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2. 21. 14:00ㆍVietnam 2014
다시 돌아나와 이번엔 밀림속으로 들어간다.
도마뱀이 피를 토하고 쓰러져 있는게 무서워 죽어라고 일행을 쫓아갔다.
수로와 잔디밭이 잘 어우러진 큰 식당에 도착했다.
빈 자리를 찾다가 아까 나를 도와준 남자와 그의 여친이 앉아 있는 테이블에 합석했다.
시원한 음료수와 맥주캔을 부딪치며 " cheers !" 를 외치다가
한국말로는 이럴때 뭐라고 하냐 해서 ' 건배 '로 한번 더 목을 축였다
기대하던 점심은 보다시피 초라했다. 싼게 비지떡
England 출신으로 싱가폴에 사는 막스. 외국물 좀 먹었다고 성격이 밝고 수다스러웠다. 미국인인줄...
그리고 전형적인 영국인답게 조용하고 겉으로 감정표현을 절재하는 그의 여친.
막스는 1년에 서너 번 영국에 가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친구들 결혼식등에 참석하느라 바쁘다고 해서
" 몇 살인데 아직도 결혼하는 친구들이 있냐 " " 고 물었다. 맞춰 보라서
" ...35 ? " 했더니 한번에 정확히 맞췄다고 둘 다 놀랐다.
함께 사진 찍으며 내 나이 맞춰보라고 했더니...50 ? 46 ? 48 ? up ? down ? 열심히 헤매고 있다. 47 이라고 알려줬더니
" 아까 은퇴했다고 해서 나이가 많은 줄 알았다. Very young ! " 너스레를 떤다.
이놈들, 상대방 듣기 좋은 말 참 잘 한다
자기들 기념사진 좀 찍어 달라며 배경 좋은 곳에 서길래 포즈 바꿔주며 그녀의 폰으로 몇 장 찍어줬다
주변 산책하다가 아까 내렸던 선착장에 미리 가 있었다. 그런데 식당 바로옆 선착장에서 일행이 배에 타는 모습이 보였다.
또 죽어라고 달려가 늦게 배에 올랐다. 미안해서 '타는 곳이 바뀐 줄 모르고 저기 가서 기다렸다' 고 해명했다.
나 때문에 배가 못뜬 줄 알았는데 한참 후에 히잡쓴 여자가 마저 탄 후에 배가 출발했다.
다른 섬으로 이동. 내릴 때 막스가 또 도와줬다,
이번엔 꿀과 화분 파는 곳.
자리에 앉자 화분을 섞은 꿀차를 한잔씩 나눠준다.
가이드랑 직원은 물건 하나라도 팔아보려고 열심히 협업중인데
앞에 앉은 마르타랑 ' 저 벌은 뽄드로 붙여놨을 거야, 벌이 피곤해 보인다 ' 느니 하며 키득거렸다.
마르타가 자기 거 다 마시고 자작으로 한잔 더 만들길래 ' 초보자가 만든 차는 얼마나 맛있나 보자 '고 한 숟갈 떠 먹어봤는데 좀 묽다.
그녀의 오랜 여정으로 비추어 몸에 좋고 꽁짜라면 적극 챙겨먹는 스타일이었고 난 혈당 오르고 갈증만 날까봐 생강냄새 나는 과자만 몇 개 집어먹고 말았다.
마르타가 메콩투어 얼마줬냐고 묻는다.
길에서 만난 여행자끼리는 서로 낸 돈 안 물어보는게 불문율인디...한 사람은 분명 실망할 게 뻔하니까.
난 3일 투어 49 $ 줬다니까 자기는 2일짜리로 25 $ 줬다고 한다.
호텔에서 같은 걸 나에겐 28 $ 불렀는데... 이것들이 나에게 약을 팔어 ? 돌아가면 주겄쓰 !
별로 사는 사람이 없자 다음 코스로 이동했다. 조그만 쪽배에 4명씩 나눠 타고 메콩강 밀림 탐사.
