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8. 8. 21:00ㆍSpain 2013
구겐하임을 떠나기가 못내 아쉬워 야외카페로 갔다.
그런데 줄서 있는 사람들, 정신없이 바쁜 직원들. 빈 자리도 없고, 그 옆은 아이들 놀이터에...
미술관을 바라보며 따뜻하고 향기로운 커피를 음미하는 모습은 CF에서나 가능한 일
지그재그 언덕길을 올라 시내로 들어왔다
빌바오의 가장 중심지인 Moyua 광장에 가족들을 내려주었다.
그런데...횡단보도를 건너다말고 다시 돌아오는 것이었다
' 볼게 없다 ' 고 하는데, 정확히 말하면 돌아다니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표정을 보니 현주랑 짱이는 안 가고 싶고 은재는 가고 싶고 경재는 아무 생각이 없다.
애들 뭐 좀 먹이라고 다시 돌려 보내며 7: 30 에 다시 이 자리에서 만나자고 했다.
짱이를 엄마 안 따라가고 차에 있겠다고 해서. 시내를 한바퀴 둘러보았다.
" 아빠, 여기가 수원보다 커 ? "
차 대기 좋은, 한적한 네르비온 (Nervion) 강으로 흘러왔다. 아래 지도에 별표시.
삼각형은 미술관이고 그 아래 사통팔달인 plaza Moyua 이 보인다.
강바람이 시원하다,
공터에서 롤레블레이드를 연습하는 사람들. 넘어져서 쪽팔린 남자.
돼지만큼 살찐 개랑 산책나온 사람들.
우리앞을 열심히 왔다갔다 걷는 노부부들
경보 연습하는 남자
강위에서는 조정연습하는 선수들과 코치 ...
짱이가 한마디 했다
" 사람들이 행복해 보이기는 하는데 난 여기 살고 싶지는 않아 "
어련하시겄쑤 ~!
키가 크고 빵빵한 백인여자가 보호장비를 한채 롤러스케이트를 타며 지나갔다.
몇 분후 꼬맹이 셋이 자꾸 아래를 내려보며 강줄기를 따라 왔다,
뭐가 있나 ?
무심코 고개를 돌려보니 아이들이 웅성거리고 있고 그 여자가 난간을 넘어가 뭘 집으려고 했다. 잘 안되자 아예 롤러를 벗고 한 손에 온 몸을 의지한채 위험천만하게 가까스로 뭔가를 집어냈다. 조그만 공이었다.
아이들과는 어떤 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배려와 용기, 체력에 반해버렸다.
도시 곳곳을 헐고 고치고 짓고 야단이다. 시 재정이 좀 되는 듯
맞은편엔 스테디움 건설이 한창이었다
수변공원엔 철강과 조선을 형상화한 설치작품들이 곳곳에 놓여 있었다.
' 스페인의 더러운 콧구멍 ' 이란 소리까지 들을 정도로 몰락했던 빌바오.
오늘 본 모습들은 여유롭고 자존심 쎈 ' 스페인의 콧대 ' 였다
한편 현주와 큰 애들은
핀초스도 먹어보고
길거리 공연도 보고
정확히 약속한 시간에 광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마켓 찾아 강을 넘나들다 우연히 골목에서 조그만 마켓을 만나 그건 해결했는데
문제는 그 다음에 생겼다.
호텔로 돌아가야 되는데 네비가 적극 고집하는 도로는 이렇게 공사중이었다. 수킬로를 헤매다 간신히 숙소를 찾아갔다
빌바오 하류로는 옛 공장터와 하역장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호텔에 도착해 은재에게 근처 식당좀 물어보고 오라 시켰다.
(여행기를 쓰다보니 은재가 이번 여행에서 아빠를 많이 도와줬구나)
경재가 안 먹겠다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리자 현주도 " 그냥 사온 걸로 샌드위치랑 해 먹자 " 고 해서 주차 했다.
현주가 경재에게, 왜 아빠에게 화났냐고 물었더니
' 오늘 아침에 자기 샤워하는데 아빠가 키 빼서 그냥 나가서 그랬다 ' 고 했다고 한다.
난 키를 빼지 않았다고 해명했고 경재녀석이 핑곘거리를 찾는거라고 현주에게 내 의견을 피력했다.
낮에 부탁한 바르셀로나 예약건을 확인하려고 프런트에 들렸더니 여직원은 없고 암내 풀풀나는 남자직원이 있었다.
예약 confirm 됐다며 종이를 내미는데 400.5 € 그대로였다. 최대한 할인좀 해달라고 그리 부탁했건만 ... 두록저지같은 !
예약종이에 ' le confirmamos su reserva hasta las 19.00h. en caso de estar garantizada ' 이 문구가 뭔 뜻이냐고 한참 물어봤는데 서로 말이 안통해 대충 이해했다. 정확한 뜻은 you confirm your booking until 19.00. should be guaranteed
상은 다 차렸는데 수저가 없다.
은재에게 프런트가서 포크좀 빌려오라고 시켰더니 허탕치고 왔는데 현주가 용감하게 스푼 들고 가서 해결해 왔다.
샐러드에 과자에 쥬스등으로 저녁을 해결했다. 호텔비 지출이 커서 식비를 줄여야 된다.
밤에 은재가 짱이 혼내는 소리가 복도너머까지 들려왔다,
' 조용히 하라 '고 카톡 보냈더니 잠시후 두 딸이 ' 안녕히 주무세요 ' 답장이 왔다.
빌바오가 내 여행가이드에는 안 나와 있다. 당연히 구겐하임 미술관도 언급이 안되어 있다.
그렇게 생략해도 될 곳이 전혀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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