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1. 24. 21:00ㆍPhilippines 2013
Sabang beach 는 섬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전혀 이름도 못 들어본 곳이었다.
그러나 4박 5일 있는 동안 매일 매일이 신났고 난생 첨 해보는 것도 많았다. 세상은 참 넓고 갈 곳은 너무나 많은거 같다.
사방비치에 대한 여행기를 쓰려고 할때는 많은 사람들이 사방비치에 대해 나처럼 잘 모르는 줄 알았다.
그런데 산소통을 공기통이라고 정정해주신 분부터
망고스틴과 망고 고르는 노하우를 알려주신 분도 계시고
예전에 사방의 하수도 실상을 고발해 주시고 다이빙 포인트를 알려주신 분도 계셨다
아주 많은 분들이 나보다 먼저 다녀가시고 아직까지도 그 추억을 소중히 간직하고 계셔서 내 무지가 부끄러웠다
Sabang beach 의 여행 적기는 언제일까 ?
6~11월까지는 우기인데 우리의 여름방학인 7,8월엔 특히 더 비가 많이 온다. 그때가 숙박비가 젤싸진다.
그러다 12~ 다음해 5월까지 건기인데 3~5 월이 또 가장 덥고 태양도 뜨겁다. 1월부터는 한국의 겨울방학이라 또 붐비고...
이리 저리 따지면 11월 말부터 12월이 여행 오기 가장 좋은 시기가 되는 것이다.
이번 여행 날짜를 왜 이렇게 잡았을까 이제야 이해가 된다.
슬슬 바빠지기 시작하는 사방비치를 우리는 이제 떠난다.
섬에 들어올땐 시끌시끌 흥겨웠는데
나가는 배안엔 깨기 힘든 정적만이 그득했다.
배는 열심히 파도를 넘나드는데 왠지 제자리에서 출렁이기만 하는거 같다.
살짝 자다 일어나도, 뒤에 두고 온 섬도 앞에 가야 할 섬도 그자리 그대로다.
가지 말라고 누가 바닷속에서 잡고 있는거 같다.
" 운희형, 권총이 의외로 잘 안 맞대요 ~? "
" 그래서 장교들 자살용이라고 하잖아 "
며칠 있는 동안 얼굴은 촌스럽게 타 버렸고 피부는 소금알갱이가 버석거린다.
어떤 인종이든지 여기 갖다놓으면 몇달후에 다 필리피노 된다.
부둣가에 도착했다.
정든 방카도 이제 안녕 !
땅위에 올라 선 발에 힘이 들어간다.
" 콜라 ! 환타 ! " 귀여운 여자애 목소리에 자연스럽게 이끌려 그쪽으로 가봤다
Leovy's store 라고 써 있어서 가게인줄 알았지 그냥 가정집이었다.
안 사줄수가 없어 생수 두병 샀다
대기하고 있는 승합차 두대에 나눠 탔다
우리 차 운전수가, 지난번 내려온 사람과 너무나 비슷하게 생겨서 다짜꼬짜 이름부터 물어봤다
세글자다. 다른 사람이다
이런 조그만 동네에도 성당이 있었다
지난번 운전수는 복잡한 시내를 관통했는데 이번 운전수는 외곽 지름길로 해서 금방 고속도로에 다다랐다
지난번 운전수의 집은 Manila 였고 이번 운전수의 집은 여기 Batangas 였다는 것이 차이랄까 ?
고속도로 초입 톨게이트에서 운전수가 표 내주는 아가씨에게 약간 치근덕거렸다,
계면쩍은지 나에게 아가씨가 이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지난번 운전수도 공항주차장을 나오며 주차비 받는 아가씨에게 똑같은 추근댔었다,
내가 봐도 두 아가씨가 다 미모가 평균이상이긴 했다.
인정하고 이해한다. Man to man 으로서
운전수가 복잡한 시내에선 안 그러더니 고속도로 위에서 운전하며 문자질을 했다
안 좋아보이고 신경 쓰였는데 그냥 놥뒀다.
잠시후 뒷자리에서 운희형이 일침을 놓았다, " 운전할 때 휴대폰하지 마세요 "
운희형이 참 용기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잘못된 일인지 알지만 바로 잡으려는 생각조차 없는 나는 또 얼마나 바보같았는지...
마닐라로 올라가는 길 양편으로는 넓은 평야가 지평선 끝까지 계속되었다.
그러다 봉우리를 구름속에 숨긴 높은 산이 갑자기 솟아있곤 했는데 그 풍광이 참 특이했다.
아마 화산폭발로 용암이 넓게 흘러내려 생긴 지형인거 같았다.
차가 막히는 톨게이트마다 직원들이 나와 있었다,
교통정리를 하나 했더니 미리 통행료를 받는 역활이었다.
고속도로 통행료는 렌트비에 다 포함되는데 번잡한 시내를 관통하는 Sky way 톨비는 우리가 내야 한다
그런데 나갈 때와 들어올 때 요금 차이가 배로 난다고 한다. 설마...
마닐라가 가까워 올수록 차들이 많아져서 자연스럽게 운전수랑 대화를 나누게 되었는데
한국에 차를 갖고 있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했더니 운전 직접 하냐고 또 물었다. 그렇다고 했더니
" 자기가 한국가서 기사하면 안되겠냐 ? " 고 하는 것이었다,
대답할 겨를도 없이 웃음부터 터졌다.
