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편의점을 점령한 한국식품회사

2014. 2. 23. 21:00Vietnam 2014

 

 

 

 

 

승합차가 출발하고 몇 분후 할머니와 애기를 내려주는데 차비를 안 받는거 같았다. 또 조금 더 가더니 조수석에 탄 남녀를 내려줄 때는 분명 돈을 받는 모습이 보였다. 이제 우리 일행만 내려주면 되는 기사는 오토바이보다 더 험하게 교통흐름을 파괴하고 있었다. 

   도대체 이 승합차의 정체는 뭘까 ?

   우리도 돈을 더 내야 되는 건가 ? 

   얼마나 나올까 ?   혹시 바가지 쓰는거 아니겟지 ?

   캐나다일행은 세명이니 쉬리가 돈 다 내고 우리가 걷어서 주면 될 텐데, 그럴 위인도 못 되는거 같고...

별 걱정이 다 들었다.

그런 고민들로 머리통이 꽉 차 있는데 팜능라우에 다 왔다고 차를 세운다. 시내버스들만 잔뜩 서 있고 낯이 설었다. 운전수가 길을 모르는 거 같아 내가 앞자리로 가서 호텔 명함을 보여 주니 이해한 듯 다시 출발했다. 캐나다 팀도 자기들 내릴 호텔 명함을 기사에게 보여주는데 거긴 부이비엔 거리였다.

대로의 반대편으로 넘어가자 슬슬 반가운 가게들이 보이기 시작해 얼른 캐나다 팀과 작별인사하고 작크와 나만 먼저 내렸다. 승합차가 뒤도 안 돌아 보고 떠났지만 후진해서 차비 내라고 할까 봐 얼른 인파속으로 파묻혔다. 너무 피곤해서 작크랑도 대충 인사하고 호텔 골목으로 들어왔다. 매일 인사했던 호텔 주간벨보이를 골목에서 봤는데 그냥 지나간다. 며칠 내가 안 보여 딴 호텔로 옮긴 줄 아나보다.

 

 

드디어 마침내 무사히 결국 숙소앞에 섰다.

1층 탁자에선 애티가 조금 남아 있는 청년 둘이 뭘 다듬고 있었다. 내가 같이 앉자고 하니 자리를 만들어 주고, 조용히 가서 찬 물도 한컵 가져다 주었다. 고마운 녀석들.

자축의 의미로 담배 불을 붙여 깊이 빨았다. 아직 심계항진이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니코틴이 더 빠르게 온몸으로 퍼졌고 화답의 결과로 근육의 긴장이 플어지며 나른하게 기분이 좋아졌다. 이 나라 담배는 한갑에 하나씩은 마리화나를 뽀나스로 넣어주나 ?

앞에 청년이 어디서 왔냐고 묻길래 ' 코리아 ' 라고 하니 잘 모르는 거 같았다. 삼성 갤럭시 LG 현대를 또 되풀이하고서야 알아 듣는거 같았다.

 

 

2층 호텔로 기어 올라갔다.

지난번 메콩투어 상담한 여직원이 반갑게 “ 투어 어땠냐 ”고 물었다. 승합차비가 추가로 들었음 따져서 받아내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고 그래서 로비 의자에 풀썩 앉아 오늘 고생한 거 다 일러 바쳤다.

전용버스인줄 알았는데 로컬버스타고, 수시로 정차하고, 영어도 안 통해 후다닥 화장실 가고, 가이드도 바뀌고, 이 차 저차 옮겨 타고... 차 떠날까 눈치 보며 점심 먹었다는 부분에선 호텔 임직원이 같이 흥분해서 사장이 여행사에 항의전화를 걸어서 따졌다.

 

 

남자직원은 시원한 쥬스 한잔 가져오고 여직원은 방을 좋은 곳으로 옮겨 주겠다고 한다. 대신 거긴 큰 방이라 다른 사람이 찾으면 방을 옮길 수도 있다고 사족을 달긴 햇지만...

"  필요 없고 이사다니기 귀찮으니까 작아도 괜찮으니 깨끗하기만 하면 된다. 빨래하게 비누나 몇장 더 넣어달라 " 고 했다.

