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단언컨대, 수돗물은 가장 완벽한 물입니다

2013. 8. 5. 08:00Portugal 2013

 

 

 

 

어젯밤 빨아 널은 양말을 쥐자 손이 척척하다.

경재세탁기가 세탁 헹굼만 해놓고 마지막 탈수 코스는 까먹었나보군. 

창문을 활짝 열고 고리에 살짝 걸어놨다, 바닥에 떨어져도 어쩔수 없고...

 

 

오늘도 일정이 많아 서둘러 경재를 깨웠다   8:00

정작 일어나야 할 사람은 안 일어나고 현주가 즈그집 드나들듯 방문을 벌컥 연다.

여자방에 가 봤다. 산뜻한 아침 햇살도 짱이의 늦잠은 어쩔수 없는건가 ?

 

햇살이 밀려 들어오는 창문을 열자  ' 우와 ! '  감탄사가 나도 모르게 나왔다

어젯밤 쌔까매서 무서웠던 곳이 사실은 멋진 공원이었다. 

별 세개가 맞구나

 

 

베란다로 나가 아침 기분을 한껏 즐기는데

은재가 아빠 때문에 욕실에서 못 나온다고, 강제로 쫓겨났다

 

 

 

 

먼저 일어난 사람끼리 밥이나 먹자고 현주랑 식당으로 올라갔다

 

분위기는 완전 터키식인데

 

꾸민건 뷔페다

꼴에 빵, 우유, (꽃무늬) 시리얼까지 갖출건 다 갖췄다.

워낙 시설이 낡고 지저분해서 기대도 안했는데 그래도 차린 정성을 봐서 웃어줬다

 

뭡니까 이게. 애들 소꼽장난도 아니구 !

 

 

맛 ?  

없지~

 

 

 

잠시후 애들도 올라오고.

 

 

아줌마에게 물좀 달라고 했더니 곧바로 건넌방쪽에서 수돗물 트는 소리가 나고 미적지근한 물 한컵이 서빙되었다,

아무리 내가 저렴하게 생겼기로써니... " 우리도 생수 사 먹는다. 크리스탈 투 리떠 !  " - 촌놈개그 양상국버전 -

은재는 그걸 보고 아예 방으로 가서 생수 한병을 가져왔다

 

문제의 그 물

' 단언컨대, 수돗물은 가장 완벽한 물입니다 '

 

 

 

속속 투숙객들이 나타나 자리에 앉았다, 모두 어젯밤 우리처럼 낚인 사람들이구만

 

 

공원 산책하려고 먼저 짐 챙겨 내려왔다. 

" 경재야 빨래거리 다 갖고 와라 " 

 

 

어제 밤 묵었던 숙소와 식당.

차에 짐을 싣고 있는데 운동복 입은 저 남자가 내차 나갈거냐고 묻길래 아니라고 했다

그러자 길에서 기다리고 있던 차를 가라고 보내며 나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모지 ?

 

 

공원 입구에 Malhoa 박물관이라고 적혀있었다

이끌리듯 들어갔다

 

 

 

 

 

 

 

 

공원 중앙에 인공호수가 있고 그 호수안에 섬이 있고 그 섬으로 건너가는 다리가 있다

 

백조 한마리가 부시시 일어나 꽃단장을 하더니

 

물이 찬지 살짝 발을 담가본다

 

그리고 직장으로 출근을 했다,

 

"  꽥 꽥  한푼줍쇼 꽥꽥 "

이상, 호수의 백조였다.

 

 

 

뭔 가정집 별장처럼 생긴 곳이 Jose Malhoa 박물관

 

그의 작품들

<인용사진>

 

 <인용사진 - 클릭하면 확대됨>

 

 

 

 

공원 북쪽 숲엔 -쭉쭉 뻗은게 고딕양식을 연상시키는- 아카데믹한 건물이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폐가였다,

 

 

 

아빠 찾으러 온 애들

공원이 예쁘다고 한 바퀴 돌고 오라고 권했다

 

풀밭을 가로질러 문쪽으로 오는데 울림통도 큰 도사견이 나를 보고 짖어댔다

'  할머니가 제발 개끈을 쥐고 있을 힘은 남아있기를  ㄷㄷㄷ ' 

 

 

개 있는 곳을 지나가자 곤색 스커트를 입은 할머니가 나에게도 팜플렛을 주며 열심히 포르투갈어로 설명을 한다

아마 한국에서 본 ' 여호와의 증인 ' 이신듯 

포르투갈어를 모른다고 말했는데도 너무 당신 믿음 안에 신실하셔서 남의 말 따위는 안 들리시는듯.

 

인사하고 멀찌기 떨어져 앉았다

"  우 꿰 아차 다 바이블리아 ?     성경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 "

 

나 수아 오피냐오 앨라 으...

음 리브로 데 아데이아스 휴마나스 ?

음 리브로 데 미토스 에...

 

 

열심히 읽고 있는데 멀리서 애들이 오고 있다

음 마저 읽고 ...

 

아 빨라브라 데 데우스 ?

 

 

 

 

벤치 옆에 거대한 플라타너스 나무가 있다,

 

국민학교도 들어가기 전이니까 40년전쯤 됐겠다.

할머니가 스프없이 끓여온 라면을 먹이려고 쫓아오시고 나는 열심히 도망다녔던 그 나무 그루터기

그때는 엄청 크게 느껴졌는데 이만 했을라나 ?

짱이를 옆에 서라하고 그 크기를 가늠해본다

 

 

가족들 다 태우고 차를 빼는데 그 운동복 남자가 또 나타났다.

우리 차가 나가자 뒷 차에게 데라고 수신호를 보내고 있다.  모지 모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