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2. 19. 21:00ㆍVietnam 2014
" 아이 씨~ " 나도 모르게 신음이 튀어나오며 씨클로를 잡은 손이 축축해졌다
잘 가던 씨클로가 갑자기 맞은 편 차선으로 불쑥 넘어갔다.
호치민에선 흔치 않은 넓은 도로라서 많은 오토바이와 차들이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는데 나를 앞장 세워 무대뽀로 역주행을 하는 것이다.
인력거면 교통법규고 뭐고 무시해도 되는거여 ?
이러다 부딪치면 안전밸트도 없고 에어백도 없는 난 우짜라고 !
그런데 깜깜한 밤길인데도 맞은 편 교통수단들이 어련히 알아서 잘 비켜가는 것이었다. 한국같으면 차 세우고 나와서 우릴 길바닥에 패댕이 칠게 뻔한 상황인데도 어느 하나 짜증내는 사람이 없었다.
순간 내가 지금, 최신 4D기술로 제작된 가상공간 게임속에 있는것이 아닌가 ? 하는 착각이 들었다
베트남은 점점 나에게 비현실적인 세상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Game over 안 당하고 무사히 1차 관문을 통과했다
부둣가에는 몇 척의 유람선들이 화려한 밤화장을 하고 손님들의 간택을 기다라고 있었다.
그 중엔 하얀 세일러복의 아가씨들이 도열한 다리 뒤로, 오색전구를 치렁치렁 늘어뜨린 레스토랑이 눈길을 끌었다.
날 아직 씨클로에 앉혀놓은 채 아저씨가 성큼성큼 한 아가씨에게 다가 가 흥정을 시작했다
잠시 후 얘기가 잘 됐는지 아저씨가 날 내려주며 끝나고 이 자리에서 만나자고 했다.
아리따운 아가씨들의 생글생글 웃는 인사를 받으며 다리를 건너자니...
내 살아생전 이게 뭔 호사인가, 요단강이건 레테의 강이건 루비콘강이건 이런 건 무조건 건너야 해 !
1층엔 벌써 왁자지껄 분위기가 들썩들썩 했다.
2층으로 올라가 창쪽 단독테이블 명당자리로 안내되었다,
앉아서 열심히 고개를 돌리는데 하나 둘 음식이 써빙되기 시작했다.
저녁메뉴도 내가 고를 필요 없이 Full course Dinner !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선상위에서 풀서비스를 받으면 뭔들 안 맛있겠냐만 일단 깔끔해서 좋았고 양도 많이 줬다.
호치민에서 이 정도 수준이면 호텔급이다.
사회자가 한국어를 포함한 각국 언어로 간단한 환영인사를 하는 사이
배는 벌써 닻을 올리고 강으로 미끄러지고 있었다. 엔진소음도 진동도 전혀 느낄수 없었다.
앞자리 러시아 아가씨가 야경을 찍으려는 건지, 내 망막을 날려버리려는지 몸을 돌려 강한 후레쉬를 계속 터트려댔다
야맹이 서서히 플리자 강변경치가 눈에 들어왔다.
배가 정박해 있었던 서안은 화려한 도시의 야경을 뿜어대는데
건너편 동쪽은 지대가 낮은 습지만 어둠 속으로 끝없이 이어져 있다. 거대한 광고판 말고는 건물들도 전혀 안 보였다
발 디딜수 있는 땅마다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이 거대도시에서 저런 조용한 지역이 있었다니...
사파리 버스를 타고 정글 밀림속을 들어가는 기분이다.
하류로 내려오자 또다른 이질적인 풍경이 나타났다.
거대한 크레인들이 밤하늘을 가리며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올려다보기도 무서운 골리앗처럼
하적장
적벽돌로 만든 창고들이 가로등아래 을씨년하게 잠들어 있었다.
그 인적없는 창고 사이에서 갱단의 총싸움이나 자동차 추격전이 벌어지고 인질을 고문하는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도시의 화려함만, 쇠락한 항구만, 어둠을 삼키는 늪지대만 있었다면 금방 질릴텐데
각각 이질적인 풍광을 안고 있는 사이공강이 풍부한 감정과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었다.
더도 덜도 말고 이대로만 유지하기를 바래본다
유람선은 큰 반원을 그리며 다시 강을 거슬러 올라온다
아래 지도의 파란 별은 선착장.
식민제국 프랑스를 끝내 내쫓고
미국을 위시한 다국적군을 빼도박도 못하게 궁지에 몰아넣고
중국과도 맞장 뜨는 나라 비엣남 (Vietnam)
그들에게 이런 멋진 분위기의 선상이벤트를 기획하는 감각도 있었다니...
2층엔 은은한 실내악 연주가 끝나고 플라멩고 공연이 이어졌는데
1층에서 울려 퍼지는 -한국가요를 포함해- 비트 강한 가요들이 온 배를 다 휘감고 있어서 거의 들리지 않았다.
한 무리의 여자들이 탁자로 몰려와 -날 투명인간 취급하며- 창밖을 내다보며 시끄러운 중국말로 떠들기 시작했다.
그만큼 이 자리가 명당이란 거지.
선착장으로 돌아오는 길
거대한 호화유람선이 연기를 퐁퐁 뿜으며 정박해 있었다.
구멍뚫린 선실마다 은은한 조명이 반짝이고 몇층이나 되는 널쩍한 선미에선 사람들이 탁구를 치고 있었다.
드디어 두시간 가까운 환상의 싸이공강 디너크루즈가 끝나간다.
한국에서는 반평생을 살아도 못해 본 디너크루즈를 베트남에서 경험했다
씨클로 아저씨는 그 시간 동안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하선하고도 아직 흥분을 가라 앉히지 못한 승객들이 열심히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씨쿨로 타고 온 사람이 나 뿐이라서 그것도 신기하다고 , 씨클로 타고 있는 내 모습 옆에 서서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었다.
나를 다시 태운
씨클로 아저씨가 아수라장 호치민의 밤거리 속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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