 

 

맡긴 배낭을 찾아 3일만에 가족에게 안부를 전하려고 카톡을 켜보니 그 사이 인증이 안되서 접속이 불가능했다. 국제전화좀 쓰자고 하니 1분에 1 $ 라고 미안해 한다. 급한데 어쩌겠는가 연결해달라고 했는데 직원이 시도해도 잘 안됐다. 비상연락망으로 현주에게 메일을 간단히 보내고 1층 새로 배정된 방으로 들어갔다.

가족들과 연락이 안되니 공황에 빠졌다. 3일 밀린 메콩 빨래 다 하고 샤워까지 마치고 나오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밴드로 들어가 운희형에게 집에 연락좀 해달라고 부탁하고 이것저것 만지다가 가족밴드를 직접 만들면 되겠다는 경지에까지 도달했다. 현주랑 짱이를 초대하며 극적으로 가족과 연락이 닿아 7시 반까지 서로 반가워 3일간 못 푼 대화를 주고 받았다. 그 사이에 운희형이 현주에게 전화도 해주었다.

 

 

이제 피로가 몰려와 자려고 누웠는데 이렇게 자면 안될거 같아 옷 입고 밖으로 나갔다.

저녁타임 벨보이가 반갑게 인사를 한다.

아까 1층에서 본 청년들이 그 시간까지도 단순노동을 계속하고 있었다. 좀 살아난 모습으로 반갑게 인사하는데 마침 들어오는 호텔 사장과 여직원을 만났다, 여직원에게 식당을 추천해 달라니 골목 맞은편 Huong viet 를 손짓 하는거 같았다, 사장이랑 얘기하며 저녁 먹으러 나간다니 Huong Vy 를 알려준다. 이름도 비슷하고 옆에옆에 붙어 있는 식당들이다. 어디를 가야 되나 ? 일단 가까운 Huong viet 로 향했다.

샤워하고 좀 쉬었다고 땀도 안나고 몸이 가볍다.

 

 

 

 

Bun thit nuong (볶음국수에 돼지고기 올린 것)

가격이 쎈만큼 맛도 좋았다. 팍치는 다 끄집어내고 허겁지겁 맛잇게 먹었다. 생각해보니 오늘 먹은게 별로 없긴 하다. 베트남 여행후 살이 더 빠졌다능... 

애플스무디 한잔 시켜놓고 의자에 축 늘어져 한동안 거리구경을 했다.

 

 

 

 

 

 

식당 안쪽 테이블에선 서양 노인네가 젊은 베트남 여직원에게 추근대는 소리가 들린다.

 

 

비아그라가 세상을 뒤집어 놓긴 했구나...

 

 

 

 

내일은 모하지 ?

당장 오늘 밤 할 일도 못 정했는데 언감생심 ...

근처 가게 가서 군것질거리나 사가야겠다 하고 나오다가 k-mart 를 기억해냈다.

베트남의 구명가게들은 싸구려 현지 과자들이 많았지만 번듯한 편의점에는 한국 오리온,농심,롯데등의 과자와 아이스크림등이 많이 보였다. 베트남 제품들이 한국산 수준을 못 따라오니 수준이 높은 매장들은 수입산이 많았다

 

 

 

 

 

 

 

 

역시 베트남 음식맛의 원조 아지노모토 발견.

 

 

 쥬스와 과자 등등해서 144,500동 (7,514원) 어치 과소비를 했다

 

 

비닐봉지를 달랑달랑 들고 신나서 방에 들어와 하나씩 맛을 봤다

Sweetened 우유는 달긴 단데 어렸을 때 흰 우유에 설탕 타먹던 맛하고는 좀 다르다, 계속 입안에서 혀를 차다보니 이 맛이 기억났다, 탈지분유에 설탕 탄 맛이었다.

Farmer pack 은 마늘맛 땅콩이라서 사봤는데 열어보니 진짜 땅콩 그대로였다. 약간 실망하며 깨 먹어보니 또 마늘맛이 강하게 난다. 오묘하네

 

 

 

갑자기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가당우유 ? 사과스무디 ? 에어컨바람 ? 땅콩 ? 뭐가 원인인지는 몰라도 위가 점점 꼬이기 시작했다, 가볍게 넘어갈 통증이 아닌거 같다

화장실에서 한참 앉아 있으니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문도 잠가놨는데 이러다 기절하거나 죽으면 어떡하나 덜컥 겁이 났다, 혼자 객지에 나오면 이렇게 유약해지는구나 싶다.

군것질에 더더욱 행복해진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