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백깡은 해야 자격증을...

2013. 11. 23. 18:00Philippines 2013

 

 

 

 

 

다이버팀들은 일단 뭍에 올라왔다가 공기통(전에 산소통이라 썼더니 산소 20 % 질소 80 % 라서 다이버들은 그리 부르지 않는다고 한 형님이 알려주셨다)을 채워 곧바로 배 돌려 나가기로 했다. 그것이 오늘의, 이번 여행의 마지막 깡이라고 한다.

나는 오는 배에서 꾸벅꾸벅 졸다 깼으니 마저 낮잠을 좀 자줘야 내 몸에 대한 예의일거 같다.

7시에 맛사지 약속을 했는데 지금 받는게 낫겠다는 말을 운형이에게 했더니 직접 시큐리티에게 가서 얘기를 했다

시큐리티가 노트를 펼쳐 확인을 한다. 외부인의 출입을 다 확인하고 기록에 남겨 놓고 있었던 것이었다.

 

객실에 들어왔는데 놀랍게도 맛사지사가 금방 도착했다. 다행히 이 시간에 손님이 없었나보다

어제 본 구면이라고 반가웠다. 필리피노들이 약속 개념이 희박하다고 들었는데 잘 지켜줘서도 고마웠다,

여기서 외국인을 상대로 맛사지등의 영업을 하면서 신뢰가 기본이 되어야 할거 같다.

 

어제보다는 훨씬 맛사지가 시원하고, 어떨때는 아프기까지 했다. 어제 못 쓴 힘까지 오늘 다 합해서 맛사지를 하나보다.

맛사지를 제대로 받으니 슬슬 잠이 와 연신 하품을 하며 눈물을 찔끔댔다.

1시간의 맛사지가 끝나고 샤워하며 남은 빨래를 햇다. 여분 옷을 많이 안 가져와 매일 빨래만 하다 가는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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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오수를 즐기고 눈을 뜨니 창밖이 푸르스름, 해가 지고 있다.

주방쪽에서 들리는 뚝딱뚝딱 도마질 소리에 홀려 쓰린 배를 움켜쥐고 밖으로 나왔다

아직 5시 반밖에 안됐는데 우리 일행들이 벌써 식당에 모여 있는걸 보고 놀라서 얼른 그쪽으로 갔다. .

오늘따라 카메라 가져왔냐, 밥 일찍 먹자고 하는데.. 알고보니 저녁식사때 자격증 수여식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고보니 이 리조트에 대해 언급을 안 할수가 없다.

처음엔 그냥 주먹구구로 운영되는 모텔 정도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강사님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상당히 체계적이고 분업화 전문화 되어 있음을 알수 있었다.

   식당과 카페 등 식음료관리

   온라인 오프라인 고객관리

   공기통등 장비관리

   방카와 모터보트등의 예약관리

   객실 청소와 미니바 관리

   시큐리티와 잡부들 인력관리

   언덕뒤로 객실이 30개가 넘을 정도로 규모도 컸다

사장이 장기간 자리를 비워도 리조트가 잘 돌아가고 있다는건 거의 기업이라고 보면 된다.

Sabang beach 에 큰 규모의 리조트들이 거의 다 이렇게 한국인에 의해 운영되고 있었다.

 

 

 

 

 

 

 

 

 

 

 

 

 

김실장이 그런 얘기를 했다

자기는 이렇게 갔다오면 일할 의욕이 막 생긴다고. 다음 다이빙 여행을 꿈꾸며 또 6개월 열심히 모은다고...

역시 그다운 자세다.

 

 

 

 

 

 

 

 

둘째날 다이빙때 두 팔벌린 것보다 큰 거북이를 봤다고, 운희형도 그런 큰 건 첨 봤다고 한다

셋째날에는 사람만한 물고기를 봤다고 또 야단이다. 배가 아파 죽겠다.

이런 추세라면 내일은 수염고래를 보게 될 것이고

다음날에는 공룡을 그 다음다음날에는 용왕님을 보게 될것인데 오늘 수료식을 하게 되서 참 다행이다

 

 

 

 

 

 

 

 

자격증에 고딕체로 찐하게 박혀 있는 BSAC (British Sub-Aqua Club) 단체는 상당히 엄격하게 자격증 관리를 한다고 들었다. 운희형이 강사 시험 치룰때 이야기를 해줬는데 시험종목과 수준이 장난이 아니였다.

4일간 총 10시간도 못 자고 철인3종 경기 이상의 체력을 요구하며

주제를 하나 정해 발표까지 해야 하는 전문지식과

시험관들의 소요경비까지 부담해야 되는 경제력까지 갖춰야 통과할수 있다.

국내에 다이버 교육을 하는 단체만 10여곳인데 그 수준차이에 대한 언급은 들었어도 '노 코맨트' 하려한다

 

 

 

 

 

왜 저녁밥을 안주나 했더니

Lechon (필리핀식 통돼지구이)이 늦게 도착했다.   오늘 수여식을 더 빛내주는 특별 이벤트였다.

 

 

 

 

 

 

노릇노릇한 껍질이 별미라고 신경써서 챙겨 주는데 책받침 쪼개먹는 맛이었다. 딱딱하고 부러지고...

고기는 팍팍해서 몇개 집어먹고 말았다.  

