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왜 일찍 일어난거야 ?

2014. 2. 23. 06:30Vietnam 2014

 

 

 

 

벽을 통해 낮게 깐 남자 목소리가 울린다.

어둠속에서 시계를 보니 3시 30분. 소변을 보고 와 누워도 도망간 잠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어젯밤에도 휘나리로 시작된 노래가 자정을 넘기며 안면을 방해했었는데 이 나라는 그런 도덕이나 법률이 아직 없는 게 분명하다.

커피숍 옆 떠드는 소리, 버스안 휴대폰 소리, 도서관의 속삭임... 의미가 담긴 소리는 소음이다. 외국여행은 그런 소음에서의 탈출이었다. 일본, 스페인, 터키. 베트남... 옆에서 떠들어도 알아들을 수 없으니 그저 참을만한 소리일 뿐이었다. 그런데 이 새벽, 콘크리트 모래알 틈을 비집고 삐져 나온 저 목소리가 나의 도피를 무의미하게 만들어 버린다. 사람들이 자꾸 하늘로 날고 물속으로 처박히려는 이유가 이해됐다.

자는 걸 포기하고 방 불을 켰다가 흠짓 놀랬다. 밤새 몸부림에 베갯잇이 거의 다 벗겨져 더러운 베개가 정체를 나타냈다.

 

가족들 꿈을 꾸다가 놀라서 보니 6시 2분전.

고양이 세수하고 카메라만 챙겨 나왔다. 캐나다 일행중 한 여자가 무거운 배낭을 업고 계단을 내려오다 마주쳤다

"  다시 온다는데 모하러 갖고 가 ?  꽤 무거워 보이는데... "

 

 

그런데 로비로 내려갔더니 죽방멸치 여직원이 깨는 목소리로 ' 가방을 다 챙겨서 로비에 맡기라 ' 는 것이다.

부리나케 3층까지 올라가 부직포가방에 쓸어 담아 내려왔다.

아래 사진이 죽방멸치 여직원

 

 

그 사이 작크도 내려와 있고 첨 보는 두 서양커플도 있였다. 긴 탁자에 자리가 다 차서 나는 거리방향의 일명 회장자리에 앉았다.

노란 플라스틱 접시에 노란 바나나 노란 칼, 노란 바게트, 노란 커피 ... 아주 싹쑤가 노랗구나 !

고작 이거 주려고 어제 방에 처 들어와 아침 메뉴 주문 받았구만.

대충 먹고 모두들 스맛폰만 들여다 보는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저게 없던 시절에는 이 아침 풍경이 어땠을까 ?  고개 들고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떠드는 모습이 그려진다.

여행의 묘미는 역시 사람인데...사람이 없는 여행은 이야기도 없던데... 이것저것 속상한  아침 풍경이다.

 

 

 

잠시 후 죽방멸치가 자기를 따라오라고 앞장서서 나갔다.

일행들이 횡단보도를 건너 사거리를 지나 새벽속으로 들어가더니 모두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들만 촛점을 맞춰 죽어라고 쫓아가다 그냥 될대로 되란 식으로 발걸음이 느려졌다. 조금 더 가자 멀리서 작크와 캐나다 여자가 나를 기다리는 모습이 보였다. 쉬리도 더 멀리에 서있고 그렇게 릴레이식으로 기다려주고 있었다. 작크 손을 잡고 열심히 걸어가는데 씨클로 한 대를 그 여자가 섭외해 보내줬다. 고맙다고 타긴 했는데 30m 도 못가 다 왔다고 내리라고 한다.

 

 

 

거기서 우리는 또 다른 가이드에게 넘겨졌다.

시장좌판에서 닭목 치다 앞치마에 손 쓱쓱 닦고 온 듯한 아줌마가 오전 투어 가이드다.

오리새끼들처럼 아줌마를 따라 시장 안 좁은 골목으로 들어갔다. 어두컴컴한 골목 양편에는 구멍가게도 있고, 끈 메리야스를 입은 베트남 남자가 땟국물 쪄든 나무의자에 한쪽 다리를 ㅅ자로 올리고 앉아 우리를 구경한다. 

그 골목 끝에서 새벽의 메콩강이 자태를 드러냈다.

