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리얼 베트남, 쩌우덕 2-2

2014. 2. 22. 21:00Vietnam 2014

 

 

 

 

사거리에 휴대폰 악세사리 매장 앞에 빈 의자가 있길래 앉아쉬며 담배를 꺼내 피웠다

안에서 꼬맹이가 나와 신기한듯 힐끗거렸다. 젊은 남자 사장이 다라 나오길래 눈인사하고 한동안 거리를 바라봤다

  

 

매장 앞에 세워진 자전거를 보며 안에 여자에게 영어 할수 있냐고 물으니 그 남자 사장을 부른다.

“ 저 자전거 1시간만 빌리자. 얼마면 되냐 ? ”

영어를 못해도 뭔 뜻인지는 알텐데 잠시 고민을 하는거 같더니 고개를 설레설레하며 NO 한다.

내가 훔쳐 타고 달아날 것처럼 보였나보다.

  

천막으로 지붕을 덮은 컴컴한 시장 안으로 들어갔다.

  

 

아직 준비가 안된 간이식당에 남자랑 눈인사를 하며 뭐 좀 먹을까 기다려봤다.

장사를 시작하려는 건지, 끝나고 정리하는 건지 그 사소한 것까지 알 방법이 없어서 서로 쓴 웃음만 나누고 자리를 떴다.

  

  

  

  

 

시장 안으로 들어갈수록 제법 규모가 크고 물건이 다양했다.

어물전에서 메두사머리같은 왠 흉칙한 건어물을 봤다.

  

  

  

분주한 사람들에 휩쓸려서 시장 건너편으로 나왔다

  

 

빙수장사 옆에 몸을 피했다.

빨간 빙수가 맛있어 보여 나도 하나 만들어 달라고 하며 5천동(260원)을 꺼내 들으니 힐끗 보더니 빨간 물감만 손가락질한다. 고개를 끄덕거렸다. 얼음을 대패에 갈아서 손으로 푹푹 담아 빨간 물감 한숟갈, 연유 한숟갈 끝. 팥따윈 없다.

아주 어릴 적 먹어본 빙수 딱 그 맛이다. 

 

 

 

빙수를 떠 먹으며 사람들 구경을 하는데

그런 나를 또 일없는 오토바이꾼들이 안장에 앉아 자꾸 처다 보길래 모퉁이 상가 문턱 위에 쪼그리고 앉았다 

 

앞 건물이 눈길을 끌었다. 2층까지는 화려한 건축양식으로 지어졌는데 3층은 시멘트로 대충 벽만 올려놓았다.

2층까지는 프랑스 식민지 시대에 짓고 그 이후 돈도, 기술도 없어서 옛 영화를 재현 못하는 지금 세대.

그 건물 아래 누추한 식당에선 3대가, 중년남자들이, 연인들이 저녁을 사먹고 오토바이에 올라 행복한 표정으로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꼬맹이는 누나랑 옥신각신하며 연을 날리는... 쩌우덕 삶의 풍경속에 내가 있었다.

 

 

 

  

  

  

 

옆에 내려 놓은 빙수를 먹으려고 들었는데 빙수는 온데간데 없고 쌔빨간 잉크가 한 병 담겨 있었다.

내가 이거 다 마셨다간 온 몸이 빨갛게 염색되어 암으로 죽겠구나 겁이 덜컥났다.

반도 못 핀 담배를 빨간 잉크위에 던졌다.  찌지직~

 

 

뭔 죽같은 걸 팔길래 먹어보려고 가니 마침 다 팔렸다.

10 여분 사이로 시장이 급격히 파장분위기다. 시끄럽던 오토바이 소리도 줄었고 빙수아줌마도 떠났다. 나도 일어나 엉덩이 털고 굶주린 배를 덜렁이며 큰길로 나섰다. 길거리 식당들은 사진이나 영어가 적힌 메뉴가 없다보니 이 나라 말을 모르고선 도저히 음식을 시킬 수가 없을 거 같다.  

  

  

어느 호텔 1층 식당이 영어가 통하는 레스토랑 같아서 내키진 않았지만 그 곳을 찾아갔다. 

 

볶음국수(7만동 3,640원) 와 얼음물을 주문했다.

 

거리에 내놓은 탁자에 앉아있다가 캐나다 일행을 만났다. 쉬리는 영 재수 없지만 여자가 성격이 좋아서 반갑게 인사를 했다. 둘만 나왔길래 물어보니 한 여자는 피곤하다고 호텔에 있고 자기들은 이 밤에 뭔 산을 올라간다고 ....

 

여긴 씨클로가 되게 조잡하게 생겼는데 시장물건도 옮기고 사람도 타려니 그런 어중간한 모양이 되었나보다.

애나 올라타면 딱 맞을 크기인데 크기가 작아 기사들이 덜 힘들긴 하겠다 싶다.  

 

주문한지 30분이 넘어도 음식이 안 나와 여자를 불러 “ 배고파 죽겠다 ” 고 하자 텅빈 내 식탁을 보고 짜증난다는 듯 주방으로 갔다. 잠시 후 음식이 써빙되었는데 맛이 좋았다. 이래서 베트남을 사랑안할 수가 없다.

