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너는 된장과 젠장 구분할 수 있어 ?

2014. 2. 21. 19:00Vietnam 2014

 

 

 

 

미니버스에 옮겨 타다 옷이 걸려 뜯어졌다. 뺄래해도 잘 말라서 내가 아끼는 옷인데...  맨살이었음 피부가 찢어졌겠는걸 !

맨 뒷자리로 가서 앉았다,

 

우리 일행은 이제 캐나다 팀 세명 (샹뗄, 아나이스, 쉬리)  캐나다 청년 (작크) 오스트리아 아줌마 (안나) 역시 캐나다 (마르타), 나까지 모두 7명만 남았다

 

마르타가 갑자기 고개 돌려 메콩투어 3일째 일정을 물어본다.

“ 몰라. 난 정보가 전혀 없는데 ... ”

" 가격만 맞으면 나도 하루 더 연장하고 싶어..."

앗싸 !

 

마르타가 앞에 탄 가이드에게 2일투어를 3일로 바꾸는 가격을 물어본다. 가이드에게 싸게 해달라고 내가 부탁하려다 오지랖 같아서 말았다. 잠시 계산하더니 19 $ 했다가 18 $ 로 깎아주었다.

한참 후 마르타에게 어떻게 하기로 했냐고 물었다

“ 원래 어느 사원에 가보기로 했는데 그 숙박비보다 투어비가 더 드네. 돈이 넉넉치 않아 안타깝지만 못할 거 같아 ”

아뿔싸 !

 

 

차장으로 수많은 동네와 사람들이 스쳐 지나 간다

여기는 어른도 그렇지만 애들이 참 대단한거 같다. 부모 사이에 끼어 오도바이를 서서 타고 가는 애기도 보이고 아빠 등뒤에서 허리를 잡고 그대로 졸면서 가는 꼬맹이도 있었다. 참 위험한 건데 ...

거리의 베트남 남자 등에 쓰여진 한글을 보고 혼자 키득댔다. ' 공주시장후보 김선환 '

 

 

 

 

 

 

 

한참 가다 버스 휴게소에 정차했다.

마르타가 로쿰같이 생긴 걸 들고 만지작 거리길래 “ 배고파 ? ” 했더니 자기가 이걸 참 좋아하는데 비싸서 호치민에 돌아가면 차이나타운 가서 사먹을 거라고 한다. 가격을 보니 35,000동 (1,820원)

여기저기 기웃거리는데 맛있게 생긴 노란색 쥬스를 팔고 있다. 만동 (520원)내고 하나 사서 빨아보니 시원하고 달착지근하다.

작크가 지나가다 얼마냐고 물어본다. 만동밖에 안한다니까 자기도 사먹는다고 갔다. 마르타를 또 만났다,

"  너, 이 쥬스 좋아하냐 ? "

"  사탕수수(sugar cane) 쥬스야 ? "

"  아닌 거 같은데...가자, 하나 사줄게 ! "

가서 보니 사탕수수가 맞았다. 둘이 사탕수수 쥬스를 들고 이야기를 더 했다.

마르타는 대학에서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했고 졸업하자마자 곧바로 여행을 떠난 거라고 한다. 나이를 들어보고 깜짝 놀랐다. 난 30대 중반으로 봤는데 24살이라능 ! 큰 실수 할뻔 했다. 몇 개월 여행하더니 폭삭 삭았나 ?

 

시간이 다 돼서 버스에 올라탔는데 탑승객들이 모두 중국인이었다. 똑같은 차 다른 사람들.

둘이 놀라서 얼른 내려서 우리 차를 찾아갔다.

 

 

 

 

 

 

 

차에 타서 내 직업을 묻길래 얘기해줬더니 전자차트, 의료용 프로그램등을 꼬치꼬치 묻는다. 그래픽디자인을 그쪽으로 잡고 싶다며.

 

빈롱(Vinh long)을 지나 껀터(Can tho)까지도 몇 시간을 더 달렸다.

들판에서 아이들이 연을 날린다.

붉은 노을을 배경으로 물고기 모양의 연들이 바다처럼 유영하고 있는 걸 보며 ' 이 나라는 참 물도 풍족하고 물고기도 흔한 나라구나 '란 생각을 했다.

 

 

 

 

 

 

 

껀터에 거의 다 도착한거 같은데 시내로 안 가고 방향을 바꿔 변두리로 들어갔다.

삭막한 풍경과 인적드문 시골길,

"  마르타 ! 여긴 진짜 깡촌이네 ! "

 

 

<클릭하면 확대됨>

 

홈스테이 할 동네에 다 도착했나보다.

유일하게 호텔로 정한 오스트리아 아줌마에게 가이드가 돈 더 안 받고 홈스테이에서 재워주겠다고 꼬셨다.

모두 다 내려서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으니 마을 안쪽에서 할아버지가 꼬맹이 둘을 태우고 나타났다.

10여분 거리라고 해서 일행들은 꼬맹이 따라서 걸어오고 나는 할아버지 오토바이 뒤에 타서 편하게 홈스테이 집에 도착했다.

집 안으로 들어오라는데 일행도 기다리고 동네 분위기도 살필 겸 대문 밖에서 한참 서 있었다.

