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8. 1. 16:30ㆍSpain 2013
카디스 (cadiz) 라는 해안도시는 수천년의 나이도 있지만 콜롬버스 신대륙의 발견과 남미의 정복등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전세계 식민지에서 수탈한 금은보화들은 카디스항을 통해 세비아지방으로 퍼지고 스페인 전체를 먹여살렸다
지평선끝에 가물가물 보이는 카디스를 무시하고 오른편으로 틀자마자 반대 차선에 경찰이 보였다,
왠 교통사고라도 났나 ? 했는데
그 뒤로 차들이 수 km 지정체 되어 있었다. 스페인와서 보기드문 차막힘이었다. 것도 이 지방도에서...
교통사고가 난것도 아니고 순전히 8월 첫날을 기점으로 휴가를 떠나는 행렬이었다.
안달루시아 해안을 여행하는 동안
지붕에 물건을 잔뜩 실은 휴가 차량이 길에서 퍼져 있고,
일가족이 차밖으로 나와 땡볕에 인상쓰고 있는 광경
을 몇번 봤지만 이렇게 떼거지로 몰려 내려오는걸 보자 우리가 방향과 시기를 잘 잡았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스페인에 염전이 안보인다 했더니 이 해안은 넓은 갯벌이 있어 소금생산의 적임지였다,
사막에 오아시스처럼 넓은 평원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헤레스 (Jerez)가 시야에 들어왔다 2:40
<클릭하면 확대됨>
헤레스는 승마학교와 마차박물관 말 축제등으로 유명하다.
여기 온 목적은 말 (馬) 이지만 먼저 할 일은 밥먹는 거다.
주변 식당을 찾아다니다보니 말에 관련된 건물들이 속속 눈에 들어오는데 ...
밥을 찾으면 말만 보이고, 말을 찾으면 밥이 나오는 그 말도 안되는 현상을 몇번 경험한 터라 굳세게 밥만 찾아보았다
드디어 번화가에 아주 맘에 드는 식당을 찾았다, 다행히 차 댈 공간도 있고 야외 파라솔에 자리를 잡았다
메뉴 읽을때만 온 가족이 머리 맞대고 열공 모드
레스토랑 ... Toro
드디어 음식이 나왔다
짱이는 굳세게 이번에도 스테이크 18 € 젤 비싸다.
짱이에게 언제 진지하게 한번 묻고 싶다.
" 메뉴 읽을줄 모르니까 젤 비싼게 젤 맛있는거다 란 생각으로 시킨거지 ? "
은재 치킨 7 €
현주는 이번에도 Eggplant 5 € 가장 싸다
현주에게 언제 진지하게 한번 말해주고 싶다
" 돈 아까워 싼거 시켜놓고 다른 사람거 쪼옴~ 뺏어먹지마 ! "
경재는 치킨너갯 8 €
난 스페니쉬오믈렛 8 €
이 나라 파리도 생긴건 한국과 똑같은데 성향이 완전 스페인을 닮았다
손도 안댄 음식에 뻔뻔하게 달라붙고 쫓아도 깐죽거리며 죽어라고 달려들었다.
맛있는 식사와 종업원들의 유창한 영어. 그리고 얼음 써비스까지 받으니 최고의 점심식사였다.
밝은 표정으로 신나게 일하는 젊은 직원에게 마차박물관 (Museo de Enganches) 을 물어보았다
지도까지 갖고 나와 위치를 표시해주었다. 오늘 문 열었냐고 물어보니 내일은 확실히 여는데 오늘은 모른다고 했다.
경재에게 계산서 달라고 시켰다.
심심해서 자세히 살펴보는데 이상한게 하나 들어있었다 (아래 영수증의 줄 친 부분)
아까 빵을 내오길래 거절했는데 그걸 슬쩍 끼워 넣은 것이다
나이든 써빙맨을 불러 뭐냐고 물었더니 " 빵 $%& "
우리는 먹은적 없다고 항의하니까 대수롭지 않게 볼펜으로 5850 으로 고쳐 쓰는 것이었다
결재 (87,750원) 하고 나오는데 현주가 한 마디 한다
" 실망했다. 점잖게 생겨가지고 사기를 치냐... "
박물관이 근처라서 현주에게 지도를 주고 인간네비좀 하라고 시켰다
" 왼쪽 오른쪽 왼쪽 왼쪽 ...저쪽 아니 오른쪽 "
아니나다를까 한 골목 미리 꺾어지는 바람에 일방통행길에 접어 들었는데 박물관은 뻔히 보이는 뒤쪽에 있는 상황이다.
