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1. 22. 16:00ㆍPhilippines 2013
리조트에 도착한 시간은 거의 2시
일행들은 오후 다이빙을 위해 열심히 팔 운동을 하고 있었다,
내가 무사히 다녀 왔다고 인사하자 운희형이 다행이라며 프런트 쪽을 손짓했다
젊은 필리핀 남자애가 이쁜 얼굴 왼쪽 광대뼈를 손바닥만하게 긁힌채 추렷하게 앉아 있었다. 상처위로 갈색 누룽지를 붙인 것처럼 딱지가 앉을걸 보니 오토바이 사고가 며칠 안된거 같았다. 필리핀은 카피약이 거의 없고 미제 오리지널만 유통되다 보니 약값이 비싸다. 운희형이 불쌍해 후씨X 을 줬다고 한다.
방에 와 흙탕물 묻은 바지를 벗어보고는 쪽 팔려 얼른 빨래하고 샤워하고 나왔더니 그것만으로 1시간을 훌쩍 지나버렸다
4시에 스노클링 (Snorkeling) 약속을 해놨으니 딱 한시간 남았다
에어컨 틀어놓고 억지로 침대에 누워 낮잠을 청했다.
자다가 벌떡 일어났는데 지금이 오늘인지 내일인지 오전인지 오후인지 ...멍하다
빨래를 문앞 발코니에 널어놓고 벤치에 몇 분간 앉아, 나간 정신이 돌아오길 기다렸다.
어제 수경만 쓰고 자맥질 했다니까 운형이가 스노클 장비를 구해다 줬다.
이것만 있음 문어대가리 안되도 되겠구나.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스노쿨 덜렁덜렁 들고 비몽사몽 비틀비틀 해변으로 나가는데 운형이가 고개 숙이고 팔운동하다 말고 소리친다
" 형. 저쪽 바위 있는대로 가봐요 ~ "
뚝에서 계단을 내려와 바닷물속에 풍덩 빠지자 정신이 번쩍 돌아왔다. 역시 충격요법이 최고 !
어제는 요 앞에서만 놀았는데 운형이가 알려준대로 바위쪽 (방파제처럼 쌓아놓은 파란색 선)으로 땅짚고 해엄쳐 가 보았다
물이 많이 빠져 돌들이 내 뱃가죽을 긁어도 듀공처럼 묵묵히 앞만보고 갔다
<인용사진>
과연 그 곳은 어제 수경으로 본 바다랑은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일단 수심이 깊고 벽처럼 쌓여진 바위들이 숨을 곳을 제공해서 열대어의 개체수와 종류가 훨씬 많았다
대자연속에서 나도 인어아가씨 인어아저씨가 되어 맘껏 유영을 즐겼다
<인용사진> <인용사진>
관상어를 꽤 좋아해 예전에 어항과 조그만 수족관을 집에 갖다 놓고 물고기를 키운 적이 몇번 있었다.
아쿠아리움도 잘 다녔고 업소에 대형 수족관이 있으면 그 앞에 한 동안 넋을 놓고 바라보곤 했었다.
그런데 오늘 바다속을 엿보며 조그만 결심이 생겼다, 앞으론 절대 집에 수족관 같은거 갖다놓지 않겠다는.
자동차를 사면 그 동안 모으던 다이케스팅 모형에 더 이상 흥미가 안 생기듯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열대어들을 리얼로 직접 보니 인공적으로 꾸며놓은 수족관으론 절대 그 맛을 느낄수 없을거 같다.
Sabang beach 가 좋은 건 바로 앞 바다에만 나가도 훌륭한 다이빙 포인트가 널려 있다는 것이다.
리조트 바로 앞도 이 정돈데 깊은 곳은 얼마나 더 환상적일까 ?
다 좋은데 파도가 들이칠 때마다 몸이 떨려왔다.
수심이 얕은 곳은 미적지근하고 깊은 곳은 차가워서 체온이 혼란을 일으킨다. 어쩔수 없이 뭍으로 기어 올라왔다
필리핀 바다에서 추워 떨거란 생각은 안 해봤는데...
방에 다시 와서 따뜻한 물로 샤워하니 몸이 서서히 정상으로 돌아왔다.
일행들이 이번 잠수를 위해 한달전부터 몸관리를 했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감기라도 걸리면 안되니까.
오늘 저녁밥은 갈비와 생선구이가 나왔다.
