니까 앉아 있으라고 의자를 손짓한다. 자리에 앉아  -뭐좀 안다는 듯- 아줌마에게 ' 카페다~' 라고 소리치자 아줌마도 알았다는 듯 ‘ 카페다 ! ’ 라고 되받아 친다. 잠시 후 아이스커피를 가져왔다. 역시 달다. 설탕 안 들어간 블랙커피를 베트남말로 뭐라 하는지 얼른 알아둬야 겠다.

반미를 만들던 아가씨가 날 보며 매운 소스병을 흔든다. 그려 그것도 Ok !

 

 

 

 

 

 

 

 

역시 맛있다.

남김없이 쉼없이 깨끗이 먹어치우고 매운소스에 얼얼한 입술주변을 얼음으로 달래는데 무리중 한 남자가 조그만 주전자를 내 테이블위에 갖다 주었다. 고맙다고 인사하고 빈 컵에 따라보니 베트남 차였다. 전에 휴게소에서도 테이블마다 이 차 주전자가 있던데...

공원입구에서 금연그림을 본거 같아, 담배를 꺼내 아줌마에게 펴도 되냐고 물었더니 잠시 후 라이터를 가져왔다. 펴도 되니까 라이타를 주겠지 싶어 내 라이타로 불을 붙였다. 옆에 남자들도 피길래 나도 두 대나 피우고 일어났다.

 

 

시원한 바람에 땀도 식고 배가 부르니 더 행복해졌다.

 

 

오랑우탄 우리를 지나 악어장에서 몰래 체중을 줄이고 원숭이 두마리가 심심하게 늘어져 있는 꼴을 나도 심심하게 바라보았다.

 

 

 

 

 

 

 

 

 

 

 

 

 

 

원내 투어 열차가 지나가길래 Free 란거 확인하고 올라탔다.

덕분에 힘들이지 않고 공원을 다 둘러볼 수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본 곳은 공원에 1/4 밖에 안되는 거였다. 생각보다 넓어서 기차 타길 잘했구나 싶었다.

 

 

 

 

 

 

 

 

 

 

 

 

 

 

 

 

 

 

 

 

 

 

 

 

한바퀴 돈 후 공원 입구에 서길래 언제 또 운행하냐고 물으니 못 알아 듣는다.

 

 

 

 

 

 

 

 

 

 

화단쪽으로 와서 빈 벤치에 벌러덩 누웠다. 벤치가 뜨거운 햇볕에 달궈져서 살짝 누워 있는데도 녹는 얼음처럼 땀이 질질 흘렀다.

다른 곳을 찾아갈 기력도 없어 그냥 등받이에 두 다리를 올리고 기절하듯 낮잠에 빠져 들었다. 

 

 

 

 

꿈속을 허우적대다 깨보니 3시다. 한시간을 내리 자버렸다.

그렇게 오래 죽은듯이 잤다는 것도 황당했고 깨보니 공원이 너무 조용해서 당황했다,

한참 더울 때라 모두들 나처럼 잠들었나 ?  넓은 공원에 인기척은 풀밭에 물뿌리는 아줌마 한명뿐

 

 

한동안 앉아서 정신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여행중 이런 하릴없는 시간이 많이 낯설다. 자고 일어났는데도 몸이 더 늘어지고 기분마저 찜찜하다.

 

 

정신 차리자고 자판기로 가보니 고장. 

 

 

 

 

 

 

 

 

열심히 찾아간 화장실 한 곳도 폐쇄

 

 

 

 

 

 

 

 

 

 

벤치에 앉아 하염없이 손님을 기다리는 사진사 아저씨도 처량

 

 

 

 

 

 

공원벤치에 데이트 나온 연인의 모습이 신선하게 보인다. 옛날 대학교때 현주랑 연애하던 생각이 났다

 

 

엄마 아빠랑 여자애 둘인 베트남 가족이 내 앞을 지나가는데 ...한국말을 하고 있다.

한국인은 가끔 베트남인과 전혀 구분되지 않는다

 

 

 

 

 

 

4시가 넘으니 매점들도 철시하고, 분수도 멈추고, 공사인부들도 커피 한잔 마시고 짐을 꾸린다.

지나간 투어기차는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아 슬슬 공원 출구쪽으로 향했다..

 

 

 

강렬했던 햇볕이 사그라지자 나무그늘이 길어지고 공원색이 더 짙어졌다.

초저녁 바람에 땀 식은 몸이 부르르 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