" 힘좀 쓰게 생긴 뱃사공을 찾자 " 고 막스랑 히히덕 거리며 같은 배에 탔다.
여자 사공이 수로를 지나가며 ' 이 집은 엄마네 집' ' 이 집은 우리집' 하며 알려 주었다. 아마 동네 사람들이 다 친척인 듯.
우리 배가 지나가는 뚝 옆에선 현지 여자들이 뱃사공 팁 주라고 압력을 넣었다.
중간에 막스가 노를 꺼내 저었다,
“ 막스, 우리 빨리 갈 필요 없잖아 ? ”
수로 정박지에서 내릴 때 뱃사공이 앞에 앉은 막스 여친과 막스에게 팁을 달라고 노골적으로 손을 내밀었다.
난 얼른 먼저 내려서 계단을 올라오는데 덩치 큰 백인 아가씨가 도와주었다.
마을회관 같은데 모여서 어떻게 해야 하나... 웅성거리고 있으니 가이드가 우리를 이끌고 정글 깊숙이 들어갔다.
뒤쳐진 김에 화장실에서 세수까지 하고 가보니 넓은 지붕아래 의자에 모여 과일을 먹고 있었다.
나도 막스 앉은 자리에 합석해서 남은 과일을 골고루 먹어보았다,
역시 내 입맛에는 안 맞는다능.
잠시 후 아오자이 입은 여자들이 전통악기에 맞춰 민속노래를 한 두곡 부르더니 아니나 달라 팁박스를 돌렸다.
다음 곡으로 만국공통 노래를 불렀다.
메콩델타 소수민족의 전통문화가 얼마나 예술적으로 완성도가 높겠냐마는 그들 입에서 만국공통이 아는 노래가 나오자 신비로운 느낌마저 확 사라져 버렸다
막스만 맛탱이가 간 얼굴로 십만동짜리 지폐를 팁 박스에 넣었고 나머지 사람들은 전혀 팁 줄 마음이 없어 보였다.
공연단이 팁박스를 걷어 또 다른 단체 관광객들 자리로 이동했다. 대박 비즈니스다.
이동할 때 또 그 덩치 큰 백인 아가씨가 다가와 팔을 내주었다.
선착장에 와 보니 우리가 탈 배는 다른 배를 하나 건너가야 되는데 그 간격들이 많이 벌어져 있고 출렁거려서 올라타기가 불편했다. 남자들이 머뭇거리는 순간에 덩치 큰 백인 아가씨가 투포환 선수처럼 굵은 밧줄을 두 손으로 잡아 당겨 두 배를 바짝 붙여 놓았다. 내가 안전하게 배에 올라 탄 후에 그 아가씨에게 며칠짜리 투어냐고 물어보니 당일투어라고 한다. 막스도 그렇고 날 도와준 사람들이 다 오늘 떠나는구나.
아래 사진에 오른편 백인 아가씨가 나를 도와준 크리스티나. 스위스 제네바에서 왔다
미터 부둣가에 내려 여객터미날을 빠져 나올 때도 크리스티나랑 팔짱 끼고 걸었다,
내가 ' 팔장 낀 김에 결혼이나 합시다 ' 라며 발 맞춰 웨딩노래를 부르자 크리스티나가 웃는다.
잠시 후 우리가 타고 온 버스가 도착했다
크리스티나가 또 내 뒤에 서길래 " Lady First ! " 했더니 괜찮다고 먼저 타라고 한다.
" I'm full charged " 라고 했더니 그 말에 또 까르르 웃는다.
미터 외곽 로터리에서 차가 멈췄다.
당일코스 여행자는 그 버스 그대로 타고 가고 일박이라도 하는 사람들은 미니버스로 옮겨 타야 했다.
Have a good trip !
막스와 크리스티나와 인사하고 버스 떠날 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었다. 한나절 인연이었지만 잊지 못할 사람들이다.
안녕 막스 !
안녕 크리스티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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