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새총맞고 치한되다

2013. 8. 3. 18:00Portugal 2013

 

 

 

 

배부르고 행복하게 마을을 벗어나자 이내 잔잔한 호수가 나타났다.

 

 

 

 

가도가도 계속 호수가 나타나 물위를 날라가는 기분이 들었다,

 

 

 

 

 

짱이는 언니가 다운받은 영화 감상중,

같은 곳을 보고 같이 느끼면 좋겠지만, 이젠 각자 스타일대로 여행하며 추억하라고 그냥 놔뒀다.

 

 

 

번듯하게 생긴 도시에 아직도 노새를 농사에 이용하는 사람도 있다니...

※  에보라는 코르크로도 유명하지만 노새도 유명하다

 

 

은재가 최근 본 영화 ' 미나문방구 ' 얘기를 해준다

 

미나문방구를 하는 아빠가 싫었던 미나는 아빠를 맞추려고 새총을 쐈는데...

빗나가 ' 문 ' 이라는 글자만 깨져버렸다. 그 이후 미나는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 미나방구' 라고 놀림을 받게 되었다.

 

아빠를 새총으로 쏘는 장면에서 은재도 동질감을 느꼈다며, 자기도 기필코 언젠가 아빠(나) 를 새총으로 쏘겠다. 안되면 딱총으로라도 쏘겠다고 했다. 그말 듣고 나도 ' 다빈치한의원 ' 에 새총 4방 쏴서 ' 치한 ' 으로 만들려고 ?  농담으로 받아 넘겼다,

또, 미나가 자기의 능력이라고 믿었던 것이 사실은 아빠가 몰래 후원해서 만든 것이란걸 깨닫는 부분에서는 은재도 눈물이 났다고 했다,

 

그래, 은재야 ! 아빠에게 받은 트라우마가 있으면 이렇게 자유롭게 표현하고 해소하길 바란다.

그게 정상이고 건강한 거란다. 맘껏 새총을 쏘렴.  너를 위한거라면 수백번 치한이 되어줄께

 

 

 

투우 광고지인거 같은데

제대로 된 광고판도 없이 그냥 길가 바위에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에보라가 코르크나 벗겨먹고 사는 가난한 곳이라고 들었지만

내가 본 것은 지평선 끝까지 윤기 흐르는 초지에 소들이 띄엄띄엄 한가롭게 풀을 뜯고 사일로 (silo)를 갖춘 부유한 축산농가들 이었다,

이베리아 반도에서 가장 목가적인 풍경이었다,

 

짱이가 화장실 가고 싶다고 해서 길가에 차를 세우려고 했더니 좀 참아 본다고 얼마나 걸리냐고 물어본다.

 

대답이 끝나자마자, 낮은 구릉을 뒤덮은 에보라가 시야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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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보라 (Evora) 에서 검색한 첫 호텔은 방 없음.

 

 

누가 포르투갈 기름값 비싸다고 뻥 친거야 ?

더 싸다.

 

ibis 호텔을 찾아가다 잠깐 들른 Dom Fernando 호텔,

현주랑 은재가 들어가보더니 2인용 방 딱 두개 남았다고 해서 그냥 나왔다

 

시내를 반 바퀴 돌아 찾아간 ibis는, 광고판에 써붙인 가격보다 헐씬 비싸게 불러서 두말 않고 나왔다.

 

다시 Dom Fernanado 로 왔다, 

아침 식사 5명 포함 총 95 € (142,500 원)  네고할 필요성을 못 느낄 정도로 싸다

 

 

직원이 영어도 잘 하지만 얼마나 친절하고 깍듯한지 내가 더 고개가 숙여졌다,

 

오호 ~ 수영장까지. 

 

 

 

방을 찾아가는데 경재가 복도 끝에서 나오며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  아빠 큰일났어 "

- 왜 ?

"  샴푸를 놓고 왔어 "

나야 뭐 비누로 대충 감으니까 큰일은 아니다만, 돈주고 산 걸 별로 써보지도 못하고 놓고 와 ↗ ?

 

비누로 머리 감고 샤워하고 살짝 잠이 들었다  6:20

 

1시간 정도 눈 붙이니 피로가 싹 가셨다

경재 자는 틈에 혼자 시내구경을 하려고 주섬주섬 카메라를 챙겨 나왔다  7:30

 

숙소앞에 조그만 성당

 

 

성벽을 따라가다 열린 성문으로 불쑥 들어섰다

 

 

 

 

 

좁은 언덕길을 올라가자 손바닥만한 광장이 나타났다, 한눈에도 예사롭지 않은 건물이 그 언덕위에 떡 버티고 있었다.

나무 아래 차를 세워놓고 차문도 열어놓은채 부리나케 내렸다

올려다보는 내내  입을 다물 줄을 몰랐다

 

건물 크기와도, 올려다보는 위치와도 관련이 있었을 거고, 저녁이라는 시간도, 또 그 건물까지 도착하는 여정도 큰 작용을 했을 것이다.

이유야 어떻든 지금까지 많은 castle, Wall, cathedral 을 봐왔지만 이런 느낌은 첨이었다.

   순간적으로 시간이동과 감정이입이 동시에 되었다.

   성주가 저 발코니에서 갑옷을 입은 병사들을 대동하고 거만하게 내려다 보고 있고,

   비슷비슷한 옷을 입은 동네 사람들이 굳게 닫힌 철문과 견고한 성을 경외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동네 사람들속에 내가 서 있었다...

기시감 (Deja vu) 에 한동안 자리를 뜰 수 없었다,

 

 

잠깐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 암흑기 시간여행을 한것 같은 희열감에 몸에 소름이 돋았다.

 

한국에 와서 찾아보니 1186년에 만든 대성당이었다

 

 

AD 2~3 세기에 건설된 로마신전이 꼴짝지근하게 때가 낀채 방치되어 있다

 

그 유적앞에 동네 꼬마들이 씽씽이를 타며 해맑게 웃고 있다

 

 

 

 

 

 

 

 

나뭇잎인지 꽃잎인지 무릉도원처럼 깔린 공원에 노부부가 사이좋게 앉아 한 곳을 바라보고 있다.

나도 저 나이에 저 정도만 하고 있어도 성공한 인생일텐데 ....

 

 

마을을 관통하는 수도교

 

를 따라가본다

 

 

점점 낮아지길래 왼쪽으로 다리밑을 통과하는데 차 지붕이 닿는줄 알고 조마조마했다

 

 

 

볼수록 멋있는 망루

 

 

 

지나가다 골목길에 뭔가 있는거 같아 차를 후진했다.

고양이다. 

그런데 두마리는 죽은거 같다

 

" 야옹~ "  불렀더니 한마리가 쫑긋 머리를 들어본다.

휴 ~ 안 죽었구나

 

갑자기 골목안이 고양이 우는 소리로 꽉 찬다. 2층 난간에도 고양이 천지였다

신나서 계속  " 야옹~ 야옹 ~ " 했더니 한 남자가 나오며 나랑 눈이 마주쳐서 계면쩍게 눈인사를 나눴다.

 

 

 

에보라 성벽에 불이 들어오자

아줌마들이 개를 데리고 산책을 나왔다.

 

 

 

선선한 밤공기에 마실나온 주민들을 보며 나 어릴적 살던 동네 저녁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포르투갈의 첫 느낌은, 스페인과는 다른 친밀함으로 다가왔다

 

 

숙소로 들어와 잠겨진 문을 계속 두드리자 경재가 자다 깨서 문을 열어준다  9: 00

 

 

한국과 크기가 비슷한 포르투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