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점심은 몬도가네, 8구역도 식후경

2014. 2. 20. 14:00Vietnam 2014

 

 

 

 

 

아까 음료수 마시고 쉰지 1시간이 지났고, 한낮 땡볕에 쇼아이도 힘들거 같아 점심 먹으러 가자고 했다,

난 길가 조그만 식당을 생각했는데 쇼아이가 제법 큰 로컬식당 앞에서 멈췄다.

늘씬하고 이쁜 아가씨의 안내를 받으며 들어갔다. 

오토바이 생산공장인가 착각할 정도로 수많은 오토바이가 마당에 일렬로 세워져 있었다. 그것만 봐도 여기 식당의 평판과 음식맛과 오늘 손님숫자에 아가씨들이 얼마나 이쁜지 한눈에 파악됐다. 1층 홀은 상당히 넓었는데 내부 깊숙한 안쪽자리까지 베트남인들이 가득했다.

 

 

 

Vong Cac 식당 : 299 pham the hien Q8

 

 

 

 

 

 

 

 

 

 

 

 

자동차동호회에 달벙(달리기 번개)을 갔다 온 후에 규석이형 사진을 후기로 올리며

' 내가 좋아하는 형 ' 이란 설명을 붙였는데 또 다른 분이 '좋아한다며 사진을 이렇게 찍냐 ? '고 핀잔을 하는 것이었다.

아래 사진을 보자 불연듯 그때 일이 생각났다

유인원같은 현지인만 가득한 식당에서 내 담당 써버였던 이 아가씨가 내 눈엔 그리 이뻐 보였다

그러나 귀국 후 다시 보니 별로였다. 이 사진만 보는 다른 사람들의 평가도 비슷할 것이다.

사람이나 사물을 볼때 거기에 의미가 부여되는 순간 왜곡되고 주관적이 되어 버린다는 것을 이제야 알 것 같다. 팔등신의 백인들 사이에 이 아가씨가 있었거나 나랑 하등의 관계도 없는 사람이었다면 난 이 아가씨를 이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게 분명하다. 그럼 지금껏 살아오며 난 얼마나 많은 오해를 하고 살아온 걸까 ?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3D 안경으로 끌어당겨 본 것일까 ? 짚신도 짝이 있고 제 눈에 안경이라더니...

무릎꿇고 성찰중이니 이 사진을 보며 LoBo의 눈이 오징어라느니 여자에 걸신들린 놈이라는 핀잔은 아껴주시길.

그럼 앞으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봐야 하나 ?

객관적인 시각은 세상을 똑똑하게 살 수 있게 해주지만 주관적인 시각은 세상을 재밌게 만들어 주는거 같다.

 

점심을 같이 먹으려고 쇼아이를 한참 기다려도 계속 안 나타났다. 씨클로 주차하느라 늦나 ?

옆에 계속 서서 주문 받을 준비하는 아가씨에게 불러 달래도 안 오고, 급기야 옆 테이블 남자가 통역을 해줘서 내 뜻을 전달해 줬는데도 안 나타났다

 

어쩔 수없이 한참 메뉴판을 연구하다가 bone marrow가 뭐지 ? 하며 Tuy bo chien trung 라는걸 시켜봤다.

잠시후 계란부침개가 나왔는데 안엔 미끄덩거리는 고기부속물 같은게 들어 있었다. 약간 짜긴 했지만 맛있어서 게눈 감추듯 먹어치웠다.

나중에 귀국후 뭔가 찾아보니 허걱 '골수' 였다.

긍께 몬도가네(Mondo cane)가 알면서 그런게 아니라니까, 무식하면 순식간에 몬도가네 되는겨 !

 

 

 

 

다 먹고 나니 잠시 후 쇼아이가 나타났다

점심 먹었냐고 물어보니 배를 두드리며 먹었다고 한다. 점심을 내가 산다고 호텔 사장에게 얘기 했으니까 분명히 쇼아이도 알텐데 왜 점심을 함께 안 먹으려고 피했는지 이해가 안됐다. 미안해서 콜라 먼저 한병 시켜줬다

 

 

배 부르다는 쇼아이랑 함게 먹으려고 Tom Lan Bot (새우튀김)을 추가로 시켰다

 

 

 

 

 

 

 

 

 

 

아까 통역해주던 옆 자리 남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뚱뚱하고 머리 짧은 남자는 챵. 안경 쓴 남자는 에릭.

에릭은 인천에도 한번 와 봤고 현대자동차를 알고 있었다. 한국문화가 베트남에선 Strong 하다며 '안녕하세요' 도 드라마에서 배웠다고 했다.

얘기중에 내가 호치민의 Live music band를 찾아 다닌다고 했더니 시내에 Napoli 와 MG를 가보라고 추천해줬다. 한 밴드가 두 Bar를 번갈아 가며 연주한다고 귀뜸해주며...