농담인줄 알았는데 여기 경제상황과 한국돈등 묻지도 않은 이유를 계속 얘기하는걸 보니 나름 진지한거 같았다.
마닐라 초입에 화려한 불빛을 켜 놓은 대관람차가 보였다.
운형이가 친구인 마닐라 시장에게 얘기해서, 우리를 위해 불을 켜 놓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시내로 한참 들어가는데 거리가 낯이 익었다
예전에 묵었던 호텔 이름은 기억이 안나고 그 앞에 막사이사이 회관이 생각나 운전수에게 물어보니 바로 근처라고 한다
그러면서 그리로 방향을 틀길래 일부러 알려주려고 그러나 했는데 한 블럭 지나 뒷골목에 차를 세웠다.
거기가 바로 마닐라에서 2박을 하게 될 리비에라 맨션이었다, 디럭스룸이 기본 2500 peso 다 (64,000원)
체크인 수속이 꽤 오래 걸렸다.
나는 로비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운희형이랑 우리방을 찾아갔다.
트윈룸인줄 알았는데 퀸사이즈 침대하나만 달랑 있었다.
나는 피곤해서...그냥 괜찮다고 했는데 운희형이 짐을 끌고온 도어맨에게 항의하여 방을 바꿔주기로 했다.
이 짐꾼 도어맨이 좀 건들거리기는 했다.
운희형이 목소리를 깔고 운형이는 성질 한번 내니까 곧바로 군기가 바짝 들었다.
운희형 옆에서 얌전히 Wi-Fi 잘 잡히나 지켜보고 있다
모두 로비에서 만나 저녁을 먹으러 나왔는데 그사이 비가 억수로 쏟아지고 있었다
그냥 걸어갈 거리인데, 비때문에 승합차를 수배해 한 차에 다 타고 식당으로 이동했다
내가 여행을 이끌었으면 이런 돌발 상황에서 버벅대고 시간이 많이 걸렸을텐데 운형이가 다 해주니 그냥 조용히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진짜 편하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식당앞에 시큐리티가 우산을 받쳐줘서 모두 안으로 후다닥 뛰어 들어갔다
상호는 고기집
그런데 영문 이름은 Go ! Kizip
발음을 해보니 아주 시원~하다. 영문 이름이 이렇게 맘에 들긴 또 첨이다.
주문받고 서빙하는 아가씨가 꼭 한국사람처럼 생겼다.
반찬 리필도 잘 해주고 얼마나 삭삭하고 잽싼지 일행들 모두 이구동성 칭찬일색이다.
당연히 Tip 도 미리 챙겨 줬다,
한국사람이죠 ? 라고 물으니 " 쪼금 섞였어요 ! " 할 정도로 재치도 있었다.
고기는 옆 테이블에서 직원이 직접 구워 주는 방식이었다.
살짝 얼린 소주라서 술을 잘 안 먹는 나도 한 모금 마셨다
일행이 다 배불리 먹고도 2,310 peso (59,089원) 밖에 안 나왔다.
대박 !
맞은편에 콩다방이 보였다.
오리지널 맛있는 커피를 마실수 있겠다 싶어 모두 길을 건너갔다.
운형이랑 길가에서 담배를 나눠 피는데 커피 내기 가위바위보를 한다고 빨리 올라오라고 재촉했다
일행이 모여있는 2층으로 올라가서 ' 오늘 커피는 내가 산다 '고 했더니 절대 안된다고 한다
며칠 사이에 일행들이 이상하게 승부욕에 불타고 있다. 아무래도 매일 팔운동하던 훌라가 ..다 배려놓은거 같다.
역시 그럴줄 알았다. 가위바위보에서 큰 누님과 나만 남았다.
내가 내야 되는데 하며 아무 생각없이 주먹을 냈는데 큰 누님은 아쉽게도 가위를 내버렸다
누님, 남자는 일단 본능적으로 주먹부터 나가요. 담부턴 꼭 기억하삼 !
커피값이 물가에 비해 비싼데도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젊은이들이 많았다.
아주대 앞 커피숍처럼 책이나 노트북을 펼쳐놓고 뭔가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우리가 여행가서 보통 만나는 필리피노는 하류층이 많은데 중산충과 상류층의 수준은 의외로 상당히 높다고 한다.
위로 갈수록 더 고급영어를 유창하게 한다는 특징도.
커피솝에서 나와서는 비도 그쳐서 호텔까지 걸어갔다
(아래 지도에 빨간 점선은 걸어온 길. 파란 실선은 차타고 간 길)
오는길 중간에 어두운 뒷골목에서는 두 형님들이 앞뒤로 밀착동행을 해주었다
이런 곳에서 소매치기등을 잘 만난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바짝 쫄아서 쌩땀을 삐질거리며 열심히 걸어왔다.
<클릭하면 확대됨>
호텔에 무사히 도착했다.
객실에 들어와 씻고 잘 준비를 다 했는데 룸메이트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커튼처진 창가에서 거리의 소음이 아련하게 들려왔다.
트라이시클과 지프니와 막힌 차의 크락숀 소리가 오케스트라 화음처럼 자연스러웠다. 마치 오래전부터 맞춰본 것처럼
침대 굴속으로 들어가자마자 스르르 잠이 들었다
자다말고 깨서 시계를 보니 새벽 3시다.
옆 침대는 비어있고 주인없는 가방만 몸도 못 푼채 서 있었다
외박이라 이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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