 

통돼지 요리도 스페인거는 너무 덜 익힌거 같고 필리핀은 너무 많이 익힌거 같고 한국바베큐가 최고라며 국수주의를 피력하고 있는데... 또 다른 고기가 한 접시 놓여졌다. 그런데 아까랑은 맛이 달랐다. 기름기가 적당히 붙어 부드럽고 고소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특수부위 특수부위하는구나

 

 

 

내일이면 이 섬을 떠나야 하는 아쉬움에 슬슬 마을로 나갔다

항상 저녁바람이 시원했는데 오늘은 꽤 후덥지근해서 땀으로 머리를 감았다. 사거리에서 숨을 돌리다, 아쿠르트 아줌마처럼 가판에서 부코쥬스를 팔고 있는 걸 발견했다. 일행이 며칠간 가봐도 안 판다고 아쉬워하더니 내가 운이 좋았다. 한병에 40 peso (1,000원) 달달하다.

 

한 구석에서 부코쥬스를 빨고 있으려니 사거리가 온통 총 천연색이다.

흑인 백인 몽고인 필리피노... 사방사람들이 저녁 바람쐬러 다 나온거 같았다. 한쪽편에 필리피노 몇이 쪼르르 앉아 있었다. 달리 앉을 곳도 없어 그 사이에 비집고 앉았다. 옆에 앉은 '비티' 라는 애는 지나가는 관광객들에게 오토바이 렌트하라고 가끔 한 마디씩 던졌다. 이 밤에 오토바이 빌릴 사람이 있을까나...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앉아 있는데 한 필리핀 여자가 내 발 옆에서 뭔가를 얼른 집어 펴보더니 싱글벙글 가버렸다, 20 peso 짜리 지폐였다. 네모나게 접혀있기도 했지만 내눈에 띄었다 한들 돈이라는 생각보다는 그냥 쓰레기로 보였을 것이다. 그만큼 여기 돈들이 지저분하다. 환전해서 쥐어보면 꾸겨지고 드러워서 빨리 없애버리고 싶다. 필리핀 조폐공사가 참 머리가 좋은거 같다.

저쪽에서 반가운 얼굴들이 보였다. 날 알아보려나 계속 빤히 처다봐도 못 알아보는거 같았다. 일행들이 눈길 한번 안주고 내 앞을 지나가길래 이름을 부르자 깜짝 놀라는 것이었다. 이 사람들이 날 땅바닥에 떨어진 20패소 짜리로 본거야 ? 며칠 있는 동안 내가 완전 현지화 된거야 ? 모지 이 찜찜한 기분은 ?

 

맥주 한병씩 하고 나왔는데 비가 억수로 쏟아진다. 쉬이 그칠 비가 아니다. 아까 유난히 후덥지근하더라니.

운형이가 옆에 마트가서 우산을 사다줬다. 이 우산은 출국날까지 나랑 함께 했다능.

필리핀의 전기요금은 한국의 두배지만 우기에는 아무래도 에어컨이 필수겠다 싶다. 여기서 에어컨 도매상해도 괜찮을거 같다.

리조트에 도착해서도 비는 계속 내렸다.

훌라하던 일행까지 다 불러내 소주랑 꼬치구이로 11시까지 자축파티를 벌였다,

 

한밤중이었다. 한 3시쯤 됐을까 ?

이상한 소리에 잠을 껬다. 

딱 그 쎅쓰는 소리.   아 이것들이 쌩라이브로 즐기는구마이~

잠시후 애기 울음 소리가 났다. 아 이것들이 변태취향이 있구마이 ~

가만히 들어보니 높고 낮은 두 목소리가 섞여있었다. 그제서야 고양이 교미인걸 알았다.

30분 이상을 그 지랄을 하고 있는데 성질도 나고 부럽기도 하고 심난하기도 하고 몸도 더워지고...

얼마나 요란한지 빈병들이 굴러 깨질 정도였다

 

나같이 잠 못 이루는 사람이 또 있었나보다. 어둠속에서 굵은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  저리가 이놈들 ! "

그 정도 협박으론 이 좋은 걸 멈출 수 없다는 듯 고양이들의 야릇한 소리는 계속됐다

또 다시 어둠속에서 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 Don't make noise ! "  이번엔 잉글리쉬다

신기하게도 그 이후 조용해졌다.

Sabang 에서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웃기게 끝나버렸다.

 

 

 

 

 

오늘의 주인공 :  큰 누나 (채복자)

 

40대 중반을 문턱으로 급격히 신체기능이 저하됨을 느낀다. 건강에 자신감도 잃고 정신적으로도 유약해져 버렸다

여자들의 갱년기를 나도 겪는구나 생각했다

그런 나를 가장 부끄럽게 만든 사람이 복자누님이다.

물이 무서워 수영도 못했던 분이 이번 첫 다이빙을 무사히 훌륭히 통과하고 자격증까지 받았다.

수여식날 가장 행복해한 분이었고 가장 박수를 많이 받은 분이 되었다

 

김실장이 막내인데 외모는 연장자라고 쓴 적이 있는데 복자누님은 그 반대다, 나이를 젤 거꾸로 먹는 분.

근데 그 오똑한 콧날은 ...손을 댄거유 누님 ?

 

마닐라 식당에서 멋지게 한턱 쏘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나이가 들수록 입은 다물고 지갑은 열라는 말을 몸소 실천하시는 분. 존경합니다.

그런데  

호스하나 교체하는 것도 몇 만원, 업는 장비만 오백만원 정도에, 다이빙 시계도 수십만원, 그렇다고 장비값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국내, 해외 여행경비까지 돈이 꽤 많이 드는거 같은데 ...

오늘 누님 받으신게 자격증이 아니라 앞으로 목돈 들어가는 청구서 아닌감유, 큰 누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