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Sabang 물은 거꾸로 흐른다

2013. 11. 21. 10:00Philippines 2013

 

 

 

 

생선구이와 미역국이 식탁에서 우리를 반기니 아침인데도 뱃속에 자알 들어간다

방에 잠깐 들어갔다 나왔는데 리조트가 횅~하다.

그 사이 모두 다이빙하러 나가 버렸다

 

어슬렁 어슬렁 마당으로 나오는데 

 

자발적으로 혼자 남으신 작은 형님이 한가로운 아침을 즐기고 계셨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달려갔다

 

부지런한 동네아낙이 시커먼 게와 새우를 팔러 다니고 있었다.

 

우리 보고 사라고 하는데 요리도 그렇고 난감해하자 여기 주방에 얘기해서 만들어 달라고 하면 된다고 방법까지 알려주었다

 

형님이랑 동네구경을 나섰다

 

 

 

 

 

필리핀 아줌마가 여자애와 산책을 하다가 벤치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역시 느릿느릿 지나가던 백인 할아버지가 자연스럽게 옆에 앉았다. 

 

서로 잘 아는 사인가 ? 

 

별로 그런거 같지 않았다.

잠시후 뒤돌아보니 벤치에 아줌마와 여자애만 남아 있었다

 

 

 

 

 

 

 

사방비치는 Beach 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모래사장이 작다

그나마도 물때를 잘못 만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바닷물은 파도가 되고 뚝은 방파제가 된다.

 

바닷가와 인가사이에 길이 있다

자연과 인공의 영향을 받으며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길이다보니 들쑥날쑥 넓어졌다 좁아졌다 휘어지고 꺾여지고...

숙소에서 마을 번화가까지 그런 길이 이백여 미터나 계속된다.

불편하고 볼품없는 길이지만 하루에도 수 많은 관광객과 잡상인들과 포터들이 애용하는 제법 번잡한 길이다

 

바닷가 집들은 서로 어깨를 바짝 붙이고 지어졌는데

가끔 그 사이로 좁은 골목길이 언덕위로 향해 있다,

 

주인없는 개지만 동네사람들이 이름을 붙여주었다

'소시지 독 '

 

 

 

 

 

먹음직스러운 열대 과일을 한소쿠리 이고 행상하시는 할머니.

 

할머니 소쿠리 위로 키 큰 야자나무엔 야자들이 ' 날 따 잡슈~ ' 하며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피자가 맛있다는 ' 에덴동산 '

우리가 갈때 본 백인들이 두시간후 올때까지도 저 자세 그대로 앉아 있었다. 마네킹인가 ?

 

시대와 환경을 잘못 만나 고생하는 당구대.

어젯밤 동네 남자들의 어설픈 큐대질을 다 받아내고 오늘 아침 새 손님 맞을 준비를 해 놓고 쉬고 있다

 

 

 

당구장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면 잡화점이 나타난다.

 

 

좁은 골목 한쪽에 제법 넓은 마당을 가진 건자재상이 나타나 신기했다.

변변한 수레없이 인력으로 다 옮기긴 하지만 동네에 건축이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었다.

벽돌 몇장 자갈 한 무더기 쌓아놨고...모래도 파나 ?  조금만 나가면 지천인데

 

 

건재상을 지나자 어젯밤 맛사지사들이 골목 양편으로 쪼르르 앉아 호객을 하던 곳이 시작된다.

오전엔 손님이 없는 듯...의자들만 덩그런히 남아있었다. 한동안 앉아 쉬었가 갔다

 

 

 

마을 한가운데 사거리에 서면

   북쪽으로는 해변과 선착장이고

   남쪽으로는 가파른 언덕길이 보인다. 양편으로 주민들의 가난한 집들이 빼곡했다

   동쪽으로는 우리가 묵는 리조트들이 많고

   서쪽으로는 작지만 있을건 다 있는 시장이다.

시장 방향으로 계속 직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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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우리를 반긴 건 싱겁게 키만 큰 필리핀 남자였다. 

말없이 다가와 약봉투만하게 접은 흰 종이를 펼쳐보이며 나지막히 소곤댔다.

"  ...씨알리스... "

"  I have no penis " 라고 대꾸해주고 지나쳤다.

 

역전 창고 같은 건물이 사방디스코 클럽

 

바닷속 열대어만큼이나 화려한 색깔을 뽐내는 옷과 샌들

 

가라오께와 밴드가 연주하는 쌩음악을 들으며 우아하게 식사할 수 있는 중화요리집을 지나

 

테이크아웃 전문 식당이 신기해서 구경할 겸 그 앞에 한동안 앉아 지켜봤다

 

주문을 하면 즉석에서 후다닥 만들어 비닐봉지에 담아 주었다

그 봉지를 흔들며 무심히 골목안쪽으로 사라지는 주민들.

 

까칠해 보이는 개가 건들건들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별볼일 없는걸 알고 그냥 갔다.

꼬리 한번 안 흔들고..

 

조금 더 들어가자 이번엔 필리핀음식을 찬장에 놓고 파는 간이레스토랑이 나타났다

인기가 좋은지 쟁반들이 거의 다 비었다

 

물지개처럼 양 어께에 함석통을 지고 오는 한 남자와 맞닥뜨렸다

주민이 주저없이 사가갈래 우리도 두개 달라고 했다,

배탈 나 폭풍설사를 하는 한이 있어도 꼭 경험해보고 싶었다.

 

부드럽게 목을 타고 넘어가는데 달콤한 순두부 같았다,

※ 타호 (Taho)

필리핀 사람들이 아침식사 대용으로 많이 먹는다.

