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1. 21. 20:00ㆍPhilippines 2013
리조트에 도착했는데 다이빙 나갔던 일행들이 안보이고 점심밥 때도 안됐다
심심해서 의자 끌어다 앉아 ..시간만 죽이고 있다
딱 하루만에, 어제 카페에 죽치고 앉아 따분한 오후를 보내던 외국인 짝이 되버렸다
필리핀 직원이 다이버들을 위해 무거운 산소통을 미리 준비해 놓고 있다
한국에서는 저런 장비들을 다이버가 직접 챙겨야 해서 정작 입수도 하기 전에 힘이 다 빠져 버린다고.
바다속에 볼게 많은 것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인건비가 싼 것도 필리핀에 다이버들이 몰리는 큰 이유였다.
건장한 마을남자들이 그물을 끌고 다니며 엉성하게 물고기를 잡고 있었다
요 앞에서 잡히는 물고기가 얼마나 먹을게 있겠으며
장정 네명 배를 채울만큼 많이 잡히지도 않는거 같았다
헛탕치며 기운 빼느니 나라면 그냥 편하게 앉아 있겠다능
가까운 앞바다에서 다이빙을 하던 배가 서서히 들어온다.
반갑게도 우리 일행이었다.
운희형이 장난으로 넘어뜨리려고 하자, 지레 겁먹고 자진납세로 물속에 주저않은 작은 누님
전혀 Touch 는 없었다고 한다. 굳이 따진다면 掌風 정도 ?
필리핀 주방장이 아주 인터내셔널하고 글로벌하다.
오늘 점심메뉴는 중화요리다. 짜장밥과 게살스프 거기에 부침개까지
운희형이 라면을 가져와 끓여달라고 하길래 우동 만드는거 아닌가 걱정했는데 왠걸 !
김밥천국 라면처럼 면발이 쫄깃쫄깃했다
점심 먹고 좀 쉰 다음에
다이빙 팀은 새 산소통을 싣고 오후 깡(다이빙)을 하러 나갔고
나는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얕은 물가로 나갔다
수경을 쓰고 물속을 들여다 보니 열대어들이 보였다.
물고기는 모래 있는 곳에는 별로 없고 수초군락지에서는 조금 보였다,
웅덩이처럼 약간 깊이 패이고 바위가 박혀 있는 곳이 두어곳 있었는데 예쁜 물고기들이 거기 많이 모여 있었다
아래 사진에 노란별 위치는 수초가 많은 곳. 빨간별 위치에 약간 깊은 웅덩이가 있는곳
열대어를 직접 내눈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 실감이 안날 정도로 신기했다.
아래 사진속 물고기랑 비슷했다. 사진을 찍을수 없는게 아쉬울 뿐이었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면 물고기들이 줄행랑을 칠줄 알았는데 살짝 바위아래 숨거나 주변을 빙빙 돌기만 했다
너무 온순해서 내가 만져보려고 손을 가까이 하면 살짝 도망쳤다 다시 돌아왔다.
그제서야 제내들이 내가 좋아서 그러는게 아니라 자기 영역을 지키려는 필사의 노력이라는걸 깨달았다.
<인용사진> <인용사진>
바닷속 풍경에 취해 머리를 물속에 박고 미동도 않은채 바라보다 가끔 숨을 쉬기 위해 자맥질을 수시로 했다.
작은 형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얼른 고개를 들어보니 뚝 위에 서서 나에게 고만 나오라고 손짓을 하셨다.
물가에 내놓은 애기 같아서 불안하셨나보다 싶어 아쉽지만 천천히 뭍으로 개헤엄을 치며 나왔다.
파도가 넘실대는 계단앞에서 예쁜 산호조각들을 발견했다. 3개 정도 주워 나왔다,
미련이 남아 리조트 앞마당에 조그만 Pool 에서 수영을 했다.
물이 맑고 파도가 없고 수심이 일정해 참 편안한데, 바다랑은 비교가 안되게 재미가 없어 금방 싫증이 났다.
객실에 들어와 샤워실 앞 거울을 보는 순간 허걱 ! 소리가 절로 나왔다.
숱없는 머리카락이 까진 머리통위에 젖은 김처럼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문어대가리가 물위로 오르락 내리락 하는 모습이 내 자맥질하는 꼴이리라 상상이 됐다. 그게 얼마나 볼썽사나웠으면 작은형님이 나오라고 했을까 ?