 

 

 

 

 

 

 

 

 

우리를 안내한 칸이라는 꼬맹이는 홈스테이 집에서 유일하게 영어를 할 수 있었는데

나이에 비해 참 맹랑하고 카리스마에 장사까지 잘 했다

 

 

 

 

 

 

 

 

 

 

 

 

 

 

 

마실 거 주문하래서 난 베트남에서 완전 꽃혀버린 커피쓰어다를 또 시켰다. 거의 슬러시수준,

따뜻한 환대를 기대했던 우리들은 이내 분위기가 뻘쭘해졌다

홈스테이 가족들과 서로 말이 안 통하니 인간미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모두 앉아서 좀 쉬다가 일행들은 동네 산책가고

나는 욕실과 방을 둘러보다 열악한 환경에 놀라서 가이드에게 수건과 칫솔과 비누 등을 부탁했다.

개인 세면도구나 여권과 영수증을 다 챙겨야 한다는 걸 전달 받지 못한 불찰이다. 손수건을 빨아 널고 있으니 일행들이 돌아왔다. 

 

 

고장난 온수기와 비누한장

 

 

 

밖이 금방 깜깜해지자 산책갔던 일행들이 돌아왔다

" 마르타, 치약있냐 ? "

" 엉 "

" 있다 빌려줘 "

 

 

 

어떤 홈스테이에서는 여주인이 간단한 요리법을 가르쳐 주는 이벤트도 있던데

호스트 식구들 모두 떨떠름한 표정들이여서 말도 못 꺼낼 상황이었다

 

저녁식사는 그런대로 먹을만했다. 일행들은 열심히 쌈을 싸 먹는데 난 별로 저녁이 안 땡겨 대충 먹고 수저를 내려놨다,

상을 물리고 달리 할 일도 없어서 그 식탁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서양여자 둘이랑 동행인 동양인 남자의 정체가 궁금해 물어보았다. 이름은 쉬리. 국적은 캐나다고 퀘백에서 왔는데 타이완인이라고 한다.

같이 다니는 두 여자와의 관계까지는 묻지 못하겠더라.

 

젊은 백인총각은 25살 캐나다 몬트리올 출신이고 요리를 배워보려고 한다.

이름이 뭐냐고 물었다

" 잭이요 "

" 잭 ? "

" 아니...J 가 아니라 Z요. 자~크"

" 아 !  작크 ? "

" 비슷해요 "

아 어렵네 C8 ! 잘 모르겠는데 '된장과 젠장' 처럼 작지만 큰 차이가 있나보다. 젠장 !

 

나이 많이 들어 보이는 백인 아줌마는 오스트리아에서 왔다고 한다.

내 국적을 묻길래 한국이라고 하자 표정이 별로였다. 오스트리아 여자에게 한국에 대하여 아냐고 물었더니 모른다고 한다.

잠시 후 삼성, LG, 현대 등은 들어봤냐고 하니 모두 안다는듯 고개를 끄떡인다. 작크는 기아도 한국 자동차 회사 아니냐고 물었다.

 

말들이 별로 없고 분위기가 썰렁해 내가 이야기꺼리를 던져주곤 했는데 영어가 짧으니 깊이 낄 수가 없었다,

재미가 없어 내가 말을 줄이자 8시 50분쯤에 하나 둘씩 씻으러, 자러 들어갔다.

빨리 잘 인종들이 아닌데...여기선 아무 것도 할 게 없으니 일찌감치 잠이나 잘 수밖에

 

탁자에 엎드려 오늘 일기를 다 정리하고 고개를 들어보니 모두 사라지고 방 불도 꺼져 있었다. 9시 반.

아까 챙겨놓은 수건은 이미 누가 가져가 버렸고 모기장이 침대마다 쳐져 있었다. 샤워장에도 불을 다 꺼놔서 두리번거리고 있자니 가이드가 샤워하고 나와서 불을 켜준다. 이 집의 구조는 환히 알 정도로 자주 온 것 같다. 두 칸 화장실에 샤워기도 다 고장나고 지저분하다. 가이드가 자기 샤워한 곳에서 하라고 알려주는데 여기도 온수는 언감생심. 수도꼭지도 고장 나 변기 옆에 호스밸브를 열었다 잠갔다 해야 한다.

찬물에 대충 씻고 젖은 몸으로 침대에 누웠다.

10시밖에 안 됐는데 모두 잠든 거 같아서 부스럭거리는 소리도 낼 수 없고 어느새 모기가 한 마리 갇혀 버렸는지 귓가를 윙윙거리며 날아다닌다. 머리 위로는 천장이 없이 서까래위에 얹은 지붕만 덩그러니 보였다. 어둠속에서 옆집의 TV소리가 가늘게 들려오고 잠들만하면 동네 개가 짖어댄다.

이걸 웃돈까지 내고 신청했다니.... 홈스테이가 아니라 축사스테이다.

 

 

머리 위를 이불을 푹 덮어버렸다

 

 

 

'Vietnam 2014' 카테고리의 다른 글

14> Marta 와 Anna  (0) 2014.02.22
13> 까이랑 수상시장이 날 물 먹이다.  (0) 2014.02.22
11> 짧은 만남, 영원한 추억  (0) 2014.02.21
10> My Tho에서 메콩강을 만나다.  (0) 2014.02.21
9> Live music - Thi   (0) 2014.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