 

 

 

 

웃고 떠들고 먹고 했더니 호치민이 더 궁금해지고 좋아졌다.

호기심을 품은 채 쇼아이와 함게 오후의 햇살속으로 또 겁없이 뛰쳐 나갔다. 

 

 

 

 

얼음집, 용접사, 오토바이 수리, 귀 파주는 미용사, 그리고 그 옆엔 일 없어 낮잠 자는 사람들.

도로의 주인이 자동차가 아닌 나라.

베트남이 향후 어떻게 변모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참 재밌는 소재가 될거 같다 

 

 

 

 

 

 

 

 

 

 

 

 

 

 

한참 서쪽으로 가던 쇼아이가 다리밑에서 길을 묻는다.

미소라고는 전혀 없는 세 사람 -노점상 아줌마와 커피를 마시던 두 남자-앞에 날 세워놔서 잘못이라곤 말 못하는 죄밖에 없는 내가 다 무서워졌다. 

세 사람은 자세의 변화가 전혀 없이 입만 뻥끗거렸고 쑈아이는 고가도로 밑에서 씨클로를 돌렸다

 

 

 

 

 

 

 

 

 

 

 

 

 

 

 

 

 

 

8 구역의 제법 큰 병원

 

 

 

 

 

 

강변길에서 남쪽으로 내려오자 한적한 외곽이 나타났다.

운행이 멈춘 놀이기구, 텅빈 축구장, 대우굴삭기 그 뒤로 수풀만 우거진 지평선이 나타났다.

우리가 호치민의 남쪽 바운더리까지 내려온건가 ?

 

 

 

 

 

 

 

 

 

 

아저씨가 ' 카페, 카페 !' 하며 손짓했다

강변 야자나무 숲속에 분위기 있는 커피숍이 보이는가 싶더니 씨클로가 다리 위로 올라가자 강 건너에 녹슨 함석을 덧댄 가난한 집들이 즐비했다. 그런 수상가옥들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면 목구녕에 걸려 안 넘어 갈 것 같다.

 

 

 

 

 

 

 

 

 

 

 

 

 

 

가난한 7구역에서 좀 산다는 1구역으로 넘어가는 다리위에는 행상의 손수레와 짐보따리가 가득했다

 

 

 

 

 

 

 

 

 

 

 

 

 

 

 

 

강북으로 들어서자 차와 오토바이의 속도가 갑자기 빨라진다.

그럴수록 씨클로는 점점 뒤로 쳐지고 아저씨의 숨소리도 거칠어졌다.

 

 

 

 

 

 

 

 

내 그럴 줄 알았다.

이런 교통상황에선 사고가 안 나는게 이상한 거라고 생각했다.

 

 

꽝 ! 찌이익 ~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오토바이가 도로 한가운데 쓰러져 있고 남자가 덤블링을 하고 있었다

상대방 하얀 오토바이 위에 아가씨는 어쩔 줄 모르고 놀라서 몸이 굳어버렸다

툭툭 털고 일어나는걸 보니 남자는 다행히 많이 다친거 같진 않았다. 그런데 더 이상했던 건 그 이후였다.

조용히 그리고 신속하게 .... 오토바이를 일으켜 제 갈길을 가는 두 사람.

거리는 그런 일 쯤은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다시 시치미를 뚝 떼고 있었다

 

 

 

 

 

 

 

 

좁고 번잡한 길로 들어선 씨클로.

외국인들이 조금씩 눈에 띈다 싶더니 저 멀리서 미친소가 (Crazy buffalo) 달려들고 있었다. 

 

 

데탐과 브이비엔거리의 교차점에 있는 빨간 간판의 크레이지 버팔로

이제 다 왔구나

 

 

 

 

정확히 4시 5분전에 호텔 앞에 도착했다,

 

 

나 내려주자마자 쇼아이가 벌컥벌컥 물을 마셔댔다.

앉아서 담배한대 나눠 피고 어제처럼 팁 5만동(3,600원)을 주었다.

 

 

 

방에 와보니 make up room 푯말이 그대로 매달려 있다. 청소 부탁하고 로비에서 좀 쉬었다.

호텔은 작고 직원들은 어린데도 일 처리 프로세스는 잘 굴러가고 있었다.

 

 

한국에선 겨울이라 샤워를 거의 안 했는데 여기 와선 하루에도 몇 번이나 해대는지...거울앞엔 며칠 사이에 홀랑 타서 벌개진 고구마가 서 있었다. 

낮잠 좀 자보려고 누웠는데 잠은 안 오고 또 나가고 싶어진다. 이제 본격적으로 역마살 발동이 걸렸나보다.

 

 

 

 

 

빨간 별표에서 점심먹고 서쪽으로 계속 강을 따라서 직진

고속도로 다리 아래서 유턴하여 숙소로 들어온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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