샤워를 하는데 온 몸에 붙어있던 해초같은 바다속 흔적들이 씻겨나갔다.
머리를 말려 문어에서 인간으로 변신한 다음에 슬슬 마당으로 나갔다.
작은 형님이 pool을 보며 이야기를 해주셨다.
여기에 다이빙을 오는게 비용이 좀 들다보니 젊은이들 중에는 경제력이 넉넉치 않아 돈을 열심히 모아서 오는 사람들이 있다. 막상 와서 유흥과 노름들에 빠져 그 돈을 금방 날려버리고 정작 떠날때 리조트 숙박비를 낼 돈조차도 없게 되면 리조트측에서 저 pool 청소라도 시키더라는 것이다.
6시도 안됐는데 하늘이 코발트색으로 예쁘게 물들었다.
그럼 밥때다 !
오늘은 잡채와 돼지고기 볶음. 배추쌈,
거기에 누님들이 싸온 밑반찬까지 곁들이니 여느 한국식탁보다 푸짐했다.
큰 누님이 신나는 음악을 틀어놓았다.
음악 장르가 내 취향은 아니지만 흥겨워 하시니까 나도 좋았다.
잠시후 옆 테이블에서 한 남자가 다가와 음악을 좀 줄여달라고 정중하게 요청을 했다.
식당에서 밥먹고 두어 계단 내려오면 바로 야외카페다
직원들에게 커피 타오라고 자연스럽게 심부름 시키고 앉아 담배를 피는 일행들
나도 (꽁짜라서) 커피 한잔 부탁하고 옆에 앉아 담배를 얻어 피웠다.
그렇게 하는게 관행이고 해도 되는거 같아 자연스럽게 따라했다. 필리핀 직원들을 종 부리는 듯 하는게 좀 께름직했지만...
바람 쐬러 동네 마실을 나가다 소나기를 만났다.
처마 아래에서 한동안 피신했다가 다시 갔다
한 바퀴 돌아보고 리조트로 돌아와 마을과 앞 바다의 야경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하얀 눈이 온 세상을 덮으면 순백의 아름다움만 남듯이
까만 밤이 지저분한 것들 위에 덧씌워지니 불빛만 남은 야경이 멋지게 보였다
저 바다 아래엔 또 얼마나 아름다운 물고기와 산호들이 가득한지...
낭만에 젖어있으려니 한두명 일행들이 돌아왔다.
담밑에선 형제로 보이는 사내녀석 둘이 뭘 사라고 자꾸 귀찮게 한다
뭘 파나 보니 생선튀김과 메추리알이었다.
옆에 있던 김실장이 발롯(Balut) 이 먹고 싶은지 그건 없냐고 하자
꼬맹이가 잽사게 가지러 갔다.
발롯 하나에 15 peso (384원) 라고 한다. 김실장이 100 peso 줄테니까 7개 달라고 했다.
큰 녀석이 갑자기 머리가 복잡한지 그 산수에 휘말려 버벅대며 머리만 긁어댄다
김실장이 기회다 싶은지 다그치듯 그렇게 주면 되는거라고 몰아부쳤다
어느덧 작은녀석이 비닐봉지에 발롯을 담아 달려왔다, 어둠속에서 헥헥대는 숨소리가 귀엽게 들렸다
6개만 꺼내주고 100 peso 받아 가버렸다,
※ 지역마다 틀리긴 하지만 발롯 하나 가격은 평균 10 peso 였다능. 뛰는 놈위에 나는 놈이 있었군
오리알 껍데기에 써 있는 7 이란 숫자는 부화기에 들어 있었던 일수를 적은 것이다
7이면 노른자 흰자처럼 형태가 약한거고, 외국인은 12정도까지 먹으며, 14가 가장 맛있다고 한다. 그 너머 숫자는 뭐 상상에...
28일 이면 부화한다.
발롯은 주로 간식이나 야식으로 먹는데 그 이유가
생긴게 혐오스러워 껌껌한데서 먹어야 한다거나
잠자리 들기전에 스테미나 좋아지라고 먹는다능...
스쿠버하러 온 다른 팀도 식당칸에서 늦게까지 흥겨운 시간을 갖고 있었다
구름속을 헤매던 보름달이 전봇대 끝에 걸릴때까지
둘째날 밤도 즐겁게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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