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2. 22. 07:00ㆍVietnam 2014
몇신지도 모르겠다
동네 닭새끼들이 멀고, 가깝고, 크고, 작게 릴레이로 울어대는 소리에 잠이 깼다.
별빛조차 없는 암흑속에서 그 꼬꼬댁~소리가 내 귀에는 ‘ 나죽여~ 나죽여~’ 죽은 혼령들의 절규로 들려왔다. 도대체 이 많은 닭대가리들은 어디에들 박혀 있었던 거야 ? 시골의 밤은 도시의 밤보다 결코 조용하지 않았다.
다행히 지난밤 내 머리를 인공위성처럼 돌던 모기는 탱탱하게 배가 불렀는지 잠잠하다
일어나지도 자지도 못하고 눈만 멀뚱거리고 있는데 어딘가에서 ‘ 띠.띠.띠. 띠~ ’ 하는 시보소리가 울리고 이어서 음악이 들려왔다.
처음엔 일행의 폰 알람소리인줄 알았다. 그런데 그 후 1시간이 넘은 지금까지 마을 스피커로 베트남 말이 낭창낭창 울려 퍼지고 있다. 중학생 때 새벽청소 나오라고 새마을노래를 틀어대던 우리동네 전봇대에 매달린 스피커가 떠올랐다. 여기 사람들은 잠도 없나 ?
그 소리에 일행들도 한둘씩 잠이 깨서 샤워하는 소리가 들리고 하릴없이 나와 마당을 어슬렁거리기도 한다.
사방이 서서히 밝아온다.
희미한 빛 속에서 5시 인거 확인하고 새벽잠이 들어버렸다.
한 40여분 푸욱 자고 일어났다.
옷을 대충 걸치고 세수도 안하고 마당으로 나와 보니
비겁하게 나만 빼놓고 모두 아침을 먹고 있었다. 메뉴래봤자 계란후라이와 바게트한덩어리.
꼬맹이가 마실 거 주문하래서 마르타와 같은 블랙커피를 주문했다. 역시 달다. 여기는 커피에 설탕 안 넣으면 본전생각 나나보다.
“ 마르타 어제 샤워할 때 따뜻한 물 나오던 ? ”
“ 안 나왔어 ”
상쾌한 새벽치고는 일행들 표정이 모두 초상집 문상객 같았다
불만이 있지만 그냥 받아들이는 분위기. 빨리 여길 떠나고 싶다는 무언의 외침.
아침 마신 거 돈내라고 해서 벽에 쓴 메뉴판대로 14,000동 (728원) 계산해줬다.
이건 뭐 온정의 홈스테이가 아니라 뜨내기 상대 짭짤한 비즈니스다. 벽에 붙여놓은 전시용 사진들이 참 무색하게 보였다.
오늘은 수상시장을 보러 가야 하니까 모두 짐 챙겨 일찍 나왔다.
나는 할아버지 오토바이 뒤에 타고 선착장으로 출발하고 나머지는 걸어 오기로 했다.
나뭇가지와 과일이 내 핼맷을 때리는 좁은 시골길.
동네 강아지들과 오리들이 기지개를 펴는 이 새벽에
모르는 사람 등에 기대어 어딘지도 모르는 곳을 향해 가고 있는 이 상황이 낯설면서도 호기심이 생겼다
드디어 나루터에 도착했다
물인지 뭍인지 모를 정도로 부레옥잠이 가득한 그 끝에 오늘 우리가 타고 갈 배가 정박해 있었다.
걸려있는 빨래를 보는 순간 뭔가 허전하다 싶더니 어젯밤 손수건을 빨아 널어놓고 안 가져왔다는걸 깨달았다.
가이드가 그렇게 짐 잘 챙기라고 얘기했는데...
손수건 없이 이 땀을 우찌 감당할꼬. 이런 낭패가. 할아버지에게 다시 가자고 할 수도 없고...
마을에서 젊은 아낙이 바가지를 들고 강가로 가더니 쪼그려 앉아 탁한 강물에 머리를 감고 갔다.
메콩강이 동네 사람들에게 어떤 존재인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거 같다.
배는 서서히 새벽 강으로 나오고 멀어지는 할아버지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껀터의 수상시장은 새벽에 열려 오전 8시 이후면 벌써 파장분위기라 이렇게 일찍 일어나 출발해야 한다.
* 난 껀져인 줄 알았는데 가이드의 발음을 들으니 좀 달랐다. 여기는 껀터(Cantho)고 껀져(Cangio)는 호치민 남동쪽 조그만 마을이다
한참 강을 거슬러 올라가자 제법 큰 도시인 껀터가 서서히 다가왔다.
메콩강을 건너주는 선착장에 배를 대고 가이드가 골목 안으로 사라졌다
잠시 후 물 좋은 백인처자 둘을 데리고 배에 올라탔다. 일순간 일행들이 다 조용해졌다.
다시 상류로 배를 띄웠다.
배를 저으며 옥수수로 아침 요기를 하는 베트남여인
새로운 맴버를 싣고 드디어 까이랑(cai rang) 수상시장에 도착했다.
우리배를 보더니 날렵한 쪽배가 하나 달라붙어 커피와 음료수를 사라고 한다. 사는 사람이 없자 또 냉정히 떨어져 나갔다.
과일, 야채를 잔뜩 쌓아 싣고 다니는 도매상 배도 보이고 일반인들 상대로 조금씩 싣고 다니는 배도 있었다.
배위에 길게 대나무를 꽂아놓고 거기에 파는 물건을 매달아 놨다.
간판이다
우리배보다 덩치가 두배쯤 되는 배가 다가오자 가이드가 여기 파인애플이 싸고 맛있다고 추천했다.
즉석에서 칼로 껍질을 치고 먹기 좋게 다듬어 주는데 난 통조림 생각이 나서 그때까지도 별로 생각이 없었다.
마르타가 파인애플을 사서(만동 520원) 나에게 반을 쪼개 주었다.
꽁짜니까 넙쭉 받았는데 ...그런데 의외로 엄청 달고 시원하고 맛있었다.
강추 !!
시장을 한 바퀴 빙 돌아봤는데 좀 시시하다.
기대가 너무 컸나 ?
새벽잠 못자고 온게 억울했나 ?
그나마 조금 더 늦었으면 관광객만 구경하다 갈 뻔했다
아까 가이드가 데리고 온 처자 둘,
까이랑수상시장이 날 물 먹이더니 그나마 이 물 좋은 처자들이 날 위로해주누나~.
뭔가 시장이 활기가 없는거 같고 이상하다 했더니 ...그게 없었다. 물고기.
비늘한조각 보지 못하고 멸치비린내 하나 풍기지 않았다.
이렇게 큰 강에 장이 서지만 어디까지나 수상시장이지 수산시장은 아니라는 거.,,,
뭐 이런 개불같은 시장이 다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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