먹다보니 좀 짜긴 하다.

 

 다 먹고 아가씨에게 ‘ 커피 되냐 ? ’  ‘ 엉’

milk coffee 하니 못 알아들어 ‘카페 다’ 라고 했다. 알아들었다는 듯. 잠시 후 아이스커피를 한잔 가져왔다. 그래서 얼음이 아니고 밀크를 넣어 달라고 한거라니까 아가씨가 그건 ‘카페 수어’ 라고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외워 놓고도 순간 헷갈린 내 잘못이다.

잠시 후 카페수어다로 한잔 내려 놓고 귀엽게 삐진 표정을 짓고 간다.

  

 

 

아까부터 씨클로 기사 한 놈이 계속 얼씬거려서 담배를 하나 주고 불을 붙여 주었다.  

어디서 왔냐고 묻길래 맞춰 보라니까 “ 커리어너 ”

? 아~ 코리아 !  단박에 맞췄다.

영어 하냐 ? 고 물으니 ‘ 약간 ’ 하며 두 손가락을 좁게 구부린다.

나이 물어보니 한손은 두 손가락, 또 한 손은 네 손가락을 펴 보인다. 24살 ? 와 젊다 했더니 다시 4개 먼저 펴고 두 손가락을 나중에 폈다. 음 42세....

얼굴 잘 생겼다고 했더니 나도 그렇다고 되돌려 받았다.

" 너 아까 두 여자 태워주고 오던데 얼마 받았냐 ?"

가만히 생각하더니 10만동을 부른다. 이 자식이 어디서 약을 팔어 ?

서로 애 얘기하다가 갑자기 먹잇감을 발견한 독수리처럼 잽싸게 씨클로를 몰고 사라져 버렸다. 잠시 후 세사람이나 태우고 내 앞을 지나갔다.

일자리도 기술도 없으니 단순노동으로 먹고 사는 인생들. 인물이 아깝다 

 

그렇게 늦은 시간도 아닌데 거린 벌써 불이 꺼지고 왕래가 뜸해졌다

맞은편 가게에선 베트남 전쟁 시절 미국에서 유행한 팝송이 흘러나오고 있다.

꼬맹이도 영어가 유창한 나라, 씨클로 기사들까지 달러를 받는 나라... 월남전의 진정한 승자는 누구인가 ?

  

9만동 (4,680원) 내고 그 기사 또 오기 전에 얼른 일어났다 

  

시장 앞은 아직도 사람들이 많고 장사들이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한 노점상에 빵이 맛잇어 보이는데 너무 달고 방부제 덩어리일까 봐 못 사고,

사람들이 저녁끼니로 몇개씩 사가는 반미(Banh mi)집은 가격도 모르고 햄 같은게 비위에도 안 맞을 거 같아 포기했다.

  

  

  

 

길건너엔 땅콩과 호떡같은걸 파는 상인이 몇 명 있었다. 

군것질거리라도 할 겸 한 캔 달라고 하니 손가락을 하나 들어 보인다.

계란빵처럼 생긴 게 맛있어 보여 그것도 하나 달라고 하니 또 손가락 하나를 들어 보인다. 

손가락 하나가 천동(52원)이란 소린지, 하나 줄까 ? 란 소린지 몰라서 땅콩과 구운 빵을 들고 천동 한 장을 빼주며 OK ? 하니 말없이 웃으며 받는다. 참 착한 가격이고 셈법이다.

포차 뒤 의자에 앉아도 되냐고 하니 자리를 하나 만들어 준다.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구운 빵을 한 입 먹어봤다. 담백하니 괜찮은데 좀 퍽퍽했다.

먹던거 비닐에 넣고 땅콩을 하나 먹어봤다. 볶음 땅콩이 아니라 찐거였다. 그런데 너무 물컹거리고 좀 짜다.

  

 

행상 물건 사려고 몸을 구부린 여자 젖가슴에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호텔로 돌아오며 몇 번을 쉬면서 왔다.

여행도 이제 힘들어 못하겠구나...

 

3층까지 올라와 101호 방문을 여니 불 켜놓고 열어놓은 창문으로 하루살이와 나방과 새끼도마뱀까지 모두 먼저 방을 차지하고 있다. 침대위에는 날파리들이 쌔까맣다. 오늘 잠 다 잤군.

밖에서 귀에 익은 음악소리가 들리는데... 구창모의 휘나리였다. 저 노래가 어떻게 여기까지 흘러들어 와 지금까지도 불리워지는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또 샤워하고 땅콩 까먹으며 침대위에서 뒹굴거렸다

TV도 없고 스맛폰도 없고 한국식구들도 걱정되는데 아무 할 게 없으니...양치를 다 한 입에 또 불붙인 담배를 물었다,

 

 

 

한국 떠난지 1주일도 안됐는데, 

베트남 이 구석탱이까지 흘러 들어올 줄은 전혀 몰랐네...인생이 ....그런건가... Z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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