 

6시 40분 이 시간에도 거리와 시장, 메콩강에 부지런히 아침을 여는 현지인들이 많이 보였다. 1차, 2차 산업은 일하는 시간만큼이 돈이라서 잠을 줄여서라도 더 많이 일해야 한다. 서비스업이나 고부가가치인 3차 산업은 시간의 양보다는 질이다. 베트남의 한 구석 쩌우덕에 아침 모습을 보니 식량안보니 도농격차니 하는 골치 아픈 이야기는 빼고 글로벌하게만 생각한다면, 아직도 농사짓고 공장에서 일할 노동력은 쎄고 쎘구나 싶다. 베트남은 농사짓고 물건 만들라 시키고 한국은 한류를 열심히 창조하고... 그래서 삼성이 베트남에서 최신 스마트폰 제조공장을 돌리는 이유다,

 

 

 

  

 

 

 

순박한 작크와 기념사진.

그 뒤로 오늘 새벽에 급조된 새 일행들이 보인다.

 

 

 

 

처음 배를 댄 곳은 양어장이다. 아줌마의 유창한 영어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이 나라 영어 인프라는 얼마나 대단한가.

물고기 모이를 직접 줘보는 이벤트도 있었는데 사실 이 먹이는 관광객용이고 물고기를 먹이기 위해 하루 두 번씩 요리를 한다. 양어장 크기와 마릿수등 질문이 오고갔다. 수상가옥에 매달아 놓은 쌀은 육지에서 수확한 거 하나 수상에서 수확한 거 하나 화합의 의미라고 한다. 재활용쓰레기 수거하러 이 새벽에 할머니가 배를 저어 왔다. 홍수철에는 수상가옥이 저절로 뜬다고 한다. 지금은 닻으로 고정....

 

쩌우덕의 가이드 아줌마.... 쩔어~!

 

 

 

  

 

 

다시 배타고 이동했다.

 

 

 

 

이편은 수상가옥이 많은데 반대편은 하나 없이 깨끗하길래 물어봤더니 물살이 쎄서 그렇다고 한다.

이런 수상가옥들도 맘대로 짓는게 아니라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잠시 후 나루터에 도착했다. 작크의 도움을 받아 좁은 뚝길과 외다리를 건너갔다.

 

 

  

무슬림 마을의 베틀로 천을 짜는 집을 방문했다.

애들이 일찍 일어나 우리를 보며 인사를 했다,

 

 

 

매년 여름에 물이 차 오르니까 1층은 거의 사용을 안한다.

기둥에 연도를 표시한 것은 홍수때 물이 찬 높이라고 한다. 홍수때는 2층 집끼리 물위에 다리를 놓고 왕래한다고.

 

 

 

 

 

 

 

 

우리가 나타나자 소녀가 베짜는 시범을 보여주었다. 벽에는 떼어다 파는 천들이 잔뜩 걸려 있었다.  

 

 

 

모스크 보러 이동. 큰 길까지 따라 나왔다가 나는 포기했다

 

구멍가게에 들어가 물 하나를 사 마시며 거리구경 했다.

 

 

 

 

 

 

 

 

 

 

 

 

 

반미포장마차 박스 위에 톱과 칼이 올려져 있어서 섬짓했다.

 

알고보니 얼음

 

한 소녀가 얼음 한덩어리를 사서 비닐에 담아 집으로 가고 있다.

어릴때 막걸리 받아가던 모습이 떠올랐다. 

 

멀리 간 일행이 돌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작크에게 (모스크) 어땠냐고 물으니, far 라고 한다. 그에겐 내가 거리를 물어보는 줄 알았나보다.

다시 나루터로 오는 길, 뒤에서 프랑스 남자애들이 따라와 예전같으면 마음이 급했을텐데 그냥 느긋하게 걸었다. 내가 더 힘들어하면 민폐니까 스스로 페이스를 조절해야 한다능.

 

 

배에 타서 손바닥을 손수건으로 닦으니 아주 더러웠다. 그 손으로 작크의 팔을 잡고 왔는데...갑자기 미안해졌다.

내가 이 신 새벽에 여행하듯이 공부를 그렇게 했으면 지금 뭐가 됐을까 ?

 

또 다른 여행자들이 몰려온다.

우리가 다녀간 곳을 똑같이 본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별로다.

 

 

작크는 Go Pro 카메라로 열심히 셀프동영상을 찍고 있다.

서양애들이 저런 기계는 참 잘 고안하고 잘 사용하는 거 같다.

 

 

 

 

 

 

 

1시간여 만에 일정 끝. 더 없다 한다.

다시 나루터에 도착해 시장 안으로 들어가며 “ 우리가 왜 일찍 일어난 걸까 ? ” 라고 일행들에게 물었다

 

시장초입에서 가이드 아줌마가 오토바이를 섭외해서 나만 편안하게 호텔까지 타고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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