후진도 못하고 다시 찾아가는것도 쉽지는 않을거 같아 갓길에 잠깐 차를 세우고 지도보며 궁리를 하는데 경찰차가 어느새 나타나 우리 옆에 차를 세우고 창문을 열고 뭐라 하는 것이다.
눈치 빠르게 지도를 경찰에게 흔들며 " 마차박물관 ! " 을 외치자 스페인말로 설명을 한다.
당근 난 눈만 껌뻑껌뻑 하고 있었을 뿐인데, 두 경찰이 내 멍청한 표정을 보더니 지들끼리 안되겠는지 나에게 따라오라 손짓을 했다
그래서 따라갔다 쭐레쭐레...
현주에게 " 잘 좀 하지 ~ " 지청구를 했더니 " 전화위복이네 ! " 하며 재밌어 했다
근데 난 점점 불안한 맘이 들었다. 골목길을 꽤 끌고 가는거 보니 지네들 경찰서로 댓고가는거 아녀 ?
역시 스페인 뽈리씨야 (POLICIA)가 괜히 CIA 를 붙인건 아니였다
정확히 우리가 첨 만난 길 후방 50 m 에 우리를 데려다 주고, 내려서 이리로 들어가라고 문까지 알려주고 그냥 갔다.
뒷돈도 요구하지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이 닫혔다,
Museo de ENGANCHE 라고 선명하게 박혀있는 퍼사드를 보며 허탈해졌다
아까 이 도시를 들어올때 분명히 문이 열린걸 본 기억이 나서 바로 맞은편 SANDEMAN 으로 건너갔다
헤레스는 sherry 와인으로 유명한데 산더만 (SANDEMAN) 社의 와인저장소가 이곳이다.
여기서 와인시음과 판매도 한다.
닫힌 정문옆에 경비실로 갔더니 건장한 남자가 ' 14 :30 ' 이란 숫자를 적어 내밀며 문 닫았다고 한다.
지금이 4시고 2시 반에 이미 문을 닫았다는 뜻이었다, 10:30 ~ 2:30 분간만 오픈, 오후에는 문을 안 열으니 우리같은 사람은 우짜라고...
내가 좀 더 물어보자 자기 영어가 서툴다고 미안해 했다.
외모와 달리 친절하고 부끄럼을 타길래, 사진한장 찍어도 되냐고 물었더니 카메라 받으려고 손을 내민다.
" 나말고, 당신 찍는다고 ㅋㅋ "
이번 스페인 여행엔 박물관 복이 전혀 없구나
난 실의에 빠져 있는데 가족들은 신나서 아까 헤레스 초입에 본 대형 쇼핑몰로 가자고 합창을 한다.
스페인에서 본 가장 큰 쇼핑몰이었다.
넓은 부지에 이케아가 크게 한 동, 옷과 장난감도 한동, 임산복도 한동, 알깜뽀도 크게 한동...
내부에서도 이동하려면 차를 타야 할 정도로 넓었다
다른 곳은 갈 필요 없고 Alcampo 를 찾아갔다.
내가 주차를 좀 버벅댔기로써니 현주가 얼마나 지청구를 해대는지...빨리 못들어가 안달이 났구만 !
식구들은 쇼핑하라고 하고 나는 직원에게 " 쎄르비시요 ? " 라고 화장실을 물어보았다
화장실 옆에 카페에 들어갔다.
음료주문도 안하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무료 Wi-Fi 만 실컷 하고 나왔다, 카톡을 해보니 한국은 밤 11시 40분이었다.
우리가 들어올때는 매장이 운영이 될까 싶을 정도로 한가하더니 5시가 넘자 사람들도 급격히 늘고 점포들도 문을 열기 시작했다
헤레스가 우리를 버렸으니 우리도 헤레스에 잠시 머물다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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