따뜻한 순두부에 사탕수수즙과 젤리를 넣어 만들며 음식점보다는 아침 나절 노점에서 쉽게 사 먹을수 있다.

 

 

 

미용실과 문신가게는 서로 마주보고 있다

여기 사람들 문신을 징하게 많이 하고 다니던데...

내 생각엔 문신을 하는 사람이 있어 문신가게가 생긴게 아니라 문신가계가 있으므로 해서 사람들이 쉽게 문신을 하는거 같았다.

물감가게가 있었으면 굳이 피부에 말고 도화지에 그림을 그렸을 사람들이다 사방비치 사람들은...

 

시장 안쪽 골목길엔 도둑고양이가 먹을걸 찾아 다니고 있고

 

손가락만한 말린 생선이 낱개로 포장되어 있는 조그만 식료품점을 지나간다.

 

PC방이다.

주인은 안 보이고 손님 셋이 열심히 PC를 하다가 우리를 힐끗 보고 이내 모니터로 고개를 돌렷다,

한국 대비 1/10 가격

 

이래봐도 시장에 무선 와이파이 스피커까지 없는거 빼고 다 있었다,

 

길은 막다른 벽으로 막히고 오른쪽으로 벽을 따라가자 해변으로 나왔다,

계단에 앉아 돌을 말삼아 장기를 두는 사람들.

 

이쪽 저쪽 시선가는 곳엔 모두 필리핀 남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여유로움과 무료함은 얼마나 가깝고도 먼 말인가.

젊은 애들이 우두커니 서 있다.

 

그 아래 해변엔 네댓명이 붙어 조그만 목선을 수리하고 있었다

베트남에선 이보다 더 작은 배도 철선으로 만들어 타고 다닌다, 필리핀은 더 큰 배도 나무로 만들어졌다.

철선은 공장에서 만들어야 하고 목선은 가내수공업처럼 손만 있음 만들수 있다.

 

유난히 똘망똘망한 사내아이

 

 

 

 

그림같은 바닷가 풍경이지만

고개 돌려보면 절대 낭만적이지 않은 삶의 버거움이 공존하고 있었다

 

 

 

 

개팔자 상팔자가 여기서 유래된 말인가보다

배깔고 널부러져 있던 개는 한눈에 봐도 탈색된 털과 피부병을 갖고 있는 노견이었다

천수를 다하며 사는거 같다.

 

 

 

"  자격증은 많은데 실력은 좆도 없는 강사들 "

 

작은형님이 오전내내 느린 내 걸음에 맞춰 함께 해 주시고

해박한 지식으로 가이드를 해주셔서 Sabang beach 를 한나절만에 접수할 수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간이식당을 기웃거리는 주민

 

해변에선 사람들이 파라솔 아래 모여 숯불을 피워 꼬치를 굽고 피크닉을 즐기고 있었다

맛있는 냄새가 주변으로 무자비하게 퍼져 나갔다.

 

 

" 참 낭만적으로 사는구나 ! "  했더니

 

왠걸...간이 식당이었다.

 

그거라도 얻어 먹을수 있으려나... 턱 처들고 기다리는 동네 개.

 

 

 

마을을 돌아보고 들어오다가 갑자기 뭔가 허전함을 느꼈다

그게 안 보였다.  쓰레기와 시궁창.

필리핀 정도면 비닐과 페트병등 쓰레기가 길가에 널려 있고 X물이 하수구에서 바다로 꽐꽐 쏟아져야 맞는거 아닌가 ?

여기에 5일간 머물며 별걸 다 봤지만 모래사장은 항상 깨끗했고 바다는 비눗물 한바가지 섞이지 않았다

만약 나만 못 본거였다면, 요 앞 바다가 지금까지도  전 세계 다이버들을 불러들일 수 있는 깨끗함을 어떻게 유지할수 있었을까 ? 

뒷산이 병풍처럼 둘러막고 있는 해안가 마을에서 이 많은 사람들이 싸대는 하수는 다 어디로 흘러간 것일까 ? 

 

우리가 무시해마지 않는 필리피노들이 사실은 자연보전에 있어서 만큼은 최첨단 선진 시민의식을 갖고 있던지

여기 환경위생 오폐수처리 시스템은 외계인이 만들어 주고 갔던지

Sabang beach 하수는 아래에서 위로 거꾸로 흐르던지 ...

그렇지 않고는 도시설계에 문외한인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현실이었다

 

 

 

 

 

오늘의 주인공 :  작은 형님 (하운길)

 

이 형님의 매력포인트는 뭐니뭐니 해도 눈이다.

맑은 눈빛과 선한 눈초리를 바라보고 있으면 내 안면근육도 스르르 풀려서 자연스럽게 형님을 따라 웃고 있곤했다.

그런 나에게 운희 운형 형제는 무던히도 친형 험담을 해줬다. 

운희형은 어렸을때 공부안한다고 작은 형님이 칼로 손을 찍었다고 폭로했고 나는 그런 얘기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고 못으로 찍었다.

운형이는 작은 형님이 겉으론 순해 보여도 PC방에 온 깡패를 무섭게 쫒아낼 정도로 한번 아니다 싶으면 폭발한다는 얘기를 해줬다.

 

아무리 그런들, 난 작은 형님에게 그런 면이 있으리라곤 절대 상상할 수 없다.

시야에서 조금만 안 보여도 물가에 내놓은 자식처럼 걱정하며 불러대던 형님이 그럴 리가 없어,

담배가게는 있을 턱이 없는 외진 섬에서 돗대담배를 나에게 양보하던 형이 그럴 리가 없지, 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