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1. 25. 19:00ㆍPhilippines 2013
한낯의 호텔 로비는 텅 비어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
반겨 줄 이들을 찾아다니다 누님 방에 가보니... 거기 다 모여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커튼 치고, 탁자 끌어다 놓고, 장비까지 싹 챙겨 아주 House 를 훌륭하게 꾸며 놓았다.
Diver 글자 들어간 사람치고 평소 잠수 안 탄 인간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오늘 하나 더 추가해야 할거 같다.
Diving 하는 사람치고 훌라 못치는 인간 본 적이 없다. 나는 영원히 훌라를 못 칠 운명인가 보다
모가 그리 재밌는지 울고 웃고 으르렁대고 어깨동무하고...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요물 !
그래봤자 Chip들 이리 저리 돌고 도는 것뿐인데
달콤한 도넛
달달한 오후
이번만, 이번만 ,,,하는걸 보다가 나 먼저 방으로 올라갔다
잠시후 앙헬레스에서 돌아온 정실장이 저녁 먹으러 가자고 방문을 두드렸다
승합차 하나에 다 타고 우리가 도착한 곳은
담파 (해산물을 직접 사서 식당에서 조리해 먹을수 있는 필리핀식 시장) 였다
1시간 반이면 저녁까지 다 먹을수 있을런지... 기사에게 6시 반에 시장입구에서 다시 보자고 하고 승합차를 돌려보냈다
좀 시간이 모자르지 않나 싶다.
수산물 코너가 쭈욱 있었는데 운형이가 단골이 있는것처럼 한 곳으로 성큼성큼 찾아갔다
서로 밀고 땡기는 팽팽한 흥정이 오고갔다,
운형이도 만만치 않은데 상인도 보통 수완은 넘어보였다
랍스터를 살까 말까 흥정을 하다 너무 비싸서 막판에 포기했다.
예전에 한 가게에서 랍스터 무게를 잰다고 해놓고 그릇 안에 싼 고기를 넣어서 무게를 늘리다 걸렸다고 한다.
그 이후엔 조목조목 따져 산다고 한다. 그러면서 새우랑 게만 샀다. 생선은 안 사나 ? 매운탕도 안 끓이나 ?
좀 양이 모자르지 않나 싶다.
해산물 사는데만 30분을 소비해 이제 1시간 밖에 안 남았는데... 해는 벌써 지평선 아래로 사라져 버렸다.
내가 괜히 걱정이다
맞은편 식당에서 종업원이 나와 해산물 바구니를 받아 들어갔다
맘에 드는 식당에 가져가 Kg 당 소정의 Cooking charge 를 내면 요리를 해준다
조리방법은 이렇다
칠리소스로 볶거나,
직화로 굽거나,
스팀으로 찌거나,
마늘소스로 조리거나,
튀기는 방식
해물탕은 없나 ? 회는 안 떠주나 ?
운형이가 능숙하게 주문을 하고있다.
잘 모르겠으면 대부분 직원의 추천을 따르면 된다.
시간은 점점 6시가 다 되어 가는데 음식은 안나오고...
다른 테이블은 미리 예약했는지 우리보다 늦게 와 더 빨리 먹고 있다.
그러다 드디어 마늘밥을 선두로 새우조림과 게조림 그리고 새우튀김이 연이어 나왔다
새우크기가 대박이다. 난 한국에서 저렇게 큰 새우 먹어본 적이 없다.
딱 5분 걸렸다, 음식이 이렇게 초토화 되는데 ...
먹는 동안에 아무소리도 안 들렸다. 아무도 아무 말도 할수가 없었다.
이럴때 입은 오로지 먹는 역활만 충실할 뿐이다.
주문한 양도 딱 적당했다
새우는 일인당 조림 하나, 튀김 하나. 게는 한 마리면 딱 좋았다
나는 원래 음식 평가 안하고 형용사, 감탄사 잘 안하는데, 딱 한번만 하자.
혼자 먹기 죄스러울 정도로, 가족들이 눈에 어른거릴 정도로 맛있다
큰 누님이 멋지게 한턱 쏘셨다,
꽁짜라 따따블로 맛있었다.
모두 밖으로 나갔는데 나는 아쉬워 자리를 못 뜨고 젖가락만 핣고 있었다.
김실장이 코코넛을 사왔다. 그 국물이 밍밍하게 느껴질 정도로 오늘 메뉴가 강렬했다
밖에 나가 담배를 피는데 건너편 수산물코너쪽에서 운희형이 나를 부른다.
담배를 피면서 갈수가 없어 안 가고 개겼더니 운희형이 건너 와 물어본다.
" 로보야, 소베니어가 모냐 ? "
" 소베니어 ? ....아 수비니어, 기념품요 ! "
그제야 이해한 형이, 필리피노가 기념으로 달라고 한다고
" 천원짜리 한장 있냐 ? " 고 했다
아... 물에서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 놓으란 말이 이런 거구나 ~
6시 반도 안됐는데 차가 벌써 와 기다린다고 해 후다닥 시장을 나왔다, 시간까지 퍼팩트 !
숙소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모두 행복해져서 수다와 웃음이 차 안에 가득했다
여행 마지막 날에 먹어서 다행이라고, 만약 처음에 먹고 사방비치에 들어갔으면 다른 음식들이 성에 안 찼을 거라는 말에 모두 만장일치했다.
내일도 여기와서 먹으면 안되겠냐고 작은 누님이 강력 의견개진을 했다. 그건 모두 개무시
호텔에 도착했는데 하지가 절단된 필리피노가 동냥을 하며 인도를 기어가고 있었다
두 팔에 빗자루를 끼고 인도를 청소하면서 가면 더 동냥을 많이 받을수 있을거 같은데...
