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Montjuic 언덕에서 바라보는 분수쇼

2013. 8. 10. 21:00Spain 2013

 

 

 

 

유명관광지는 전세계에서 몰려온 관광객들로 버글버글한데 정작 시내는 텅 비었다

바르셀로나 시민들은 모두 휴가를 가 버렸나보다 노인들은 버려둔 채.

공원 벤치 주변은 저녁바람 쐬러 나온 노인들이 좀비처럼 어슬렁거려 도저히 밥상을 펼칠 용기가 안난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몬주익 언덕 (Montjuic hill)

 

쁘띠 분수가 있고, 그늘이 지고, 앉을 곳이 있으면 명당이지.

여기에 자리를 폈다.

 

치킨, 햄버거, 감자튀김, 콜라 등 종류도 푸짐하다

 

지나다니는 사람들, 버스에 탄 관광객들의 부러운 시선을 거둬거둬 맛있게 저녁을 먹는다

 

현주 왈

"  패스트푸드가 이렇게 맛있는 줄 몰랐어, 한국가면 자주 먹어야지 "

 

 

 

 

한참 맛있게 먹고 있는데 한사람 두사람 자기 몸뚱아리를 때리면서 허공을 휘젓더니 급기야

주변 풀밭에 모든 파리와 개미와 곤충과 벌레들이 맛있는 냄새를 맡고 죽을듯이 덤벼들었다,

따갑고 가렵고 빨갛게 올라오고...

얼른 짐을 싸서 차로 피신했다

 

그런데 먹던걸 중도에 끊는것이 얼마나 힘든일인지...

조금 더 내려가서 이번엔 안쪽으로 깊숙히 들어갔다

 

남은 음식 얼른 마저 해치우고

 

주변을 둘러보니 카탈루나 미술관이 보였다,

분수쇼 보러가자 !

 

 

 

"  아빠, 물줄까 ? "

 

 

 

 

 

 

 

 

지도 하단에 파리 끓는 곳이 저녁 피크닉장소. 빨간 선은 카탈루나 미술관앞으로 이동한 노선. 

<클릭하면 확대됨>

 

 

 

 

서있는 저 사람들이 현주랑 애들 사이가 궁금했나보다

" ... mom ... " 그런 얘기들이 들려왔다,

 

 

 

 

 

 

짱이의 손을 잡고 계단 위쪽까지 올라갔다. 

가장 좋은 자리 찾는다고 분수대 정중앙선에 맞춰서 자리를 선점했다. 그게 명당인거 같았다.  7: 40

 

 

짱이랑 앉아서 비둘기보며

"  여기 교촌 많네 ~ "

 

현주랑 경재만 봐야 하는데

나는 그옆에 꼬맹이가 아슬아슬해서 아래 사진 4장에 모두 그녀석의 일거수일투족이 찍혔다,

 

 

경재는 시키지 않아도 엄마랑 키 맞추려고 저러고 있다,

 

 

 

 

 

기다리다 지친 현주랑 큰 애들은 광장까지 내려가봤다

 

 

 

 

 

 

 

 

 

 

은재가 사진을 찍는데 순식간에 남자애들이 꽃에 달려드는 벌떼처럼 모여들었다.

경재는 팽 당해서 옆에 꾸주려 박혀있고 ㅋㅋ

 

 

 

   석양에 눈이 부시고

   주변은 담배를 펴대고

   자리는 베기고 불편했지만

명당을 지킨다는 일념으로 계속 앉아있었다.

짱이고 아빠 곁을 지켜주었다. 미안하고 대견해서 내 손수건으로 햇빛을 가려주었다,

 

 

 

 

 

 

 

 

아마추어, 리얼 아마추어 밴드

 

모자들고 돈 걷으러 다니는 남자.

 

 

 

 

 

경재에게 미소짓는 애기

 

 

1시간 넘게 기다리다 지쳐버린 짱이

 

 

 

 

아래에서 서성이는 현주를 우리 자리쪽으로 불러들였다,

 

 

 

 

 

몇시에 하는지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계속 앉아 있자니 마침내 해가 꼴깍 숨이 넘어갔다

 

9시에 해가 지자

 

드디어 분수쇼가 시작됐다,

 

 

 

 

 

 

 

 

 

 

 

 

 

 

 

 

 

 

 

 

 

 

 

 

 

분수쇼의 명당은 우리가 앉은 곳이 아니라 아랫광장이었다.  흑흑 !!

분수에 맞춰 틀어주는 클래식음악도 우리가 있는 곳에서는 거의 안 들렸다,

 

 

 

 

멋진 분수쇼도 20분쯤 지나니 단조롭고, 주변에서 피워대는 담배연기에 질려서 짱이랑 차로 돌아왔다

경재는 우리가 간다니까 먼저 차로 갔다가 우리를 찾아 다시 돌아왔다

나 먹으라고 차에 가서 물도 가져다주는 착한 아들.

 

사람들이 어둠속에서 주차장쪽으로 돌아오고 그 속에 현주랑 은재도 끼어있었다 

분수쇼가 아직 안 끝났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냥 중간에 일어나더라능 ...

 

몬주익언덕을 내려오며 보이는 바르셀로나의 야경은 참 아름다웠다

아이들은 바르셀로나가 너무 신난다고 한다.

 

호텔근처에 와서 슈퍼를 찾는데 거리가 다 문을 닫았고 다행히 조그만 구멍가게에서 마실것만 사가지고 나왔다.

경재가 음료수 두개를 내밀며 아빠 뭐 먹을거냐고 묻는다. 완전히 기분이 풀어진거 같다

 

호텔 주차장이 꽉 찼다. 뒤쪽으로 돌아가자 PARKING 이라고 쓰여진 문이 스르르 열렸다

호텔 뒤 깊숙히 주차하고 ibis 호텔 안으로 들어가 로비를 지나 밖으로 나와 우리 숙소인 ibis budget 으로 들어왔다

역시 조금 비싸다고 로비와 식당 인테리어가 훨씬 고급스러웠다,

아래 사진의 빨간색 선은 차 이동방향, 노란색 선은 우리가 걸어 나온길.

<구글 위성사진>

 

 

방이 세개라서 빌바오처럼, 현주랑 내가 한방. 여자들 한방, 경재 독방을 쓰게 했다

이제 더 이사할 필요없이 3일간 묵는다고 하니 자기방처럼 애착이 가나보다. 그것만으로도 애들이 아주 행복해 했다.

 

현주는 내 카메라 사진들을 돌려보다가 자기가 찍힌 사진을 보고 막 웃었다.

현주가 웃어서 나도 행복해 막 웃었다

그러자 현주가 한 마디 했다

"  방 빼 ! "

 

 

 문제의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