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딸라 빚을 내서라도 망원렌즈부터 사자

2013. 11. 25. 09:00Philippines 2013

 

 

 

 

운희형은 가지노와 마사지샵을 전전하다 새벽 5시에 들어왔다

잃었다고 하면 쫓아낼려고 했는데 땄다고 해서 봐주고 나는 내쳐 새벽잠을 이어갔다.

아침 8시까지 푹 자고 눈을 떠보니 운희형은 이불도 안 덮고 구부린채 통나무처럼 잠들어 있었다.

' 노름판에서 문전옥답이 다 날아가도 노름꾼 마누라는 발 뻗고 잔다' 더니 내가 딱 그 짝이다.

 

일어나 꼼지락거리자 운희형도 토막잠을 깼다.

일찌감치 로비로 내려갔더니 둘째 형님이 벌써 기침해 계셨다.

모닝커피 한잔씩 하자고 커피숍에 모시고 들어갔다,

 

 

필리핀 커피가 묽고 맛이 없어서 내꺼는 투샷으로 주문했다

여종업원이 머리를 갸우뚱하며 갔다 오더니 투샷이 뭔지 알았다는듯 요금이 추가 되는데 괜찮냐고 물어본다.

 

잠시후 커피를 만들어 왔는데 내꺼에는 주문하지 않은게 들어 있었다

하얀 우유거품위에 눈썹같은 털이 빠져 있었다. 불러서 다시 만들어 오라고 시켰다. 

 

이래도 저래도 역시 마시업따.

 

창밖으로 호텔 앞 거리 풍경이 생중계되고 있다

정신없는 출근 러시아워가 끝나고 잠깐 한가롭고 평화로운 시간대인가보다

아침햇살이 잠점 고개를 들면 열대의 한낮은 또 얼마나 후덥지근하려나

 

 

 

 

룸메이트랑 깔 맞춤 기념으로 여종업원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햇더니 ... 내가 눈을 감았다고 크게 뜨라고 했다.

일부러 그런건데...

 

그래서 눈을 아예 까~뒤집었다 일부러.

 

필리핀 남자가 쑤욱 들어와 우리 앞 테이블에 앉았다. 

의식 않고 운희형이랑 얘기하는데 갑자기 한국말로 끼어드는 것이다.

"  한국인이시네요. 저는 김천사람입니다. 제가 5년전 필리핀에 들어와...친구와 동업을...카지노에서 다 잃고 알거지가...

   자는건 어찌어찌 되겠는데, 배가 고파서 조금이라도 도와주시면 ... "

한국말 하니까 한국인이라고 믿지 외모는 완전 필리피노였다.

팽~! 운희형이 못들은 척 짐짓 외면했다

 

우리가 별 반응이 없자 조금있다가 가버렸다,

"  저런 놈들은 약빤 놈들이고 돈 주면 곧바로 카지노로 달려간다,

   친구와 동업했다, 도망갔다는 얘기는 꼭 안 빠지더라... "

운희형이 알려줬서 알았다. 이 나라 알면 알수록 참 재밌는 나라다.

 

 

 

기집한테 갔다.  Go Kizip !

아침 먹으러

 

아침이라 메뉴는 각자 식사될 것으로 고르기.

 

그 동안 여기 돈을 자세히 볼 시간도 없었다.

주머니에서 꺼내 보다 신기한걸 발견했다. 왼쪽은 100 패소짜리 두 종류. 오른쪽은 1,000 패소짜리 두 종류.

같은 액면가인데 디자인이 달랐다. 심지어는 3종류도 있다고 했다.

그래도 2,500원, 25,000원 짜리인데 참 저렴하게 보였다

 

식당앞엔 고층 주거빌딩이 있었고 주차된 차와 백인들을 보니 마닐라의 타워펠리스 쯤 되나보다

 

그 앞으로 아침간식인 Taho를 짊어진 남자가 지나가고

 

아침거리를 구걸하러 다니는 노숙인 가족도 지나가고

 

억대 고급차와 저렴한 운송수단들이 무질서속에서도 싸우지 않고 같은 길을 나눠쓰고 있었다

 

트라이시클은 인력만 수송하는게 아니라 전천후 다용도였다.

식당옆 내부공사를 하는데 합판과 건축자재들이 트라이시클에 실려왔다

 

 

내일의 꿈나무들도 일찌감치 웃통 까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인생이 그러고 보면 참 고단해 

 

 

 

유리창 하나로 저쪽과 이쪽이 극명하게 나눠진 느낌이었다

창 바로 아래에는 아침부터 일거리가 없는 필리피노가 오토바이 위에 걸터 앉아, 눈 부신 둣 잠이 덜 깬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애나 어른이나 이 모양이니 ' 미래는 지금보다 나아질 거라는 믿음을 갖기가 힘들겠구나 ' 한탄하는데 가만히 보니

운형이였다 !   잰 언제 나간겨 ?

 

꼬마 건달 셋이 위험한 길을 무단횡딘하며 뛰어 간 곳은 Dream girl 이 있는 곳이었다.

 

풍선을 달라고 하는거 같았다.

Dream girl 이 잘 타일러 보냈다.

 

애들은 갔는데 카메라는 차마 갈수가 없다.  그래서... Dream girl 이구나

 

...

한참 피사체를 바라보다 벌어진 입을 다물며 뇌까렸다.

"  딸라 빚을 내서라도 망원렌즈부터 사자 "

 

 

 

드디어 일행의 숫자만큼이나 다른 음식들이 하나 둘 나왔다

해물순두부

 

돈가스

 

난 갈비탕.

평균 300 peso (7,674 원)  가격은 한국과 비슷한데 푸짐하고 맛도 있었다

 

우리가 여유롭게 아침을 먹는 사이에도 거리에선

살벌하게 칼 두개만 남은 칼국수 행상도 보이고

 

찻길에 서서 우리에게 구걸을 하는 모습도 계속 이어졌다

 

프랑스 그지 (거지)는 파리에 다 모여 있었다.

필리핀도 지방보다 수도 마닐라에 걸인들이 더 많았다.

나 같으면 인심 좋은 시골에서 빌어 먹겠더구만 실상은 또 안 그런가보다. 대도시의 빈부격차는 이래저래 더 심화된다

 

아침 밥을 든든하게 먹었으니 이제 뭘 해야 마닐라를 제대로 즐길수 있을까 ?

 

왠 지프니 운전수가 우리 일행 바로 옆에 붙어 우리 말을 엿듣고 히죽거리고 있었다

모야 이건 !

밖으로 나오자마자 잡상인 걸인들이 X파리 처럼 달라붙었다.

덜컥 겁이 나서 시큐리티를 부르려고 두리번거리는데 나에게 입을 열었다

"  형,형님 ..이제 모하실라요 ? "

"  아 ! ... 김실장이니 ? "

 

 

큰일이다.

모두 필리피노가 돼 버렸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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