계속 한식이 나오는 이유를 이제야 알거 같다. 다이버들의 컨디션 유지를 위해 익숙한 음식을 계속 제공하는 것이리라. 현지식 줬다가 입맛에 안 맞거나 배탈이라도 나면 다이빙을 못하게 될수도 있겠다 싶다.
밥 먹고 카페에서 강사님과 재밌게 얘기를 나눈 후 밤바다를 보려고 길가 의자에 앉아 있었다.
한국의 못생긴 남자개그맨 처럼 생겼는데 얼굴에 진한 화장을 한 여자가 지나가다 말을 걸었다.
자기는 프리랜서 출장맛사지사 (여기 맛사지사들은 유니폼을 입고 있다) 인데 아빠가 일본계라고 했다. 난 맛사지를 싫어하니까 됐다고 하는데도 밥도 못 먹었고 화장품도 사야 되고...그래서 돈이 필요하다며 스페셜맛사지도 해줄수 있다고 계속 담벼락에 붙어 말을 시폈다.
그때 -리조트에 한국 직원인- 학선씨가 지나가다 소리쳤다.
" 걔네들 남자예요 ! " 이런 C8 .
말로만 듣던 트랜스젠더를 바로 앞에서 보다니... 역거운 느낌이 확 들었다
" 야 ~ 가 ! 이 새까! " 뭔 말인지 알아 들었는지 표정만으로 의미 전달이 됐는지 슬그머니 사라졌다.
도대체 이 아름다운 자연속에 트랜스니 게이같은 애들이 왜 모여드는지...
아직까지는 성 정체성이 촌스런 나에겐 좀 쇼킹한 사건이었다.
여기서도 트랜스 애들은 사회에서 가장 하층민이라고 나중에 학선씨가 부언설명해 주었다
밖에 나갔던 일행들이 들어오며 망고스틴을 샀다고 운형이가 몇개 가져왔다
손으로 쥐면 껍질이 쉽게 쪼개지고 그 속에 백설기같이 순백의 부드러운 부분이 나온다.
하나씩 떼어 입에 넣으니 약간 달콤한데 그 안에 또 씨가 들어 있어 정작 먹잘건 별로 없었다.
<인용사진>
방에 와 누웠는데, 식당쪽에선 다른 다이빙팀의 술자리가 늦게까지 지속됐다
" 우리의 젊음을 위하여 잔을 들어라 ~ " 라는 건배사는 아예 외울 지경이 됐다.
11시가 넘자 밖은 좀 조용해졌는데
오전에 스쿠터 때문에 긴장했고
오후에 스노클링 때문에 추웠고
저녁때 트랜스 때문에 놀라고
밤에는 술자리 때문에 때를 놓쳤더니 ... 자미 아놔...
이리 저리 뒤척이다, 안되겠다 싶어 벌떡 일어나 옷을 걸치고 밖으로 나왔다.
불 켜진 사무실 쪽으로 가는데 어둠속에서 시큐리티(경비)가 불쏙 나타났다.
" 맛사지사 좀 불러줘요 "
10분쯤 지났을까 ? 방문을 노크하며 맛사지사가 들어왔다.
맛사지 받는거 싫지만 오늘은 이렇게라도 해야 잠이 들거 같다.
한참 맛사지를 받는데 손길이 멈췄다 이어졌다 한다....이상해서 눈을 떠보니
졸고 있다.
아 C ..오늘 왜 이러냐. 내가 자야지, 왜 니가 자냐고 !
깨워 물어봤다.
Sabang beach 가 성수기로 접어들자 맛사지사가 딸린다고 한다. 자기 아버지가 도와달라고 해서 오늘 마닐라에서 들어왔다고. 도착하자마자 6명 맛사지하고 내가 7번째라는 것이다. 조는 애 붙잡고 받아봤자 얼마나 시원하겠냐능....대충 받고 계산해 줬다.
샵에 가서 받으면 400, 출장은 500 peso (12,790원) 라고 해서 천 패소 한장을 줬는데 거스름돈이 없다고 한다.
그랴. 그냥 다 가져가고 반은 내일 저녁 7시에 맛사지로 받겠다고 하고 보냈다.
최소한 업소와 이름은 기억해야 될거 같아서
...7시 ..리플렉시옹 ...도나...양 한 마리...두마리...도나...7... 리프...
외우다보니 스르르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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