자전거를 개조해서
미니 숯불판위에 꼬치도 굽고, 음료수를 찾자 아이스박스에서 조그만 콜라를 꺼내더니 핸들 끝에 대고 병마개까지 따 주었다,
이 조그만 노점상에서 만들어지는 음식과 제공되는 서비스가 어디까지일까 상상하며 한동안 넋놓고 처다보았다,
호텔로 들어와 운형이랑 둘이 로비 커피숍에 들어갔다,
여행내내 나를 챙겨주고 고마워 커피라도 한잔 사주고 싶었다
운형이가 살아왔던 소중한 개인사를 들을 기회가 되서 아주 좋았다
더 친근해졌다
두분이 더 와서 화기애애하게 저녁 수다를 떨고 써빙녀에게 20 peso 팁 주고 나왔다
망고 Shake 98 peso * 2 , Calamansi shake 98, Ice coffee 해서 총 370 peso.
찬거 먹었더니 배가 살살 아파온다
로비 화장실 갔는데 간단히 해결될 트러블이 아닌거 같아서 급히 객실로 들어왔다.
샤워하고 나와 베트에 누워 TV를 틀었는데 9시다. 시간이 애매하네.
갑자기 객실 전화벨이 울린다
" Hello ? " 했더니 상대편이 몇 초간 조용하다가 한국말이 들려왔다
" 형, 저 운형인데요, 카지노에서 밴드가 라이브를 하네. 형 생각나서 와서 전화한거야 "
다 씻은 후라 안간다고 했다가 슬슬 옷을 챙겨 입고 우산 들고 나왔다
가뜩이나 번잡한 앞길이 비까지 오자 더 정신이 없었다.
우산 쓰고 건너가 긴장된 맘으로 카지노 입구 문을 열고 들어갔다
보안요원이 우산을 받아두고 번호표를 준 다음에 몸수색을 했다, 카메라 안 가져오길 다행이다.
카지노라는 곳을 처음 들어오니 두려움반 호기심반이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자 오른편엔 전자오락실 기계가 빽빽하게 줄 맞춰 서 있고
왼편에는 포커 테이블과 원형룰렛이 넓은 홀 끝까지 놓여 있었다.
TV에서만 봤던 것들이 실지로 내 눈앞에 있다는게 신기하다
수십개 테이블을 기웃거리며 일행들을 찾아 다니다 정실장과 운형이를 다 각자 테이블에서 만나고 구경했다
운형이가 앉은 테이블에 딜러는 약간 통통한 남자였는데
손님이 돈을 따면 같이 기뻐해주고, 죽었냐고 목을 긋는 제스쳐도 하고, 표도 살짝 보며 걸지 말라고도 하고...
그런 모습이 룰을 모르는 나에게 신기하고 매력적으로 보였다. 딜러는 포커의 상대편 적인줄 알았는데 친구같이 느껴졌다, 그 딜러 남자 처다보는 재미에 한 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포커도 안 할거면서 자리만 차지하는거 같아 커피숍을 갔는데 자리가 없다. 3층을 올라가 보니 거기는 VIP 테이블이었다
내려와 조용한 자리를 찾다가 크리스마스 장식 앞에 앉았는데 지나가던 외국여자들이 환하게 웃으며 손짓을 하고 지나간다.
왜 그런가 봤더니 내 자리에 Spot light 거 켜져 있어서 외진 자리가 아니라 눈에 팍 띄는 곳이었다
무안해서 다시 나와 빙빙 배회하다가 11시쯤에 일행들과 밖으로 나왔다
<인용사진>
필리핀에서 마지막 밤이라 그냥 들어가기도 뭐해서 술 한잔 하자고 했더니 KTV, JTV 설명을 해준다.
그런데 가격이 ... 포기하고 조용히 방으로 올라왔다
※ KTV = karaoke television 한국식 단란주점이나 룸
한국에 돌아온 다음날 조양* 이가 필리핀 앙헬레스에서 국제경찰에 잡혀 압송되는 사진과 기사가 떴다,
운희형이 해준 이야기가 불연듯 생각났다.
2년전 운희형이 카지노에 갔다가 우연히 한 테이블에서 조양* 이랑 동석을 하게 되었는데 조양* 이가 묻더란다.
" 절 모르시겠습니까 ?
" 모르겠는데요 "
" 남들은 저를 조선생이라 부릅니다 "
" 뭘 가르치시나 보죠 ? "
" ... "
나중에 형수가 " 저거 양아치 " 라고 그러더래. 왜 그러냐니까,
얼마나 쪼잔한지 멀찌기 세워놓고 어께 둘 불러 잔돈 칩 바꿔오라고 시키더라능.
방에 와 보니 운희형이 짐만 다 싸 놓고 사라졌다.
카지노에서도 안 보이더구만 어디로 간거야 ?
이 인간 오늘도 외박만 해봐라.
오늘의 주인공 : 다이버형 (하운희)
그는 (여행코드가 나랑 가장 맞고, 붙임성 좋고, 순발력 발군이고, 뛰어난 리더쉽과 공사를 구분하고, 어디에 내놔도 살아갈 인간이며, 이번 여행에서 공동을 위해 자신의 즐거움을 희생하고, Sabang 에서 돌아오자 마자 1주일도 못 되서 다시 Cebu 로 날라가서 좀 얄밉지만, 다른 수식어가 전혀 필요없는, 이번 여행을 함께 한 일행들은 모두 인정하는 진정한) 다이버다.
열심히 찾은 그림 하나를 헌사하며...
<인용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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